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 (한정현 장편소설)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 (한정현 장편소설)

$14.00
Description
셜록 없는 세상 속 왓슨들의 사건 일지
한 사람의 시간을 넘어 나에게로 이어지는 사랑의 계보
역사의 빈틈과 가려진 오늘을 기록하는 작가 한정현의 두번째 장편소설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문학과지성사, 2022)가 출간되었다.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한 『줄리아나 도쿄』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두번째 장편이다. 이 소설은 그동안 한정현이 시도해왔던 작업, 공식적 역사에서 누락되었거나 주류 역사가 삭제시킨 흐릿한 이름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삶을 소설 안에서 만나게 하면서 새로운 역사의 지도를 그려내는 ‘한정현 유니버스’의 연장선상에 있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린 이번 소설은 기억을 잃은 설영과 기억을 잊지 못하는 연정이 설영의 사라진 기억 속 ‘셜록’을 추적하면서 시작된다. 단서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만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을 통해 한정현은 공식적 역사로 기록되지 못했고 공적 제도가 구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름을 가만히 부르고 눈을 맞춘다. 다시 한번, 견고해 보이는 대문자 역사의 폭력의 계보를 사랑의 계보로 대체해나가려 한다.

[줄거리]
기억을 잃은 연구자 윤설영과 기억을 잊지 못하는 성형외과 의사 구연정. 그들은 설영의 사라진 친구 '셜록'이 남긴 수수께끼 같은 단서를 함께 추적해나간다. 기억을 헤집고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을 통해 ‘왓슨들’은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폭력의 구조를 찾아낸다.
설영과 연정이 현실에서 마주하고 기억에서 떠올리는 이들은 국가폭력, 젠더폭력, 혐오 범죄의 피해자 혹은 생존자다. 불법 촬영 및 유포 사건, 청소년 집단 성폭행 사건, 빨치산 내 성범죄 사건 등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의를 위해 은폐된 사건들. 그렇게 공식적 역사로 기록되지 못했거나 공적 제도가 구하지 못한 ‘사연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한정현은 새 의미를 담아 부르려 한다.
저자

한정현

2015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소녀연예인이보나』,장편소설『줄리아나도쿄』가있다.오늘의작가상,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ㆍ초대장
제1장ㆍ도착한과거
제2장ㆍ도쿄의파루치잔
제3장ㆍ사라진배우들
제4장ㆍ임시휴업
제5장ㆍ서울,이번추리소설의무대
제6장ㆍ일단은추리소설,어쩌면연애소설
제7장ㆍ왓슨들
제8장ㆍ아득히가까운곳
제9장ㆍ피크닉가기좋은계절
제10장ㆍ두번쓰는이야기
제11장ㆍ죽지않는마녀의숲
제12장ㆍ우리는오래그마음에남아
에필로그ㆍ초대장
해설ㆍ도쿄와서울의파루치잔,퀴어가족의탐정소설_김건형
작가의말
부록ㆍ소설을쓰며참고한것들

출판사 서평

“그애는내가어떤모습을해도날알아볼거예요”

셜록없는세상속왓슨들의사건일지
한사람의시간을넘어나에게로이어지는사랑의계보

역사의빈틈과가려진오늘을기록하는작가한정현의두번째장편소설『나를마릴린먼로라고하자』(문학과지성사,2022)가출간되었다.오늘의작가상을수상한『줄리아나도쿄』이후3년만에선보이는두번째장편이다.이소설은그동안한정현이시도해왔던작업,공식적역사에서누락되었거나주류역사가삭제시킨흐릿한이름들을발굴하고그들의삶을소설안에서만나게하면서새로운역사의지도를그려내는‘한정현유니버스’의연장선상에있다.
추리소설의형식을빌린이번소설은기억을잃은설영과기억을잊지못하는연정이설영의사라진기억속‘셜록’을추적하면서시작된다.단서를찾아가는여정에서만나는자신의이야기를가진사람들을통해한정현은공식적역사로기록되지못했고공적제도가구하지못한사람들의이름을가만히부르고눈을맞춘다.다시한번,견고해보이는대문자역사의폭력의계보를사랑의계보로대체해나가려한다.

반짝이는이소설의끝에계속머물고싶었다.
기억이금지당한우리를영원히살게할것을기억하면서.
김초엽(소설가)

왓슨은어떤그럴듯한추리를해내거나사건을해결하진못하지만기록하고보관한다.
물론사실그대로를베껴쓰는게아니라왓슨나름대로의재구성물로.
그게아마소설이었을것이다.코넌도일이만든진실을추적하는방법으로의탐정소설.
_본문에서

일단은추리소설,아마도연애소설,그리고역사소설
일본에살고있는연구자윤설영은몇년전우연한사고로기억의일부를잃었다.어느날설영은사고즈음사라진친구에게서메일한통을받는다.이름보다먼저생각나는친구의별명은셜록.절친했던사이인둘은빨치산여성생존자에대한공공보건사례를주제로한소논문에공동저자로참여했던적이있다.마침논문과관련된한국에서의임용기회가생겨공동저자인셜록과연락이닿아야하는상황.몇년만에낯설어진서울로돌아온설영은셜록의담당의였던성형외과의사구연정과함께셜록이남긴수수께끼같은메일의알듯말듯한단서를추적해나간다.셜록이사라진세상,자신들을기록자왓슨이라부르는사립탐정이등장했다.이왓슨들은셜록을찾을수있을까.

