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여성작가선

근대여성작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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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일제강점기 신여성의 사회적 저항과 소수자 삶의 성찰을 담아낸, 근대 여성 5인의 대표작 열다섯 편 수록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여성 작가 5인의 주요 작품을 모은 『근대여성작가선』이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의 마흔일곱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태 전 백신애 중단편선 『혼명에서』를 마흔여섯번째 책으로 펴낸 문학과지성사의 한국문학전집은 이번 『근대여성작가선』에서 김명순, 나혜석, 김일엽, 이선희, 임순득의 작품을 담아내며, 남성 중심 체제 속의 어머니이거나 아내라는 자리에서 벗어나 독자성을 가진 개인이고자 했던 일제강점기 신여성들의 목소리를 더욱 다양하고 풍성하게 담아낼 수 있게 되었다.
남성 중심 가부장제의 불합리함과 그에 기반한 가족 구조의 불안정성을 폭로하고 새로운 가족 관계를 모색하며 여성의 자유로운 선택을 가로막는 각종 질곡에 저항해온 당시 여성들이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작품 속으로 들어가보는 일은, 우리 여성문학의 출발점에서 다시금 여성의 삶의 조건, 나아가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삶의 조건을 성찰하는 뜻깊은 시간을 마련해줄 것이다.
저자

김명순

김명순은1896년평안남도평양군융덕면에서태어났다.1917년『청춘』에단편「의심의소녀」가당선되어데뷔했다.1925년자신의첫창작집이자한국여성작가최초의작품집인『생명의과실』을출간했다.소설「돌아다볼때」「외로운사람들」「탄실이와주영이」등을비롯해시,수필,평론,희곡등많은작품을남겼으며,1951~1953년무렵일본도쿄아오야마뇌병원에서사망한것으로추정된다.

목차

일러두기

김명순
의심의소녀|선례|돌아다볼때|탄실이와주영이

나혜석
경희|현숙|어머니와딸

김일엽
청상의생활-희생된일생|자각

이선희
계산서|매소부|탕자

임순득
일요일|이름짓기|딸과어머니와


작품해설근대여성작가의목소리/이상경
작가연보및주요작품목록
참고문헌
기획의말

출판사 서평

자신의상처를드러내어사회를고발한작가,김명순

조혼과자유연애의과도기에처한희생양이었지만,그에굴하지않고자신의상처를드러내어남성중심사회의폭력성을고발한김명순은자신의비극적삶자체가그대로처절한문학이었던제1세대신여성작가이다.
1896년평양의갑부김희경의서녀로태어나당시여성으로는최고의교육을받았지만,어머니가기생출신첩이라는배경은평생작가의삶과문학을옥죄는덫으로작용했다.1911년12월진명여학교중학과를중퇴한작가는아버지가엽관운동으로가산을탕진하면서어려워진집안형편에서도1913년9월에일본으로유학을떠나1924년도쿄국정여학교3학년으로들어갔다.그러다이듬해에숙부의소개로알고지내던일본군소위이응준에게성폭행을당하고결혼도거절당하면서자살을시도하는사건이일어난다.이일이일본과조선의언론에실리면서스캔들로번져결국김명순은졸업을하지못하고조선으로돌아온것으로추정된다.귀국후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에편입,1917년졸업하던해의11월에『청춘』에서처음으로시행한‘특별대현상’에단편소설「의심의소녀」가3등으로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이번선집에는데뷔작인「의심의소녀」를비롯하여예술적소양을갖춘아름답고신비로운여성‘선례’를통해자신의문학적자아를드러낸작품「선례」와아름답고능력있는영어교사류소련과지식인기혼남성송효순의이루어지지못한사랑을그린「돌아다볼때」,그리고자전적소설인「탄실이와주영이」가실렸다.
특히1924년6월14일부터7월15일까지『조선일보』에연재된「탄실이와주영이」는자신이당한‘데이트강간’을고발하고,자신의인생과예술활동을왜곡하고조롱하는남성중심의문단에강력하게저항했다는점에서‘신여성’작가김명순을대표하는가장중요한작품이다.나카니시이노스케의『너희들의등뒤에서』의주인공‘권주영’이자신을모델로한것이라는소문과남성작가들이자주자신을왜곡된이미지로작품에등장시키는데맞서기위해김명순이‘되받아쓰기’로저항한작품이바로「탄실이와주영이」다.이작품은나아가남성중심의식민지조선문단에서이루어지던평론을가장한비방이내포한문제의뿌리를드러내보였고,여성자신의목소리로‘성폭행’문제를공론화시킨최초의사례로모든책임을여성에게돌리는현실을직설적으로꼬집었다.뿐만아니라대한제국기의시대적풍경을여성개인사의차원에서포착한성장소설로서도큰의미를가진작품이다.하지만김명순의이러한‘고발’은당시에남성은물론이거니와여성들에게서도응원을받지못했고,결국그는문단과나아가조선이라는민족공동체와도결별을하기에이른다.
1925년4월에자신의첫창작집이자여성작가의첫번째창작집으로의미가깊은『생명의과실』을상재하며1920년대를대표하는여성문인으로활약했으나,1927년「은파리」기사와관련하여개벽사의편집자였던방정환과차상찬을명예훼손으로고소한사건으로평판이크게악화된김명순은문단과사회로부터소외당했다.그후일본으로건너가해방전까지조선을왕래하다가1945년이후로는돌아오지않았으며,1951~53년무렵일본아오야마뇌병원에서사망한것으로추정된다.

