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낮의 행복 (양장본 Hardcover)

하룻낮의 행복 (양장본 Hardcover)

$14.00
Description
Carpe Diem카르페 디엠

“어둠이 내리기 전에
네 몫의 햇빛을 뜯도록 하라”
공쿠르상 수상 작가, 『은밀한 생』의 작가 파스칼 키냐르
그가 전하는 ‘카르페 디엠’에 대한 성찰

인간과 우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장르를 넘나드는 독특한 글쓰기로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의 『하룻낮의 행복Une Journée de Bonheur』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Carpe Diem’에 관한 파스칼 키냐르의 성찰을 담고 있다. 이 라틴어 문장의 의미는 흔히 ‘이날을 베어라/따라’ 혹은 ‘오늘을/현재를 즐겨라’로 알려져 있다.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가 한 이 말은 끊임없이 회자되다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를 계기로 급속하게 퍼졌고,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우리의 뇌리에 뿌리를 내렸다.
그런데 키냐르가 새삼 진지하게 질문한다. “왜 이날을 따려고 하는지요? 지나가는 순간을 더 충실하게 사는 것이 잇따르는 시간들 내부에서 그 순간을 잡아채기보다 낫지 않을까요?”(12쪽) 키냐르는 이 문장의 정확한 의미를 찾기 위해 꽃을 따는 행위에서 시작해 일본의 전통 꽃꽂이 방식인 이케바나, 단어의 기원, 각종 신화와 예술 작품, 주기도문을 넘나들며 사유의 여정을 이어간다. 이 사유의 종착역은 ‘하루의 빛diem을 뜯도록 하라’이다. 키냐르는 ‘하룻낮diem을 베기’보다는, 혹은 ‘다음 날이 없는 듯이 시간의 흐름에서 이날을 잡아채기’보다는, ‘낮의 매 순간을 조금씩 풀을 뜯듯이 천천히 뜯고 잘게 빻아 씹어라’라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곧 ‘하룻낮의 행복’이므로.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오늘을 잡아채라!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내일’은 없다!_150쪽
저자

파스칼키냐르

PascalQuignard
1948년프랑스노르망디지방의베르뇌유쉬르아브르(외르)에서태어나1969년에첫작품『말더듬는존재』를출간했다.어린시절심하게앓았던두차례의자폐증과68혁명의열기,실존주의·구조주의의물결속에서에마뉘엘레비나스·폴리쾨르와함께한철학공부,뱅센대학과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의강의활동,그리고20여년가까이계속된갈리마르출판사와의인연등이그의작품곳곳의독특하고끔찍할정도로아름다운문장과조화를이루고있다.
죽음의문턱까지갔다가귀환한뒤글쓰기방식에큰변화를겪고쓴첫작품『은밀한생』으로1998년‘문인협회춘계대상’을받았으며,『떠도는그림자들』로2002년공쿠르상수상의영예를안았다.대표작으로『로마의테라스』『혀끝에서맴도는이름』『섹스와공포』『옛날에대하여』『심연들』『빌라아말리아』『세상의모든아침』『신비한결속』『부테스』『눈물들』『우리가사랑했던정원에서』등이있다.

목차

1.꽃들을죽이기
2.DiesestDieu(낮은신이다)
3.불행
4.Statrosa!(지난날의장미!)
5.낮이란무엇인가?
6.Giveusthisday(우리에게오늘을주소서)
7.시간의근육
8.Flosestluxincaelum(빛은천상의꽃이다)
9.북방가넷짝들에대하여
10.취침
11.고대노르드인의사회생활초기하루의구성에대하여
12.행복과이른아침
13.보뇌르뒤주르라는명칭
14.Eachday’slife(매일의삶)
15.하루본연의열매
16.가을낙엽더미를태우는불에대하여

옮긴이의말ㆍ어둠이내리기전에네몫의햇빛을뜯도록하라
작가연보
작품목록

출판사 서평

Carpe-꽃들을죽이기?

“카르페디엠CarpeDiem”은호라티우스의송가중한구절이다.라틴어동사‘carpe’의사전적의미는‘따다,(꽃을)꺾다,(낫따위로)베다,잘라내다,뽑아내다’이고,라틴어명사‘diem’의사전적의미는‘날,낮’이다.널리알려진영어번역으로는‘Seizetheday’‘Plucktheday’가있고,한국어로는‘오늘/현재를즐겨라’혹은‘이날을따라/잡아채라’라고표현한다.
키냐르는1장「꽃들을죽이기」에서동사‘carpe’에대해고찰한다.가령일본사회에서‘꽃을따기/자르기’는‘제물을바치기’라는의미를지닌다.갓피어나생명이뭉클하게느껴지는꽃을잘라조상에게봉헌하는데,그것은생명을잃은조상에게가장필요한생기를부여하려는제식이다.주목할것은‘너무이르게’잘리는꽃은봄과불가분의관계이므로,그것은곧‘봄을말살하기’인동시에‘시간을죽이기’라는사실이다.그러므로호라티우스가위의송가에서기술한바도결코살아가는방식이아니라죽이는방식이라고키냐르는지적한다.(13쪽)그는‘carpe’가‘자르다,베다,꺾다’라는폭력적행위보다는,‘따다cueillir’에가깝고,‘따다’보다는오히려‘풀을뜯다paître,brouter’에더가깝다고하면서이렇게단언한다.

