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의 분위기 (박민정 소설집)

바비의 분위기 (박민정 소설집)

$13.00
Description
오늘의 폭력은 해결하지 못한 어제의 반복이며 내일 우리는 새로운 언어를 찾을 것이다
『아내들의 학교』 『미스 플라이트』 등으로 한국 사회 내 다양한 여성혐오 양상을 짚어냈던 페미니스트 작가 박민정이 신작 소설집 『바비의 분위기』(문학과지성사, 2020)를 출간했다. ‘작가는 자기 이야기를 최대한 신뢰할 수 있어야 하기에 많은 조사와 공부를 해야 된다’(『문학과사회 하이픈』 2017년 겨울호 인터뷰)는 입장을 가진 소설가답게 박민정은 지적이고 생동감 있는 소설 세계를 펼쳐왔다.

이번 소설집을 통해 작가는 성폭력과 젠더 불평등의 역사적-지정학적 권력관계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초반 세 작품은 비동의 불법 촬영물 유포를 둘러싼 여러 맥락을 완성도 높은 소설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N번방 사건’을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 문제에 분노하는 이 시대 독자들과 긴밀히 호흡할 것이라 기대된다. 이 단편들은 또한 현대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 및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으로서 그간 큰 주목과 지지를 받은 바 있다. 나아가 이 책에 수록된 일곱 편의 소설은 단선적인 피해자-가해자의 선악 구도를 넘어서 인간관계 안에 작동하는 여러 힘의 작용을 포착해내 흥미로움을 더한다. 폭력의 역사와 지형도를 예리하게 짚어내는 서사를 통해 현실 문제와 치열하게 분투하는 박민정의 소설. 그의 신작 『바비의 분위기』를 읽는 일은 우리에게 시대를 사유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할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피해-가해, 선-악이 완벽하게 구분되지 않는 소설은 읽는 이에게 어려움과 난감함을 안기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민낯이기도 하다. 「세실, 주희」에서 미국 여행 중 몰카 피해를 당한 주희가 어렵게 영작해낸 ‘저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slut이 아닙니다’라는 호소와, 2차 대전 때 자결한 할머니의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고 한국어로 작문하는 세실의 사이에 놓인 번역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차이. 「천국과 지옥은 사실이야」에서 필리핀 군사정권에 저항하다 한국으로 피신한 레니와 코피노 셔리스의 관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면 단위 출신’ 유진의 고통과 허탈함. 이렇게 복잡한 맥락들을 따라 읽어가다 보면, 독자는 끝내 해소되지 않는 질문들로 인해 판단 중지의 순간을 맞게 된다. 이러한 ‘막막함’ ‘단언할 수 없음’이 결국 우리의 삶과 적극적으로 맞닿는 사유의 지점을 열어주어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세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계기가 마련된다는 점이 박민정 소설의 큰 매력이다.
저자

박민정

1985년서울에서태어났다.2009년작가세계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유령이신체를얻을때』『아내들의학교』,장편소설『미스플라이트』『서독이모』가있다.김준성문학상,문지문학상,젊은작가상,현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모르그디오라마
세실,주희
바비의분위기
신세이다이가옥
숙모들
천사의비밀
천국과지옥은사실이야

해설괴물과사실,그리고앎의장치로서의소설ㆍ송종원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오늘의폭력은해결하지못한어제의반복이며
내일우리는새로운언어를찾을것이다

불투명해서더정밀하고,따뜻해서더아픈박민정의질문들

현대문학상수상작「모르그디오라마」
젊은작가상대상수상작「세실,주희」
이계절의소설선정작「바비의분위기」수록

박민정소설은시공을초월하여여성을대상화한폭력들이어떻게우리의일상을구성하고있는지를펼쳐보인다._송종원(문학평론가)

작가는소설이끝나고도해소되지않는질문을남겨두는데,이는소설이끝나도우리의현실은계속이어진다는당연한사실때문이리라._황인찬(시인)

『아내들의학교』『미스플라이트』등으로한국사회내다양한여성혐오양상을짚어냈던페미니스트작가박민정이신작소설집『바비의분위기』(문학과지성사,2020)를출간했다.‘작가는자기이야기를최대한신뢰할수있어야하기에많은조사와공부를해야된다’(『문학과사회하이픈』2017년겨울호인터뷰)는입장을가진소설가답게박민정은지적이고생동감있는소설세계를펼쳐왔다.이번소설집을통해작가는성폭력과젠더불평등의역사적-지정학적권력관계를입체적으로보여준다.특히초반세작품은비동의불법촬영물유포를둘러싼여러맥락을완성도높은소설로제시한다는점에서‘N번방사건’을비롯한디지털성범죄문제에분노하는이시대독자들과긴밀히호흡할것이라기대된다.이단편들은또한현대문학상,젊은작가상대상수상작및이계절의소설선정작으로서그간큰주목과지지를받은바있다.나아가이책에수록된일곱편의소설은단선적인피해자-가해자의선악구도를넘어서인간관계안에작동하는여러힘의작용을포착해내흥미로움을더한다.폭력의역사와지형도를예리하게짚어내는서사를통해현실문제와치열하게분투하는박민정의소설.그의신작『바비의분위기』를읽는일은우리에게시대를사유하고비판적으로성찰할계기를마련해줄것이다.

