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스로 되돌아가다

랭스로 되돌아가다

$18.00
Description
계급 정체성과 성 정체성은 어떻게 교차하는가?

게이로서, 지식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동 계급 가족을 떠났던 한 사회학자의 극단까지 밀어붙인 자기 분석
푸코 평전 및 레비-스트로스와의 대담집 등을 펴내고, 성적 지배 체계와 소수자의 정체성 문제를 탐구해온 프랑스의 사회학자 디디에 에리봉의 회고록 『랭스로 되돌아가다』(2009)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동성애자이자 지식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동자 계급 가족을 떠났던 저자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과 가족의 계급적 과거를 탐사해나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에리봉은 스스로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아, 계급적 정체성과 성 정체성이 교차되고 갈등을 빚는 모습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동성애자로서 스스로를 정체화했던 그는, 오랫동안 부정하고 멀어지고자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급이라는 과거의 인장이 결코 지워지지 않은 채 남아 있으며, 그러한 부정의 과정이 현재의 그를 빚어낸 과정과 뗄 수 없이 맞물려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책은 사회적 지배질서와 정상성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방식과 그 영향 아래 개인의 주체성이 형성되는 과정을 훌륭하게 포착해내고, 교육의 재생산 효과와 프랑스 지성계의 뿌리 깊은 계급성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식 장을 넘어 일반 독자층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랭스로 되돌아가다』는 프랑스에서뿐만 아니라 영미권, 동유럽과 북유럽, 남미, 아시아 국가들에서 잇따라 번역되며 호평을 받았다. 특히 독일에서는 1년 만에 8만 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그러한 반향은 출판계를 넘어 예술계에까지 이르렀는데, 2014년에는 프랑스 연출가 로랑 아타가 이 책을 각색해 아비뇽 연극제에 올렸고, 2017년에는 ‘사회학적 연극’으로 유명한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가 공연 작품으로 만든 후 독일은 물론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현재까지도 상연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에리봉은 2008년 예일대학 LGBT 연구위원회에서 수여하는 ‘브러드너 상’(주디스 버틀러, 이브 세즈윅, 조지 천시 등이 이 상을 받았다)을, 2019년 영미권 국제학회인 노동계급연구회가 수여하는 제이크 라이언 저술상을 받았다.

한편 자기 자신을 객관적인 분석의 재료로 삼아 일종의 ‘사회 분석’을 시도하는 이 책의 글쓰기 형식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몽테뉴에서 사회학자 부르디외, 소설가 아니 에르노에 이르기까지 ‘자기에 대한 쓰기’와 관련해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프랑스에서, 에리봉의 이 책은 자기기술지/오토픽션에 대한 논의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작품으로 꼽히게 되었다. 또한 정상성 규범의 억압 속에서 자신만의 진실을 탐구하며 스스로를 재발명해나가는 소수자의 글쓰기 사례로서도 숙고할 만한 모범을 제시한다.
저자

디디에에리봉

저자:디디에에리봉
사회학자이자철학자.1953년파리교외랭스의노동계급가정에서태어났다.『리베라시옹』『르누벨옵세르바퇴르』의문예기자로이력을시작해부르디외,푸코,뒤메질등을인터뷰했다.지식인,동성애자로살아가며스스로를노동계급의‘탈주자’라고느꼈던에리봉은,아버지의죽음이후자신과가족의계급적과거를탐사해나가는회고록『랭스로되돌아가다』발표한다.이는계급과다른정체성들이교차되고갈등을빚는모습을예리하게보여주고프랑스지성계의뿌리깊은계급성을파헤쳤다는평가를받으며,지식장을넘어일반독자층에게까지뜨거운반응을불러일으켰다.이후에리봉은대학에서강의하며프랑스지성사,게이·레즈비언문제와퀴어이론등에관심을갖고저술활동을이어가고있다.현재아미앵대학의철학·인문학·사회과학대학교수로재직중이다.

역자:이상길
문화연구자.연세대학교신문방송학과와같은과대학원을졸업하고파리5대학교에서사회학박사학위를받았으며,파리1대학교에서철학과DEA를수료했다.현재연세대학교커뮤니케이션대학원의미디어문화연구전공교수로재직하고있다.《인문예술잡지F》를이끌면서여러분야의학자들과활발하게교류했고,사회이론및미디어문화와관련된다양한연구를진행중이다.『아틀라스의발-포스트식민상황에서부르디외읽기』(2018),『상징권력과문화-부르디외의이론과비평』(2020)등의저서를출간했으며,찰스테일러의『근대의사회적상상』,피에르부르디외의『성찰적사회학으로의초대』,미셸푸코의『헤테로토피아』,디디에에리봉의『랭스로되돌아가다』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1부
2부
3부
4부
5부
에필로그
미주