라틴어‘CarpeDiem’이라는표현은‘너의하룻낮을베어라’보다는‘하루의매순간을조금 씩풀을뜯듯이천천히뜯고잘게빻아씹어라’는뜻으로이해해야합니다.거의이런말 입니다.‘어둠이내리기전에네몫의햇빛을뜯도록하라.’(22쪽)

Diem-빛은하늘에핀일종의꽃이다

이책의2장에서부터마지막16장까지는목적어인‘diem’에대한논의이다.기존의번역에서는라틴어‘diem’을‘이날을,하루를,오늘을,현재를’등으로옮기고있다.그러나키냐르는보다정확을기해‘하룻낮’혹은‘햇빛’을제안한다.
키냐르의논리는(하루)→낮jour→하룻낮journée→빛lumière으로진행된다.그동안의일반적인해석과두드러진차이는‘diem’의역어인‘하루,오늘’에서‘밤’을제외하고오직‘낮’만으로제한한다는점이다.24시간을12시간으로축소하고,또한‘낮’이라는단어보다는‘지속’의의미가강조된‘하룻낮’이라는단어를선택한다.‘밤’을제외하는이유로는“인간은결코완전히태어나지않는다.밤에휴식을취함으로써지상에서의삶절반을어머니의품에할애한다”라는지크문트프로이트의논거를제시한다.
밤은빛이사라진하루의반이며,출생으로대기권의삶에던져진우리는밤에태아처럼몸을구부리고잠을잔다.밤은우리에게‘제2의자궁’으로기능한다.키냐르의용어로말하면밤은우리가‘마지막왕국(출생이후의삶)’에서‘최초의왕국(출생이전의삶)’을답습하는시간이다.즉우리가두왕국에양다리를걸치는시간이다.하루에서낮만이오롯이대기권의삶에속한다.
낮은,보다적확하게하룻낮은“잠에서깨어난주행성晝行性동물들의시선에명확한지각이가능한동안의시간이며,잎을활짝펼쳐햇빛을흡수하는식물들에게영양이공급되는동안의시간”으로,하룻낮은밤과밤사이에빛을퍼뜨리는무엇이다.그(햇)빛은“하늘에핀일종의꽃”이다.(113쪽)그러므로키냐르에따르면하룻낮과(햇)빛은동일한의미로읽어도무방하다.

만년晩年에이른작가의카르페디엠

키냐르의작품들을읽어온독자라면이작품에서드러난,그동안과다른작가의시선에놀랄지도모른다.그동안키냐르의작품들은‘옛날-우주의시초인빅뱅,우리가부재했던,사람으로치면수태이전의세계,그렇기에우리가볼수없었으며앞으로도볼수없는,우리자신이결여되어끊임없는그리움의대상이되는세계’에접속하고자하는과정이었다.또한수태이후에대해서도출생이전(최초의왕국)과출생이후(마지막왕국)를구분하고,마지막왕국이그지없이불편해서최초의왕국을향한미련과그리움을끊임없이토로하지않았던가.그러나이책『하룻낮의행복』에서는‘옛날’혹은‘최초의왕국’에대한희구보다는‘마지막왕국’에대한그의온화한시선이돋보인다.
키냐르에게출생은엄마배속,최초의왕국에서어둠속에있다가속수무책의존재가되어빛이쏟아지는고통의장소로나오는것이었다.그런데이작품에서빛의성격이,빛에대한가치부여가달라진다.“하룻낮”(빛이쏟아지는공간)은견뎌내야할장소에서행복의장소가되었다.심지어작가는이시기를살아행복하다고말한다.

나는이시기를살았으므로행복하다.이시대는내게잘맞았다.
내어머니의흔들리는비좁고답답한배속에서
나는새벽처럼아름다운것을알게되는날이오리라고는생각하지못했다._168쪽

이책이프랑스에서출간된2017년에그는일흔살을바라보고있었다.지상의“삶에서매우뒤늦게”그는“천상의꽃”의아름다움에흠뻑취해있다.빛의끝에곧이르게될것이므로못내아쉽지만,그럼에도최초의왕국에는없는,오직마지막왕국에만있는하룻낮의햇빛을뜯으며“지속상태의기쁨”(135쪽)인행복을느끼는듯하다.키냐르는독서를“자신의정체성을잃고책속의다른(저자의)정체성과결합하는경험”이라고했다.독자들도이책을통해마침내키냐르가우리에게고백한행복을공유할수있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