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 (황모과 장편소설)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 (황모과 장편소설)

$14.00
Description
역대 최악의 성비를 기록한 1990년 ‘백말띠’
평행우주와 과거-미래를 가로지르는 모험으로
끝내 기억하고 복원해낼 사라진 여성들의 세계
이 소설은 1990년 당시 “백말띠 여자가 드세다”라는 속설로 인해 여아 선별 임신중지가 이루어졌던 역사적 사건을 모티프로 삼는다. 이야기는 1990년생 여성들이 모두 태어난 가상의 세계가 어느 날 갑자기 엉망이 되면서 시작된다. 주변 여성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그들에 대한 기억마저 지워지는 상황 속에서 평행세계를 오가며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 채진리의 분투기다.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는 1990년생, 삼십대에 들어선, 살아남아 태어났으나 여전히 선명한 임금 격차와 고용 불안, 여성혐오와 각종 성범죄의 범람 속에서 팍팍한 하루를 보내는, 그러나 평범하고 용감한 당신들을 향한다. 여자 형제 대신 살아남았다는 부채감과 책임감에 눌려 지냈을 사려 깊은 당신들에게도, 더하여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압박 속에 고민하고 고통받았던 당신들에게도 나아간다. 이 모든 억압을 몇 해 늦게 혹은 이르게 겪어냈을,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이 소설이 작은 용기와 위로를 전할 수 있길 소망해본다.
저자

황모과

2019년한국과학문학상에「모멘트아케이드」로중단편부문대상을수상하며이름을알렸다.단편「증강콩깍지」가MBC시네마틱드라마SF8로제작되었다.소설집『밤의얼굴들』,중편소설『클락워크도깨비』가있다.2021년SF어워드를수상했다.

목차

1부1990년생채진리
1990년,엄마와나의특별한해
새로운기억
나빠지는변화
두세계
두번째기회
집단실종
해라
지워진존재
사라질몸
침탈

2부다시만난세계
딸의이름123505505505505……
우리라는이름
모든순간
이스트엑스
사라졌으나소멸하지않는것
여아불호사상
한번도해보지않은일
그리웠던풍경
두사람
에필로그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이제는아무도잊히지말자.우리가끝낼때까지”

역대최악의성비를기록한1990년‘백말띠’
평행우주와과거-미래를가로지르는모험으로
끝내기억하고복원해낼사라진여성들의세계

2019년한국과학문학상에「모멘트아케이드」로중단편부문대상을수상했던황모과의첫번째SF장편소설『우리가다시만날세계』(문학과지성사,2022)가출간되었다.황모과는첫소설집『밤의얼굴들』을선보이며“‘만약에’의이야기로우리를구원하고자하는소설”(『씨네21』기자이다혜)이라는평을받았다.단편「증강콩깍지」는MBC시네마틱드라마〈SF8〉으로제작되어유망한신예작가로서SF독자들의큰기대를모았다.이소설은1990년당시“백말띠여자가드세다”라는속설로인해여아선별임신중지가이루어졌던역사적사건을모티프로삼는다.이야기는1990년생여성들이모두태어난가상의세계가어느날갑자기엉망이되면서시작된다.주변여성들이하나둘씩사라지고그들에대한기억마저지워지는상황속에서평행세계를오가며이전의세계로돌아가기위해애쓰는주인공채진리의분투기다.하지만속시원한영웅담으로만읽히지않는이유는결국이소설이되돌릴수없고기억되지않는사라진여성들의세계,바로지금-여기를되비추며반성을촉구하는데더무게를두고있기때문일것이다.페미니즘리부트와이후의강력한백래시를경험한뒤,2022년대선의제에여성은또다시지워졌다.소설은질문한다.어제도오늘도투명인간이되어버린여성의자리는어떻게회복될수있을까.이책을펼칠독자들이평행세계와과거-미래를내달리는진리와친구들의용기있는걸음을따라가며다채로운영감을얻길바란다.

