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받는 기분 (백은선 시집)

도움받는 기분 (백은선 시집)

$12.00
Description
꼭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것
나와 세계를 지키기 위한 백은선의 뜨겁고 차가운 사랑의 방식
시집 『도움받는 기분』은 〈목소리 영원 해안〉, 〈키를 찾아라〉, 〈죽도록 생각하다〉, 〈나는 잠든 네 눈 속에 어떤 장면이 있는지 몰라〉, 〈사랑은 보라색일 것 같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등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

백은선

1987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2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시를발표하기시작했다.시집『가능세계』『아무도기억하지못하는장면들로만들어진필름』,산문집『나는내가싫고좋고이상하고』등이있다.김준성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다시말씀드리겠습니다나무의언어로
클리나멘
비유추의계
목소리영원해안
도움받는기분
연결지점
키를찾아라
禍彬
언니의시
죽도록생각하다
코카ㆍ콜라
바벨
나는잠든네눈속에어떤장면이있는지몰라
반복과나열

2부선물의형식으로아픔을줄게
히시
퍼펙트블루
사랑은보라색일것같다
1g의영혼
콜미바이유어네임
해피엔드
퀸의여름
모든것과없는것과그밖의모든것에대해
아틀라스
우리가거의죽은날
비신비
기울어지는경향
졸업
청혼1

3부이것은살인기록기계가될것입니다
피,포
픽션다이어리
신을믿는사람들

소명에게
퇴원
비천의형식
살육
0의방백
0과늙은남자와연출가사이에흐르는공기
연극0
신앙
축성祝聖
영속永續

4부두손과두발을잊고깨끗해지기로
방주
영원
붉은개와붉은개닿기
수집
희망이라는이름의여자아이

어느푸른저녁
아름답고무거운책
목화
잠자는곰,솔트세인트마리

중심을향해다가가기색의방식으로도피하기

해설
포에트리슬램,백은선ㆍ양경언

출판사 서평

“나는믿음과의심을한자리에놓으려고해”

꼭살아있어야한다는것,사라져서는안된다는것
나와세계를지키기위한백은선의뜨겁고차가운사랑의방식

여성으로살고견디며계속해서살아가야하는일에대해많이생각했던것같아요.
저는제가인생이라는것과잘어울리지않는다고생각하는데,삶과자신사이의지속적인어긋남,그미세한틈을끝없이노려보는자세를잃지않아야지자주다짐했어요.
-백은선,2021년3월〈채널예스〉인터뷰에서

2012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한백은선의세번째시집『도움받는기분』(문학과지성사,2021)이출간되었다.들끓는시어가가득찬첫번째시집『가능세계』(2016)로‘가장뛰어난첫창작집’에수여하는김준성문학상을수상한백은선은,이어두번째시집『아무도기억하지못하는장면들로만들어진필름』(2019)에도범람하는문장에슬픔과불안을새겨실었다.또한최근시인,작가,노동자,엄마로서의자신을거짓없이보여주는산문집을출간하며더많은독자를만나고있다.『도움받는기분』에서백은선은사라진기억의지도를만들듯이무너진마음을계속쌓고다시허물면서겹겹이아름다운무늬를그려낸다.첫시집이끝날듯끝나지않는절망속에서차라리모든것이끝장나기를바라며휘갈겨쓸수밖에없는“소진된우리”(조연정,첫시집해설)의일기였고,두번째시집이잊힌장면을이어붙인필름이었다면,이번시집은매일매일벌어지는작은싸움들의기록처럼보인다.시인은시와자신을계속의심하면서쉽게타협하지않는다.오늘로부터도망치지않는다.

솔직한사람은손해를본다는말도있는데,그렇다면솔직한시도손해를보는것일까.백은선은내가아는가운데가장목소리에가까운시를쓰는시인이다.너무육성에가깝게느껴져서그정교한만듦새가가려질정도라고해야할까.사실이건손해도무엇도아니다.그저그의시가우리의기대이상으로우리에게가깝고진하게전해져온다는뜻일뿐이다.삶에한없이육박해오고,그게너무좋아서질식해버릴것만같은것이백은선의시다.
날것처럼보이지만놀라울정도로섬세한세공품이고,선명한목소리면서동시에강렬한이미지가된다.한국시에존재한적없고이후로도존재하기어려운독보적인시의영역이이곳에있는것이다.그러므로백은선의시를읽는일은일종의증인되기라할수있겠다.저처절한고백의형식을기억하고듣는증인이자,한국시에벌어지는사건을목격하는증인이되는것이다.황인찬(시인)

