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과 무게 (이민진 소설집)

장식과 무게 (이민진 소설집)

$13.00
Description
“각자의 길을 걷던 우리가 한 장소에서 만나게 되리란 예감이 들어요”

불가능한 이해 속에서 오해로 끊어지는 관계
그럼에도 다시 한번 기록되고 기억되는 우리
섬세한 문장과 밀도 높은 사유로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온 이민진의 첫번째 소설집 『장식과 무게』(문학과지성사, 2021)가 출간되었다. “복잡한 감정의 세계를 다루면서 이에 호응하는 편린을 섬세하게 겹쳐놓았다”(소설가 김성중)는 평을 받으며 2016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5년간 쓰고 다듬은 소설 7편을 한데 묶었다.
“끊임없이 방향을 탐색하는 것. 그렇게 스스로 그리고 타인에게 가까워”(「작가의 말」)지기 위해 소설을 써온 이민진은 『장식과 무게』에서 지나간 시절에 대한 회고를 통해 불가해한 타자를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지금 잃었다고 느끼는 것들과 다가올 시간에 다시 찾을 수 있는 것들”(「프루스트가 쓰지 않은 것」)의 조각을 세심하게 이어 붙여 그동안 간과했던 세계의 지도를 발견하고 잃어버린 이에게 다시금 가닿고자 애쓴다. 예기치 못한 결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언젠가 또 만나게 되리라는 믿음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그러므로 『장식과 무게』는 한때 알 수 없는 이유로 멀어졌으나 여전히 그 대상을 향해 남아 있는 감정과 아름다운 추억의 이미지들을 작가의 사려 깊고 유려한 문체를 따라 되짚어보는 경험을 선사한다. 과거를 복기함으로써 현재와 미래를 성찰하도록 이끌며 스스로에 대한 탐문을 이어가도록 돕는다.

이민진의 문장은 우리가 남몰래 슬쩍 닦아낸 눈물들이 마른 흔적이다. 날아가버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리하여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몰래 간직하고 있었던 스스로에 대한 후일담. 드디어 이 문장들을 모두 만났다. 부디 이 기쁨의 무게를 계속 느낄 수 있기를. 강화길(소설가)

이민진 소설 속 인물들은 굳이 오던 길을 되돌아간다. 늦은 답장을 하거나, 일상의 접힌 주름들을 찬찬히 응시한다. 가시 범위에 좀처럼 포착되지 않던 세계가 효율성의 세계 너머에서 존재를 주장할 때, 이민진의 소설은 마치 호기심과 욕망을 자아내는 ‘해상도가 낮은 사진’처럼 세계를 현상한다. 김미정(문학평론가)
저자

이민진

1986년충북청주에서태어났다.
2016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RE:
장식과무게
프루스트가쓰지않은것
풀에빠진사람들
언박싱
시작하는이들의밤
후일담

해설ㆍ그리고기어이만난다_김미정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텅빈자리를향해말을건네는이야기

이민진소설속인물들은드라마틱한사건에휩쓸리기보다사라진이의흔적을추적하거나과거에끊어져버린인연을거듭회상한다.불분명하게종결된시절을반추하는형식을통해놓쳐버린진실을발견하고꿰어맞춘조각들에서새로운가능성을희구한다.

그시절의나는나답지않았지만,내가아니라고는할수없었다.두사람이내가모르던나의일면을끌어낸것일수있었다.의도치않게내게서말을끌어냈듯이.그렇게4년만에받은답장은잊고있던시간을데려와내게숨겨진맥락을들려주며메일을주고받은우리가누구인지를가르쳐줬다.(「RE:」,p.32)

「RE:」는주인공유완이오래전에보낸메일의답장을받으면서시작된다.그런데그답장은애초의수신자가아닌제3자가대신보낸부고이다.수신자의죽음이실제인지문학적비유인지는끝끝내밝혀지지않는다.사실확인은이민진소설의핵심이아니기때문이다.작가가소설을통해주목하고자하는것은불가능한이해,그럼에도우리가연결될수있다는관계에대한믿음이다.그러므로작품말미에유완은부고메일에답장을써보낸다.자신이정확히누구에게메일을쓰고있는지,그것이어디로향하는지알지못한채“아무도모르는그곳”으로마음을담아한번더안부를전한다.

기꺼이우울을반복하는용기

“결별이나죽음이끝을의미하지않”(「언박싱」)으며“세상에는상상을통해서만그존재를알수있는것들이있”(「풀에빠진사람들」)다는명제는생사불명의이모가남긴흔적을쫓으며애도를유예하는서사인「장식과무게」에서도드라지게나타난다.

애초에죽음이없는장례였다.이모의시신이발견되거나죽음을확신할증거가나온것도아닌데가족들은새삼슬퍼하고있었다.[……]이모대신이모의삶에종지부를찍고있었다.이미일어난죽음을애도하는게아니라기다림에종지부를찍기위해생사불명의사람을죽이고있었고,그로인해그들이오랜세월기다렸던것은이모의생환이아니라죽음이되었다.(p.84)

화자인‘나’는가족들이장례를통해이모에대한기억에마침표를찍으려는과정을“마치관객처럼”지켜본다.그러면서이모의장례식날이곧“나의기다림이시작된날”이라명한다.자신이기억하고기다리는한적어도이모는계속살아있는존재임을분명히하는것이다.이처럼이민진소설속인물들은기억을통해누군가와얼마든지연결될수있다고믿는다.잊지않는한대상은결코사라지지않으며관계역시종식되지않는다고말이다.그러므로『장식과무게』는망각을통한애도의완성을고집스레거부하는,회고로인해발생하는우울을기꺼이끌어안는이의용기를보여준다.우리가놓치고만인연들을다시한번되돌아보게끔독려하며,앞으로의생을좀더후회없이살아가도록북돋워준다.

아직살아있는것들을살리고싶었다.
어쩌면,
내내단순한마음이었다.(「후일담」,p.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