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과 은총 - 채석장 시리즈

중력과 은총 - 채석장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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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시몬베유

시몬베유(1909~1943)는프랑스철학자로파리의유대계부르주아가정에서태어났다.고등사범학교를졸업한후교수자격시험에합격하여고등학교철학교사로부임했다.이때부터베유는『프롤레타리아혁명』등의잡지에글을쓰기시작하고,지역노동자파업과광부노동조합등을지원하며사회주의운동에가담한다.1934년에는학교를휴직하고직접노동현장에뛰어들어파리알스톰전기회사,앵드르의제련소,파리근교의르노자동차공장등에서일한다.이시기공장에서의일과를일지형식으로기록한「공장일기」는사후에다른글들과함께『노동의조건』으로출간된다.

1936년에스파냐내전이일어나자바르셀로나로가서무정부주의자들의부대에합류한다.하지만한달반만에사고를당해때이른귀국을하는데,이때의경험은짧지만그녀의인생에강력한영향을미치게된다.1942년가족과함께미국으로망명길에올랐으나,프랑스레지스탕스에가담하기위해홀로런던으로돌아온다.그러나건강상의문제와유대인신분때문에뜻을이루지못하고후방에서투쟁을지원해야했다.1943년영국애슈퍼드의요양원에서영양실조및결핵후유증으로생을마감했다.

베유의글은사후에책으로묶여나오면서점차주목을받기시작했다.특히귀스타브티봉이베유의아포리즘적인글가운데선별해출간한『중력과은총』은강력한지지혹은비판이라는상반된반응을이끌어내며숱한화제를낳았다.그밖의저서로『뿌리내림』『노동의조건』『신을기다리며』『억압과자유』등이있다.

목차

중력과은총|빈자리와보상|빈자리를받아들이기|집착에서벗어나기|채우는상상력|시간을포기하기|대상없이욕망하기|자아|탈脫창조|사라지기|필연과복종|환상|우상숭배|사랑|악|불행|폭력|십자가|저울과지렛대|불가능|모순|필연과선의거리|우연|우리가사랑해야할이는부재한다|무신론의정화|주의력과의지|길들이기|지성과은총|읽기|기게스의반지|우주의의미|중간적인것|아름다움|대수학|사회적낙인|거대한짐승|이스라엘|사회의조화|노동의신비주의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우리는가상의낙원보다실재하는지옥을선호해야한다.”
중력혹은맹목적필연의구속을받는
인간의불행에대한주시

1909년파리의유대계부르주아가정에서태어나1943년영국의한요양원에서영양실조로생을마감하기까지,시몬베유는하나의틀안에정리해넣기힘든,상당히복잡한삶의경로를밟아왔다.고등학교철학교사를하면서노동자들의투쟁을지원하는사회주의운동에가담했고,공장으로가서직접노동을한급진적인운동가였으면서도공산주의는파시즘과마찬가지로인간을억압하는제도이며약자가권력을잡는다고해서권력의양상이달라지지않는다고주장했고,영성체험을한후로종교에몰두하면서도세속교회와는철저히거리를두었으며,그리스비극을통해신앙의신비를설명하려하기도했다.또한나치치하에서유대계프랑스인으로서레지스탕스활동을했으면서도유대역사및유대교에대해서는더없이적대적이었다.
베유삶의각각의국면들이하나로수렴되기어려워보이는것만큼이나베유에대한반응역시양극으로갈리곤했다.베유의정치적면모에주목하는이들은베유가이후종교에몰두하게된것을두고전쟁경험을통해비관주의에빠진결과라거나심리적불안정으로해석하면서,종교에‘물들기’이전의저작에주목하는경향이있었고,베유의종교적면모에이끌리는이들은베유의정치적인경험을통과의례적인것으로치부하고정치적색깔을삭제한채텍스트를독해하는경향이있었다.하지만최근에는베유에게이두가지면모가서로배타적인것이아니라긴밀하게연결되어있다는해석이주를이룬다.
특히『중력과은총』은베유신학의중요한관념들을담고있는책으로간주되어초기에는종교적의미를찾는독자들에게더많이읽혀왔으나,근래에는중력,은총,필연,우연,폭력,사랑,악,아름다움,탈창조등베유가독특하게재정의하고있는관념들을중심으로복합적인관점에서재해석이이루어지고있다.이텍스트는베유가생전에출간을염두에두고완성한것이아니기때문에어디까지가저자의의도이고어디까지엮은이가개입한것인지가늠하기어려운지점이적지않다.여기에단장의나열이라는형식적특징까지더해져,매우간결한문장들로구성되어있음에도불구하고의미가모호하게다가올때도있다.그럼에도베유의목소리는마치선지자의음성처럼허공에서울려퍼지며,강력하게사람을끌어들인다.