엄청나게선명하고믿을수없이가까운고백

어떤사건은영혼의각도를틀어놓는데,결코수정될수없는비틀림도있다
그런순간들을여러차례관통하다보면이전으로돌아갈수없게된다
-「1g의영혼」부분

백은선의시는잊히지않는기억과오래품어물러진감정을흩뜨려여러겹으로펼쳐놓는다.의미가함축되어무거운단어가아니라끓어오르는물거품,흩날리는눈발,쏟아지는빗소리처럼가볍게겹쳐지는문장들이그려내는백은선시의풍경은황량하지만아름답다.그런데이번시집에서그겹을이루는낱낱의결정들이한층선명해진듯하다.산문집출간이후진행된한인터뷰에서시인은『도움받는기분』에수록된시들이“최대한스스로에게두었던금기를깨며나아가는방식으로”씌어졌다고말했다.그말대로이시집속시들은시창작기법과멀어지고,시인스스로혹은창작자를통해사회가금기라고주입해왔던것들과거리를두는것처럼보인다.숨김없이펼쳐져있는문장에는시가씌어지는과정이드러나있다.“시가뭘까//언니나는궁금한것이없어/그게제일궁금한데그런것도모르면서시를써도될까?”(「언니의시」).이시집의화자는시라는게무엇이든간에기억을붙들고“남아서이야기를지어내는사람”이다.기억은직접경험했지만과거에겪어이미멀어져버렸기때문에“진실에가깝고거짓에동일”한것이다.“내기억보다더진짜인/진짜를갖고싶”어서시에서“기억이라는구멍나고부서진조각들을애써/그러모으며/다시복원하려고안간힘쓰며/지랄”하지만,“무엇도알수없고단지전해지지않는온도와공백에골몰하”다가“손톱끝을물어뜯으며슬프다고슬프다고……그런데아무것도모르겠다고결국고백하겠지”(「퀸의여름」「1g의영혼」).그고백사이사이상처는“시간이흐를수록더선명해”지며(「사랑은보라색일것같다」)“다짐같은게얼마나쉽게손상되는지”(「비천의형식」)안다고백은선의시는이야기한다.시집곳곳에놓인순도높은솔직함을마주칠때마다독자는의아한편안함을느낄것같다.이해하고싶고이해받고싶어서시를읽는누군가에게필요한것은그래도세상은따뜻하고아름답다는합리화가아니라아픔을껴안는아픔일수있으니까.

나는죽지않고살아서쓴다

평안하고무탈할수있다면나는무엇이든할것이다.
그것은고요한행복의편안함이아니다.
투지를불태우며투쟁해야얻어낼수있는것이었다.이제는그것을안다.
-『나는내가좋고싫고이상하고』에서

꽃도열매도없이오래살자

누구의꽃도되지않으면서

미안하다고말하지않아도되는곳에서
-「연결지점」부분

수록작총53편이씌어진시기는첫시집이출간되고나서인2016년부터2020년까지다.끝장날것같던세상은끝나지않았고여전히종말직전어디쯤에머물고있는듯하다.그사이많은사회적변화가일어났으며특히문단내성폭력해시태그운동처럼시인이바로곁에서지켜봐야했던사건들도있었다(“마주한곳에는돌아선등이가득했고감을수없는눈은전부목격하는수밖에없었다”,「시인의글」).사건들이후,우리는오지않을추상적인종말을바라기보다서로를위해이지긋지긋한세상을견디며좀더낫게바꿔보려고애쓰게된것같다.백은선이익숙하게생각하던방식을전혀새롭게보려고시도한원인을그것에서도찾을수있지않을까조심스레짐작해본다.시인은많은사람이예술이라고말해왔던것이정말예술이냐고묻는다(“재미있지않니/모든여자가스물한살이었거나/스물한살이될거라는게/고통받을거라는게//보는눈이그것을예술이라고부르는게”,「클리나멘」;“그시는슬픔에관한시가아니다그시는/슬픔을주장하고슬픔으로사람을공격하는시”,「비천의형식」).고백의형태로만씌어질수있는기록이있다.멀찍이상공에서내려다보며(「클리나멘」)무력감을느끼던“소진된우리”는바닥에서기록하면서힘을얻는다.개인적변화와사회적변화를투영하면서자신의바깥으로한걸음나아간이시집은그래서지난시집과함께읽었을때일종의성장기처럼느껴지기도한다.
백은선의시가“현실에두발을딛고있지않다”(「月皮」,두번째시집산문)는오래전누군가의말은이제틀리다.“쓸모를고민하지않고살아있어도된다고”이시집을통해말할수있게된백은선은굳지않고흐를것이다.그리고매일의작은싸움을기록할것이다.“지지마/꼭이겨줘//마음껏생각할수있게/생각한대로움직일수있게”(「우리가거의죽은날」).

