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표를따라가지않는이들에게따라오는무수한질문
한사람을따라갈때는어디가는지몰라도됐는데한사람을잃어버리고부터는생각해야했다.이게이마를짚고핑그르르도는사과의일이더라도
사람을잃어버리고돌아가면사람들은물어올것이고
중간에무슨일이있었는지설명할수없는나는아직돌아가지못하고있었다.
―「야유회」부분
무슨일인가가일어났다.임승유의화자들은“무슨일이있는지알아보느라”(「어느날오후」)아무일도못할정도이지만계속해서사건을하나의일로정의하는데실패한다.실패하는이유는화자가사건을명료한의미로축소하지않고“어떤의미가되기이전의상태,그것이무엇인지는알수는없지만어떤기분이되려하는그지점”(김태선)에놓여있기때문이다.“한사람을따라갈때는”자연스레그사람을따라가게된다.이끄는대로가면원하는곳이나오는것이자연스러운일이기때문이다.그런데문득눈앞에한사람을놓쳐버렸을때,내가가야할방향을알수없다면?바로그순간부터이야기는완전히달라진다.“술병에서는술냄새가나고”“헛간에서는헛간냄새가”(「대식씨」)나는명확하고단일한의미의세계를벗어난화자는이세계에서길을잃은자이자,단단하게뭉쳐있는것처럼보이는세계의틈을발견한자이다.
그리고‘한사람’로대변되는단일한세계에서주어진방향을잃어버린이들은곧장새로운사태를마주해야한다.“중간에무슨일이있었”는지,무슨일이있었기에앞서가던사람을잃어버렸는지에대한질문에응답해야만하는것이다.
자신의방식으로이세계에남기위한의지의응답
의자가스물아홉개라서서른번째나는의자를갖고오는사람이되기로했지.
뭐든되기로하면되는거지.의자에앉아서생각하다가의자에앉아생각하는사람이되었다.너는여기에없는사람처럼구는구나그럴거면뭐하러여기있는거야
이런말을듣고나면손을쓸수없다.
―「생활윤리」부분
화자가이세계로부터받게되는질문은구체적으로이런형태일것이다.“너는여기에없는사람처럼구는구나그럴거면뭐하러여기있는거야”하나의의미로축소하는것이아니라어느방향으로갈지모르는미완의자리를발견한이에게‘뭐하러여기있는거냐’는질문이주어진다.그리고시인은말한다.“나는여기있으려고그랬던거다”라고.
준비된의자는“스물아홉개”뿐이지만,화자는“의자를갖고오는사람”이되기를기꺼이자처한다.단일한세계에속하기를강요하는질문들앞에서스물아홉개의준비된의자에어떻게든앉으려는것이아니라새롭게의자를하나더준비하는사람,그래서세계에자리잡은다른이들옆에앉으려는사람으로서‘여기’에남기를선택하는것이다.
여름에쌓아올린과일바구니가겨울로쏟아져
경사면이생겼다
[……]
나는겨울로왔고너는
여름에있었다
―「지역감정」부분
경사면을세우고여름으로표상되는과거를겨울로쏟아낸다.이것은과거를재현하는것이나회상하는것이아니다.하나의바구니안으로서로다른시간에속한다른것들을한데몰아넣는것에가깝다.과거에일어난일이과거에머무르게만하지않고,현재에속한일이현재에만귀속되지않도록시공간상의위계를지우는일은,앞서시인이새로운의자를가져왔던행위처럼,단일하게지속되는이세계의시간에등장할상상치못한열린미래를기대케한다.시인은‘여기에없는사람처럼’존재하며차별과배제로이뤄진세계에서계속존재하기위해글을쓴다.“시인은계속해서시를쓰는일과함께갈수있는데까지가보려한다.할수있는데까지해보려한다”(김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