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드 (윤지양 시집)

스키드 (윤지양 시집)

$9.00
Description
무심한 듯 꾸준히 시와 당신에게 다가가는 윤지양의 첫 시집
시와 시 아닌 것 사이에서 벌어지는 우연한 사건 모음집
시가 되는 것이 따로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생각을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시를 써왔습니다.
-윤지양, 비시각각 프로젝트 프롤로그에서

201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눈치 보지 않고 자신만의 시적 착지점에 닿은, 혹은 닿으려 하는” 시를 쓴다는 평을 받으며 데뷔 당시부터 큰 주목을 받아온 윤지양의 첫 시집 『스키드』(문학과지성사, 2021)가 출간되었다. 윤지양은 웹진 〈비유〉에서 연재된 비시각각(非詩刻刻) 프로젝트와 텀블벅 펀딩으로 진행된 시시각각(詩詩刻刻) 프로젝트 등을 통해 ‘시 아닌 것(非詩)’을 동료/독자와 함께 발견하고 수집하는 방법으로 시란 무엇인지 질문해왔다. 시집 『스키드』는 비시인 동시에 시가 될 가능성을 계속 물어온 윤지양의 성실한 대답이며 존재 증명이다. 그럴듯한 규칙들을 쌓아 올렸다가 일부러 무너뜨리는 사이 떨어져 나간 파편들은 시집 제목처럼 우연히 미끄러지며skid 새로운 의미를, 시라는 사건을 만들어낸다. 윤지양은 전능한 설계자이기보다 어딘가에 몸을 숨긴 탐정이나 이 사건들을 증언하는 목격자 가운데 하나인 채로 독자들을 불러 세운다.
저자

윤지양

시인윤지양은2017년『한국일보』신춘문예를통해시를발표하기시작했다.

목차

시인의말


공룡섬

누군가의모자
14마일
초록알러지
사고실
네가말하기를
비스킷(28)
X
돌멩이동화
작은이야기에서만난작은사람들
50가지시작법
별들에게
주공아파트
숨은그림찾기
당신은중요한메시지가있다
순간삐거덕거리는소리가났고
가방비평

목수

중정이있는집
호수가사랑한오후
가위
글루미선데이
대나무숲
다섯가지단어설명서
민트의집
K끼리의시대
생각이나서
못쓰모:못쓰는사람들의모임
귀가셋인고양이
물배우기
하늘색스웨터를입은사람
기억비평
미음의마음
아복숭아

물장난
봄,벼랑,발가락
붙잡는거지그럼에도걷지

석수
환상열차분야지도
Oneday,thecouchbelievedherselftobeapoet
망령이군산앞바다를배회한다
사과를던진다
어느날소파는자신이시인이라고생각했다
가.나.다.
현대미문의사건
전원미풍약풍강풍
뮤즐리그러나

좋아하는것을함부로말하고싶을때
무소식의방문
모서리놀이
바퀴

박하사탕


해설
마크ㆍ홍성희

출판사 서평

좌초된기억을수집하는최초의목격자
따라웃었어
어색해지는게싫어서
-「대나무숲」부분

윤지양의시는관습에의문을갖는데서시작하는듯하다.선생님은아이들에게‘물’을가르친다.아이들은설명을듣는척하며“물에대한몇가지를읊을수있게”된다.많은아이가물모양이별모양이었다고왜곡해기억하지만,선생님은그저별모양의그릇에물을담았을뿐이다.그릇을깨뜨린아이는자신이‘물을죽였다’고생각하는데,물이쏟아진바닥에엎드려울고나서야물이별모양이아니라는것을깨닫는다(「물배우기」).또다른시에서아이들은함께구멍을판다.구멍은누군가에게“세상에서가장깊은우물”이지만,다른아이에게는두레박이고또다른누군가에게는뜬금없게도양철로보인다.시에서알게되는것은모든아이가우물을우물로기억하지는않으며“우물은어쩌면그렇게깊지않을지도모른다”(「작은이야기에서만난작은사람들」)는것이다.이시들은관습적인시쓰기와읽기방식에대한비유처럼읽히기도한다.시를쓰는방법에정답이있다는환상,시를읽고이해하는방법이하나뿐이라는착각이시의자리를너무좁게만들고있는것은아닐까?윤지양은그간‘시’와‘시아닌것’을정하는것은개인의기준,읽는사람의개입이라는나름의방향성을확고히했다.그러므로의도적으로독자의자리를넓게둔시집『스키드』에서윤지양은창작자/설계자이기보다는시인의말에서이야기하듯(이것이시라고증언하는)“하나의목격자”이기를자처한다.이것이시인가,시가아닌가라는물음에대한나머지답들은또다른목격자,독자의몫으로남겨두고서.


