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니

3기니

$16.00
Description
편지, 가장 뜨거운 선언이 되다
버지니아 울프의 가부장제와 파시즘, 전쟁 비판
『3기니』는 1938년 발표된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로, 흔히 울프의 에세이 대표작 『혼자 쓰는 방A Room of One’s Own』(1929)과 함께 읽히거나 그 후속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혼자 쓰는 방』이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등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여성의 현실을 살펴보았다면, 『3기니』는 여기서 더 확장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이 에세이는 전쟁을 막기 위해 도움을 청하는 남성 법조인에게 여성 작가가 보내는 한 통의 긴 편지다. 편지의 저자는 ‘고학력 남성의 딸들과 누이들’의 희생과 원조로 지탱된 남성 엘리트 교육의 실패를 통렬히 지적하고 남성 중심의 국가주의가 벌이는 전쟁에 반대한다. 이 편지는 특정 계급과 성을 소외시키는 사회 체제를 유지하는 한, 전쟁을 부르짖든 반대하든 모두 공허한 대의명분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새로운 반전론을 주장하는 아웃사이더로 남겠다는 선언으로 끝맺는다.
울프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두 차례의 큰 전쟁과 파시즘의 발흥, 문학·예술사적 대전환, 여성의 정치 참여와 교육·취업의 권리를 위한 투쟁 등의 시대적 격변이 이 작품의 배경이 되며 이에 대한 울프의 예리한 시선이 작품 전체에 잘 드러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울프는 방대한 문헌과 통계 자료, 정교한 논리와 사회 곳곳을 향한 거침없는 비판, 풍자와 아이러니를 통해 가정·사회의 위계질서와 파시즘의 유사성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당시의 보수적 애국주의와 전쟁 열기에 정면으로 맞선다.
저자

버지니아울프

VirginiaWoolf(1882~1941)

20세기가장탁월한작가가운데한명인버지니아울프는1882년영국런던에서태어났다.독서와글쓰기가활발한지적인가정분위기에서자랐고서평전문저널리스트로이름을알렸다.당대의지식인들,예술가들과교류했고1915년첫소설『출항』을펴냈다.이후『밤과낮』『제이콥의방』『댈러웨이부인』『등대로』『올랜도』『파도』『세월』등의소설과서평집『보통의독자』,에세이『혼자쓰는방』등다양한장르와실험적형식과문체,참신한소재의글을썼다.전쟁과격동의시대에펜으로맞섰고,1941년자살로생을마감했다.사후에일기와편지등의유고가출간되었고페미니즘문학은물론이고문학적실험과문명비판등다양한맥락에서널리읽히고있다.

목차

하나


미주
옮긴이의말
버지니아울프연보

출판사 서평

가장실험적인울프의에세이『3기니』

『3기니』는편지와주석의교차편집이라는매우독특한형식의에세이다.편지의수신자는‘고학력전문직남성’의한전형이지만허구의인물이다.울프는이긴편지에수많은주석을달았는데,간략한서지정보에서부터소논문에가까운긴글까지다양한분량과형태와성격을지닌다.에세이의형성과정또한특이하다.울프는1934년에2만단어,900페이지에이르는액자소설형식의대작『파지터가사람들ThePargiterFamily』의초고를끝냈다.이작품의‘소설’부분은울프생전의마지막소설인『세월TheYears』로완성되었고‘강연’부분은『3기니』의바탕이되었다.
울프는『3기니』의집필을위해오랫동안스크랩북(신문기사,전기와역사의인용문,울프자신의논평등의자료모음)을만들었다.이를재료로남녀의격차를지표로보여주고국내외정세에대한날카로운분석을제시하는가하면당시유력인사들에대한조롱에가까운실명비판도서슴지않는다.이처럼이에세이는현실에밀착해있지만곧바로프로파간다로직진하지않고중층적인서술과구성을통해천천히에둘러,그러나집요하게결론으로향한다.편지와편지의바깥그리고편지속편지,픽션과논픽션,공적영역과사적영역,건조한리포트와통렬한풍자와조롱,차가운논평등을오가며복합적이고다면적인글쓰기형식을취한다.탁월한저널리스트이기도했던울프는평생수많은에세이에대한서평을쓰면서에세이형식을성찰했고,작가울프는그런성찰을바탕으로폭넓은스펙트럼의에세이들을썼으며『3기니』는울프의에세이중에서도가장실험적이다.
이실험적인에세이의맥락을밝히고행간을메우는옮긴이의노력역시주목할만하다.주석이큰비중을차지하는글의특징을살리기위해옮긴이또한문헌적정확성과시대적배경을드러내는꼼꼼한주석을추가했다.상호참조하여읽어야하는부분이나문학(사)적전거에서유래한내용도주석으로짚었다.강연에서출발한글인만큼그문체적특징을최대한부각하여마치광장에서,토론장에서울려퍼지는듯한단호하고생생하고뜨거운목소리로옮겨냈다.

치열한‘전투’와3기니의행방,울프의새로운반전론

전쟁을막기위한단체가입과지원을요청하는남성법조인에게보내는여성작가의편지라는중심설정을취하지만정작이에대한응답은지연된채여자대학개축지원단체와여성취업을돕는단체각각에보내는편지속편지가등장한다.이들편지를써나가는과정에서영국사회에서벌어진몇차례의‘전투’가회고된다.여성참정권운동(‘웨스트민스터궁의전투’),여자대학출신자들의학위인정(임용에지대한영향을준다)을둘러싼논쟁(‘대학교들의학위전투’),공무직고용및임금의남녀격차(‘화이트홀의전투’),여성의의과대학,예술학교입학저지(각각‘할리스트리트의전투,’‘왕립예술원의전투’)등이다.이를통해조망되는영국사회는지난한투쟁으로여성의교육과경제활동,정치참여등에서약간의성취를이루었으나여전히여성이라는성과계급이가부장제에의해억압을받는사회다.이여성작가가남성법조인의질문과무관해보이는이야기를책전체분량에걸쳐상세하게서술한이유도당시사회와파시즘체제의유사성을외면하는남성들의기만을지적하기위함이다.
생존을위한최소한의경제활동외에는그어떤잉여가치도생산하지않음으로써전쟁에직간접적인협력을거부하겠다는다짐,현재의위계질서를지탱시키는그어떤상징이나지위,심성도갖지않겠다는각오,현체제를유지시키는데기여하는그어떤단체에도가입하지않겠다는결심,즉‘아웃사이더’로남겠다는선언으로편지는끝을맺는다.이선언과함께위의세단체에각각1기니씩기부하기로하면서말이다.
‘고학력남성의누이이자딸’이라는울프자신이속한계급여성의현실을직시하고때로는치열한자기반성을보여주는이작품은유한계급지식인이자정신질환과자살이라는전기적요소가만들어낸울프에대한고정관념을철저하게부순다.울프당대의당면하고도현실적인문제를역사적이고급진적이며실험적인방식으로써낸이작품은차가운통찰이자뜨거운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