개인적경험을공적인담론으로만들어낸선구자,나혜석

나혜석은당대를살아가는여성들이인습에부딪혀억압받고고뇌하는모습을자신의모든소설속에담아내며그러한여성의삶의국면마다‘인간’으로살고싶다고선언한,근대여성문학의선두에선작가이다.
1896년경기도수원의부유한집안에서태어난나혜석은일찍부터신교육을받으며진명여학교를우등으로졸업하고도쿄에있는사립여자미술학교를다녔다.당시도쿄의조선유학생사회에서희귀하게도여성화가이자여성문인으로서빛을발했던그는1914년재일본도쿄조선유학생학우회기관지『학지광』에여자도인간임을스스로깨달아야한다는계몽적인논설을발표하는것을시작으로1918년도쿄여자친목회가펴낸『여자계』제2호에소설「경희」를,제3호에「회생한손녀에게」를발표하면서한국근대여성문학의첫머리를장식했다.이번선집에는‘경희’라는신여성이봉건적인인습과투쟁을벌이는과정을경쾌하게묘사한첫소설「경희」와‘돈’이많은인간관계를결정하는모습을보여주며인간성격의이중성을포착한「현숙」,구여성인어머니와신여성인딸의결혼관을둘러싼갈등을보여주는「어머니와딸」이수록되었다.
일본여자유학생을주인공으로삼아신여성의이상을조선적현실에구현하는구체적방법을모색한「경희」는부르주아계몽문학으로서동시대남성들의소설보다도사실성이나구성력,인물의성격화에서뛰어난작품이다.특히결혼문제를놓고경희가아버지에게대항하는장면은실제로미술학교2학년을마친뒤귀향했을때그의아버지가명문가의아들과결혼할것을강요하여학비도주지않았던작가의경험과맞물리며생생하게그려진다.그런가하면이혼과함께모든친권이박탈되고돈한푼없이쫓겨난이후발표한소설「현숙」에는작가의파란많은인생살이가배어있고,현재찾아볼수있는마지막소설인「어머니와딸」은변화한나혜석의처지,변화한세태가반영되어있다.작가의삶이작품에고스란히담겨있는것이다.
화가로서황금시대를구가하고문인으로서자각한신여성의모습을그렸던나혜석은결혼과출산을겪으며단지여성으로태어났다는이유만으로겪는,말하기어려운감정과고통을앞장서서글로써왔으나결국이혼이후생계를어렵게꾸려가다가1948년서울의시립자제원무연고자병동에서신분을감춘채홀로눈을감았다.

여성의해방을부르는자각의목소리,김일엽

여성편집진에의한여성필자들의글쓰기로여성의사상을드러낸최초의본격여성잡지『신여자』를발간한김일엽은여성이근대적교육을받고자각해야하며,자각한여성은여성들에게남아있는노예성을타파하는데나서야한다고주장했다.
1896년평안남도용강군에서태어난일엽김원주는스무살이되기전에어머니와아버지가차례로세상을떠나고아가되었고,이런형편을딱하게여긴주변의권유로22세연상인이노익과결혼을했으나사랑과이해가없는결혼생활이라감정을누르고개성을죽이면서살았다.그러다3·1운동이후새로운사상을접하게되었고,특히입센과엘렌케이의사상에공명하여깨달음을얻은그는남편의재정적지원을받아1920년3월『신여자』를발간하게된다.이번선집에는『신여자』제4호(1920.6)에발표한소설「청상의생활」과1926년6월『동아일보』에발표한「자각」이수록되었다.
청상과부가되어억지로수절하는여성의비극과자각의과정을보여주는「청상의생활」은과부가된여성의성욕이나이성에대한갈구를매우솔직하게드러냈다는것에의의가있다.또한「자각」은김일엽의소설중가장짜임새있는작품으로,구여성이었다가‘자각’을통해신여성으로태어나는여성의고백을서간체형식에담았다.「청상의생활」이구여성이신여성을응원하는목소리를담았다면,「자각」은구여성이었던여성이아직도과거자기처럼노예생활을하고있는구여성을향해그런생활을깨뜨리고나오라고계몽하는목소리다.1922년4월경이노익과이혼한김일엽은임노월과재혼한뒤인간으로서개인주의를,여성으로서는모성을자각했으며,예술적생활에대한동경을가지게되었다.이과정에서연애와결혼,도덕,정조문제등이여성에게가하는억압을실감한그는각종매체를통해적극적으로여성해방의주장을담은글들을발표하기도했다.1928년삭발하고수계를받은그는1933년만공선사가있던예산수덕사에입산해본격적인수도생활에들어갔으며,한국비구니의대모로서1971년1월28일76세에입적했다.

