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희곡선 -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45 (개정판)

한국 현대희곡선 -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45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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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회와 예술에 골몰해온 한국 현대희곡 100년사
시대정신과 경향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대표작 9선
한국 최초 근대희곡인 이광수 「규한」(『학지광』, 1917) 발표 100년을 맞아 초판이 출간되었던 『한국 현대희곡선』이 2021년 재정비를 마치고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그간 〈한국문학전집〉이 집중해온 한국 근현대문학의 출발 시점에 더욱 충실해져, 1920년대 주요 희곡 두 편이 추가됐다. 영화 「사의 찬미」로 대중에게 익숙한 작가 김우진의 「산돼지」와 근대 여성문학사를 열었다고도 평가받는 김명순의 「두 애인」이다. 이어 1930년대 사실주의극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유치진의 「토막」, 해방 이후 혼란기의 기회주의를 비판한 「살아 있는 이중생 각하」, 고전과 전통을 실험으로 새롭게 해석해낸 최인훈, 이현화, 이강백의 비(非)사실주의 극 등까지 각 시기의 시대정신과 연극 경향을 대표할 만한 희곡을 골고루 선별하여 묶었다. 책임 편집을 맡은 연극평론가이자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인 이상우는 작품 선별 기준과 책의 구성에 관하여,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대표 희곡 중에서도 가장 작품성과 대중적 지지를 받아온 희곡을 선하였고, 주류 양식인 사실주의극과 비사실주의극이 마주치면서 발전해온 한국 현대연극사의 맥락을 고려하여 두 장르를 균형감 있게 안배하였다고 밝혔다. 더하여 이번 개정판에서는 변화한 저작권 상황으로 인한 현실적 사정과 더불어 청소년의 문학 학습 보조서로서 역할하고 있는 〈한국문학전집〉의 무거운 책임감으로 작품 선정 대상 시기 및 편수를 조정했음도 밝힌다.
저자

김우진외

1897년전남장흥에서태어났다.호는초성(焦星),수산(水山)이다.1920년대를대표하는선구적연극인이자실험적인극작가다.와세다대학영문과에진학해극문학을전공했다.1920년대에조명희,홍해성등과함께극예술협회를조직했고1921년에는동우회의요청에따라극예술협회가중심이된순회연극단을주도,던세이니의「찬란한문」을번안·연출하며국내순회공연을했다.1926년,자살로생을마감할때까지시48편과희곡5편,평론20여편을썼다.「소위근대극에대하여」,「아관계급문학과비평가」등의글에서서구연극운동을소개하고이를우리현실에적용하기위한실천적방법을모색했다.대표작으로는「難破」,「이영녀」,「山돼지」등이있다.1926년윤심덕과현해탄에투신한것으로알려져있다.

목차

일러두기
산돼지_김우진
두애인_김명순
토막_유치진
산허구리_함세덕
살아있는이중생각하_오영진
불모지_차범석
옛날옛적에훠어이훠이_최인훈
카덴자_이현화
봄날_이강백

작품해설
한국현대희곡의계보를찾아서/이상우
작가연보및주요작품연보
참고문헌
기획의말

출판사 서평

1920년대한국현대희곡의태동과고뇌하는지식인의초상:김우진,김명순
각종교과서에수록되고모의고사에서도다수출제된바있는김우진의「산돼지」는우리에게도익숙한작품이다.홍난파,마해송등과함께도쿄유학생모임동우회에참여하여순회연극단을조직해본경험을가지고귀국한김우진은시,소설,평론,희곡창작에열성을보였다.그의유작「산돼지」는작가자신을연상케하는인물(원봉)이등장해그를에워싼봉건적인습과사회적억압에저항하는지식인의내면적고뇌를치열하게묘사한다.김우진은1926년이작품을극예술협회동료이자친구인조명희에게우편으로보내고시모노세키에서부산으로향하던연락선을타고가다윤심덕과함께현해탄에동반투신한것으로알려졌다.
김일엽,나혜석등과함께1세대신여성으로꼽히는김명순은자전적소재를다루는희곡두편을남겼다.「두애인」은남편과비접촉을조건으로계약결혼을한인물(기정)이청교도주의자(춘영)와사회주의자(관주)를각각애인으로두고그들과‘영적연애’를하지만,두애인의부인들에게심한폭행을당해비극적결말을맞는이야기이다.당대지식인들사이에서유행하던영혼-육체의일치를추구하는연애풍조와김명순이그결을달리하는것은작가자신이성폭력피해생존자였던개인사와맞닿는부분으로읽힌다.1세대신여성다수가그러했듯시대와불화하다고통스러운말년을맞았던김명순의삶을비추는반사경같은희곡이바로이작품이다.

