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닮은 사람 : 정소현 소설집

너를 닮은 사람 : 정소현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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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소현

1975년서울에서태어나홍익대학교예술학과와서울예술대학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2008년[문화일보]신춘문예에「양장제본서전기」가당선되어등단했다.2010년제1회젊은작가상과2012년제3회젊은작가상,2013년김준성문학상을수상했다.소설집『실수하는인간』(개정판『너를닮은사람』)『품위있는삶』,중편소설『가해자들』이있다.

목차

양장제본서전기
너를닮은사람
폐쇄되는도시
실수하는인간
돌아오다
지나간미래
이곳에서얼마나먼
빛나는상처

해설|실수하는사회,실수하지않는인간-김형중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너를닮은사람」을처음읽었을때의그선뜩한기운이다시금떠오른다.용서를구하는행위가폭력으로느껴질즈음,피해자와가해자가전복되는매력적인구성.이짧은소설안에이토록긴이야기가담겨있다니.
소설이끝나고도계속곱씹게되는강력한서사의힘을,나는보았다.
유보라(드라마<비밀><그냥사랑하는사이><너를닮은사람>작가)

미묘하고도불운한근원을찾아서
「너를닮은사람」의‘나’는가난에허덕이던유년기를거쳐자신이절실히바라던안정적인삶을살게된다.남편집안의든든한재력을기반으로한교외의고즈넉한전원주택,물심양면자신을지원해주는무던한남편,바르고건강하게자라준두아이,인정받는유학파화가라는직업까지.그러나어느날잊고있던기억이‘나’를찾아온다.
정소현소설속인물들은어떤방식으로든과거에붙들려있다.끊임없이자신의근원을찾아헤매거나,지우고싶은과거를무의식중에외면해버린다.작가는그들이돌이키거나숨기려드는과거를보여주면서비틀린인물들의심리를파헤친다.그들의성장과정에서아버지는주로자살로생을마감한다(「지나간미래」「돌아오다」).살아있더라도가볍게자식을방임(양장제본서전기」)하는무책임한존재다.부모역할을홀로감당해야하는어머니는생존을위해‘나무라고징벌하는’초자아역할만강화되어버린다.아이는직간접적으로방임되고학대되며유기된다.이야기는여기에서시작한다.내상을입은아이는자라서‘실수하는인간’이된다.의욕을잃고무기력하게살거나말을더듬는건예삿일이다.상처는영영남는다.아이는현실을살아가는게아니라“갈기갈기찢겨과거들속에흩뿌려져”(「너를닮은사람」)있을뿐이다.

“나는무능한것,칠칠치못한것,나잇값못하는것등여러가지로표현되었다.”
「돌아오다」

“키도커졌고,힘도세졌는데,그냥어렸을때산에묶여있던아이그대로인것같았어요.
무력감은내몸보다더커져서,복수고뭐고아무것도할수없었어요.”
「빛나는상처」

어떤아이는질서를파괴하는악마적인물이된다.학대에익숙해진아이는억압하는대상이사라진후에도자기부정을내면화한다.무력감에서무감각으로도피한다.그들은윤리적으로백지상태다.‘실수’로화분을망가뜨리고아버지를죽이고취객을위협하다결국자신을의심하게된조력자를살해하는과정을겪으며「실수하는인간」의‘석원’은덜떨어진사람에서용의주도한연쇄살인마가되어간다.흔히사이코패스라불릴만한,수월하게자신의악행을합리화하는인물이라는점에서석원은「너를닮은사람」의‘나’와가장닮은인물이다.소설을읽다보면그들이저지르는극악무도한짓들이별일아닌것처럼느껴지기도하는데,이는담담하고건조한정소현문체의특색이기도하지만주인공들의행동궤적을따르다가“무엇이실수였고무엇이고의였는지알수없어”지는탓이기도하다.사람의감정을소홀히대하는것을냉혹하다고평한다면그들은자기자신에게가장냉혹하다.작가는인물들을긍정하지도부정하지도않은채,다만그들의추악함을소설안에놓아둔다.

“과거의것들과결별할수록나는더나은사람이되었다.”
「너를닮은사람」

“석원은자신이얼마나많은실수를하며살았는지기억해보려했지만무엇이실수였고무엇이고의였는지알수가없었다.정확한것은태어난것이실수라는것이다.”
「실수하는인간」

무수한돌아봄끝에다음걸음으로나아가기에성공하는인물들도있다.「폐쇄되는도시」「돌아오다」「빛나는상처」의인물들은과거를찾아돌아간시공간에서내내붙들어왔던희망이기대와어긋난다는사실을확인한다.그러나그들은자기를부정하고도피하기보다그공간에서마주친함께버려진이들과연대한다.「폐쇄되는도시」의‘삼’이폐쇄직전의도시에서마지막으로구출한“남자인지여자인지,어린아이인지노인인지좀처럼분간이되지않”고“눈을깜빡일때마다”계속다른모습으로변하는할머니는버려진존재들을상징한다.‘삼’은무섭고두려워하면서도그존재(들)과함께앞으로걸어간다.
그렇기에『너를닮은사람』은서스펜스와따스함을모두맛볼수있는책이다.“이름조차안남기고완전히사라지는사람들도허다한”(「양장제본서전기」)버려지고잊혀가는것들의세계에서,정소현은또다시“기록을시작한다.어차피모든것은사라지고잊혀질테지만기억할것이다.아무것도아닌하찮은지금이시간을기록한다(「빛나는상처」).2012년,‘첫책을만들던그시절로부터멀리온줄알았지만여전한마음’을간직한채로(「작가의말」).

“울지마.모두지나간일이잖아.
나는내가아니지만타인도아닌그녀의머리를쓰다듬었다.
아무도쓰다듬어준적없는내머리를생각하며아주오랫동안그렇게매만져주었다.”
「돌아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