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지나는 시간  - 문지 푸른 문학

사막을 지나는 시간 - 문지 푸른 문학

$12.00
Description
“그랬다. 오늘은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아니었다.
가슴이 자꾸만 뛰었다”

공부에 지치고 친구 관계에 상처받고 경쟁에 내몰려 방황하는,
사막 같은 시간을 지나는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
교육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로 청소년들을 대변하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강미 작가의 연작소설 『사막을 지나는 시간』이 문학과지성사의 ‘푸른문학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소설은 초등학교 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였던 ‘민준’과 ‘창우’를 중심으로, 고등학교에 막 진학한 이후 치열한 수험생 생활을 하며 겪는 3년의 일상이 교차되면서 이어진다. 함께여서 즐겁기만 하던 관계는 어느덧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느끼며 자기만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틈이 벌어진다.
작가는 민준과 창우 외에도 이들 곁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분투하는 성택, 재희, 준영 등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이들 모두가 각기 모습은 다를지언정 얼마나 힘겨운 시간을 거쳐 가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자신만의 길을 찾아서 홀로, 때로는 함께 의지하며 이 사막 같은 시간을 지나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진한 공감과 여운을 자아낸다. 삶의 어느 길목에서 느끼는 이 끝도 없는 막막함은 비단 청소년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기에, 비록 꺾이고 상처받더라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나아가기를, 그리하여 매일 반복되는 지친 일상이지만 어제와 다른 오늘, 자꾸만 가슴 뛰는 내일이 되기를 마음 깊이 응원하며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이 아이들 모두가 “사막에 있어서 더욱 빛나는 눈기둥처럼” 힘든 시간을 견디며 피어나는 소중한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지금 현재 이 순간을 지나고 있는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무엇을 잃은지도 모른 채 그 시기를 지나쳐온 부모 세대도 이 작품을 함께 읽는다면 결국은 자신만의 오아시스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막에 있어서 더욱 빛나는 존재가 되는 게 아닐까”

아들을 의대에 진학시키는 일이 자신이 집안에서 인정받는 길이라 여기는 어머니와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민준. 작은 마트를 운영하는 단란한 가정에서 밝게 자랐지만 대형마트로 인해 가세가 기울고 취미에서부터 사교육까지 민준과의 격차를 느끼며 힘들어하는 창우. 항상 노래를 흥얼거리며 유쾌해 보이지만 친구의 오토바이 사망사고로 인해 웃음을 잃은 재희. 성적이 뛰어나고 집안형편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어머니가 민준의 새 과외 멤버로 붙여준 성택. 교지편집장으로 활동하며 명실상부 동네의 전통인 얄개 분식의 손자 준영. 성적, 가난, 우정, 이별 등 이들이 겪고 있는 3년은 결코 지나고 말 일로 치부되지 않는다.
민준의 집 현관 앞에 걸린 황금색으로 칠해진 그림 안에는 황금색이 갈색으로 짙어지는 사이쯤에 개 한 마리가 끼어 있다. 이 그림의 제목은 두 가지. ‘물살을 거스르는 개’와 ‘모래에 파묻히는 개.’ 자신이 아닌 자식이 왜 꿈이 되어야 하는지, 가난은 왜 이토록 불편하고 불합리한지. 평생 함께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은 우정도 이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가운데 불안하고 힘겨운 시간은 이어진다. 상심한 친구를 위로하는 방법 같은 건 가르쳐주지 않는 학교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꾸며 각자의 길을 걷는, ‘친구’라는 타인들 틈에 끼인 아이들. 하지만 이들은 함께할 수 없을지라도 오랜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가 그곳에 있다고 기억해주기를 바라며 ‘지금’이라는 시간을 건너가고 있다. 그 안에서 빠지고 데이고 스러지면서 견뎌낸 시간이 눈기둥처럼 솟아나기를, “자신의 잠재력과 의지를 믿고 눈앞의 사막을 잘 건너길 바”라본다.
저자

강미

경상남도진주에서성장기를보내고울산에서교사생활을했다.산,밥,벗을좋아하며나날이성장하는삶을꿈꾼다.2005년제3회푸른문학상‘미래의작가상’을받으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청소년소설『길위의책』『겨울,블로그』『밤바다건너기』『안녕,바람』등과공저『조강의노래-한강하구의역사문화이야기』『문학시간에소설읽기1~4』등을펴냈다.

