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사람은손해를본다는말도있는데,그렇다면솔직한시도손해를보는것일까.백은선은내가아는가운데가장목소리에가까운시를쓰는시인이다.너무육성에가깝게느껴져서그정교한만듦새가가려질정도라고해야할까.사실이건손해도무엇도아니다.그저그의시가우리의기대이상으로우리에게가깝고진하게전해져온다는뜻일뿐이다.삶에한없이육박해오고,그게너무좋아서질식해버릴것만같은것이백은선의시다.
날것처럼보이지만놀라울정도로섬세한세공품이고,선명한목소리면서동시에강렬한이미지가된다.한국시에존재한적없고이후로도존재하기어려운독보적인시의영역이이곳에있는것이다.그러므로백은선의시를읽는일은일종의증인되기라할수있겠다.저처절한고백의형식을기억하고듣는증인이자,한국시에벌어지는사건을목격하는증인이되는것이다.황인찬(시인)
엄청나게선명하고믿을수없이가까운고백
어떤사건은영혼의각도를틀어놓는데,결코수정될수없는비틀림도있다
그런순간들을여러차례관통하다보면이전으로돌아갈수없게된다
―「1g의영혼」부분
백은선의시는잊히지않는기억과오래품어물러진감정을흩뜨려여러겹으로펼쳐놓는다.의미가함축되어무거운단어가아니라끓어오르는물거품,흩날리는눈발,쏟아지는빗소리처럼가볍게겹쳐지는문장들이그려내는백은선시의풍경은황량하지만아름답다.그런데이번시집에서그겹을이루는낱낱의결정들이한층선명해진듯하다.산문집출간이후진행된한인터뷰에서시인은『도움받는기분』에수록된시들이“최대한스스로에게두었던금기를깨며나아가는방식으로”씌어졌다고말했다.그말대로이시집속시들은시창작기법과멀어지고,시인스스로혹은창작자를통해사회가금기라고주입해왔던것들과거리를두는것처럼보인다.숨김없이펼쳐져있는문장에는시가씌어지는과정이드러나있다.“시가뭘까//언니나는궁금한것이없어/그게제일궁금한데그런것도모르면서시를써도될까?”(「언니의시」).이시집의화자는시라는게무엇이든간에기억을붙들고“남아서이야기를지어내는사람”이다.기억은직접경험했지만과거에겪어이미멀어져버렸기때문에“진실에가깝고거짓에동일”한것이다.“내기억보다더진짜인/진짜를갖고싶”어서시에서“기억이라는구멍나고부서진조각들을애써/그러모으며/다시복원하려고안간힘쓰며/지랄”하지만,“무엇도알수없고단지전해지지않는온도와공백에골몰하”다가“손톱끝을물어뜯으며슬프다고슬프다고……그런데아무것도모르겠다고결국고백하겠지”(「퀸의여름」「1g의영혼」).그고백사이사이상처는“시간이흐를수록더선명해”지며(「사랑은보라색일것같다」)“다짐같은게얼마나쉽게손상되는지”(「비천의형식」)안다고백은선의시는이야기한다.시집곳곳에놓인순도높은솔직함을마주칠때마다독자는의아한편안함을느낄것같다.이해하고싶고이해받고싶어서시를읽는누군가에게필요한것은그래도세상은따뜻하고아름답다는합리화가아니라아픔을껴안는아픔일수있으니까.
나는죽지않고살아서쓴다
평안하고무탈할수있다면나는무엇이든할것이다.
그것은고요한행복의편안함이아니다.
투지를불태우며투쟁해야얻어낼수있는것이었다.이제는그것을안다.
―『나는내가좋고싫고이상하고』에서
꽃도열매도없이오래살자
누구의꽃도되지않으면서
미안하다고말하지않아도되는곳에서
―「연결지점」부분
수록작총53편이씌어진시기는첫시집이출간되고나서인2016년부터2020년까지다.끝장날것같던세상은끝나지않았고여전히종말직전어디쯤에머물고있는듯하다.그사이많은사회적변화가일어났으며특히문단내성폭력해시태그운동처럼시인이바로곁에서지켜봐야했던사건들도있었다(“마주한곳에는돌아선등이가득했고감을수없는눈은전부목격하는수밖에없었다”,「시인의글」).사건들이후,우리는오지않을추상적인종말을바라기보다서로를위해이지긋지긋한세상을견디며좀더낫게바꿔보려고애쓰게된것같다.백은선이익숙하게생각하던방식을전혀새롭게보려고시도한원인을그것에서도찾을수있지않을까조심스레짐작해본다.시인은많은사람이예술이라고말해왔던것이정말예술이냐고묻는다(“재미있지않니/모든여자가스물한살이었거나/스물한살이될거라는게/고통받을거라는게//보는눈이그것을예술이라고부르는게”,「클리나멘」;“그시는슬픔에관한시가아니다그시는/슬픔을주장하고슬픔으로사람을공격하는시”,「비천의형식」).고백의형태로만씌어질수있는기록이있다.멀찍이상공에서내려다보며(「클리나멘」)무력감을느끼던“소진된우리”는바닥에서기록하면서힘을얻는다.개인적변화와사회적변화를투영하면서자신의바깥으로한걸음나아간이시집은그래서지난시집과함께읽었을때일종의성장기처럼느껴지기도한다.
백은선의시가“현실에두발을딛고있지않다”(「月皮」,두번째시집산문)는오래전누군가의말은이제틀리다.“쓸모를고민하지않고살아있어도된다고”이시집을통해말할수있게된백은선은굳지않고흐를것이다.그리고매일의작은싸움을기록할것이다.“지지마/꼭이겨줘//마음껏생각할수있게/생각한대로움직일수있게”(「우리가거의죽은날」).
시인에게과거는종료된게아니라현재를이루는뼈에해당하는시간대이므로,시에서과거라는거짓은모두현재의진실을탐구하기위해소환된다.복기를진행하는순간에도중요한것은과거를달리해석할수있는지금이곳의‘나’가뚜렷하게살아있어야한다는것,사라져선안된다는것.지금으로부터조금도물러서지않으려는목소리가오직저자신의목소리가가진힘으로“죽지않고살아서”“전부다시”씌어지는일이여기,‘포에트리슬램,백은선’의현장에서벌어진다.양경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