사건을해결할생각이없는탐정

1별상관없는이미지의나열
2별상관없는소리를나열
3변주하기
3앞선것반복
2오독을유도하기
4별같잖은생각을그럴싸하게별일인양
5대단한생각을같잖은것처럼쓰기
-「50가지시작법」부분

윤지양은규칙을무너뜨리기위해규칙을적극적으로활용한다.시「50가지시작법」에서‘시작법’이라고생각되는문장들을차례로읽다보면,당연히1부터50까지순서대로배치되어있을것이라생각한문장앞숫자가다른규칙성을띠고있음을문득발견한다.한참다른규칙의의도를찾다보면이번에는시작법의나열인줄알았던문장들이갑자기자기들끼리대화를시작하거나(“28방금나쳤냐?/29아닌데”)숫자가문장안에편입된다(“40일간의금식기도”).이렇게윤지양의시에서규칙이라고예상됐던부분은금세무너지면서읽는사람을배반한다.분명해보이지만어느순간교묘한혼란을안겨주는이런구성은시의내부뿐만아니라시집전체에도적용된다.도형이삽입된시,세로쓰기가적용된시,건물모양으로쌓인시,‘복숭아’라는말을서른다섯번사용한시,시인이직접그린귀엽지만조금은어설픈그림이시를대신하는시등이곳곳이배치됨으로써시집의성격혹은규칙을즐겁게망가뜨린다.이시집의해설을맡은문학평론가홍성희의말처럼“글자를,단어를,종이위의세계를놀이하듯활용하면서그의시는무언가를꽁꽁숨기는듯,동시에숨겨질것은아무것도없다는듯,어깨를으쓱”거리며,시의‘목격자’들이멈춰서서힌트를찾을수있도록붙잡아둔다.

미음의기쁨과슬픔
윤지양의시에는돌멩이가자주등장한다.큰암석에서해체되고탈락된돌멩이들.시인은자음ㅁ의형태를빌려“미음의마음”을생각한다.“모난돌”ㅁ은아무렇지않게굴러가는“완벽한단하나의ㅇ”이너무나부럽다.그러나ㅁ은아무리몸을구부려굴러보려해도부러지는것밖에할수가없다.ㅁ의울음소리가천장에부딪치고ㅁ은무너져내려ㅂ이된다(「ㅂ」).
시인은규칙에서떨어져나간작은파편들을통해전체의거대함을상상하게하는동시에그것이영원하지않다는것을보여준다.“떨어져나간것들이모여예기치못한조합을이룰때,그광경은재미있기도슬프기도해요.어쩌면모든시들이그런식으로어긋나있는것인지모르겠어요.그럼에도괜찮다고생각하는것은,ㅁ이무너져ㅂ이되어도그것이또새로운의미를만들어내기때문이에요.이것이저에겐희망처럼들리거든요”(시인인터뷰).그러므로ㅁ의여정은슬프지만은않다.“나의기쁨과슬픔을/함께나누고싶어”(「돌멩이동화」)하던돌멩이는ㅂ이되어또다른세계를채운다.사소한착상을확장시키며마음의틈을건드리는윤지양의우연한세계를목격하길바란다.

기쁨과슬픔을누군가와나눌수있기를바라는자의언어를향한욕망과,언어를휘두르며타인과자신을규정하려는자의시선을무력하게만들어보여주려는언어작업과,언어를욕망하는마음이든언어가폭력이되는장면이든지금여기의언어로부터벗어나고싶은마음을끝내다시‘쓰는’자의피로,그리고사랑으로든미움으로든쓰기를계속하기위해새로운언어를찾는마음의어찌할수없음까지.윤지양의시에는언어를둘러싼다양한마음과태도가통일되지않은방식으로엮여있다.그모든언어를신뢰하고미워하고부러뜨리고그리워하는장소가바로이시집인지도모른다.홍성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