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려고 일어난 겁니다 (김경후 시집)

울려고 일어난 겁니다 (김경후 시집)

$12.00
Description
서리 덮인 유리창에
오늘은 봄날 하고도 하루 더,라고 씁니다
저자

김경후

시인김경후는1998년『현대문학』을통해시를발표하기시작했다.시집『그날말이돌아오지않는다』『열두겹의자정』『오르간,파이프,선인장』『어느새벽,나는리어왕이었지』가있다.현대문학상,김현문학패를수상했다

목차

I
뒤/제라늄/손없는날/넙치/저만치여기있네/서예시간/재떨이/원룸전사/때/차렷/젓가락행진곡/사각지대/라이터소년

II
반지/툭/없는이별/기막힌밤/오로라여행/베개/항아리/휴지/일교차/단풍/흰죽/목각/소머리국밥

III
수렵시대/책벽/수행중입니다/해부학강의/벽을나르는사람/돈신의극장에서/절뚝거리는골목/긁다/객실/말미고개/봄밤/십이월

IV
두번이면영원/장미처럼/곁/스타일/원룸전사/수조/쇼윈도/달팽이/슈퍼문/도요/파양/헤어질사람이없는사람

해설 김영임 솔리테르solitaire에서솔리데르solidaire까지

출판사 서평

공허와부재에서끌어올린김경후의세계
놓쳐버린것들에다가서려는고독의언어

시인김경후가2019년김현문학패수상이후첫신간으로『울려고일어난겁니다』(문학과지성사,2021)를펴냈다.김경후는‘사랑이살과뼈를태우는연옥(煉獄)이라는사실을매우인상적으로’그려냈고(장석주),“공허로부터폐쇄적인세계와자기파괴적인이미지를불러내는데주력해왔다”(이재원)는평을받으며,잃어버린것들을좇기위해저도모르게가장아프고절박한자리에머물수밖에없었던시적화자에관한시편들을보여왔다.
그의시집에대해말할때시의바탕으로꼽혀왔던‘상실’‘부재’와같은단어들은이번시집에서도유효하게작동하며더욱깊고도정제된쓸쓸함을자아낸다.김경후의시를장악하고있는시적화자의외로움은우리의곁을맴돌고있기도하기에,우리는그의시를읽으면서스스로의고독을발견하게될것이다.때문에김경후의언어로지어진시세계는비단“자신뿐만아니라세상을위한것이리라감히짐작해본다”(김영임).

예전에는존재했지만지금은부재하는것들
흔적으로남은자리를지키는화자

거기가바로여기네,이말을자주하던사람의그림자사진,핸드폰을본다,이번엔너무지난그림,그는그늘,여기는,신호없음,연결상태를확인해주세요,빨간신호마다과속으로지나친여기,어디지,

[……]

우주정거장은밤의지역을지나고있습니다,그래,그는그늘,다시,우주정거장은돌고,어떤사랑이지구에있었는지,보이지않고,

한밤의택시,내린후,여기일까,뒤돌아본다,
-「뒤」부분

이시집의첫시에는“거기가바로여기네,이말을자주하던사람의그림자사진”을들여다보는화자가등장한다.장소를지칭하는‘거기’라는단어가시간개념을포함할수있다면,‘거기’는화자와‘이말을자주하던어떤사람’이이미알고있는장소,즉과거의어딘가를지칭하는단어일것이다.우리둘이알고있던바로‘거기’가화자가지나가는‘여기’인것일까.한편“이말을자주하던사람”이란또어떤사람인가.그사람은구체적형상으로남겨지지않고그림자만남아있으며,나를떠나흔적으로만남은사람이다.그말을한사람역시그때거기에머물러있는과거의한사람이라는것을짐작할수있다.
김경후의시집곳곳에는한때함께였을지모르지만지금은부재하는무언가에대한흔적으로가득하다.화자의삶을채우는것은“단하나의희망”으로남은“사라진일”(「라이터소년」)이며,“죽은후에살아남은것들”(「반지」)이다.이미사라진것,사라졌기에‘그림자’로만남은자리를보살피는화자의마음상태를이책의해설을쓴김영임은‘고독’이라부른다.과거의‘거기’였지만지금은지나쳐버린곳,“어떤사랑이지구에있었는지”알려줄수있는곳,하지만“보이지않”기에매번,“여기일까,뒤돌아”보는홀로남은이의마음에서‘고독’이떠오르는것은자연스러우리라.

홀로인자리에서다시일어나성숙하는‘나’
세상과의끈을붙드는작은사건의징후들


슬픔이무릎을건드릴때
그래도설수있다는걸알았을때
나는소리

[……]


밤의송곳니가부러지는소리
그때우리도함께부러지는소리
말도안되는소리
서로돌아서는소리

홀로가아니라스스로내가되는소리
-「툭」부분

외로운자라고해서완전히고립되어있을까.화자들은“슬픔이무릎을건드릴때”“우리도함께부러지”고“서로돌아서는”그순간에“툭”소리와함께“그래도설수”있음을,고독이닥쳐온순간은“스스로내가되는”순간이었음을깨닫는다.우리로묶였던관계에서벗어나온전히나로남는다는건세상으로부터의고립을의미하는것은아니며오히려그시간안에서“성숙한자아의(목)소리로변화”(김영임)할수있다는것이다.
성숙한자아즉,스스로내가된다는것은홀로된자리에서도세상과의소통을발생시키는사건의징후가목격된다는의미일것이다.“시간은멈추고세월은흐른다”는시구에서세월과는별개로그가떠난뒤남겨진나의시간은멈추었음을짐작게하지만,화자는“일어나자마자운게아니에요/울려고일어난겁니다”라고말한다.잠에서깨어나는것이먼저가아니다.울려는마음,울음이라는사건을발생시키려는화자의의지때문에‘잠’이라는고립으로부터벗어나게된것이다.“울려면일어나야”(「저만치여기있네」)한다는의지가고독을견디는자가스스로깨어나기를선택하는작은사건의시작점처럼보이는것은이러한까닭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