시인에게과거는종료된게아니라현재를이루는뼈에해당하는시간대이므로,시에서과거라는거짓은모두현재의진실을탐구하기위해소환된다.복기를진행하는순간에도중요한것은과거를달리해석할수있는지금이곳의‘나’가뚜렷하게살아있어야한다는것,사라져선안된다는것.지금으로부터조금도물러서지않으려는목소리가오직저자신의목소리가가진힘으로“죽지않고살아서”“전부다시”씌어지는일이여기,‘포에트리슬램,백은선’의현장에서벌어진다.양경언(문학평론가)

백은선시인인터뷰

Q.세번째시집을출간한기분이어떠세요?요즘근황도궁금합니다.
:기분은아직실감이잘안나어리둥절하면서도홀가분하고그래요.최근연달아두권의책이나오면서좀정신이없긴했지만평소처럼수업하러가고아이와놀고책도읽으면서지내고있습니다.

Q.나는진실에가깝고거짓과동일하다고느낀다,라는시구가있는데(「1g의영혼」)시를쓸때얼마만큼솔직한것같으세요?
:시를쓸때는완전히솔직한동시에한치도솔직하지않은것같아요.시의언어는솔직함보다제가생각하는시의장르적미학에맞게진실을재구성하는것에마음을많이기울이는편이에요.

Q.이전의두시집과비교해서『도움받는기분』만의특징이있다면?
:더좋다는특징이있습니다.가장두껍기도하고요.(웃음)이전에쓰던방식에서벗어나적극적으로온전하게표현된추상을만들고자노력했는데잘되었는지는모르겠어요.그래서좀더불투명하다는느낌을받으실수도있겠다는생각에걱정도됐어요.그렇지만선명함이시의좋고나쁨을만드는기준이되지는않는다고생각해자유롭게쓰려고했어요.

Q.첫시집에제목이“비신비”인시가두편있는데,이번시집에도같은제목의시가있습니다.첫시집제목으로도고려했던기억이나네요.백은선시인에게“비신비”란?
:‘신비롭지않음’이란사실엄청난신비와포개지는지점이있다고생각했고그부분만을포착하고싶다는마음으로기울어지려고애를썼어요.세편의시가유기적으로서로연관이있지는않지만제안에서하나의장르로기능하는것같아요.비신비라는장르.

Q.『도움받는기분』에서제일좋아하는시와그이유가궁금해요.
:제일좋아하는시를한편고르기는어렵지만오늘은「비유추의계」를꼽고싶어요.가장아프게쓴시라서기억에남아요.무력함과절망,슬픔,비참함등으로정말고루고루아픈시예요.아픔의자서전같은시죠.

Q.표지일러스트가시집과잘어울려요!송지현소설가가그려주셨다고요.어떤계기로맡기게되셨는지궁금해요.
:산문집사진을찍어준송주현,시집그림을그려준송지현은자매인데요.제가가장아끼는타인이에요.어느날시집원고를넘기고셋이누워서각자핸드폰을보며뒹굴뒹굴하다가“시집일러스트누구한테맡기지?”하고혼잣말하듯중얼거렸는데,송지현소설가가“나”라고말해서“그래”라고대답했어요.그렇게자연스럽게‘지현이한테맡겨야겠군.’하고결정했어요.

Q.앞으로의계획을말씀해주세요.
:앞으로의계획은당장의마감을성실히소화하면서일상을평화롭게영위하는것이고때문에술을줄이겠다고다짐했답니다.산문집출간후에시청탁보다산문청탁이많아서마감이많이부담되어요.그런데산문은원고료가많더라고요.그래서일단다받아놨는데어쩌면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