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펀치

브로콜리 펀치

$14.00
Description
“너무 많은 괴로움을 억지로 삼키다 고장 난 게 아닐까.
그래서 괴로움을 그대로, 그대로 받아들이다
결국 어느 날 아침 별안간 브로콜리가,”
구병모, 박솔뫼 강력 추천!
속수무책 벌어지는 이상하고 다정한 우연들
물음표와 느낌표로 가득 찬 이유리 유니버스의 맛
이렇게 골고루 재미있는 소설을 본 이상
품위 있는 표현을 내려놓고 약을 팔아야만 하겠다.
일단 한번 잡숴봐, 이 빨간 열매를.
구병모(소설가)

이상하고 웃긴 동시에 잘 다듬어진 소설,
다 본 뒤에도 그게 뭐였는지는 확신할 수 없는 묘한 이야기
박솔뫼(소설가)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유리의 첫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능청스러우면서도 낯선 상상력과 활달한 문체”가 인상적이라는 호평을 받은 데뷔작 「빨간 열매」와 2021년 ‘올해의 문제소설’ 「치즈 달과 비스코티」를 포함해 ‘이유리 유니버스’를 알리는 8편의 소설이 수록돼 있다.
한국 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미 여러 기획에서 이유리의 이름을 눈여겨봤을 것이다. 데뷔 후 작가는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을 부지런히 발표해왔다. 『브로콜리 펀치』에서 이유리는 일상에 초자연적 사건과 비일상적 존재가 불쑥 침범하는 작가 특유의 세계를 소개한다. 아무렇지 않은 듯 그것을 환대하는 인물들로 인해 환상과 현실은 밀착되어 분리할 수 없게 된다. 잔뜩 심드렁하지만 알고 보면 살짝 다정한 사람들이 깊이 억눌리고 엉킨 서로 마음의 매듭을 끊어주는 이야기들. “텍스트를 읽는다는 게 힘들고 마음을 먹어야 되는 일인데 제 글을 읽는 사람들이 기분이 좋아”지는 글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브로콜리 펀치』의 탐스러운 소설들을 입안에 넣고 굴리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복합적인 맛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유리가 그려내는 환상에, 그 자체로 이미 리얼리티를 획득한 세계에 우리는 이미 매료되었다. […] 지금-여기를 적나라하게 재현하는 한국 문학에 대한 통감으로 조금은 지친 마음을 안고 있던 독자들에게 이 책은 다시 한번 소설을 사랑할 수 있는 달달한 각성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소유정(문학평론가)
저자

이유리

잘달리지못하지만달리기를좋아하는사람.2020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브로콜리펀치』『모든것들의세계』,연작소설『좋은곳에서만나요』가있다.

목차

빨간열매
둥둥
브로콜리펀치
손톱그림자
왜가리클럽
치즈달과비스코티
평평한세계
이구아나와나
해설│슈거하이SugarHigh·소유정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이유리가그려내는환상에,그자체로이미리얼리티를획득한세계에우리는이미매료되었다.[…]지금-여기를적나라하게재현하는한국문학에대한통감으로조금은지친마음을안고있던독자들에게이책은다시한번소설을사랑할수있는달달한각성제로작용할수있을것이다.소유정(문학평론가)

이유리유니버스에어서오세요
세계관을만드는걸좋아해요.
머릿속에세계가있고,거기에서일어나는일들을보면서글로쓰는게제소설이에요.
―『경향신문』인터뷰에서

유골을화분에옮겨심자아버지가나무로되살아났다(「빨간열매」).복싱선수인남자친구의오른손이브로콜리가되었다(「브로콜리펀치」).6년차아이돌팬의티끌한점없는이타적사랑인‘덕심’이외계생물체의전우주적연구대상이된다거나(「둥둥」),사고로죽은남자친구가바닥을뒹굴던손톱에빙의해5년만에신혼집안방에나타난다(「손톱그림자」).이유리소설속인물들의일상에는어느날갑자기기이한사건이찾아들지만그들은그리놀라지않는다.잠시멈칫하다가도금세별일아니라는듯이대처한다.「빨간열매」에서식물로되살아난아버지는살아있을때처럼딸‘유진’에게귀찮고자잘한요구를하는데유진은툴툴거리면서도번번이아버지의바람을들어준다.번역가인유진은자신이사과라고믿는사람이등장하는소설을번역하면서“허무맹랑한이야기”라고생각하지만“한그루나무로손색없는”아버지와의대화가가능하다는사실은의심하지않는다.이렇게담담한인물들과함께탄력있는문장을따라가다보면어느새환상과현실이적절히섞인이유리의세계에휘말리게된다.돌과말할수있는사람(「치즈달과비스코티」)이나,말하는이구아나에게수영을가르쳐주는수영강사(「이구아나와나」)쯤은‘이유리유니버스’어딘가에있을수있다고설득당한다.작가는그런방식으로독자들을자신의호흡에쉽게적응시키고하고싶은이야기를또박또박이어나간다.

