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의 앎 (프란츠 파농의 임상)

시작의 앎 (프란츠 파농의 임상)

$18.00
Description
앎과 관련된 말의 모습을 묻지 않는 곳에서는
오키나와를 사고하는 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
프란츠 파농을 통해
폭력을 감지하는 존재로서 오키나와를 읽어내며,
말이 정지하는 폭력적인 상황에서
미래를 향한 말의 가능성을 찾는다.

『폭력의 예감』 『유착의 사상』 등을 통해 ‘오키나와’를 어떻게 사고해야 할지에 관한 지속적인 물음을 던져왔던 일본의 학자 도미야마 이치로의 신간 『시작의 앎』이 출간되었다. 일본 현대사 속에서 오키나와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내 유일하게 본격적인 지상전이 벌어졌던 곳이자 이후 20년 가까이 미군이 점령했으며 현재는 일본 내 미군기지 시설의 70퍼센트 이상이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도미야마는 그간 여러 저서와 연구를 통해 일본 현대사의 여러 국면에서 폭력적 상황에 처했던 오키나와라는 존재를 오키나와학의 선구자인 이하 후유를 중심으로 읽어냈다.
『시작의 앎』에서 도미야마는 프란츠 파농의 글을 통해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감각과 그와 함께 말이 정지하는 상황에 관해 논한다. 이 책에서는 민족 해방 투쟁 활동가나 포스트식민주의 이론의 담지자로서의 파농을 넘어서 정신과 의사로서의 파농과 그가 수행한 임상의 의미에 주목한다. 어떻게 해도 말이 말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폭력적 상황에 놓인 존재들은 어떻게 자신의 말을 찾아갈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파농의 글을 깊이 독해함으로써 논하며 이처럼 일본인과는 다른 존재로 변별되고 배제되어온 오키나와를 그와 함께 사고한다. 도미야마는 파농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오키나와를 사고한다는 것과도 깊게 연결되어있는 일이며 나아가 읽고 쓴다는 것, 연구라는 행위를 한다는 것과도 연결되어있는 일임을 강조한다.
저자

도미야마이치로

?山一?
1957년교토에서태어나교토대학교농학부를졸업하고같은학교대학원농학연구과에서『근대일본사회와‘오키나와인’』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오사카대학교대학원문학연구과를거쳐현재도시샤대학교글로벌스터디스연구과교수로재직중이다.프란츠파농과이하후유를사상의중심으로삼아오키나와를어떻게사고해야할지지속적인질문을던지고있다.저서로『전장의기억』『폭력의예감』『유착의사상』등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서장 신문공간
1.가계부
2.신문공간
3.파농을읽다
4.대항하기와거슬러올라가기
5.오키나와를생각한다는것

1부시작

1장예감하다
1.오인된다는것
2.“말씨가좀다른데”
3.‘개성’
4.사전배제
5.예감하다
6.시작:인간이기

2장유착하다:휘말리다/떠맡다
1.방어태세의어려움
2.휘말리다:이미남의일이아니다
3.떠맡는것의어려움:사후성이라는문제
4.다른장소로:다초점적확장주의
5.바뀔가능성이있는현재를위해

2부오키나와에서

3장계엄상태로서의오키나와
1.오키나와전투와신문공간
2.방첩
3.신문에대한기억
4.전쟁은계속된다
5.냉전
6.‘그림자’로서의삶
7.불완전한죽음
8.뛰어넘다