중력에서벗어나는순간은어떻게찾아오는가?
“은총은받아들이기위한빈자리가있는곳에만들어온다.”

“영혼의모든자연적움직임은물질계의중력법칙과유사한법칙들에의해지배된다.은총만이예외이다”라는유명한문장으로문을여는『중력과은총』은중력혹은맹목적필연에구속받는인간의불행과이와대립되는은총의빛을이야기한다.베유는고통의이유를설명하려한다거나모든일을관장하는신의섭리가있다는식의믿음을통해종교에서위안을얻는것을거부해야한다고말한다.“고통의이유를설명하는것은그고통에대한위로이다.고통은이유가설명되지않아야한다.그것이바로죄없는자들에게주어진고통의최고가치이다.”고통을‘실재’로인정하고그자체로받아들여야한다는것이다.마찬가지로진보에대한믿음이나맹목적필연에서해방된세계를약속하는혁명역시현실을투명하게바라보는것을방해하고인간이한계를대면하지못하게한다고지적한다.베유에따르면“필연은그본질에있어서상상과거리가멀다.”“우리는가상의낙원보다실재하는지옥을선호해야한다.”베유는고통을통해우리가처한조건에주목할것을요구한다.우리는자신이한계가있는존재임을깨닫고,주체로서의자아를비움으로써비로소무언가를받아들일수있는빈자리가마련된다.“은총은채운다.하지만은총은받아들이기위한빈자리가있는곳에만들어온다.”그러고나면여기에미약하지만어떤가능성이생겨난다.“인간은아주짧은섬광같은순간에만세상의법칙들을벗어날수있다.정지의순간,관조의순간,정신적빈자리의순간,도덕적빈자리를받아들이는순간,그런순간에인간은초자연에이를수있다.”

어떠한위안도구원의약속도없이오로지인간이처한비극적조건을직시할것을강조하고,인간주체의힘과세계를능동적으로변혁시킬가능성을부정하는베유의주장을오늘날그대로받아들이기는힘들것이다.그녀의사유는유럽사회가오랫동안믿어온합리성과진보가부조리한전쟁속에서무너져버린시대적상황속에서만온전한의미를띤다.그러나모든것이무너지는가운데모든가치를탐문에부쳤던베유의치열함은,오늘날일상성이라는견고한보루안에서중력에더욱강력하게붙들린채살아가는우리에게더욱절실한것일수도있다.어쩌면은총의빛과“중력의법칙들을벗어날수있는”“아주짧은섬광같은순간”에대한베유의아이디어를‘베유에반(反)하여’,다른세계의가능성을사유하기위하여사용해야할때가왔는지도모른다.

그밖의이야기

1.
데보라넬슨은『터프이너프』에서,알베르카뮈가“베유의문학적실행자”였다고말한다.카뮈의『페스트』에등장하는파늘루사제의모습이나그의강론내용은베유를중요하게참조한것으로보인다.특히페스트의도래그자체를신의자비의증거로파악한다는강론이나아이들이겪는고통을어떻게받아들일것인가라는문제의식과관련해『중력과은총』에서유사한구절을찾을수있다.

2.
앤카슨은자신의책의제목을『중력과은총』에서중심적으로논의하는‘탈창조’라붙이고,이개념을바탕으로사유를전개해나간다.

3.
베유와마찬가지로고등학교에서교편을잡았던소설가아니에르노는『세월』에서학생들이종종‘사상가’시몬베유와‘정치가’시몬베유를헷갈리는것때문에짜증이났었다고쓴바있다.에르노는1974년정치가베유가임신중단합법화법안을통과시키기위해남성들로가득찬의회에서홀로분투하는것을보고,그런오해를하는학생들을용서하기로했다고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