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햇살이 (김형영 시선집)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햇살이 (김형영 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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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소박한 시어들로 곡진한 서정과 깊은 영성의 파동을 담아낸
시인 김형영 스테파노 평생의 결실
올해로 시력 55년을 맞은 시인 김형영의 시선집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햇살이』(문학과지성사, 2021)가 출간되었다. 출간일인 2월 15일은 시인이 숙환으로 영면에 든 날이기도 하다. 투병 당시 시인이 자신의 시집 10권에서 직접 선한 시 213편과 함께, 오래 교유한 지기 김병익 문학평론가의 해설과 평생의 이력이 담긴 연보가 한데 담겼다. 시인 김형영은 자신의 인생을 네 가지 시기로 구분하여 ‘관능적이고 온몸으로 저항하던 초기’(1966~79), ‘투병 중에 가톨릭에 입교하여 교회의 가르침에 열심인 시기’(1980~92), ‘종교의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시기’(1993~2004), ‘자연과 교감하며 나를 찾아 나선 시기’(2005~19)로 제시한다. 이러한 변곡점에 따른 시 세계 변모를 잘 알 수 있는 대표작들을 추려내면서, 특히 2005년 이후의 시들에 각별한 애정을 쏟아 이 시기에 더 무게를 두었다. 2019년 출간한 『화살시편』에 담지 않았던 두 편의 미발표 시 「화살시편 30」 「화살시편 32」 또한 함께 묶었다.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소박하고 아름다운 사태들을 가능한 한 가장 적은 언어와 속살거리는 음악으로 형상화한 시인 김형영의 시 평생이 여기 있다.
저자

김형영

시인김형영은1944년전북부안에서태어나1966년『문학춘추』신인작품모집,1967년문공부신인예술상에각각당선되어문단에나왔다.‘칠십년대’동인으로활동했다.시집『침묵의무늬』『모기들은혼자서도소리를친다』『다른하늘이열릴때』『기다림이끝나는날에도』『새벽달처럼』『홀로울게하소서』『낮은수평선』『나무안에서』『땅을여는꽃들』『화살시편』,시선집『내가당신을얼마나꿈꾸었으면』,한영대역시집『IntheTree』가있다.현대문학상,한국시협상,한국가톨릭문학상,육사시문학상,구상문학상,박두진문학상,신석초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1966~1979
서시/귀면鬼面/잠시혼자서/네개의부르짖음/나의악마주의/벌레/뱀/달아,높이높이돋아서/야경/만월/선풍기/형성기/개구리/올빼미,밤을기다리다/지렁이/모기/풍뎅이/이몸바람되어/내가슴에가슴을댄/갈매기/내가당신을얼마나꿈꾸었으면/나는네곁에있고싶구나/능구렁이/그대는문전에/부처/기다림이후/인동忍冬/달밤/동행/저승길을갈때는/지는달

1980~1992
가을물소리/우리들의하늘/떠도는말들/오늘밤은굿을해야지/나이40에/나그네1/나그네2/나그네4/겨울풍경/가을은/꽃구경/배추꽃의부활/꽃밭에서/엉겅퀴/목련1/목련2/별하나/귓속말/내일은/통회시편1/통회시편2/통회시편5/통회시편6/상리1/일기/차한잔/내가드는마지막잔을/나이마흔이넘어서도/기다림이끝나는날에도/모래밭에서/너는누구/아무리화가나시더라도/흐르는물에서는/천년자란나무/아멘/나그네8/만약에/변산난초

1993~2004
부안扶安/무엇을보려고/소래사/덕담/압록강/새벽달처럼/하늘과땅사이에/독백/인생/이제한번더/화창하신웃음/3막5장/나를깨워다오닭아/들을귀가있으면들으시라/비틀거리는삶/눈물/그날/이름/누구신가당신은/행복/알긴뭘알아/사랑의꽃,부활이여/네가켜는촛불은/엠마오로가는길에/저녁연기/가라지/평화/네가죄로죽으니/바람/전야前夜/평화의텃밭/떠나는것은/자화상/수호천사/홀로울게하소서/호화무덤/내인생의절반은/노루귀꽃/가을하늘/수평선1/올해의목련꽃/촛불하나/봄,일어서다/고해성사/밤눈/거울앞에서1/거울앞서2/수평선2/수평선3/나/너!/어머니마리아/지금도세상은/거짓말/주님안아보리라/쓸모없는나무/변산바람꽃/행복합니다

2005~2019
마음이흔들릴때/산책/꽃을찾아서/생명의노래/나무안에서/시골사람들은/늘푸른소나무/우리는떠돌아도/누가뿌렸나/양파/수면水面2/무명씨無名氏/이것이나였구나/내그림자에게/당신이나나는/날마다생일날/너와나사이/엘그레코의「베드로의눈물」/바보웃음의향기하늘에도퍼져라/나팔꽃/옆길/교감/쉬었다가자/무에대하여/땅을여는꽃들/Iloveyou/조금취해서/오늘은당신없이/봄·봄·봄/나무를통해서/지금여기에/밤/우리동네/이웃/꿈/높바람/눈이오시는날/짝사랑/너어디있었나/바위와꽃나무/양파와쪽파/꿈을찾아서/헛것을따라다니다/사랑의신비/제4과/건들대봐/큰일이다,아/그시간/시를쓴다는것/시/호號이야기/오후3시에/지금피는꽃은/우리의꿈/제멋에취해/수평선9/그래도봄을믿어봐꽃아/고래의노래로사랑의등불을켜다오/돌아가자/낙조대의석양이여/채석강/내가죽거든/뜸부기/화살시편1/화살시편2/화살시편3/화살시편4/화살시편5/화살시편6/화살시편7/화살시편8/화살시편9/화살시편10/화살시편11/화살시편12/화살시편17/화살시편18/화살시편21/화살시편24/화살시편25/화살시편27/화살시편29/화살시편30/화살시편32