옮긴이해제
옮긴이해제미주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노동계급의탈주자와게이로서의자기발명
이야기는디디에에리봉이아버지의죽음이후,스무살에떠나온후30년동안한번도돌아가지않았던고향‘랭스’(파리교외)로어머니를방문하며시작된다.저자는아버지가병에걸렸다는소식을듣고도,심지어는아버지의장례식이열린다는소식을듣고도찾아갈생각을하지않았다.그만큼아버지에대한증오는뿌리깊은것이었다.아버지는그시대노동자계급의화신과도같은인물로,자신이되고싶지않은모든것을결합해놓은것같았다.롤랑바르트가어머니의죽음후깊은절망에빠져그절망이그의존재를변화시킬지경이었다고기록했던것과는달리,에리봉은아버지의죽음이그다지고통을안겨주지않았다고이야기한다.그보다는일종의혼돈을불러왔는데,이는그동안잊었다고믿고있었던이미지들을깨어나게하여,아버지를그토록미워하게된이유를생각해보게하고,계급분화와사회적요인들이주체성구성에미치는영향과같은질문들을연이어촉발시켰다.
이책을쓰기전까지에리봉은가족과의단절이자신의동성애성향과,아버지와자신의성장환경밑바탕에깔려있는동성애혐오에의해설명될수있다고생각했고,그것을자신의과거와현재를사유하기위한틀로설정해왔다.그는가족과의단절이출신배경과의계급적단절이기도했다는점을인정하지않으려했다고고백한다.에리봉은자신이왜그러한선택을하게되었는지질문하며,자신의주관적경험을재료삼아전체사회안에서노동자계급이처한상황과그것이재생산되는구조를그려낸다.그리고그러한환경에서성장한노동자계급의자녀들은어떠한궤적을따라성장하게되는지,그안에서이중의소외를겪는자신과같은동성애자에게는어떠한선택지가주어져있었는지이야기한다.에리봉은자신이사상적으로는좌파임을자임하면서도,현실에서는노동자계급가족을외면하고부끄러워했다고말하는데,이렇듯스스로의이중성을분석하는데있어서나동성애와계급의교차성문제를사고하는데있어서에리봉은뛰어난통찰을보여준다.또한프랑스의신자유주의화와제도권좌파의역사적변질이어떻게노동계급의보수화와외국인배척,그리고극우정당지지로이어지는지에대해서도설득력있는해석을내놓는다.

“나자신의인류학자”가되어…
:사회분석으로서의자기분석
『랭스로되돌아가다』의글쓰기형식은각별한주목을요한다.에리봉은자신이이책에서시도한글쓰기를이후‘사회학적자기성찰’이라고이름붙인바있다.그는노스탤지어나나르시시즘적인자기고백으로빠져드는통상적인자서전의서술방식과는철저히거리를두고,사회적인것이개인적인것을어떻게구성하는지보여주는자기분석을위해개인적경험의서사를이론과의긴밀한왕복운동속에투입한다.흥미롭고도가슴아픈가족의이야기를마치소설처럼들려주다가,이를곧장분석대에올려놓고해부의칼을들이대는에리봉의모습은간혹당황스러울정도로냉정하게느껴지기도하는데,애초그가이책을이론서로기획했다가출판사의반대로가독성이좋은지금과같은형태로구성해냈다는뒷이야기를생각하면놀라운일은아니다.에리봉은자기자신역시억압적제도의산물로서사회와여러차원에서존재론적으로공모하고있다는것,그리고자신이그계급을떠나온이상이제는외부자로서이야기할수밖에없다는것을인정하고,자신을구성하는지배의논리를객관화하고그것을끊임없이해체하려고시도한다.

불가능한귀환의시도
“되돌아가다”라는제목처럼,오래전자신이부정하고떠나온그자리로다시돌아가,연구자로서객관화와거리두기를실천하며성공적으로자기기술을한다는것은어디까지가능한일일까.에리봉은다른책에서,어머니와형제들이『랭스로되돌아가다』를읽고이책이가족의진실을제대로담아내지못했다고불평했던사실을털어놓았다.옮긴이가이야기하듯,“어쩌면귀환은,아예불가능하지는않을지라도,실패의흔적들로서만실현가능할지도모른다.”그렇다면이책이거둔성취는무엇보다도“예정된실패를구현하면서도귀환의(불)가능성에끝까지도전했다는데있을것”이다.

디디에에리봉의이름은부르디외,푸코연구자나사회학을공부하는이들에게는잘알려져있지만,그렇지않은독자들에게는다소낯설수있다.이전의에리봉의저서들과비교하면상당히쉽게쓰여있고,일견소설처럼읽혀관련지식이없는독자들도흥미롭게접근할수있는텍스트이지만,이책을보다깊이이해하고싶다면이상길교수의「옮긴이해제」를읽어보면큰도움이될것이다.이상길교수는이책의바탕이되는사회학,철학이론들과사회적배경에대해상세한설명을들려줄뿐만아니라,에리봉의지적여정전체를체계적으로정리해보여준다.또한특정학문이나사상,인물과관련하여책에서분명하게표현되지않은부분에대해서도부가적인해석을덧붙여독자의이해를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