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선택 (황지운 소설집)

올해의 선택 (황지운 소설집)

$14.00
Description
아무 구속 없이 사람을 사랑하는 충분한 선택
200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소설가 황지운이 12년 만에 첫 소설집 『올해의 선택』(문학과지성사, 2021)을 출간했다. 데뷔작 「안녕, 피터」는 세 청년이 자살한 친구의 흔적을 찾아 자동차 여행을 떠나지만 결국 강원도 어딘가에서 길을 잃고 폭설에 갇히는 여정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보여주어 청년 세대가 당면한 어려운 현실을 의미화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을 포함해 총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담은 『올해의 선택』에서는 성별과 성 정체성을 넘어 인간이 인간을 깊이 사랑하는 순간, 그 빛나는 아름다움을 담아낸다. 인물들이 나누고 교감하는 이 섬세한 마음들은 성애적 사랑의 영역 또한 초월하여 친구나 동료 사이에 서로 아끼고 염려하는 깊은 우정을 포함한다. 낯선 도시에서 빈손으로 부지런히 꿈을 좇으며 사랑하고 갈등하는 젊은이들. 『올해의 선택』은 거창한 포부나 야망은 없을지라도 매해, 매달, 매일에 정직하고 충실했던 당신에게 깊은 위로로 다가갈 것이다.
저자

황지운

2009년『문화일보』신춘문예에「안녕,피터」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지은책으로『나는에디터다』(공저)와동화『정정당당해치의그렇지정치』가있다.서울과제주에서살다가지금은영식이,복희두고양이와함께광주에서살고있다.

목차

SofietoDorothy
사랑니덕에구사일생
올해의선택
너의결혼식
사라왓부인모임
운동은몸에좋아요
안녕,피터
로큰롤에있어중요한것

해설|네,운동이몸에제일좋아요ㆍ김형중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퀴어Queer:무지개로빛나는우리의사랑

나는10년간함께살면서살림을꾸려간내아내가어디에묻혔는지도몰라.내가멍청이니?아내가아닌거모른거아냐.결혼식을올리면서도그게결혼이아니라는거잘알고있었어.그래도나는아내라고생각하고살았어.저집도아내이름으로사서난이렇게쫓겨났어.혼인신고도하지못하는나는남이니까.평생남이었으니까._「SofietoDorothy」

민경의아버지가하는모든말이틀렸다.민경이사귀는것은남자가아니고당신눈앞에있는나이며,룸메이트는대학생이아니라직장인들도많이구하면서지내고,일단우리는룸메이트가아니라고말하고싶었다.이빌라,낡기는했지만안은따뜻하고넓었다.내가얻을수있는최고의집을천박하고궁색하다고말하다니.저턱을하늘까지올리고우리를한껏내려다보는민경의아버지에게화가났고,자존심이상했다._「너의결혼식」

수록작대부분에서인물들의성별은즉각적으로드러나지않는다.이들은중성적인이름을사용하며,헤어스타일이나옷차림,말투도전형성에서대체로벗어나있어독자가생물학적성별을손쉽게파악하지못하도록소설적으로의도되었다.이책의해설을맡은문학평론가김형중은“그럴수록독자들은이작품을인물들의생물학적성별에유의해서읽어야한다”고역설한다.이를통해“작가가그들의사랑을이성애와의도적으로구별하지않고있다는사실을알아차릴수있기때문”이다.황지운의소설에서사랑은개인적이라저마다의사연과깊이를가지고있으며하나로범주화되기어려운사건들이다.「SofietoDorothy」에서묘사되는1980년대레즈비언들의삶과사랑이,「너의결혼식」에서민경과선우가나누는사랑과사회적억압의맥락을공유하는동시에무척이나다른문화와사정을가지고있듯말이다.「안녕,피터」에서특전사출신게이유진과그를남몰래사랑하는영수의감정,「사라왓부인모임」에서서로를가족처럼염려하며다투고화해하는마음들,「운동은몸에좋아요」에서외로이상경하여서로에게의지해온주현과영진의애틋함까지……소설마다의다채로운사랑이모여한권의무지갯빛사랑이떠오른다.


빈곤:이촌향도+비정규직+무일푼의비극

선우는이침묵이뭔지잘알았다.지금둘다너무피곤하다는걸,기념일이아니었으면애써만나는시간을내지못했을거라는걸,너무피곤하면숨을쉬는것조차힘들다는걸,그럼에도서로만난다는건어쨌든서로를아끼고신경쓰고있다는걸잘알았다._「올해의선택」

필라델피아는어떤곳일까,매일매일편의점에도착하는치즈처럼,엄청나게큰치즈공장이있는걸까.캘리포니아는오렌지가많을까,거긴사시사철덥다는데,1년내내늘따뜻한건,크리스마스에반바지를입는다는건어떤느낌일까._「운동은몸에좋아요」

이소설집을관통하는또하나의키워드는바로가난이다.특히위에서인용된두소설은도시로이주해택배상하차작업이나편의점,PC방점원등의아르바이트를하며공무원시험을준비하는이들이중심인물로등장한다.“가난한날의행복”은안정된삶을찾은사람만의낭만일뿐,당장내일조차확신할수없는도시빈곤청년의일상에서행복은먼이야기이다.잘조직된서사와풍부한감정으로이야기속유머와재미를극대화한다는점이작가황지운의미덕이지만,마냥웃으며책장을넘길수없는이유는가혹한조건속에분투하던인물들이결국실패에부딪치는순간을현실적으로그려낸그서늘한무게감때문일것이다.


쫓겨나는이들과삭제되는사랑:회복의연대는가능할까?

“알죠?여기건물헐고클럽짓는거.”
“네?지금도클럽이잖아요.아니,그리고이렇게낡은건물을누가사요?”
은수는클럽을헐고클럽을세운다는것도,이낡은건물을누군가가산다는것도놀라웠다.
“여기건물값엄청뛴거알아요?몇달사이에근처월세가다섯배뛰었다는데.”_「로큰롤에있어중요한것」

“당신의국민속에,성소수자는없는겁니까?대한민국에살고있는여성이며성소수자인나는그럼여성이며성소수자인채로안전하고평화롭게사는당신의국민이될수없다는겁니까?”
민주는큰소리로외쳤다.울먹였다.울고있었다.경찰이달려들었다.민주는그대로붙잡혔다._「운동은몸에좋아요」

실적압박속에서자살하는콜센터노동자,끝없이치솟는월세에허덕이다결국밀려나는세입자,이성애가아니라는이유로법적으로든사회적으로든기본적인권리조차보장받지못하는사람들……“가벼우면안되는데,사람의죽음은너무가벼웠다”(「운동은몸에좋아요」)는그무거운말처럼,황지운은언제나“(강하고부유한)사람이먼저”였던사회의냉정한면면을짚어내며,쫓겨나고죽어간약한이들또한소중한생이었음을이야기한다.「작가의말」에서그간떠나간친구와동지들을떠올리며“더이상어느누구도,사회에서내쳐지지않기를,우리의삶이행복하기를기원한다”고그가아프게적었듯,황지운의소설은차별에서벗어나삶을회복해나갈연대를바라고꿈꾼다.거대한전망보다는오늘의사랑으로가득찬이책이당신에게후회없는“올해의선택”이될것이라확신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