1930년대빈곤의민낯을담은사실주의극의정수:유치진,함세덕
한국의신극은1930년대극예술연구회의결성을통해확립되었으며,유치진,이무영,이서향,함세덕등의창작극은근대사실주의극이성립되던초반크게기여했다.특히주목할만한작품인유치진의「토막」(1932)은당시대표적인극빈층이었던토막민의비참한삶을통해식민지농민의보편적궁핍을형상화한희곡이다.7년간기다리던아들이유골로돌아왔을때,가족들마다보이는분노와초탈,다짐등의반응은아들의죽음으로상징되는민족의비애,혹은민중의비애에대한각기다른태도를반영한다고독해된다.
또한이런시대인식은후기극예술연구회를통해연극계에입문하게되는극작가함세덕의「산허구리」(1936)에의해계승되었다.바닷가마을을배경으로한이희곡또한식민지민중의지독한궁핍과피폐한생활을가감없이드러낸다.둘째아들이풍랑을만나주검으로돌아오며비극이절정에이르렀을때가족들이보여주는비장함,광기,초탈,자각등의반응에서「토막」과유사한시대인식도엿볼수있다.

해방기와전후사회에대한풍자와비판:오영진,차범석
1940년대혜성처럼등장한오영진은시나리오작가로출발하였으나해방이후희곡으로당대사회상을풍자하고비판하는데주력했다.그는「살아있는이중생각하」(1949)를통해해방을맞아친일파에서친미파로재빠르게변신하면서사회적책임을회피하고자신의기득권을유지하고자하는기회주의자반민족행위부역자들의탐욕성을풍자하고조롱했다.
이후1950년대중후반대표적인전후신세대극작가로꼽을수있는차범석은「불모지」(1957)를통해전후사회의병리현상을흥미롭게극화하였다.그는전후현실의모순을사실적으로재현하고비판하는데주력하면서도,노동과학업을통해미래를준비하는경운·경재를허황된망상에빠져파별한경수·경애와대비시키며도래할사회의희망과전망을제시하였다.

전통의재창조와실험사이에서:최인훈,이현화
1970년대한국연극의키워드는전통과실험이었다.한국연극이란무엇이며,어떤것이어야하는가에대한자각이강렬하게제기되었던시기로,이는주로전통의현대적재창조작업을통해나타났다.「옛날옛적에훠어이훠이」(1976)는최인훈의희곡가운데한국적비극세계의특징이잘나타나는작품으로,도탄에빠진민중을구하기위해나타난민중영웅인아기장수가민중(자기아버지)스스로의손에의해제거된다는비극적아이러니를다루고있다.마지막장면에서아버지에의해살해당한아기장수가어머니를용마에태우고아버지와함께하늘로올라가는결말에서화해와용서라는한국적비극의정체성을보여주고있다고평가받았다.
이후1970~80년대한국연극계에서전위적연극실험작업에가장앞장선극작가로이현화를꼽을수있다.특히그는자신의작품에서극단적인부조리성과의사소통의불가능성,세계의무자비한폭력성등에관심을표명했다.그의연극실험은파격적이었고,난해했으며,당시연극계에서화제와논란의중심에있었다.「카덴자」(1978)역시세조의왕위찬탈과그에대한사육신의항거를기본서사로설정했으나,관객으로설정된여성을연극에끌어들이는방식을통해관객에게오늘날의정치현실에대한각성을촉구한다.

현대적우화극을통한현실비판:이강백
다채로운비사실주의극의등장속에우화적기법을본격화한대표극작가가이강백이다.「봄날」(1984)은우화대신에전래의「동녀(童女)설화」에서우의적상황을끌어와서모든것을가진탐욕스런아버지와거기에불만을갖고대응하는일곱명의아들사이의갈등을다룬다.설화라는우화적설정의토대위에동화속인물처럼묘사된아버지와자식들이라는우화적인물설정,그리고시,그림,영상,연주,속요,산문,약전,편지등을각장에배치하여서사극적효과를불러일으킨점이이작품의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