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미러 (김덕희 소설집)

사이드미러 (김덕희 소설집)

$14.00
Description
“오늘의 절망은 어디에 하소연할까”

현실과 몽상의 위태로운 역전 속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안간힘 쓰는 존재들
저자

김덕희

1979년출생.2013년부터작품활동을해왔다.
소설집『급소』로제23회한무숙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눈부신날

모르는얼굴
쇄록(?錄)
지구평면설
사이드미러
새식구
식은볕

해설|타이핑된자아ㆍ강경석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정밀한문장과예상을뒤엎는형식으로주목받아온김덕희의두번째소설집『사이드미러』(문학과지성사,2021)가출간되었다.2013년중앙신인문학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하여첫소설집『급소』(문학과지성사,2017)로신인으로서는이례적으로제23회한무숙문학상을수상한뒤4년만의신작이다.표제작「사이드미러」를포함하여그동안신중히고치고다듬은여덟편의작품이수록되었다.
가상과실상의고리를능숙하게연결하여인간의존재론적불안을묘사해온김덕희는이번소설집에서도객관적현실감각을잃지않으려분투하는인물들을그려낸다.“자신이누군가가쓰고있는유치한성장기속의주인공”이아닐까하는의구심으로“온갖작위투성이인”세계를응시하는이들을통해실재와허위를넘나드는이야기를통찰력있게묘사한다(「추」).그러므로『사이드미러』를읽는일은익숙한체계와질서가미세한균열을일으키며붕괴되는과정을작가의치밀한문체를따라감각하는일이될것이다.고정된인식의바깥에서돌올하는세계의이면을발견하는경험을선사한다.

이소설집에관한한,현실이허구를생산하는게아니라허구가현실을조작하기도한다는발상은더이상망상이아니다.그것은그간몰랐던사실이어서가아니라이제임박한현실이되었기때문에중요해진것처럼보인다.현실이과연그러한가를다시따져볼수있지만그결과에관계없이도이러한세계감각의연원이무엇인지를묻는일은불가피하다.강경석(문학평론가)

견고한믿음이무너지고깨지는순간들

김덕희의작품속인물은부지불식간에전혀다른세계에뚝떨어진사람처럼보인다.자신을둘러싼배경과인물들에게서불현듯생경한기척을느끼고그것의원인을집요하리만치탐구하기때문이다.주인공을제외한이들이전부지구가평평하다고믿는「지구평면설」이한예다.

“손님,지금지구가둥글다고말씀하시는겁니까?에이,제가아무리택시나몰고있다지만그런농담에넘어가려구요.지구는평평한게맞죠.”
“네?”
나는아내에게보냈던메시지를읽어보느라기사의말을제대로못들었다.
“지구는평평한거란말입니다.처음부터지금까지요.”(pp.164~65)

술자리에서지구가평평하다고주장하던친구와말다툼을벌인주인공은집으로향하는도중택시기사에게푸념을늘어놓는다.그러자택시기사는그거야말로미친소리같다는투로주인공에게핀잔을준다.“저는살다살다지구가둥글다는얘긴첨듣습니다.좀취하셔서반대로말씀하고있는게아닌지싶네요”(p.165).만약이러한상황에처한다면누구라도자신의판단력과이성을의심하게될것이다.실재와허위를변별하는기준으로서의현실감각이일거에허물어지기때문이다.이러한교란은화자인‘나’가알고보니내몸의주인이아니었음을깨닫는「눈부신날」,사진을가공하면실제인물의외양도함께변화하는「모르는얼굴」,쓰는자와씌어지는자의위치가끊임없이뒤바뀌는「추」등에서도반복적으로나타난다.그렇다면김덕희는사실과허구의경계를무너뜨리는작업을통해어떠한가능성을모색하고있는것일까.

없는사실에서비로소발생하는이야기들

「사이드미러」는가난한시인인‘나’가친구에게불려나간술자리에서저지른실수로시작된다.만취하여그날일을정확히기억하지못하는나에게친구는수입승용차의사이드미러수리비를변상해야한다고일러준다.그리하여나는자존심을굽히고출판사의창고관리직원으로근무하게되는데,알고보니사이드미러는파손되지않았고모든것이친구가꾸며낸거짓이었음이밝혀진다.

벤츠의사이드미러는처음부터멀쩡했다.앞쪽에서가격한바람에그대로접혀버려약간긁히기만했을뿐파손되지는않은것이다.나는그렇지않을까싶었지만모두가부서졌다니그런줄알고있었다.(p.204)

그렇지만이작품에서허위는두인물의관계를훼손하지않고오히려균형을회복하도록이끄는역할을한다.친구의농간이실은오래전에내가그에게저지른유사한잘못에대한복수였음이밝혀지기때문이다.그리하여실제로는균열상태였던나와친구의관계는거짓을경유하여도리어봉합되면서지난한갈등을해소하게된다.그러므로『사이드미러』는허구가초래하는혼란과파국뿐아니라그것의긍정성또한짚어내며우리에게생각지도못한삶의가능성을제시한다.무(無)에서유(有)가탄생하는기묘한아이러니를통해깊이있는문학적서사의모범을보여준다.

상진은자신을타인으로경험하는지금이어쩌면생에단한번올까말까한아주특별한순간일지도모른다는생각이들었다.무언가……여태모르고살던것을알게될것같은기분이었다.(「식은볕」,p.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