마음의매듭이자아낸일상의환상
누구를미워하고괴로워하고[…]
그런나쁜것들을맘속에오래넣고있다보면사람이버틸수가없어져.
사람이사람이아니게되는것이지.
―「브로콜리펀치」

나는어쩌고싶은걸까.계속하고싶은걸까,그만두고싶은걸까.
계속하면어떻게되고그만두면어떻게되나.안으로깊어지지도,바깥으로넓어지지도못한채고이고고여단단해지는그런생각들을알처럼품다가잠들곤했다.
―「이구아나와나」

비일상이섞인소설속현실은우리의현실만큼지독하게현실적이다.“여러장의카드를보여준후아무렇지않게뒤집어서한번더보여주지만다본뒤에도그게뭐였는지는확신할수없는묘한이야기”라는소설가박솔뫼의추천사처럼이유리의소설에는도무지알수없는복잡한맛이느껴진다.유쾌한단맛과처량한쓴맛,기이한와중에따뜻함이얼핏느껴지기도하는이소설들을무엇이라고단언하긴어렵다.단순히유쾌하다고만말할수없는이유는인물들이경험하는기묘한현상이억눌리고지연된부정적인감정들을가시화한것이라고느껴지기때문이다.마음속에힘듦을숨겨둔채로오랜시간살아가다가견디다못해생겨나는암덩어리처럼.감정과잉없이담백한이유리소설속인물들은부정적인감정을풀어내는데는영익숙지않아보인다.「브로콜리펀치」의복싱선수‘원준’의오른손이브로콜리가되어버린것은상대선수를때리기위해밉지도않은사람을억지로미워하려고애썼기때문이다.「치즈달과비스코티」의‘나’역시학교폭력을당하던과거에가해자들의괴롭힘이아무타격도주지않는다고자신조차속이며버티다무너진순간에돌과말하는능력이생긴(그렇다고믿는)다.「이구아나와나」에서친구에게직설을듣고자괴감에빠진‘나’는헤어진남자친구가두고간이구아나에게말을건다.“야,우린버림받았다,그쓰레기한테.”푹꺼진눈두덩과생기없는나의몰골은이구아나와닮았다.제살길을모색하는친구나‘이구아나의천국’멕시코에가고싶다는이구아나를본‘나’는고민에빠진다.“나는어쩌고싶은걸까.계속하고싶은걸까,그만두고싶은걸까.”이처럼이유리는“인간마음에엉킨매듭”(소설가구병모추천사)을환상으로가시화하는방법으로외면했던감정을마주할수있게한다.

서로를구원하는우연한유대

그저새가물고기를잡는모습일뿐인데신기하게도그모습에는감동,그래감동이라고불러도손색없을만한감흥이있었으니까.게다가그감흥을나만느낀게아니라여기모인네명의여자가동시에느꼈다는것,이게범상한반응이고적어도이곳에서만큼은보편적인일이라는것을나는새삼깨달았고그사실이왠지재미있고편안하게느껴졌다.
―「왜가리클럽」

“엉킨매듭”을마주한다음엔어떻게될까.이유리의소설이복합적인맛끝에대개미묘한따뜻함을품고있는것은이지점때문인듯하다.같이버림받은이구아나가‘나’의새로운의지에힘을실어주었듯이(「이구아나와나」),‘오른브로콜리’를오른손으로되돌려준것은여자친구이자사회복지사인‘나’,‘나’가돌보는할머니,할머니의남자친구인할아버지로이루어진헐거운공동체다.혈연같은끈끈한인연으로얽혀있지않은,어쩌면우연에가까운관계인그들과보낸시간으로인해원준은맺힌마음을풀어낼수있게된다.「손톱그림자」에서‘수정’은갑자기나타난전남자친구‘용준’의유령과차분히이야기를나누고찌개를끓여같이먹은뒤,그가자신이있어야할곳으로돌아갈수있도록돕는다.이는용준을위한것이기도하지만수정자신에게필요했던애도의과정을끝마치는행동이기도하다.
함께밥을먹고,산위에올라가소리를지르고,별것도아닌일에깔깔웃는일.그런걸함께할수있는사람들.「왜가리클럽」에서폐업후방황하던‘양미’를위로한것은왜가리의사냥장면을함께구경한,세대도직업도다른동네주민네명이다.어쩌면돌과대화하는「치즈달과브로콜리」의‘나’에게도“다이해한다”고말해주는단한사람이필요했던것일지도모른다.최악의상황을모면하기위해생겨났던(만들어낸)능력은나를믿어주는사람이생기는순간흔들린다.폭력에시달리다몸이반투명해져버린「평평한세계」의‘고미’와‘새어머니’처럼싫다고말할수밖에없는사이에서도“지독하게외면해왔지만,이렇게투명해지고난다음감출것이없어진뒤에야두사람은그들사이의유대마저바라볼수있게된다”(문학평론가소유정).아무리들여다봐도쉽게풀어지지않는엉킨매듭도우연한유대로단번에풀릴수있다고『브로콜리펀치』는보여주고있는게아닐까.
“열심히해도안되는일이있지.살다보면꼭있어,그런일이”(「왜가리클럽」).백도처럼“조금만스쳐도멍이들고물크러”지는우리인간이실패와상처를체념없이말끔한마음으로받아들이기까지는아직요원하다.그래도“성공과실패를같은무게로여기는”단단한멘탈의왜가리를부러워하면서함께웃을수있다면,그것만으로도나쁘지않을것이다.작가는그런기묘한평안함을독자에게선사하면서“이상하고다정한얼굴들”을이끌고‘이유리유니버스’를채워나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