사치와 고요 (기준영 소설집)

사치와 고요 (기준영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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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세련된 문체와 신비로운 전개 방식으로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해온 기준영의 세번째 소설집 『사치와 고요』(문학과지성사, 2020)가 출간되었다. 기준영은 2009년 문학동네신인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문학동네 젊은작가상과 창비장편소설상 등을 수상하며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각 두 권씩 펴냈다. 아홉 편의 작품을 묶은 『사치와 고요』는 두번째 소설집 『이상한 정열』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단편집으로 2017년 황순원문학상ㆍ2018년 현대문학상 후보작이었던 「마켓」과 2020년 현대문학상 후보작이었던 「완전한 하루」 등이 수록되었다.
저자

기준영

2009년문학동네신인상에단편소설「제니」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연애소설』『이상한정열』,장편소설『와일드펀치』『우리가통과한밤』이있다.제5회창비장편소설상,제5회ㆍ제7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마켓
여기없는모든것
사치와고요
비둘기와백합과태양에게
완전한하루
축복
들소
망아지제이슨
유미

해설|예측할수없이낯설고,아름답게_전기화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이제우리는다른사람이에요.
여기서떠날때랑거기서떠나올때다른사람이됐어요”

삶을넘어뜨리는불가해한운명
상실이후에감지되는아름다운징조들

세련된문체와신비로운전개방식으로독자적인스타일을구축해온기준영의세번째소설집『사치와고요』(문학과지성사,2020)가출간되었다.기준영은2009년문학동네신인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한이래문학동네젊은작가상과창비장편소설상등을수상하며소설집과장편소설을각두권씩펴냈다.아홉편의작품을묶은『사치와고요』는두번째소설집『이상한정열』이후4년만에선보이는단편집으로2017년황순원문학상ㆍ2018년현대문학상후보작이었던「마켓」과2020년현대문학상후보작이었던「완전한하루」등이수록되었다.
“의외의순간들에서야릇하고도다정한징조들을발견해내며,자신을둘러싼세계를낯설지만생생하게감각”(문학평론가전기화)해온기준영은이번소설집에서불가해한운명에맞서다가뜻밖의희망을발견하는인물들을묘사한다.“얻은것뿐아니라잃은걸통해서도사람들은뭘배우고자하면”(「마켓」)배운다는말처럼삶을한순간에황폐화시키는불운속에서도비밀스러운긍정의조짐들을포착해내는것이다.그러므로『사치와고요』를읽는일은아릿한상실감속에만발현되는아름다운순간들을작가의섬세하고유려한문체로살펴보는과정이될것이다.또한“아직도착하지않은이야기”(「유미」)를예견하며조심스럽게생의의지를회복해보는경험이될것이다.

“한꺼번에많은것이내곁을떠나가고있는것같아서무섭고두려워”

기준영의소설속인물들은예기치못한사건으로삶의일부를영영잃어버린다.상실이후의시간을감내하며그속에서만발견할수있는상처의명암을어루만진다.「마켓」은‘시연’이담당의사로부터자연유산을진단받으며시작된다.그녀는집으로돌아가는택시안에서따스한햇빛을머금은풍경들을건너다보다가돌연남편‘지섭’과의이혼을결심한다.
“그동안의2년보다한집에서같이보낸지난석달이난더좋고의미있었어.이젠혼자이고싶어.”
지섭은그대목에서돌아누웠다.시연은지섭의등을향해얼굴을가리고누운채로제가한말과지섭의반응을차례차례다시반추해보다가얼마후그가코를고는소리를들었다.그리고자기도천천히돌아누웠다.(p.18)

「완전한하루」는파혼을겪은‘주현’이내면의상처를다스리기위해안간힘을쓰는모습으로시작된다.그녀는상사의소개로‘민규’를만나게되고,그가한때자신의형수였던이와해외로도피한적있으며그사랑의실패로지금제앞에와있음을알게된다.

그들은기어이와이오밍으로되돌아가6개월을더살았다.매일매일이새로운첫날인듯이.서로에게너무나충실하게열려있었기에여한이없었고,그래서서울로아주돌아오는비행기안에서그게연인으로서의마지막이란걸,이별이란걸알았다.받아들였다.(p.156)

이처럼소설속인물들은어찌해볼수없는운명에부딪쳐삶의소중한부분들을유실하고만다.그렇지만내면의뒤틀림을견디며조금씩자리를옮기고새로운가능성들과마주한다.그렇다면기준영에게상실이란피할수없는위기인동시에일상을변화시킬수있는유일한기회인것이아닐까.“낮에넘어졌던자리가어떤문장을쓰게되리라는예감같은것”이라는‘작가의말’처럼상실의빈자리에서만새롭게씌어지는이야기가곧기준영의소설인것이다.

“괜찮아,지금이.어제보단오늘이”

「축복」은‘동수’가아버지의애인‘양여사’댁에방문하고돌아오는이야기이다.이작품의독특한매력은동수가양여사의남동생인‘준모’와우연히나누는대화에서그가거의생면부지의타인에게“도움이되고싶은”마음을강렬하게느끼는순간에있다.그마음은동수가준모로부터얼결에받아온양털점퍼를아내‘해선’에게전하는마지막단락에서빛을발한다.

어스름한풍경을휘젓고온바람이유리창에매달려낮게웅,소리를내고는멀어졌다.해선이커다란양을쓰다듬듯이제몸을쓸어내리고는덧붙였다.
“생각보다잘맞고,보기보다따뜻한걸.”(p.192)

이렇듯기준영은삶의예측불가능한전개가우리를절망시키기도하지만의외의지점에서“생각보다잘맞고,보기보다따뜻한”감촉으로변해위로가될수도있다는사실을예리하게짚어낸다.낙담하기쉬운순간에도어떻게든타인과대화를나누고무언가를주고받는행위가지속되어야만하는이유를부드럽게설득해낸다.그러므로『사치와고요』는좌절의국면이곧일상의경계를흔들고넓혀나갈수있는계기가된다는사실을다양한서사형태로보여준다.얼핏드러나는회생의징조들을세밀하고깊이있는문장으로그려내어우리로하여금낯선시간속으로나아갈힘을북돋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