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영원했다 (정지돈 장편소설)

모든 것은 영원했다 (정지돈 장편소설)

$13.00
Description
“이 소설은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증언이다”

어제를 보여주는 미래의 책 또는 오늘을 사유하는 어제의 책
인용과 질문과 농담과 아이러니로 연결되는
정지돈이라는 소설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 작가 정지돈의 장편소설 『모든 것은 영원했다』. 이 소설은 한때 미국 스파이로 오인 받던 공산주의자 현앨리스의 아들인 실존 인물 ‘정웰링턴’의 삶을 주축으로 삼는다. 정지돈은 건조한 정보에 풍부한 허구를 뒤섞고 필연과 우연, 회의와 믿음을 오가는 진지한 담론에 실없는 농담을 교차시키면서 정웰링턴과 그 시대 사람들에게 지면을 내어준다. 흩어져 있던 이미지, 자료와 텍스트가 정지돈을 경유해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었다

정웰링턴의 살의 궤적 가운데 이 소설에서 주로 다뤄지는 부분은 헤프에서 시작해 헤프에서 끝난 체코 생활이다. 정지돈은 빈약한 사실 사이를 추측과 상상으로 채우고 타임테이블을 뒤섞으면서 정웰링턴을 통해 생각한다. “시간은 기억 속에서 거리를 상실했고 종이를 반으로 접어 펜으로 구멍을 뚫은 것처럼 의식의 지평 위에 14년 전과 14년 후가 겹쳐졌다.” 체코에서의 마지막 시기와 처음 도착했을 때가 교차 편집되면서 정웰링턴의 기억과 생각은 다른 등장인물의 이야기나 작가가 바깥에서 끌어온 텍스트들과 함께 쏟아져 내린다.
인용과 질문과 아이러니로 가득 찬 이 지적인 책을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을 생각하고 그들을 통해 생각”하며 보내진 편지? 정지돈이 큐레이팅한 전방위 네트워크? 작가는 아마도 특유의 방식대로 응수할 것 같다. 제 소설 “전체를 통칭할 수 있는 말은 없고 생각해보지도 않았습니다”(니콜라 레). 무엇이라 부르든, 지나간 세기의 기록이 어떻게 오늘 우리의 현실로 이어질 수 있는가를 모색하는 그의 접근 방식에 동참해보기에 적절한 연말이다. 『모든 것은 영원했다』 속 겪어본 적 없는 그리운 세계를 방 안에서 경험해보기 바란다.
저자

정지돈

2013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소설을발표하기시작했다.『내가싸우듯이』『우리는다른사람들의기억에서살것이다』『농담을싫어하는사람들』『작은겁쟁이겁쟁이새로운파티』『야간경비원의일기』『문학의기쁨』(공저)『영화와시』등을썼다.2015년젊은작가상대상,2016년문지문학상을수상했다.2018년베니스건축비엔날레한국관작가로참여했다.

목차

모든것은영원했다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Q.소설에어떤신념을담으려하나요?
A.복잡성.오해의여지가많은이야기가좋습니다.
사실우리의삶이전부복잡하잖아요.
소설도삶처럼레이어로가득했으면좋겠습니다.
-매거진B,『JOBS잡스:NOVELIST소설가』인터뷰에서

“나는언제나아무것도하지못한사람에게매혹당했다”
정웰링턴에대해알려진기록은적다.독립운동가이자공산주의자인현앨리스의아들.1927년10월하와이에서태어나자랐다.1945년외항선을타는선원이되었다.1947년UCLA의예과에서잠시수학했다.1948년프랑스,독일을거쳐체코의헤프에도착했다.이듬해프라하찰스대학교의대에입학했다.1955년의사가되었다.1958년소비에트출신의체코여성안나솔티소바와결혼해딸타비타를낳았다.그해10월정웰링턴은미국시민권을포기했고체코시민권을요청했다.1959년4월귀화했다.1962년11월헤프시립병원중앙연구소소장으로임명됐다.1963년11월병원해부실에서독극물을삼키고자살했다.그는하와이이민1세대집안의자식으로미국시민권자이지만동양인이었고자주인종적편견을겪었다.북한으로가길바란공산주의자였지만북한은미국시민인그를배척했다.그의어머니는북한에서미국스파이로몰려처형당했다.체코비밀경찰의협력자로활동했으나체코경찰은그가공산주의자라는사실을믿지않았다.정웰링턴은미국,북한,체코어디서도받아들여지지않았다.
『모든것은영원했다』는이러한사실을기반으로하지만선형적인삶은큰의미가없다.약술된정웰링턴의궤적가운데이소설에서주로다뤄지는부분은헤프에서시작해헤프에서끝난체코생활이다.정지돈은빈약한사실사이를추측과상상으로채우고타임테이블을뒤섞으면서정웰링턴을통해생각한다.“시간은기억속에서거리를상실했고종이를반으로접어펜으로구멍을뚫은것처럼의식의지평위에14년전과14년후가겹쳐졌다.”체코에서의마지막시기와처음도착했을때가교차편집되면서정웰링턴의기억과생각은다른등장인물의이야기나작가가바깥에서끌어온텍스트들과함께쏟아져내린다.정웰링턴이역사의희생자,시대의열외자인것은명백한사실이지만정지돈이소설에서시도하는것은그를(또한그들을)위로하거나숨겨진진실을밝히거나카타르시스를자아내는일이아니다.작가가생각한정웰링턴은실제와는다른세계에있다.그러나역사에희미한족적만을남긴존재가이어가는소설적현실은작가의의도와는상관없이이상하게슬프고웃긴데신기하게도따뜻하다.이것이추천사에서학자김수환이이야기한‘인간다움’일수도있겠다.“아무것도하지못한사람들은능력이없는것이아니라부정의능력을가지고있다.유능함이자신을증명하는종류의능력이라면불능은세계를증명하는능력이다.”시대와세계에받아들여지지않은‘불능자’정웰링턴의딜레마를따라가며정지돈의소설을이해할수있는것이다.