해설ㆍ“평생이이순간임을,”_김병익
연보
원문출처

출판사 서평

김형영이바라는“가장신성한시”는세이레쯤의아기옹알이같은것이어야하며그옹알이같은시는나무와같은온존함,한없이퍼담는어린아이의순진한고집으로이루어질‘음악’이리라.시든,종교든혹은사랑이든속살거림이든,이보다더아름다운사태를우리는일상으로겪어내면서도깨닫지못하는정황을김형영은가능한한가장적은언어로형상하고있는것이다.그는끝내시인이었다._김병익(문학평론가)


현실에저항하고번민하던젊은시인
별안간의병으로죽음을쓰다

모기들은끝없이소리를친다
모기들은살기위해소리를친다
어둠을헤매며
더러는맞아죽고
더러는피하면서

모기들은죽으면서도소리를친다
죽음은곧사는길인듯이
-「모기」부분

김형영의이십대는시의언어로세계와불화하며자신의삶을규정하고자분투한시기였다.하찮은모기의작지만강한저항을의미화했던김형영의「모기」는“자신이변화를만들기에너무작다고느껴질때는모기와한방에서자보라”라고말했던달라이라마의격언을떠올리게도한다.이약한소리에담아낸절박한의지때문에유신시절군사정권은그의시집『모기들은혼자서도소리를친다』(문학과지성사,1979)를판금시키기도하였지만,김병익은이시기시인의삶을반추하며그럴수록“지옥을기웃거리는/한마리개똥벌레가되”어“죽음만이우리를미치게하는”(「나의악마주의」)전율을관통했다고도평했다.

죽음은나의친구로서
우리는한통속이고
내가죽으려하면
죽음은오히려나를타이르고
그래나는그런죽음이좋아
날마다죽음과더불어
노닥거리고
낄낄거리고
죽음위에누워잠들기도하는데

떠도는말들은여전히
내가시커먼죽음속을헤맨다고
떠돌아다닌다.
-「떠도는말들」부분

그러던중시인은이유없이찾아온‘조혈모세포성장기능저하증’을앓게되었다.빈혈과혈소판감소증으로생사를가늠할수없던시기그의시에는죽음의이미지가짙게드리웠다.소리꾼장사익이노래로불러널리알려진그의시「꽃구경」또한이시기에씌어졌다.하지만김형영은죽음에짓눌리기보다는이를삶의일부로받아들이며“죽음아,내너한테가마.[……]맨발로너한테가마”(「나그네2」)라며당당히외친다.그러던중1979년김형영은가족과성당을찾아세례를받고영성에관한시를다수창작하기시작한다.


교리를깨닫고체감하자끝내이른자유
자연과의교감으로‘나’를발견하다

어디로떠난다해도거기내가머무나니
님은나의두려움없는자유라
-「바람」전문

종교에의탁하는시기에도김형영은의탁하고기복하는세속신앙에서벗어나교리를공부하고신을탐문하고자했다.그가깨달은것은“보이는것에희망을두는시대가끝나야한다”는것.하여문학평론가한수종은그의시에관하여“보이지않는신을보고있고그래서헛된소망을품지않는다.항상자신을돌아보고반성하며한없이낮추는자세로겸허히사랑을나누는진실된인간성”이라고평하기도하였다.겸허함과순박함이라는자기본질에이르러“두려움없는자유”를찾은시인이노년에접어들며눈을돌린곳은바로,자연이었다.

정녕나무는내가안은게아니라
나무가나를제몸같이안아주나니,
산에오르다숨이차거든
나무에기대어
나무와함께
나무안에서
나무와하나되어쉬었다가자.
-「나무안에서」부분

시인에게자연은단지관찰과향유의대상이아닌‘나’와삶을비추는거울이다.변화하는계절과움트는약한생명에주목하며,김형영은삶의근원을깨달아가는경지로나아간다.“신성과일상의깊이를동시에탐색하는길에이르러,궁극적인존재전환의꿈을노래하는실존적과정”을거쳐“소소하고평범한일상에서깊은근원적사유와형이상학적전율의세계를길어올린오롯한결실”(문학평론가유성호)을맺은때가바로그의노년이다.

30년간월간『샘터』에서근무한출판인이자,서정주·박목월·김수영의제자였고,‘칠십년대’동인이며,한국가톨릭문인회의일원이었던,시와책으로한평생을살아낸김형영의76년은시선집과함께마침표를찍었다.하지만“겨울이지나간자리에햇살이”비춰오듯,새봄그의시는독자들과함께다시꽃을피우리라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