그때거기서일어난일이지금여기도일어나고있다

그영상을본이후,내삶의질은다섯단계쯤낮아졌죠.어린시절알수없는공간에감금되어잠시죽었다살아돌아왔는데도괜찮았던내가.그런데삶의질은무엇을기준으로판단할수있을까?이삶의다섯단계쯤위는뭐고,여기서부터다섯단계쯤아래는무얼까?내가다시는영상을보기전으로돌아갈수없다는것은분명하다.(「모르그디오라마」,p.24)

구글페이지에서자료를찾다보면그런생각이들곤했다.지금우리는이미종말이후를살고있는지도모르겠다고.불법촬영따위가인간의존엄을영영파괴할수는없으리라고믿지만(그러려고하지만)간혹그런생각이들었다.다끝난거아닌가,이만하면.(박민정,현대문학상수상소감)

역사적모티프와현실의문제를병치하여‘과거에해결하지못한폭력이오늘도반복되고있음’을통렬하게제시하는박민정의소설작법은이번수록작에서도종종찾아볼수있다.19세기프랑스에서구경거리로전락한시체공시소모르그와현재온라인상에서빈번하게일어나는비동의불법촬영물유포범죄를연결하여이를직간접적으로경험하는피해자다수의삶에관해이야기하는「모르그디오라마」.축제기간에여성이추행되는영상이아카이빙되는미국뉴올리언즈의‘마르디그라’와예쁘다,귀엽다는식의‘얼평(얼굴평가)’에지속적으로노출되는일상이겹쳐져여성의몸과시선의폭력을상기하는「세실,주희」.“혹시생기는게딸이면떼버리라는말도거침없이”하던여아낙태의유구한역사와딸이라는이유로해외에입양보내진강장희강장선자매이야기로여성혐오문제를풀어내는「신세이다이가옥」.이렇듯박민정은여성에게가해지는다양한억압의통시-공시적연속성을발견해세밀하게엮어냄으로써끝없이되풀이되는폭력의면면을보여준다.

판단중지의순간확장되는사유의넓이

주희는기분이이상해져세실을돌아봤다.세실은멀리있는것을보려는듯발돋움을했다.주변을둘러보며눈시울을붉히기도했다.주희는세실을속인것같은기분이들었다.세실,당신의할머니와여기서말하는피해자할머니들은조금달라요……세실의할머니는야스쿠니신사에있다면서요……
그런말을세실에게는결코할수없었고주희는조금참담해졌다.(「세실,주희」,p.73)

성별·민족적혐오의정동을문제화하고,더나아가그속을살아가는세여성사이에여성으로서의동일성못지않게차이역시분명히존재한다는난감한문제까지를사유하고있는이소설의깊이와넓이는놀랍다.(신형철,젊은작가상대상심사평)

피해-가해,선-악이완벽하게구분되지않는소설은읽는이에게어려움과난감함을안기지만그것이바로우리가살고있는세계의민낯이기도하다.「세실,주희」에서미국여행중몰카피해를당한주희가어렵게영작해낸‘저는평범한시민입니다.slut이아닙니다’라는호소와,2차대전때자결한할머니의가르침을잊지않겠다고한국어로작문하는세실의사이에놓인번역될수없는복잡다단한차이.「천국과지옥은사실이야」에서필리핀군사정권에저항하다한국으로피신한레니와코피노셔리스의관계를도저히이해할수없던‘면단위출신’유진의고통과허탈함.이렇게복잡한맥락들을따라읽어가다보면,독자는끝내해소되지않는질문들로인해판단중지의순간을맞게된다.이러한‘막막함’‘단언할수없음’이결국우리의삶과적극적으로맞닿는사유의지점을열어주어깊은성찰을바탕으로세계를입체적으로이해할계기가마련된다는점이박민정소설의큰매력이다.

인간은어떻게인간으로남을수있을까

오빠의가장큰잘못을유미는기억했다.그녀의PC통신아이디를해킹해서그녀의사적기록을훔쳐보고,졸업을목전에둔그녀에대한악질적인소문을퍼뜨렸다는것을.온통수재들이라는그학교학생들은왜고작그런소문때문에그녀를비웃었다는걸까.부모에게사정을전해들은유미는그렇게생각했다.믿기지않지?그런걸로사람을매장할수없다는건너무당연한이야기인데……(「바비의분위기」,p.114)

휴머니즘적이해가능성을차단하는사례들은인간이야말로,등뒤가없는로봇과다르지않을수있다는사실을환기하는것이아닐까.인간은어떻게인간으로남을수있을까.박민정이던지는도발적인물음은그의소설이새로운소설적탐구영역에진입하고있다는사실을흥미롭게증명하고있다.(강동호문학평론가,이계절의소설심사평)

박민정이이렇게어려운문제들을놓고골몰하는이유는무엇일까.“너무당연한이야기”가당연하지않은현실과비인간적인인간사가넘쳐나는사회에서우리가나아가야할자리를묻는박민정의예리한질문들이그의소설을이끈다.2018년『빅이슈코리아』와의인터뷰에서작가는이렇게말했다.“반反지성을경계하고,불의에타협하지않는태도로일관하며,정신을똑바로차린‘날카로운작품’을쓰고싶다.”그렇게꾸준히공부하고용감한목소리를더해가는박민정의소설들은여전히혼란으로가득한2020년을보내는우리에게경솔한정답대신빛나는고민들을안겨줄것이라믿어의심치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