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를 쥐고 (윤은성 시집)

주소를 쥐고 (윤은성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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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7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윤은성의 첫번째 시집 『주소를 쥐고』. “시적 언어로 전개되는 모험의 풍경을 아름답고 활달하게 그려낸다”(문학평론가 강동호)는 평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4년간 쓰고 다듬은 시편들을 한데 묶었다.
저자

윤은성

시인윤은성은1987년전남해남에서태어났다.
2017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주소를쥐고
해解와파열/비단길앞잡이/계약/양남/주소를쥐고/깨진거울치우기/대림에서/미드레벨무빙워크/날의지속/밤의결정/우리가있었고,여름

2부아음牙音의파열
원탁투명/공원의전개/화이트홀/파티션/나의소울메이트/여름뚫기/무한사선/로터리를지나고/실전/사업장/선셋롤러코스터

3부부서진식탁에놓아둔것들
농담/양남/2월의눈/일단락/물의뿔/수요일/잔여일/뿔쪽으로/의자밑에서듣는다

4부새벽녘의플랫폼이서서히밝아오는것과
라플라타에서/계기/필요의양/일요일/재의옷/레슨/장미광장/현악/이미

제5부유월의숨
전제와근황/정확한주소/요일들/커튼사이로흰/겨울을보내고쓴다/밤의엔지니어에게/유월의숨/나의서울

해설
이방인의금간얼굴ㆍ이경수

출판사 서평

“우리는평생일상이라곤가져볼수없는사람들인것같으니까”

끝이보이지않는방랑의길위에서
한줄기빛을움켜쥐는시인의마음

2017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을수상한윤은성의첫번째시집『주소를쥐고』(문학과지성사,2021)가출간되었다.“시적언어로전개되는모험의풍경을아름답고활달하게그려낸다”(문학평론가강동호)는평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하여4년간쓰고다듬은시편들을한데묶었다.
“방랑자의기질을운명처럼지니고있다는점에서,그기질이슬픔을내장하고있다는점에서”시적운명을타고났다는문학평론가이경수의해설처럼윤은성의시에서는예민하되사려깊은화자가,자신의상처를조심스레꺼내보이는주체가나타난다.그들은“길을잘못들어선가난한여행자처럼”(「해解와파열」)한곳에정주하지못한채기나긴시간을헤매고다닌자의비감과체념을반복적으로드러낸다.그렇지만시인은마지막순간까지희망의끈을놓아버리지않는다.“빛을/마지막까지꺼뜨리지않”(「대림에서」)고기꺼이기다림을선택하거나새로운방향으로용기있게한걸음나아간다.그러므로『주소를쥐고』는오늘날안정된환경을보장받지못한채이리저리떠돌수밖에없는청춘들의곤궁과불안을고스란히보여준다.“해가뉘엿뉘엿지고있는거리”에서도“우리가서로에게줄수있는도움”을떠올리려애쓰는시인의다정한마음으로빛을발한다(「2월의눈」).


위태로운날들을견뎌내는시

윤은성의시에서는오랜시간길위를헤매고다닌이의빛깔과향기,떨림이감지된다.손내밀면금세달아날것같은상처받은이의태도,그상처의깊이마저느껴진다.

나는계속기다린다.“왔구나”라는말을대신할말을찾으면서.보이지않게된사람들이다시나타나는지건너편플랫폼을살피기도하면서.
[……]
손을쥐었다펼쳐본다.한번죽어본사람처럼.여기에도새가산다.여기도새가살고.밤이되면어둡다.
-「주소를쥐고」부분

이시에서‘나’가할수있는일은“보이지않게된사람들이다시나타나는지건너편플랫폼을”살피면서“계속”기다림을이어가는것뿐이다.그러다보니기다리는‘나’는마치“한번죽어본사람처럼”절망과실패에어느정도길들어있음을알수있다.하지만시의주체는“여기에도새가산다”는지극히별것아닌사실에서위안을얻기도한다.“여기도새가살고.밤이되면어둡”다는것은바꾸어말하면이곳에도다른생명이존재하며밤이지나가면낮이오리라는,빛으로환해지는순간이도래하리라는예감이기때문이다.이렇듯시인은기다림속에서피치못할불안감에사로잡히지만쉬이단념하지않는태도를견지한다.목적지가적힌종이를손에꼭쥔채희망을잃어버리지않기위해부단히노력하며.


그럼에도서로를놓지않는다는것

오랜기다림끝에비로소마주하게된누군가를시인은어떠한태도로맞이할까.그것은『주소를쥐고』에수록된시편들중에서아이들이등장하는작품을통해짐작해볼수있다.

아이가자라고
멀리서시위에참여하고크레인에오른다.아이는외칠곳을찾다이쪽으로저쪽으로몸을돌리고다시되돌리고아래를내려다본다.저높은곳에서아이는내려다본다.나는아이가

아이가내게로투신하지않을까생각한다.
-「여름뚫기」부분

이시에서아이들은창문을깨기위해돌을던지거나나를치고달려가는무례한존재들로나타난다.“내가다른것을보는사이아이는알지못하는곳에서부터나타나나를가만히잠시보고사라”지기도한다.그러던중“시위에참여”하기위해크레인에오른“아이가내게로투신”하리라는생각이들었을때‘나’는이를회피하지않고주저없이“아이를받으려고/아래서몸을움직”인다.이는얼핏당연한대응처럼보이지만실은타인을위해자신의목숨을건행동에가깝다.추락하는이를기꺼이받아안으려는,생면부지의타인이담지하고있을공포와외로움까지부드럽게포옹하려는용기이다.그러므로『주소를쥐고』는하루하루를간신히버티며살아가는이들사이에서가까스로이루어지는연대의가능성을보여준다.현실적인문제들로인해상처투성이가되었음에도끝내사랑을놓아버리지않는시인의단단한의지와온기가이시집에고스란히담겨있다.

나는우는아이의뒤를따라언덕을걸어오른다.두눈을꼭감아도눈꺼풀을뚫고서빛이들어온다.
-「무한사선」부분

■뒤표지글

이곳에서어느덧꽤오랜시간을.겨울들을.우리가마주한얼굴과.이유를알수없이호흡의간격을기억해두게되는.하지만결국은모르게될것인.그럼에도결코내가너를아주모르는것도아니라서.내가아는만큼의너를조금은아는체할수있다면그것만은우리가아주먼미래에도떠올리며서로를조심스레불러볼수도있는근거들이될거라고.
종결없는의미를.
끝나지않을
일단락을.

놓친버스의
배차간격을가늠하며
긴도로를걷고있는
작은두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