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시대의 아리아 (신종원 소설집)

전자 시대의 아리아 (신종원 소설집)

$14.00
Description
“나는 파괴적인 음향신호이다”
소설, 혹은 정교하게 디자인된 소리, 악보, 기억
가장 음악적이면서도 가장 회화적이고 또한 가장 언어적인 텍스트 (문학평론가 우찬제)
확고하고 집요한 고집의 가능성 (『한국일보』 신춘문예 심사평)

화자를, 스피커를 믿어주세요. 이들이 자신의 말하기로 음악적 질서를 소진시킬 수 있도록. 그래서 종장에 이르러 세계가 어떻게 바뀌는지, 괜찮으시다면 함께 지켜봐주세요.
- 신종원 『소설 보다: 가을 2020』 인터뷰에서 미래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한 신종원의 첫 소설집 『전자 시대의 아리아』(문학과지성사, 2021)가 출간되었다. “소설 속의 공간을 설계하고 구축하는 과정이 대단히 정교”할 뿐 아니라, 이렇게 “단단하게 쌓아 올린 세계를 허투루 다루는 장면이 거의 없을 정도”라는 평을 받았던 당선작 「전자 시대의 아리아」가 표제작으로 실렸다. 총 여덟 편의 단편소설이 모인 이 책을 읽다 보면 이 안에 담긴 다성적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신종원의 주된 관심사가 ‘음악’에서부터 점차 ‘음향신호’와 ‘소리’ 자체로 확장되어왔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도 있겠다. 기억을 형성하고 역사를 구축하는 소리,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을 지배하고 있는 음악적 질서. 작가는 이를 기민하게 포착하여 세밀하게 기획된 서사 안에 녹여내고 스스로 강력한 지휘자가 되어 정돈된 리듬으로 풀어낸다. 다르고 다변하는 낯선 목소리들, 소설로서 생동하는 사운드 텍스트 텍스처가 이제 당신의 눈을 사로잡을 차례이다.
저자

신종원

2020년『한국일보』신춘문예를통해소설을발표하기시작했다.km/s동인으로활동중이다.

목차

밴시의푸가
전자시대의아리아
멜로디웹텍스처
옵티컬볼레로
저주받은가보를위한송가집
비밀사보노트
보이스디펜스
작은코다

작품별주석및참고자료
해설|전자시대의교향곡ㆍ이소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목소리를위해설계된소설

처음에는아무런표지없이공백뿐이던선들사이에점점이검은표식이나타나는데,이들은낮에들은음악의그림자가분명하며,달빛아래성실하게받아쓰는자동기계가하나있어,너는마침내한가지악보를완성하기에이른다.[……]들리거나말거나.동거인에게속삭인다.네가듣는음악.나는그게어디서왔는지알고있어.입술을우물거린다.나는이순간을기다려왔어._「멜로디웹텍스처」

늘같은조합의책으로서가를어지럽히는도서관유령(「밴시의푸가」),일제강점기고문시설이던적산가옥에울려퍼지는음성기록(「전자시대의아리아」),베란다에서음악으로실을잣는거대한거미(「멜로디웹텍스처」)……이런설정들로인해독자는기괴한첫인상을받을수도있겠다.하지만더읽다보면암호,음향혹은패턴들로세공된서사와그안에쌓여가는목소리들가득한소설세계를만나게될뿐아니라,소설의결말부에이르러고요하고도드라마틱한에너지를발견할수있다.그의소설은언뜻난해하게느껴질수있으나문학과인문서를즐기는기본체력만있다면앞서인용된인터뷰의제안처럼화자를믿고끝까지따라가보기를권하고싶다.누구든종장에이르러그개성적인아름다움을발견하게될것이고,여기에서느낄수있는독서의쾌감은작지않을거라자신있게약속할수있기때문이다.

“사물의전기thebiographyoftheobject”,감각으로기록된기억

옵츄라는하나의시선이고,사람들은이과묵한눈동자가언제처음기록을시작했는지모를것이다.아니,영원히알수없을것이다.옵츄라는고생대말기,판게아내륙의하트랜드사막에서태어났다.나중에미래의종족들에의해아프리카라고이름붙여질,메마른황무지한복판에서.오늘날지하깊숙이매장된일부퇴적암들은저마다미세한연삭자국을간직하고있다.물리적인충격에의해깎이거나다듬어진흔적들.지금잠시접사렌즈를빌려다쓸수있다면.당신은광물표면에새겨진3밀리미터깊이의스크래치들을알아볼수있을지도모른다._「옵티컬볼레로」

신종원의관심은문제적개인의‘개별적삶’에있지않고,오히려사물이통과해온역사의연속에있다.이소설집의해설을쓴문학평론가이소는신종원의이러한남다른접근법을“사물의전기”라칭하고,여기에서의‘사물’개념은“공간이나텍스트나이미지까지포함”한다고설명한다.이를테면,고생대말기광물로제작된캐논카메라의시선(「옵티컬볼레로」)이나스트라디바리에의해제작된뒤여러연주자를거쳐박물관에이른바이올린의침묵(「저주받은가보를위한송가집」)으로제시되는이사물들의역사는각종변형과흉터를통해전해지고아카이빙된다.“소설적뮤지올로지”라고도불릴만한이전략은,“우리역시역사적잔해의일종이고사람이아닌매체가기억의주체임을절감한다면,이사물의전기에우리를기입할방법은언제든지존재”한다는점에서또한읽는이를매료시킨다.

새로운시작을예고할작은코다coda

음악으로따진다면종결부.이른바코다에이르는과정이다.반주도,화음도없는무조음칸타타는다음과같이이어진다.죽지않고남은세이렌들은복수하기로마음먹었어요.인간들에게노래를가르치려고육지로나온거예요.그게현전하는모든작자미상민요들의기원이에요.소리꾼이물을수도있다.가령,그럼「후리소리」도그들이만들었다는겁니까?종연은이것을모호하게부인해도좋다.그냥가설이에요.어차피나중에는아무것도기억하지못하게할테니까._「작은코다」

음향기기로인해음치가된세이렌종연이우리민요「다대포후리소리」를배우는과정을다룬「작은코다」로이소설집은끝을맺는다.‘코다’가음악의종결을의미하는동시에,돌림노래의새시작을여는터닝포인트이듯,완독에이른당신은이패기넘치는신인의‘다음next’또한엿볼수있다.데뷔당시당선소감에서자신에게영감을준많은예술가를호명한뒤“이들이나를앞서가는성부들이라면,나는다만뒤를따라가는음향신호에지나지않는다”라고적었던신종원.고전classic의매혹속에서자신만의실험을추진해가는그는감각하고기록하여기억하는음향-텍스트의공인(工人)으로서매일한자,한줄의공백과더께를밀어내가며누구보다새로운감각을갱신해나갈준비를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