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는 먼 집 (허수경 시집)

혼자 가는 먼 집 (허수경 시집)

$12.00
Description
“나는 비애로 가는 차 그러나 나아감을 믿는 바퀴”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는 애틋한 목소리의 시
『혼자 가는 먼 집』(1992. 통쇄 32쇄)은 세간의 비참과 내면의 허기를 노래해온 허수경의 시집이다. 일말의 포즈 없이 진정성을 향한 열망으로 씌어진 시편들은 하나같이 버림받다, 아프다, 무너지다 같은 절망적 어사들로 짜여 있으나 동시에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불취불귀不醉不歸」) 살아가려는 의지 또한 드러낸다. 그것은 “아린 손가락 끝으로 개나리가 피”(「쉬고 있는 사람」)어나리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서 “하릴없이 죽지는 않겠다”(「울고 있는 가수」)는 애처로운 다짐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혼자 가는 먼 집』을 읽은 일은 삶의 지속이 곧 상처의 증식임을 인지하면서도 이를 기꺼이 수용하며 나아가는 시적 고행을 조심스레 뒤따라보는 과정이 될 것이다. 한국 시사에 아름답고 처연한 목소리를 아로새긴 허수경의 애잔한 비가에 가만히 귀 기울여보는 경험이 될 것이다.

환하고 아픈 자리로 가리라
앓는 꿈이 다시 세월을 얻을 때
-「공터의 사랑」

디자인 노트_신해옥

1992년에 펴낸 『혼자 가는 먼 집』의 해설을 쓴 박해현 기자는 “허수경의 시에는 멈출 곳 없어 헤매는 유랑 가수의 마음이 그려내는 지도가 들어 있다. [……] 그 가수는 그런 의미에서 아프고 정처없이 건들거려야 할 뿐만 아니라 제 목소리와 곡조에 “버리고 떠나온 한 비럭질의 생애”(「원당 가는 길」)를 싣고서 그의 건들거림을 되새김질한다. 그 건들거림의 발자국이 만드는 옴팍한 속에는 “내일의 노래란 있는 것인가/정처없이 물으며 나 운다네”(「늙은 가수」)라는 신산한 세상살이와 막막한 방랑의 운명에서 길어올려진 눈물이 고여 있다”라고 했다. 2020년에 다시 펴내는 『혼자 가는 먼 집』의 리커버 한정판의 새로운 디자인은 분리될 수 없는 몸과 마음처럼, 그 지도 위에 누추하고 쓸쓸하게 남겨진 마음을 따라 시편이 발자국이 되어 그 뒤를 추적한다.
저자

허수경

1964년경남진주에서태어났다.시집『슬픔만한거름이어디있으랴』『혼자가는먼집』을발표한뒤1992년늦가을독일로가뮌스터대학교에서고고학을공부하고박사학위를받았다.그뒤로시집『청동의시간감자의시간』『빌어먹을,차가운심장』『누구도기억하지않는역에서』,산문집『나는발굴지에있었다』『그대는할말을어디에두고왔는가』『너없이걸었다』,장편소설『모래도시』『아틀란티스야,잘가』『박하』,동화『가로미와늘메이야기』『마루호리의비밀』을펴냈고,『슬픈란돌린』『끝없는이야기』『사랑하기위한일곱번의시도』『그림형제동화집』등을우리말로옮겼으며,동서문학상,전숙희문학상,이육사문학상을수상했다.2018년가을뮌스터에서생을마감했다.유고집으로『가기전에쓰는글들』『오늘의착각』『사랑을나는너에게서배웠는데』가출간되었다.

목차

1.
공터의사랑|불우한악기|불취불귀(不醉不歸)|울고있는가수|정든병|흰꿈한꿈
마치꿈꾸는것처럼|연등아래|상처의실개천에저녁해가빠지고|저무는봄밤
명동,카바이드불|혼자가는먼집|저잣숲

2.
저나비|무심한구름|사랑의불선|바다탄광|산수화|쉬고있는사람
아버지의유작노트중에서|골목길|서늘한점심상|먹고싶다…|씁쓸한여관방
산수화|아직도나는졸면서|하지만애처러움이여|갈꽃,여름|늙은가수
정처없는건들거림이여|왜지나간일을생각하면|저산수가

3.
저누각|청년과함께이저녁|도시의등불|표정1|가을벌초|표정2
꽃핀나무아래|봄날은간다|기차는간다|한그루와자전거|원당가는길

4.
저마을에익는눈|등불너머|저문은어디로갔을까요|나를당신것이라|거름비
불귀|시|남해섬엣여러날밤|유리걸식|세월아네월아|저이는이제|산성아래
내속으로|백수광부

출판사 서평

“전통은예외와조우하면서또다른미래로나아간다.”

우리가사랑해온여성시인들,
이시대여성북디자이너와텍스트로만나다

문학과지성시인선디자인페스티벌

1978년에시작된문학과지성시인선은2017년에통권500호를돌파한이래550권에이르는독보적인한국현대시사를써오고있다(2020년12월12일현재).그동안문지시인선은초기디자인의판형,용지,제본방식을포함한주골격을유지하되(오규원디자인,이제하김영태컷),100호를단위로표지테두리의기본색깔을달리하고,내지와표지에쓰인글꼴의크기와배치에미세한변화를부여하는선에서본래디자인의전통성을지켜왔다.표지전면의액자프레임과시인의독특한캐리커처로대표되는시집의얼굴은그과감한색면디자인과압도적인은유로문지시인선의정체성을상징해왔다.45년가까이유지돼온이디자인은시대를앞서는사유의진폭과언어미학의정수를담아온문지시인선의역사이자,올해로창사45주년을맞은문학과지성사출판사(史)와동궤의시간의무게를안고있다.

이제문학과지성사는문지시인선의열린미래를향해새로운모색과도전을시작한다.그첫기획으로,시대와세대를가로지르며많은독자에게사랑받아온여성시인최승자,허수경,한강,이제니의시집과지금가장개성적이고주목받는작업을펼치고있는여성북디자이너김동신(동신사),신해옥,나윤영,신인아(오늘의풍경)가만나문지시인선의특별한얼굴을선보인다.이번시집디자인페스티벌에함께한북디자이너들은각각독창적이고도흥미로운디자인적해석으로운문본래의리듬과정서를존중하되,2020년새로운시텍스트해석에신선하고도도전적인활력을불어넣고있다.디자인의기초인타이포그래피와만져지고느껴지는종이의뚜렷한물성을총체적으로결합해낸이번특별한정판은,이미필사와암송의텍스트로애정을쏟아온독자들에게는반가운선물이,미처접하지못한독자들에게는여전히강렬하게작동하는현대시사의정수를경험하는값진기회가되어줄것이다.

전통은‘예외’와조우하면서다른미래를예감하고또다른시작의첫발을뗀다.이번문지시인선의낯선얼굴들은‘디자인문지’를위한모색이자,문지시인선의그다음‘500호’를향한기꺼운출발인셈이다.시의언어가북디자인의물성(物性)과부딪치고서로에게스며들며매혹적인만듦새의결정체로거듭나는이축제의자리에독자여러분을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