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에 관한 역설 (2 판)

배우에 관한 역설 (2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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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훌륭한 배우라면 판단력이 좋아야 한다.
배우는 냉정하고 침착한 관찰자여야 한다.”

타인을 뒤흔드는 순간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존재들에 대한
18세기 계몽사상가 드니 디드로의 철학적ㆍ미학적 관점
18세기 계몽사상을 집대성한 것으로 평가받는 『백과전서』의 책임 편집자 드니 디드로의 예술론 『배우에 관한 역설』(주미사 옮김)이 새롭게 리뉴얼된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사상가, 철학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드니 디드로는 철학과 미학, 윤리학의 주제를 독특한 형식으로 풀어가는 소설가이자 극작가, 예술 이론가이기도 했다. 특히 연극에도 관심이 많아 젊은 시절에는 배우를 직업으로 삼을지 고민한 적이 있었으며, 희곡 「사생아」 「가장」을 쓰고 공연하는가 하면 『극시론』 『「사생아」에 대한 대담』에서는 자신의 연극 이론을 펼쳤다. 『배우에 관한 역설』은 이러한 디드로의 연기론을 알 수 있게 하는 귀중한 자료다.
이 책에서 디드로는 무대 위 배우의 연기 자체에 집중해 논의를 전개한다. 그가 보기에 위대한 배우란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감각의 지속적인 관찰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좋은 연기는 감수성에서 나오지 않으며, 그 역할에 어울리는 행동과 말, 표정, 목소리, 움직임 등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익혀서 표현해내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배우의 재능을 완성시키는 것은 타고난 목소리나 섬세함뿐 아니라,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이상적 모델을 상상하고 제대로 모방하는 능력이다. 인위적인 연구와 계산, 기교가 자연스러운 연기를 만든다는 것, 이것이 바로 디드로가 말하는 배우의 역설이다.
『배우에 관한 역설』에 담긴 디드로의 생각은 그의 인간관과 맥을 같이한다. 디드로는 인간이 이성과 감성이라는 대조되는 구조 속에서 스스로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비록 그가 자신을 감성에 치우친 사람이라고 여기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렇듯 이성과 감성의 이중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감성에 치우친 인간을 변변치 못하다 말한 그는 말년으로 갈수록 자기 통제를 강조했다. 그런 그에게 배우란 이런 인간의 이중적인 상황을 집약하는 존재, 타인에게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보이며 그것은 자신이 본 자신과 얼마나 다른지를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인간은 본성에 의해서 자기 자신이 되고, 모방에 의해서 타인이 됩니다. 사람들이 자기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란 정말 존재하는 마음이 아니에요. (94쪽)
저자

드니디드로

18세기프랑스의계몽사상가,철학자,극작가,소설가,예술이론가.1713년프랑스랑그르에서태어났다.랑그르와파리의예수회학교에서공부하고1732년파리대학에서현재의바칼로레아에해당하는문학사자격을획득했다.1735년에는소르본대학교에서현재의학사학위에해당하는신학사자격을획득했으나성직을포기했다.지적방랑을하던끝에샤프스베리의『가치와미덕에대한에세이』등을번역하면서문필가의삶을시작했고,이후『맹인에관한서한』을쓰면서무신론적경향때문에투옥되기도했다.수많은탄압과검열,분열속에서도20여년에걸쳐『백과전서』의책임편집을맡았다.이작업은수학자달랑베르를감수자로하고,볼테르,몽테스키외,루소등당대지식인들을총동원하여1751년에1권을시작으로,1772년에이르러서야완성되었다.18세기의철저했던유물론자로서,최신생물학이나화학을도입한그의사고속에는이미진화론이나변증법이예고되어있었다.레싱이나괴테등에도지대한영향을미쳤다.주요작품으로철학서『달랑베르의꿈』등이,희곡「가장」「사생아」등이,소설『수녀』『라모의조카』『운명론자자크』등이,문학및예술론으로『리처드슨예찬』『살롱』『회화에대하여』등이있다.

목차

배우에관한역설

옮긴이의말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세상이란희극속에서는
뜨거운영혼들이모두무대를점령하고있다”

『배우에관한역설』은배우가관찰과연습을통해자신의역할을숙지하는한편,역할에자신을동일시하지않고거리를두며하는연기를바람직하다고본다.그런데이런‘거리두기’는연기에만국한되지않는다.그것은철학이어떻게하면현실사회를변혁할수있을까를고민하던디드로사상의변화와도함께한다.말년의디드로는사회문제에대해의문을제기하고맞서는열정적인입장에서벗어나개혁의시기가올때까지기다리면서개혁할대상을끊임없이공략하는것,또그공략의방식에대해고민할것을권한다.도덕적순수함을지키기위해어떤전술도용납하지않는태도를경계하고,실제로개혁을이끌어낼수있는현실적인방안을모색하는것이다.디드로의이러한정치적태도는『배우에관한역설』에서나타나는미학적입장과결코분리되지않는다.
이책은당대연극미학의문제에서시작해,세상이라는무대위에서우리의윤리적ㆍ정치적태도가어떠해야하는지를독자에게환기하는데까지나아간다.그러면서도『라모의조카』『운명론자자크』등과마찬가지로『배우에관한역설』역시두인물의대화체형식을취한다.한가지만을진리라주장하지않게끔,이책에등장하는두사람1과2는배우의연기에대한각자의의견을말하다가도도중에끼어들어딴소리하기를반복하며주장과반박,재반박을계속해나간다.심지어1은2와대화하고있다고착각한채혼잣말을하면서2가아닌가상의상대와말을주고받기까지한다.기묘하고도예외적인대화의형태라할만하다.이로써독자들은관객이연극속에서벌어지는상황에동일시하고‘자연스러움’이라는기만에서벗어나서,어떻게연극을인식할것인지성찰할기회를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