소설속에서윌리와안나,이지는모든것에대해고민하고대화를나눌자유가있다.실제삶에서시간이그들을속박했기에소설에선그럴필요가없었다.그러나문학에는문학의룰이있고시간은언제나우리를제어한다.나는항상성과돌연변이가우연과필연에대한논의를거쳐역사에닿는광경을보고싶었다.텍스트는나보다먼저생각하므로정웰링턴의죽음이전에겹쳐진픽션의레이어를따라드러난형상을보고싶었다.이곳에서정웰링턴은죽지않을것이기에생각역시끝나지않을것이다.(p.158)

과거에좋아했던이책을지금도좋아하는이유는[…]그러한말을할수밖에없었고그러한말이나왔던세계에감응하기때문이다.거창하고확신에찬말,우울하고울분에찬말,자조적이고냉소적이고아름답고비참한말.모든시대는모든시대를꿈꾸게한다.이러한종류의꿈은서로다른맥락과선으로얽혀서옳고그름을구분하기보다선들의흔적을쫓아가는것에의미를둬야한다.
-『영화와시』에서

“모든시대는모든시대를꿈꾸게한다”
이소설의제목은알렉세이유르착의문화연구서『모든것은영원했다,사라지기전까지는』에서차용한것이겠다.“우리시대가기억하는가장가까운‘종말’의체험”인소비에트사회주의체제붕괴즈음의사람들이살아간방식을새롭게조명해낸,“‘후기’사회주의소비에트의일상적삶이근대‘이후’를살아가는우리의삶과만들어내는기이한공명”(김수환)을느낄수있는책이다.오늘날우리삶과의“기이한공명”을느낄수있다는것은두책의공통점이다.소설후반부「미래를전망함」부터관찰자이자서술자인‘나’가전면에등장한다.나와‘젊은맑시스트’는정웰링턴이체코에서의삶을시작하고마쳤던도시인헤프에가그의흔적을찾는다.그곳에서산책하고대화하고관찰하고경험한모든것을기록하는동안둘은정웰링턴을알고있다는사람을우연히/필연적으로만나게된다.소설의일부인동시에일종의작가노트이기도한이러한방식을통해정지돈은과거애호와그것의전시를넘어현실과의연계를좀더실천적으로시도하고있다.
또한정지돈이참고한다양한텍스트중‘편지’에주목해본다.작가가인용한리카르도피글리아의말처럼편지는검열자가있던시기‘말할수없는것을어떻게말할것인가’에골몰한흔적이고,“편지를쓴다는것은미래로메시지를보내는일이다”.“편지를쓰는동안,우리는그자리에없을뿐아니라,지금어떤상태인지도[…]모르는사람과현재시제로대화를나누다가,나중에야서로의이야기를읽게”된다.“역사의어느지점에서정웰링턴과마주”쳤을그의동시대인들은부단히편지를주고받는다.“자기시대의사건들을반영하지않을수없다”는거창하고진지한발언부터“내사는곳이제일춥구나”하는시시콜콜한이야기까지,우리는과거에보내진편지를그들의미래이자우리의현재인오늘별다른거리감없이읽으면서과거-현재-미래의뒤섞임을다시한번경험할수있다.어쩌면정지돈의소설을읽는경험도이와비슷한일이아닐까.

*표지사진은폴란드에서태어나노르웨이에서활동하고있는독일사진작가DamianHeinisch의작업이다.1945년그의할아버지는우크라이나로이송되던중실종되었고1978년그의아버지는가족을이끌고독일로내쫓기듯이민을갔다.DamianHeinisch는아버지와할아버지가겪은일종의강제이주겸기차여행에서영감을받아우크라이나에서노르웨이오슬로까지기차로유럽을횡단하며사진을찍었다.그는이기차프로젝트theTrainProject를사진집『45』로출간했고,이사진집은소설가이상우를통해정지돈에게전달되었다.표지에사용된두사진은사진집에미수록된작업이다.시점도장소도불분명해보이는사진들의제목은도시간거리를의미하지만기준점이어디인지는알수없다.

