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독특한영화미학을창조해낸
로베르브레송이남긴유일한작가일지
“도스토옙스키가러시아소설이고
모차르트가독일음악이라면,
브레송은프랑스영화다.”_장-뤽고다르
브레송은1943년첫장편영화<죄악의천사들>을시작으로1983년마지막영화<돈>까지13편이라는비교적적은편수의영화를남겼지만,그가영화사에끼친영향은막대하다.평론가세르주다네는브레송을두고‘다른감독들에게중요한영향을끼치는감독’이라고평가했는데,장-뤽고다르,베르나르도베르톨루치,엘렉산드르소쿠로프,마르그리트뒤라스,마틴스코세이지,샹탈아케르만,안드레이타르콥스키,차이밍량,프랑수아트뤼포,홍상수등브레송영화에대한애정을고백한감독의이름을나열하려면한이없다.흥미로운것은그의영화를좋아한다고말한감독들이제각기다른개성을지니고있으며,심지어는브레송과정반대의길을가는것처럼보이는경우도있다는것이다.브레송의영화및그의방법론은반드시따라야할정전으로기능한다기보다는,그가자신의고유한방법론을찾아가는과정을비롯해그가걸었던모든길이지리적,시간적인경계를넘어이후의감독들에게새로운창조를추동하는지속적인참조대상으로기능한다고말하는편이나을것이다.브레송이남긴유일한책인『시네마토그라프에대한노트』는그의영화를특징짓는방식들이어떠한문제의식속에서완성된것인지잘보여준다.
“시네마는공통의기반만파헤친다.
시네마토그라프는미지의행성에서
발견의여행을한다.”
1975년에출간된이책은1950~1958년,1960년~1974년사이에쓴총456개의아포리즘적단상들로이루어져있다.브레송의문체는그의영화와닮아있다.그의문장은짧고간결하며,복잡한설명이나논증이없다.얼핏보기에는즉각적으로떠오른생각이나문구들을아무렇게나기록해둔것같지만,그의말하나하나는모두영화제작이라는복잡다단한실천과긴밀한관련을맺고있으며,스스로자신의작업에어떤원칙을정립할것인가에대한집요한모색과고민,시행착오뒤의깨달음을담고있다.
브레송에게는뒤늦게탄생한예술인영화가자신만의표현수단을발견하고이를개척함으로써더높은경지에이를수있다는신념이있었다.그는순수한영화적표현이가능하다고믿었고,이를위해서는다른예술의표현방식에의존하는기존의영화가썼던방법이아닌,새로운방법이필요하다고생각했다.브레송은자신이추구하는영화를‘시네마토그라프’(뤼미에르가발명한영화촬영및영사장치)라고부르며,그가‘시네마’라고부르는영화들에맞세운다.“두종류의영화가있다.연극의수단들(배우,연출등)을사용하며,복제의목적으로카메라를사용하는영화[시네마]가그하나다.시네마토그라프의수단들을사용하며,창조의목적으로카메라를사용하는영화[시네마토그라프]가다른하나다.”무엇보다도브레송은영화가단순한재현예술로전락해서는안된다고생각했다.그에따르면,감독의일은배우에게연기를시키고카메라로이를복제하는것이아니라,실재를“분리시킬수있는부분들”로나누고,이후몽타주를통해파편화된영상들을완전히새로운방식으로결합해새로운세계를만들어내는일이다.그는자립적인영상,완성적인의미를갖고있는영상을거부한다.이런영상들은그자체로최종적인것이라서다른영상들과결합되지않기때문이다.“[영상을](다리미로다린것처럼)평평하게만들라”“(평평해진)네영상들이지금의모습과전혀다른것이될수있는힘”“사물의모든측면을보여주지말것”“좋은영상들을모아놓으면혐오스러울수있다”와같은말들도모두이러한맥락에서생각하면쉽게이해할수있다.브레송영화의인장과도같은특징들,비전문배우의기용,연기에대한의식을지운채자동적으로연기하는모델(그는배우를‘모델’이라고부른다),이미지와사운드의불일치같은것들모두이러한원칙과관련되어있다.이책에는이렇듯영화를자립적인예술로끌어올리고더강력한표현수단으로만들수있는길에대한풍부한고민이담겨있다.브레송의이러한원칙들이그의영화에서어떻게적용되었는지,원칙을다듬어나가기이전그의영화는어떠했는지떠올리면서이책을읽는다면더풍부한독서가될것이다.그가다른감독을어떻게평가했는지,그의생각이현실속에서어떤저항에부딪치게되었는지살펴보는것도흥미롭다.
박제된정전이아닌,모든예술가를위한전투교본
“전쟁의예술,시네마토그라프.
전투를준비하는것처럼영화를준비할것.”