대등한남녀관계의등가교환을주장하는작가,이선희

이선희는1911년함경남도함흥에서태어났으며,1933년12월에개벽사에서발행하는『신여성』지의기자로들어가1934년6월잡지가폐간될때까지최영주와함께편집을담당했다.1934년12월단편소설「가등」을『중앙』에발표하면서등단했지만임신과출산으로약간의공백기를가진뒤1936년중반부터작가로,기자로본격적인활동을펼쳤다.그의작품은언제나연애든사랑이든남성과여성사이의관계를문제로삼고여성의입장에서그관계를냉정하게분석한다.이번선집에는등가교환이이루어지는대등한남녀관계를주장하는작품「계산서」와역시인간관계를냉정하게계산하는소설「매소부」,모든것을계산하면서도현재는어쩔수없이그런행동을할수밖에없는‘낭만’에사로잡힌사람들을보여주는「탕자」가수록되어있다.
아이를낳다가잘못되어사산과함께자신의다리한쪽을잃은아내가저녁에새넥타이를매고나가는남편을의심하면서그에게청구할계산서를작성하던중남편도자기와똑같이한쪽다리가없어져야되는것아니냐고절규하는작품「계산서」는여성의내면에서벌어지는도발적인계산을재기발랄한필체로그려내어호평을받았다.「매소부」는자기잇속에따라‘조강지처’를내세우는이들의이중성과조강지처가될수없는처지에놓인여성이그들의이중성을차갑게바라보는심리를해부한다.이것은어느한쪽에대한동정이나연민이아닌각자마음속의계산을드러내보인다.마지막으로,약혼자가있는화자‘나’가생전처음혼자여행을떠나섬에서만난등대지기에게마음이흔들리는내용을담은「탕자」에서작가는남녀사이욕망의등가를주장하며여성에게도‘일탈’의욕망이들끓고있음을보여준다.해방후이선희는남편박영호와함께월북했는데,최정희나김사량의전언에의하면얼마지나지않아병으로사망한것으로보인다.

저항의자세를견지하는성숙한여성주체를그리는작가,임순득

1930년대초격렬했던학생운동권출신인임순득은양심의고통을받는사람들과전향의논리에맞서고자하는사람들편에서자기세대여성들이도달한지성과감성을대변했던작가이다.
1915년전북고창에서태어난임순득은고향에서보통학교를마친뒤1929년이화여자고등보통학교에입학해1학년때서울여학생만세운동을겪었다.그후3학년때인1931년6월에는종교의자유를요구하는항의시위를주도하여퇴학을당했고,1932년동덕여고보에편입을했다.이곳에서교사이관술과그이전의세대와는다른방식으로성장하고있는여성동료들을만난그는독서회를꾸려활동하다가1933년1월종로경찰서에피검되고,다시학생자치단체구성을시도했다가1933년7월에결국퇴학을당했다.이런여학생기를거친뒤작가이자평론가의길을걷게된임순득은일제말기까지굽히지않고저항의자세를견지했던경성콤그룹의사람들을접하거나의식했다.그리고이것은그의작품활동의중요한동기이자배경이되었다.이뿐아니라일제경찰의고문과감옥살이의후유증으로1939년2월둘째오빠인임택재가사망했는데,오빠의활동과이른죽음또한그의작품세계에많은영향을미쳤다.이번선집에는인간의해방을말하면서도성별분업과여성에대한도구적관점에고착되어여성을대상화하는것에대해문제의식을갖기시작한여주인공혜영의모습에자전적요소를담고있는등단작「일요일」,일제의창씨개명을우회적으로비판하면서동시에당시운동권의가부장적관습과거기에순응하는여성의의존성까지비판하는문제작「이름짓기」,딸의혼사에서는진보적인생각을가졌으나아들의혼사에서는봉건적인생각에서벗어나지못하는어머니가딸과의대화를통해정신교육을받는내용의「딸과어머니와」가수록되었다.
「이름짓기」에서조선이란여성이자립하기가장어려운공간이라고,조선민족이면누구나어렵지만여성은더어렵다고간파했던임순득은당시교육자와문인등여성지도자들이신체제론에발맞추어내세운‘생활개선’이라는것이가진반민중성을우회적으로비판한작품「달밤의대화」를끝으로해방이될때까지침묵에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