[추천의말]
여기정웰링턴이라는한남자에관한기록이있다.관점에따라불운했다고도혹은무능했다고도말할수있겠으나,어쨌든자신의‘불능’을통해모든것이영원했던한세계를증명할수있었던인물이다.픽션도,논픽션도,그렇다고다큐나에세이도아닌이‘상상의’기록을과연뭐라고부를수있을까?「소비에트더하기전력LesSovietsplusl’?lectricit?」(2001)을만든니콜라레는자기영화의장르를묻는질문에이렇게답했다.“제영화전체를통칭할수있는말은없고생각해보지도않았습니다.”

언제부턴가나는소설가정지돈을우리시대의뛰어난전시기획자로생각해왔다.소설과뮤지엄의이런비교는공연한수사가아니다.슐레겔은소설을‘장르중의장르’로여겼는데,소설이그속에다른모든것을담아낼수있다는것이그이유였다.또,언젠가보리스그로이스는19세기에소설이했던것과똑같은역할을오늘날수행하고있는것은다름아닌뮤지엄전시라고말한바있다.전시는모든장르와매체를아우를뿐아니라결정적으로초trans역사적인공존과연결을보장한다.그곳에서파라오의미라는뒤샹의변기와나란히놓일수있다.또한그렇게만들어진전시물이(비록뮤지엄공간내부이긴하지만)그자체로‘실제삶속의’현실이기도하다는점을덧붙일수있겠다.그런데그와비슷한것들은이미인터넷에서이뤄지고있던것이아닌가?이를테면디깅과아카이빙문화,그와연결된취향의리스트는이미익숙한풍경이다.그러나인터넷과뮤지엄전시의중요한차이점은인터넷에서는자신이찾고자했던것들만을찾을뿐이지만,전시에서는본래의관점이나흥미로볼때그다지보고싶어하지않았을것들까지를보게된다는점에있다.

정지돈의특이한전시소설exhibitionnovel들에선‘모든것이가능해보였던’지난세기를향한노스탤지어가느껴진다.하지만알다시피수집가의갤러리에놓인파편들은결코총체성의큰그림을제공하는법이없다.기껏해야되려다만서사,역사의꼬인매듭들,모호한시적알레고리가전부다.라파엘히슬로다에우스RaphaelHythlodaeus.“허튼소리를퍼뜨리는사람”혹은“무의미한것에박식한사람”이라는뜻을가진이름이다.토마스모어가이안내자의설명과함께독자를데려간곳은다름아닌「유토피아」였다.

유토피아에붙들린자들의문제는자신이어느시간대에속하는지를모른다는것이다.“현재의시간에미래의시간을기입했고미래의시간을과거의시간에기입했”던정웰링턴이그랬고,“옛것과새것의조화가완벽히이루어지지않은채로역사를10년단위로감았다풀었다하는꼴”인젊은맑스주의자도그랬다.아마도정지돈은이사회의열외자들,“누구나공감할만한문제와연결된감수성을갖지못한”자기와같은시대착오자들이수없이많을것이고,그런사람들이자기소설을읽어줄거라믿고싶은듯하다.나도그러기를바란다.하지만그러려면무의미(혹은무능)의감각과유토피아(혹은향수)의감각을결합할줄아는‘정지돈스러운’사람들이좀더많아져야한다.내가늘신기해하고또다행이라고생각하는점은,인간이란자기가한번도가져보지못한것들에조차그리움을느낄수있는존재라는사실이다.심지어나는그능력이인간다움을측량하는중요한척도중의하나라고주장하고싶다.

시대착오적인향수를간직한이들을위한정지돈의초대장이또한권도착했다.이번엔한국(과북한)의근현대사를다루고있으므로좀더친숙하고가까운이야기일것도같지만,실상은그렇지않다.갖가지이미지와에피소드,도큐먼트와사물들이어지러이뒤섞인전시실의풍경은여전히그대로다.이번에도그풍경은지금여기‘우리의’절박하고중대한(당면)현실못지않게한세기전‘그들의’멀고낯선과거에도관심을둔사람들을위한것이다.외려그들의지나간꿈과기대,신념과실패를마치동시대인의그것마냥느낄줄아는,조금이상한사람들을위한것이다.누가알겠는가.당신역시“무의미한것에박식한사람”이이끄는저전시실의풍경속에서낯선이물감대신왠지모를편안함과자유로움을경험하게될지도.그렇다면이제당신이정지돈뮤지엄의관람객museum-goer이될차례다.
김수환(한국외대교수,러시아문학연구자)

라파엘히슬로다에우스.“허튼소리를퍼뜨리는사람”혹은“무의미한것에박식한사람”이라는뜻을가진이름이다.토마스모어가이안내자의설명과함께독자를데려간곳이바로「유토피아」였다.무의미의감각과유토피아의감각을결합할줄아는사람들이좀더많아져야한다.내가늘신기해하고또다행이라고생각하는점은,인간이란자기가한번도가져보지못한것들에조차그리움을느낄수있는존재라는사실이다.나는그능력이인간다움을측량하는중요한척도중의하나라고주장하고싶다.김수환(한국외대교수,러시아문학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