“우리가겪는일들은지금도너무나비슷해요.
아무것도끝나지않은것같아요”

확실히깨달을수있었다.
당시그곳의문제는여전히지금이곳,이사회에서반복되는문제라는것.
많은피해자가피해자라는이유로오히려숨을죽이고
사회의바깥에서없는사람처럼살고있다는것말이다.
이소설은그렇게완성되었다.
_「작가의말」에서

왓슨들은셜록의메일속자료를확인하고힌트를풀이해숨겨진장소를찾아가며논문과관련된사람들을만난다.그런데이소설에서단서를추적하는동안점점드러나는진실보다중요한것은설영의잃어버린기억을되찾는,연정의잊지못할기억을다독이는‘과정’자체다.왓슨들은기억을헤집고사람들을만나는과정을통해역사적으로반복되는폭력의구조를찾아낸다.설영과연정이현실에서마주하고기억에서떠올리는이들은국가폭력,젠더폭력,혐오범죄의피해자혹은생존자다.산에서는동지에게,내려와서는공권력에성폭력을당한빨치산,엘리트가족의일원으로살기위해정체성을억눌러야했던성소수자,집단의명예를위해사라져버린퀴어청소년과인터섹스.공식적역사로기록되지못했거나공적제도가구하지못한‘사연있는’사람들.
문학평론가김건형의해석처럼이소설은과거에서현재까지이어지는폭력의계보를보여주면서정상과비정상을자의적으로선택하고배제하는사회시스템이어떤방식으로작동하는지를추적한다.정치?사회적인영역에서일상적인영역에이르기까지‘남성-제도-국가’로이루어진‘정상’질서를위협하는존재들을지워버린대문자역사.그반대편에“기성의역사서술의무게와싸우며인물에게역사적실재감을부여하려”는한정현의새로운역사가있다.나아가이소설은피해자의고통을노골적으로재현하거나쉽게애도하지않는다.왓슨들이만나는사람들은이미피해/생존자를넘어서“각자의방식으로견디고말하는법을가진사람들”이다(김건형).빨치산내성폭력피해자였던김춘희와이의선은폭력의경험이후자신이겪은폭력의구조를파악하며스스로를치유해냈다.삶의마지막시기에도자신이원하는모습이되려했고다른누군가를도우며살아갔다.그들을기리는남겨진이들의기억을통해되살아나왓슨들과다시마주하게된사람들.이제세상에없더라도춘희와의선은납작한희생자나슬픔의상징이아닌,실체없던고독한고통을함께겪고또다른왓슨들을치유해내는동료로서시간을넘어살아간다.


세상이정의한이름을헤치고너에게가는길
소설에따르면공식적인한국최초의성형수술은“한국전쟁직후미군이들여온언청이수술”이다.그러나한정현소설의사람들은1940년대초반“남성과여성이동시에있는사람을성형수술해서성을되찾아줬다는기사”에더큰관심을보인다.이소설의제목은왜“나를마릴린먼로라고하자”일까.“세상에서가장아름답고가장혐오받는얼굴”,마릴린먼로.“아름답다고추앙하다가거부하면부숴버릴듯달려드는사람들”은다른“여자들을마릴린먼로에비교하면서여자들조차마릴린먼로를비난하게”한다.“권력자가만들어낸,권력없는사람들끼리물어뜯는구조”안에서마릴린먼로는추앙과멸시의대상이되어왔다.체제에순응하던여자들이“자신의삶을찾아가려했을때쏟아졌을세상의손가락질”과“비난”은“외모와자주결합”되곤한다.작가는아름다움에집착하길권하면서도아름다워지려는노력에대한경멸을숨기지않는사회의모순을강남의성형외과의사인연정을빌려이야기한다.‘주류규범적욕망의대상이되기위해원본을파괴하는속물적인행위라며지탄받기도하지만,어떤사람들에게성형은선천적으로타고나변형불가능한몸에그치지않고자신이원하는자신을만드는일일수있다’(김건형).연정은생각한다.애초에“그원본이라는것도결국엔,세상사람들이정해놓은진짜같은무언가”이며“원본이라는것은없고고정된것또한존재하지않는다”고.소설안에서무게감있게강조되는연정의저말은정체성을고민하는이들에게는위안으로,헛된규격에따라타인을배제하는사람들에게는질타로느껴질듯하다.
그러므로이책의제목을폭력의계보안에서힘센사람들의분류에따라왜곡되어온이름을새로운의미로바꿔부르자는의도로읽어볼수도있겠다.당신과나는여전히대의명분이나당위혹은섭리를외치는사람들이넘치는세상에살고있지만그얄팍한질서를어렵게벗어난나자신과내곁의사람들을위해서.“우리가겪는일들은지금도너무나비슷해요.아무것도끝나지않은것같아요.”세상은무척더디게변한다.소설속이문장은인류가계속되는한유효할지도모른다.그러나조금쯤달라진오늘의나를미래의누군가에게전할수있다면이말은이제희망으로읽힐수있지않을까.젊은작가상을수상한소설「우리의소원은과학소년」에서한정현은말했다.“그리고낙관할것.”이번소설에서그는순진한낙관의힘을,“폭력속에서최대한인간의존엄을지켜나가는”단단하고투명한사람들의삶이분명있다고다시한번힘주어이야기한다(「작가의말」).『나를마릴린먼로라고하자』는그렇게쉬운절망대신어려운낙관을말하려한다,모두의용감하고단순한사랑을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