“이곳은사라진사람이누군지도모르는세상이었다”
2007년3월,고등학교2학년의시작,모든것이뒤섞였다

개학날아침지각으로허둥대던진리는등굣길에무릎이꺾일만큼강한진동을느꼈다.아무런징후없이시작된별안간의변화.새로들어선교실에는익숙한얼굴이지만전혀다른사람이되어버린친구들이있었다.담임선생님의설문으로남녀공학이던학교를남학교로기억하는아이들이있다는사실이밝혀지고,그중한명이자신의남자친구훈우라는사실에진리는더욱충격받는다.속깊고다정하던훈우는이미성격도눈빛도180도달라진상황.진리는이렇게물을수밖에없었다.“너,누구야?”(p.35).

근데얘들아,이상하지않아?애초에모른다고,갑자기잊었다고외치면끝이야?우릴부정하면너희들의시간은어떻게되는건데?괜찮은거야?그냥우리를부정하면,너희가지내온곳은아무렇지않게대체되는거야?빠진곳없이다잘채워지는거야?그게가능한거야?훈우에게,아이들에게,선생님에게,사람들에게묻고싶었다.(pp.38~39)

이런혼란의소용돌이를겪고귀가하려는데아빠는새집이라며낯선주소를알려준다.한때노벨상을꿈꾸던과학자였지만이후제빵사가되어‘진리베이커리’를운영해온아빠채필림은어느새제약회사의대표이사가되어있었다.진리는이러한격변속에서과거에진리를낳다가사망했던엄마최이영도다시돌아올수있을까기대를품어보기도한다.하지만상황은점차더욱나빠져친구들이하나둘씩사라지고,이상하게도그들과의기억마저희미해지기시작했다.매일손바닥에친구들의이름을눌러적으며기억을지키고자안간힘을쓰는진리.과연이망가진세계를누가어떻게바로잡을수있을까?

“승부도승패도의미없는곳에서우리는서로의적이되었다”
문제는임신중지가아니다,가부장제다

“낙태자체를문제삼아선안된다고봐.낙태가불법인바람에폐해가더크다고.”
내말에진희가논점을정리했다.
“낙태는연간수십만건이상으로추정돼.제대로집계되지도않는다지만.낙태를말하는게아니야.지금우린출생자수를얘기하는거야.사회전체가집단적으로특정성별의출산을회피했던사건을얘기하는거라고.”
[……]
“경구용낙태약때문에우리때애들이7만명쯤태어나지못했다고쳐.근데그게이제와애들이갑자기사라진거랑무슨관계지?”
우리는말문이막혔다.(pp.175~76)

1990~2000년대학교에서가정환경조사로가족구성원에관해질문할때종종이런말이이어지곤했다.“우리엄마는셋째가낳고싶었을뿐인데우연히남동생이생긴거래요.”아들딸구별없이둘만낳아잘기르자는표어에도아랑곳없이아들을낳아야한다고고집되다못해중산층을중심으로여아감별임신중지가성행하던시절.남아선호사상은결국여아불호사상과같은말이었고,성비불균형은1990년에최정점에이르러여성100명당남성116.5명을기록했다.교실마다남학생이서너명씩많았던시절은결코짧지않았으며,이사태마저도“아이낳을여자가없다”는식으로묘사되며여성을재생산의도구로만여겼다.황모과의『우리가다시만날세계』는임신중지를다루는소설이아니다.한국사회의뿌리깊은가부장성과이로인해사라진여성들을복원하는이야기다.누구나알지만마치과거의미신적해프닝처럼만기억되던사건을두갈래의평행세계로불러와우리에게질문을남긴다.지금-여기는과연얼마나달라졌는지,이세계는어떻게변화될수있을지에관하여.

이책은분명당신을향해있다

1990년생,삼십대에들어선,살아남아태어났으나여전히선명한임금격차와고용불안,여성혐오와각종성범죄의범람속에서팍팍한하루를보내는,그러나평범하고용감한당신들을향한다.여자형제대신살아남았다는부채감과책임감에눌려지냈을사려깊은당신들에게도,더하여“아들을낳아야한다”는압박속에고민하고고통받았던당신들에게도나아간다.이모든억압을몇해늦게혹은이르게겪어냈을,이사회를살아가는모두에게이소설이작은용기와위로를전할수있길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