목차

적응―민준1
코스프레수업―창우1
모래에묻히는개―민준2
사막의눈기둥―창우2
프레임―민준3
순천만―창우3
들어는봤어도―민준4
작은괴벨스―창우4
길―민준과창우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사막에있어서더욱빛나는존재가되는게아닐까”

아들을의대에진학시키는일이자신이집안에서인정받는길이라여기는어머니와어머니의기대에부응하고싶은민준.작은마트를운영하는단란한가정에서밝게자랐지만대형마트로인해가세가기울고취미에서부터사교육까지민준과의격차를느끼며힘들어하는창우.항상노래를흥얼거리며유쾌해보이지만친구의오토바이사망사고로인해웃음을잃은재희.성적이뛰어나고집안형편이비슷하다는이유로어머니가민준의새과외멤버로붙여준성택.교지편집장으로활동하며명실상부동네의전통인얄개분식의손자준영.성적,가난,우정,이별등이들이겪고있는3년은결코지나고말일로치부되지않는다.

민준의집현관앞에걸린황금색으로칠해진그림안에는황금색이갈색으로짙어지는사이쯤에개한마리가끼어있다.이그림의제목은두가지.‘물살을거스르는개’와‘모래에파묻히는개.’자신이아닌자식이왜꿈이되어야하는지,가난은왜이토록불편하고불합리한지.평생함께할것이라믿어의심치않은우정도이들을지켜주지못하는가운데불안하고힘겨운시간은이어진다.상심한친구를위로하는방법같은건가르쳐주지않는학교에서서로다른꿈을꾸며각자의길을걷는,‘친구’라는타인들틈에끼인아이들.하지만이들은함께할수없을지라도오랜우정을나누었던친구가그곳에있다고기억해주기를바라며‘지금’이라는시간을건너가고있다.그안에서빠지고데이고스러지면서견뎌낸시간이눈기둥처럼솟아나기를,“자신의잠재력과의지를믿고눈앞의사막을잘건너길바”라본다.

책속으로

가만히보고있자니그림속모래가꿈틀거렸다.윙윙거리며몸집을불린모래는잠깐만에밖으로쏟아져민준을에워쌌다.까끌까끌한모래가입안에들어차더니민준의가슴과목을압박했다.〔……〕민준은버둥거리는마음으로들고있던와인을단숨에들이켰다.달곰쌉쌀한기운이목을타고가슴밑바닥까지흘렀다.물살을거스르는개라고도했던가.민준은넘어지지않으려고중심을잡으며상체를곧추세웠다.

모래에묻히고말것인가,물살을거슬러오를것인가.

민준의눈가가붉어지더니이윽고눈물한방울이볼을탔다.(62쪽)

창우는또생각한다.많은사람이눈기둥을찾는이유가뭘까?그건아마도물한방울없는사막에생겨서일것이다.북극이나남극에있는눈기둥이라면사람들의관심을받지못할것이다.그렇다면눈기둥은사막에있어서더욱빛나는존재가되는게아닐까?그러니민준이차갑고도도한눈기둥이되더라도사막을잊지는말았으면좋겠다.

창우는앞으로눈기둥이드리우는그늘에서내내서성이게될것이다.그곳에서마른침을삼키며민준을바라보고있을지도모른다.하지만그늘이라고내내어둡기만할까?아버지가꺾어온진달래처럼그늘에서피는꽃도있겠지.창우는이제그런꽃을꿈꾸어야겠다고생각한다.그늘에서피어도진달래처럼고울수있다면그얼마나다행한일이냐.그걸위안삼아자신의길을걸어가면되지않을까.(78~79쪽)

나무계단을다내려와서야재희는사비나를창우에게업히고배낭을가져갔다.눈앞에갈대숲이펼쳐져있었다.발을디딜수없는어둡고거대한황무지처럼보였다.하지만들어온길이있으면나가는길도있을터,창우는산책로로접어드는재희의뒤를따랐다.

흰물새가날고갈대가서걱거렸다.창우는끄응,힘을주며사비나를추슬렀다.이대로땅끝까지간대도괜찮을것같았다.왜이렇게변했는지이상했지만,나쁘지않았다.(119~120쪽)

……우리는그냥걷기만할거야.숲을통과해산을넘고마을을지날거야.벼랑끝도밟고논두렁길도만나겠지.혼자만의생각에빠져터덕터덕,말은아주조금만할거야.해가저물면걸음을멈추는그곳에배낭을내려놓을거야.민박집에깃들어주인이구워주는고구마를먹으며별을세게되겠지.살아온날과살아갈이야기들이뒤죽박죽쏟아져나와도내버려둘거야.진지하게반응하지도않을거야.정신과육체가간질거리는느낌만간직할거야……

모든코스를다걸어야한다는목표같은건없어.걷다가시시해지면군내버스를타고,그것도싫으면다른곳으로가볼거야.둘레길만길은아닐거잖아.이름있는다른길도있을테고,길이없으면만들어도되니까말이야……느티나무나목을만나면걸음을멈추겠지.너와함께라면좋겠다는마음이절실해질거야.(181~1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