4장만나는장
1.오키나와전투‘후’
2.『오키나와노트』
3.공동체
4.우리를이야기할장소

5장단독결기,무수한‘S’에게
1.분노의풍경
2.“이것말고는방법이없었어요”
3.‘광기’
4.취조실
5.정신감정
6.무수한‘S’에게

종장확보하다혹은화요회라는시도
1.임상의앎
2.황야에서만나다
3.화요회
4.태도
5.읽다
6.묻다
7.논의하다
8.논의중독
9.프랑수아

보론1접속하라!연구기계:연구액티비즘을위해
1.연구기계
2.프레카리아트와대학
3.‘수유+너머’로부터
4.1970년대
5.망상-모의

보론2대학의위기?
1.지금무슨일이일어나고있는가?
2.대학은누구의것인가?혹은위기에대해
3.대학해체?혹은‘선생님’이할일
4.대학의가능성

보론3추한얼굴

후기

옮긴이후기

출판사 서평

파농과임상,그리고오키나와

“나는종종아랍인으로오인되어대낮에경관의신문을받았다.”
프랑스식민지였던알제리에정신과의사로부임한파농은종종아랍인으로“오인되어”경관의“신문”을받는다.그는자신이아랍인이아님을설명할수있다.그러나오인된다는경험은말에앞서벌어지며죽음의공포속에서자신의존재를증명해야한다는것,이번에는그증명이통했다하더라도다음번에는어떤식으로분류될지모른다는절망을동반한다.즉무슨말을해도받아들여지지않을지도모르는폭력적상황과늘함께하는것이다.
도미야마는파농이아랍인으로오인되는상황에서,아랍인을○○로두고○○안에들어가는존재들을떠올려보기를제안한다.예를들어우리들은쉽게○○인종이면차별을받을지모르겠지만나는○○인종이아니라는식으로생각할수있으나,애초에○○에정확한기준은없고○○에해당하는이름들이확장되어갈뿐이라말한다.그러므로단순히오인되는것을피하는것이아니라,대기중인폭력에미리방어태세를취하는일이필요한것이다.도미야마는이러한“방어태세를취하는것은지각이자현실을자신의힘으로바꿀수있음을아는일”이며이“지각은말을낳을것이며말은신문공간에서타자와의만남을낳는”것이라말한다.이처럼말이말이아닌것으로배제된영역에서나타나는타자와의관계를떠맡고나와관계없다고여겨지는사람들과만나게해주는것이바로이책이이야기하는‘앎’인것이다.

말은어떻게시작되어야하는가

“오키나와어로담화하는자는간첩으로간주하고처형한다”(오키나와전투당시제32군의군명).“대지진때표준어를못한다는이유만으로많은조선인들이죽임을당했다.자네들도오인되어죽임을당하는일이없도록해라”(오키나와에서오키나와어를교정하려던교사).

오키나와인의발화는앞서파농이경험한‘오인되는’것과같은성격을가진다.오키나와인은파농의경우와같이자신이○○이아니라고설명할수있으나이러한상황역시공포와절망이함께한다.이처럼“말을하고있는데말하고있다고간주되지않는”폭력적상황에처한존재로오키나와가있으며,도미야마는이와같은방식으로파농을통해오키나와를읽어내고있다.그렇다면오키나와인에게이러한상황은어떤식으로지속되고있는것인가.

도미야마는(태평양전쟁당시)오키나와전투를계엄상태로정의한다.이계엄상태는전투당시만을한정하는것이아니다.그것은오키나와가끊임없이주권의가장자리혹은예외적위치에놓여있음을가리키며,이러한주권의예외화라는영역과관련된역사성을나타내는말임을오키나와의현대사를짚어나가며밝힌다.

“오키나와는식민지인가,아니면국내의한지역인가?오키나와근대를생각할때는늘이러한식민지와국내의한현이라는위치사이에서흔들리는오키나와라는장소가있다.오인되는것이다.그뿐만아니라1945년이후의전후오키나와를생각할경우,1972년까지이어지는미국의오키나와통치가이문제를복잡하게만든다.미국의오키나와통치의법적특징은주권은일본에있지만통치는미국이한다는점이었다.”(109쪽)

“식민주의적인점령과계엄상태가맞닿게되는통치가바로전후세계에지속되는폭력의문제가아닐까라는점이다.그리고실로이러한영역과관련된역사를어떻게생각할것인가가오키나와근현대가안고있는계엄상태라는물음이아닐까?그런의미에서오키나와전투는오늘날까지이어지는물음이기도하다.”(110쪽)

이러한오키나와의역사는개인들에게어떠한상흔을남기는지도미야마는1960년대후반진행된오키나와전투체험에관한구술조사작업과1966년오키나와에서는처음으로진행된‘정신위생실태조사’를통해살펴본다.도미야마는오키나와전투가남긴상흔이감지되는상황에서말이어떻게시작되는가를검토해보고자한다.즉“오키나와전투와관련된어떠한흔적이존재한다면,그흔적은어떠한말로이야기되어야할까?”라는물음을지속적으로던지고있는것이다.도미야마는그물음에가까워지려는시도를,1970년오키나와차별에항의하며도쿄타워에서인질을잡고농성한도미무라준이치와같은이들의구체적인목소리를통해보여주고자한다.

도미야마는이책을통해말이말이아닌것으로배제된영역에서나타나는타자와의관계를떠맡고나와관계없다고여겨지는사람들과만나게해주는것이바로이책이이야기하는‘앎’이라말한다.도미야마는“앎이개인을전제로한소유물이아니라사람들사이에서오가는집단적인말”이라면이러한앎이연결될수있는‘장’이필요하며,“프란츠파농이끝까지놓지않았던임상역시바로그같은장”이었다고설명한다.또한도미야마가매주진행하고있는‘화요회’라는논의공간과그가한국에서만났던이들과의논의역시그러한‘장’이된다.
『시작의앎』에서도미야마는파농의글을비롯한다양한글과사례를통해폭력적상황에놓인존재들은어떻게자신의말을찾아갈수있는지논한다.도미야마의이러한문제의식은5·18을비롯한한국현대사의여러국면과도겹쳐읽을수있으며,소수자를○○로명명하며배제하는현재사회문제를비판적으로읽도록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