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식 독서법 (김솔 소설집)

유럽식 독서법 (김솔 소설집)

$14.00
Description
“히치하이커 중 한 명은 흑인이고 다른 한 명은 백인이라면
당신은 누굴 태우겠어?”

이민자, 홈리스, 유색인…… 배제된 이들의 삶
치밀한 각도로 비춰내는 유럽의 민낯
세계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을 소설적 실험으로 구현해내는 김솔의 세번째 단편집 『유럽식 독서법』(문학과지성사, 2020)이 출간되었다.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이자 표제작인 「유럽식 독서법」을 비롯해 총 여덟 편의 수록작 제목 앞에는 소설의 배경이 된 국가명이 제시된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에서 그리스와 알바니아까지 동서를 가로지르는 유럽이 이번 소설집의 주 무대이다. 김솔은 유럽의 전형적 낭만 이미지를 걷어내고 유색인, 이주노동자, 빈민 등의 차별 문제를 다양한 신화나 종교적 소재와 연결하여 여러 갈래의 서사로 구현한다.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유럽을 낯선 방식으로 직시하도록 하지만 결국 202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유효한 인간 사회의 부조리를 이야기한다. 부정과 불행을 불쾌하지 않은 유머로 풀어내며 끝내 희망의 자리를 짐작하게 하는 김솔 소설의 힘이, 겨우내 집 안에 갇힌 우리에게 새로운 봄을 상상하게 해주리라 기대한다.
저자

김솔

1973년광주에서태어났다.2012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으로『암스테르담가라지세일두번째』『살아남은자들이경험하는방식』『망상,어語』,장편소설로『너도밤나무바이러스』『보편적정신』『마카로니프로젝트』『모든곳에존재하는로마니의황제퀴에크』『부다페스트이야기』가있다.문지문학상,김준성문학상,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영국|피카딜리서커스근처
벨기에|유럽식독서법
프랑스|누군가는할수있어야하는사업
스위스|브라운운동
스페인|에스메랄다블랑카
그리스|보이지않는학교
알바니아|이즈티하드Ijtihad의문
러시아|나는아직인간이아니다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한국소설의새로운국면을여는하나의뜨거운예감(문지문학상심사평)
소설의독자가사라진시대의소설의운명을점치는소설(김준성문학상심사평)
소설에새겨진운명적DNA,그국경이무너지고있는것일까(젊은작가상심사평)

“오랫동안전소수에관심이많은사람인줄알았는데,작가가되어어쭙잖은글을쓰게되면서,제가소수보다는소수를부당하게다루는다수에더관심이많다는사실을깨달았습니다.그리고저의의도는희망의어두운부분을이야기하려는것이지,희망자체를부정하려는것은결코아니라는사실을거듭밝히고싶네요.”(〈채널예스〉인터뷰에서)

세계화의그림자,계속해서가난해지는굴레들
고풍스러운건물과편리한시설,그리고예의바른사람들은유럽을향수할때자연스럽게연상되는이미지들이다.기껏해야맛없고비싼런던의음식점이나더러운파리의지하철,소매치기정도가여행자들에게떠오르는흠결이지만,막상그곳을살아가는수천수만의이민자들에게유럽은얼마나가혹한공간인가.추천의말에서백민석이지적했듯“고귀한유럽시민이쾌적한삶을유지하기위해서는난민이나불법체류자가파리의화장실을청소해주어야”하는아이러니.김솔은이모순을특유의해학으로관통해낸다.

바이부레는취한주인들의발밑에머리를처박고엎드려아프리카의역사가자신의운명을어떻게파괴했는지설명하면서,자신이노예로서얼마나유용한능력을지녔는지호소했다.졸지에영국의왕이라도된듯우쭐해진루첸과장크리스토프드니는바이부레와새로운계약을체결했는데,주인이약속해야할의무조항이라곤숙식을제공하는것이전부였고노예는두명의주인이속해있는세계를양쪽어깨에각각하나씩떠받쳐들어야했다.(「피카딜리서커스근처」)

건장하지만어리숙한흑인남성바이부레는약쟁이루와장을피카딜리서커스근처맥도날드에서우연히만나끊임없이서로속고속이는악연을맺는다.쌍방의사기행각으로상호착취를계속하는이들은결국모두이민자.바이부레는영국식민지였던시에라시온,루는타이완,장은벨기에출신이며서로뜯어먹어봤자빈털터리로귀결되는인생들이다.「누군가는할수있어야하는사업」의열다섯살짜리불법이민자나우팔은어떠한가.오를리공항근처주차장에서발레파킹일을하지만그에게정말쏠쏠한수입은홈리스들에게하룻밤자고갈자동차를열어주고챙기는뒷돈이다.유럽의세련과편리를지탱하는가난한자들은심지어더가난한자들의주머니를털더라도아무도탈출할수없는빈곤의궤도위에모두고스란히서있음을김솔은뼈아프게보여준다.

솔직하지만단순하지는않게,꿈속에서진짜얼굴을찾는독서법
이번수록작들이유럽에산재한사회문제를소재로삼았다하더라도김솔의작법에익숙한독자들이라면직설적인세태풍자소설과는다른스타일을예상했을것이다.소설화자들은분리불가능한망상과꿈을,일상에침윤한병증과공포에시달리며저마다의방식으로세계를앓는다,고전과신화,종교의소재가복합적으로병치되고교차하여끝을알수없는미로처럼뻗어나간다.

이소설의목적지에이르러,나는그소녀의목소리나냄새,표정이라도당신에게말해주는게좋겠다고생각하여첫문장부터여러번반복해서읽어보았지만,독서가거듭될수록소녀는아내에서아이로,그다음엔거미로변해가더니나중엔검고작은돌멩이의모습에수렴됐다.그리고당신의얼굴이어쩐지나와닮아있을것이라는몽상이안개처럼밀려들었다.그러니이것은소설이아니라차라리청동거울에가까울지도모른다.(「유럽식독서법」)

천천히여러길을경유해서복잡하게나아가게끔유도되는『유럽식독서법』읽기.예술로서정교한소설세계를펼쳐보이고자하는작가의의지가엿보임과더불어,미로끝에만난청동거울처럼고심한각도로비춰내야할삶의진짜얼굴을짐작게한다.김솔이설계한길을따라유럽식독서법에빠져든다면그노력에값하는보람또한모두에게주어질것이라믿는이유가여기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