이책은영화가문학이나연극과같은전통적인매체에자신을맞세워자신만의고유한본성에부합하는표현과탐구의영역을찾으려했던시기,자기변별성을사고해야했던시기에쓰여져다소낡은것으로여겨질수도있다.그러나『시네마토그라프에대한노트』는박제화된정전이아니다.사람들은여전히스코세이지의영화에서,차이밍량의영화에서,아핏차퐁위라세타쿤의영화에서브레송의흔적을발견한다.또한홍상수감독이바로이책을곁에두고읽었으며,그가영화적방법론을찾는데영감을주었다는것은자주이야기되는사실이다.영화는그것이처음탄생했을때만이아니라,이후텔레비전과비디오의등장으로,그리고최근에는디지털매체의등장으로‘영화의죽음’이이야기되고,포스트영화담론이성행하면서다시금자신의매체성을정당화,혹은재정의해야할과제를떠안고있다.이러한때,브레송이걸었던길을되돌아보는것은충분히가치있는일이다.이책을옮긴영화학자이윤영은『시네마토그라프에대한노트』가브레송자신에게일종의전쟁교본이나전투의매뉴얼같은것이었을거라고말한다.젊은감독,혹은예술가들은이책속에서자신만의무기를발견할수있을지도모른다.이책은예술가들이자기자신의길을개척해갈수있도록추동한다.
영화학자이윤영의새로운번역
브레송의문체는간결하고명확하지만,스스로를향해쓰여진것이니만큼자세한설명이부족하고,일반적인용법과다르게사용하는단어및개념이적지않아,브레송을처음접하는독자들에게는의미가모호하게느껴질수있다.영화학자이윤영은브레송의문체를살려최대한정확하게번역하되,브레송의영화세계와이책이쓰여진역사적맥락에대한충실한해설을덧붙여독자의이해를도왔다.
<추천사>
“세월이흘러도브레송은혼자서좁은길을따라간다.그의영화작품하나하나는이현기증나는공허위로의도약이다.이때문에그가손으로쓴이노트는너무나도소중하다.로빈슨크루소의나무달력에새긴표시처럼심오하고참되다.그의노트,꿈,열정은우리에게육체와정신의보족성補足性,형태들의언어,소리들의언어를보여준다.”_르클레지오
“브레송에게예술은꼭있어야하는것을발견하려는노력이다.”_수전손택
“나는『시네마토그라프에대한노트』가브레송자신에게일종의전쟁교본이나전투의매뉴얼같은것이었을거라고생각한다.[…]젊은감독들이그안에서자신만의무기를찾아도좋을것이다.”_이윤영(옮긴이)
<책속으로>
책속으로
두종류의영화가있다.연극의수단들(배우,연출등)을사용하며,복제의목적으로카메라를사용하는영화[시네마]가그하나다.시네마토그라프의수단들을사용하며,창조의목적으로카메라를사용하는영화[시네마토그라프]가다른하나다.(15쪽)
창조한다는것은사람들이나사물들을왜곡하거나지어내는것이아니다.이미존재하는사람들이나사물들사이에서,그들이존재하는모습그대로새로운관계들을맺게하는것이다.(23쪽)
전쟁의예술,시네마토그라프.전투를준비하는것처럼영화를준비할것.(26쪽)
시네마는공통의기반만파헤친다.시네마토그라프는미지의행성에서발견의여행을한다.(30쪽)
어떤인간의눈도포착할수없고,어떤연필,붓,펜도고정시킬수없는것을네카메라는그게뭔지도모른채포착하고,기계의정직한무관심으로고정시킨다.(32쪽)
한숨한번,침묵한번,단어하나,문장하나,엄청난소음하나,손하나,네모델의전체모습,쉬고있거나움직이는,측면이나정면으로잡은그의얼굴,극단적인롱숏,줄어든공간…모든것이정확히제자리에놓이는것,이것이네가가진유일한수단이다.(33쪽)
모든예술속에는그에반하여작동하고그것을파괴하려는어떤악마적원리가존재한다.이와유사한원리가아마도시네마토그라프에게전적으로불리한것만은아닐것이다.(36쪽)
레오나르도다빈치는(『노트북』에서)끝에대해잘생각하라고,다른무엇보다끝에대해생각하라고충고한다.영화의끝은[직사각형의]표면일뿐인스크린이다.네영화를스크린의현실에따르게하라.화가가자신의그림을화폭자체와여기에칠한색채의현실에따르게하는것처럼.조각가가자신의형상을대리석이나청동의현실에따르게하는것처럼.(102쪽)
독서에서끌어낸아이디어는항상책의아이디어일것이다.사람과사물들에게직접갈것.(113쪽)
“모든움직임은우리를드러낸다.”(몽테뉴)그러나움직임이우리를드러내는것은,움직임이(지시를받거나의도한것이아니라)자동적일때뿐이다.(1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