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는 사람에게 (안태운 시집)

산책하는 사람에게 (안태운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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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경계를 무화시키는 언어와 전복적인 형식으로 주목받아온 안태운의 두번째 시집 『산책하는 사람에게』(문학과지성사, 2020)가 출간되었다. “단단하면서도 독특”한 문장으로 “장면의 전환과 시적인 도약”을 일으킨다는 심사평을 받으며 제35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감은 눈이 내 얼굴을』 이후 4년 만의 신작이다.
이번 시집에서 안태운은 멈추지 않고 흐르는 언어의 유동성을 따라 산책하듯 이 세계를 거닌다. “나는 어디에 있을까, 어디로 가야 할까”(「계절 풍경」) 자문하고 “나를 어디까지 나눌 수 있을까”(「동행을 따라다니는 풍경」) 고민하는 분열증적 주체의 자리를 모색한다. 이 과정에서 안태운은 특정한 대상에 안착하기보다 시적 이미지들이 연결되는 흐름에 주목한다. “약속된 장소에 도착”(「이국 정서」)할 즈음 다시 출발하는 방식으로 어디에도 체류하지 않는 배회의 상태를 지속한다. 이는 화자가 ‘나’와 ‘현재’라는 익숙한 시점(視點/時點)에도 머무르지 않음으로써 폭넓은 변화의 풍경을 자아낸다. 그러므로 『산책하는 사람에게』는 고정된 자아와 체계의 바깥으로 걸어 나가 일상의 이면을 돌아보는 경험을 선사한다. 그 여정에서 읽는 이로 하여금 생의 예기치 못한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저자

안태운

1986년전북전주에서태어났다.2014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감은눈이내얼굴을』이있다.제35회김수영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빈방의빛/인간의소리/목소리/그것을필요로하지않는움직임/창문을열어놓을때곳에따라비/이윽고겨울밤/눈내리고/자장가/안개비/이후

2부
공터를통해/흰개를통해/흘러가본거울또거울을흘러가서/백설/풍등/열린창과열린문/동행을따라다니는풍경/구름과생물/말/심을수있는마당/방죽으로/호수눈/더깊은숲으로

3부
산책했죠/그편지를/영상밖에서/들풀향기/가을이오고있었고/그리고나는어떻게되었지?/물레로/여생

4부
집에서시퀀스를연습하세요/귀여움을잘아는친구에게/이국정서/시산제/사위는것들사위어가고/하루/휴일/미래는수영장/여름을떠올릴수는있었지만……/어느주말에이르러침대와의자/편지에대해편지쓰는사람을/행인들

묘사
계절풍경

출판사 서평

흐르듯세계를관통하는시어
정주하지않는삶의이채로운풍경들

경계를무화시키는언어와전복적인형식으로주목받아온안태운의두번째시집『산책하는사람에게』(문학과지성사,2020)가출간되었다.“단단하면서도독특”한문장으로“장면의전환과시적인도약”을일으킨다는심사평을받으며제35회김수영문학상을수상한『감은눈이내얼굴을』이후4년만의신작이다.
이번시집에서안태운은멈추지않고흐르는언어의유동성을따라산책하듯이세계를거닌다.“나는어디에있을까,어디로가야할까”(「계절풍경」)자문하고“나를어디까지나눌수있을까”(「동행을따라다니는풍경」)고민하는분열증적주체의자리를모색한다.이과정에서안태운은특정한대상에안착하기보다시적이미지들이연결되는흐름에주목한다.“약속된장소에도착”(「이국정서」)할즈음다시출발하는방식으로어디에도체류하지않는배회의상태를지속한다.이는화자가‘나’와‘현재’라는익숙한시점(視點/時點)에도머무르지않음으로써폭넓은변화의풍경을자아낸다.그러므로『산책하는사람에게』는고정된자아와체계의바깥으로걸어나가일상의이면을돌아보는경험을선사한다.그여정에서읽는이로하여금생의예기치못한가능성을발견하도록이끈다.

숲으로들어갔어요깊은숲으로더깊숙이들어갔어요길이없는숲으로더들어가자오솔길이나왔습니다
-「더깊은숲으로」부분

경계를유유히가로지르는산책자

안태운에게‘나’는한사람이아니다.그것은시집전반에걸쳐등장하는모든대상을아우르는텅빈기표에가깝다.무엇도아니기에모든것이될수있는주체인것이다.이러한설정은시인특유의유려한문체와맞물려독특한전이와확장의이미지를만들어낸다.

나는흰개마저잃어버렸네.옆사람은나를쓰다듬었지.상심하지말라고,엎드려흰개의흉내를내며.
-「공터를통해」부분

나는옆사람과흰개와함께공터바깥을산책하던중흰개를잃어버린다.그러자옆사람은나를쓰다듬으며“상심하지말라고”위로한다.심지어“엎드려흰개의흉내를”내기까지한다.여기서‘쓰다듬다’라는동사는하나의통로로써역할한다.옆사람이쓰다듬는대상인나의위치를슬며시흰개의자리로옮겨놓기때문이다.이는사람이개가될수있음을넌지시암시하면서옆사람이흰개처럼변모하는마지막장면까지설득적으로바꾸어놓는다.이처럼안태운은개별의차이를부드럽게지우고존재와행위를일련의동일성으로연결짓길반복한다.이러한전개의예측할수없는흐름을좇아새로운아름다움에가닿으려는시도를멈추지않는다.

끝에이르러한번더내딛는발걸음

시인의산책은경이로운장면앞에서멈춘다.그이미지는“빈방,그사이를통해끊임없이들려오는소리”(「빈방의빛」),“침묵뒤웃음.끝없는인간의소리”(「인간의소리」)처럼공허한여백을채우는음성과함께현현한다.

건너편천변을바라보게되었다.큰언니와어린아이가함께걸어가는장면을.[……]언니들에둘러싸인채아이는사방을올려다보고조잘거리고조잘거림을듣고,그럴때어떤기분일까어떤충만함일까,나는그게마냥이어지기를바랐는데,그장면은떠나가고어느샌가나는벤치에앉아있었다.
-「계절풍경」부분

봄을맞아외출한화자는아지랑이,물비늘,푸른하늘을구경하다가천변에서여자아이들을발견한다.그중에서가장어린아이의관점으로자신을둘러싼이세계를낯설게올려다본다.그것은어떤“기분”과“충만함”일지정확히가늠할수없으나“마냥이어지기를”바라게되는“조잘거림”의“장면”이다.그렇지만충일의순간은내가붙박여있고자해도내곁을떠나간다.속절없는시간의흐름처럼간직할수없는풍경으로사라진다.그러므로『산책하는사람에게』를읽는일은끊임없이흘러가버리는이세계의아름다움속에서차마잊을수없는장면들에대한애틋한향수를불러일으킨다.“어제본풍경”이덧없이지나가버리더라도그것이“내일볼풍경”으로다시돌아오리라는믿음을회복하는일이될것이다(「물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