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이의 무지개 (양선형 소설집)

클로이의 무지개 (양선형 소설집)

$14.00
Description
아름다움 없이, 깨달음 없이, 애착 없이,
아무것도 아닐 지속과 정말 아무것도 아닌 소설을 사랑하기 위하여
정교한 문장과 독특한 사고실험으로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온 양선형의 두번째 소설집 『클로이의 무지개』(문학과지성사, 2022)가 출간되었다. “언어를 실제처럼 오인함으로써 그 모든 것을 소모시키고 고갈시키고 탕진시킨다”(문학평론가 강동호)는 평을 받은 첫 소설집 『감상 소설』(문학과지성사, 2018) 이후 4년 만의 신작이다. 중편 「클로이의 무지개」를 포함하여 그동안 신중히 고치고 다듬은 네 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문학과 글쓰기가 대체 무엇인지 알고 싶었”(「작가의 말」)다는 양선형은 『클로이의 무지개』에서 실체 없는 문학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한다. 침몰한 보물선과 같은 문학이 언젠가 현실이라는 수면 위로 떠오르리란 기대를 놓아버리지 않고 기꺼이 영원의 심연 속을 헤맨다. 그러한 여정 속에서 작가가 써 내려간 이야기들은 상호텍스트적으로 얽히면서 놀랍도록 풍부한 서사적 미로를 직조해낸다. 그러므로 『클로이의 무지개』는 언어로만 발생시킬 수 있는 시공간을 통해 궁극적으로 무(無)에 가닿는 경험을 선사한다. 공허를 관통해서만 가까스로 체험할 수 있는 문학이라는 환상, 찬란한 무지갯빛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양선형의 소설은 무겁다. 그리고 가볍다. 소설이라는 장르의 어떤 순연하면서도 난잡한 계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하면서도, 현실을 재현하거나 모사하는 대신 번역하는 소설의 역량을 만끽하게 만든다. 그의 소설은 언제나 현실을 초과하는데, 그건 상상력이나 언어의 문제라기보다는, 그가 인간의 편이 아닌 소설의 편에 선 작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금정연(서평가)

문학을 둘러싼 추문들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하거나, 종언 혹은 죽음이라는 말로 그것에 또 다른 오라를 부여하는 대신, 양선형은 이 파산 이후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종언이나 죽음과 달리 파산은 그 이후에도 여전히 해야 할 일들을 남겨둔다. 말하자면 그의 시간은 정산의 시간이다. 그는 문학이 구제할 수 없는 빚더미에 올라 있음을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한다. 강보원(시인, 문학평론가)
저자

양선형

1990년광주에서태어났다.
2014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
소설집『감상소설』이있다.

목차

가면의공방
거위와인육
클로이의무지개
프록코트혹은꼭두각시악몽

해설ㆍ뼈와꿈_강보원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없지만있는보물을찾아서

양선형은글쓰기라는작업을통해소설의존재,그자체를발견하고자한다.이를위해그는얼핏무관해보이는서사들을뒤섞어나열하고이들이서로중첩되는순간에주목한다.
「클로이의무지개」는“오징어한마리가광막한대양아래에서헤엄을치고있었다”는문장으로시작한다.그런데이오징어는추후에한더벅머리청년이가지고노는닌텐도화면속“히든보스인크라켄”의이미지와겹쳐진다.그러므로바다한복판에서크라켄을만나고군분투하는청키와팽키의이야기는게임속이야기일수도,혹은갈라파고스회장이침몰한보물선에서“벌어진일들을이해하기위해”꾸며낸이야기중하나일수도있다.이처럼양선형은다층적서사가일으키는착란을이용하여단일한이야기혹은관점으로는결코도달할수없는지점에이르고자한다.어쩌면실재하지않을지도모르는문학의숭고한가치를자신만의방식으로발굴하고자한다.

갈라파고스회장은영상을편집하는과정에서스스로가심해의현실을직접수정하고있다고판단했다.영상을손보는행위를통해그토록찾기를희망했던난파선을잿빛심해로부터차츰발생시켰으며,갈라파고스회장에게자신이수선한현실이란진짜현실과분간되지않았다.때문에갈라파고스회장이정말사기꾼이냐아니냐의여부또한보물선이수면을향해떠오르기전까진보류된채로남아있었다.(「클로이의무지개」,p.205)

실패를향유하는글쓰기

『클로이의무지개』에서가장흥미로운점은작가스스로문학이환영임을인지하고있다는사실이다.양선형은자신이욕망하는목표에다다를수없음을알면서도그것을향한욕망을멈추지않는다.

내가느끼는공허는절대로회피할수없는문제야.그것을인정해야해.그는읊조렸다.그럼에도이공허를거부하거나긍정하기위한다양한우회로,바보같고어리석은시도들,분기하고달아나며폭죽처럼터지는착란의궤적이흩뿌려져수놓인공허의천체가이전과같이무의미하지는않아.나는그것을믿어.그는가느다랗게뇌까렸다.나는삶을사랑하는방법을배우고있는거야.(「거위와인육」,p.78)

양선형이소설이라는형식속에서문학을끊임없이탐문하는이유는바로그것이작가의삶이기때문이다.그는이러한삶을긍정하기위해서,무의미로부터벗어나기위해서“절대로회피할수없는문제”인“공허”를끌어안고자한다.실패에실패를거듭하더라도자신이그실패를진심으로향유하는한,글쓰기를멈추지않는한삶과문학은지속되리라믿는다.그러므로『클로이의무지개』에는한젊은작가가문학이라는“눈먼일각수”(「클로이의무지개」)에바치는순도높은열망이오롯이담겨있다.글쓰기가투명한빛에서시작되어아무것도남기지않는궤적을좇는일에불과할지라도끝끝내소설을사랑하겠다는선언으로가득하다.

일각수는자신을인도하는헝겊의무지개위를달리고있었다.찬란한광학적환각이소진되고,공중에서버둥거리던다리가느닷없이아래로곤두박질할때까지.그러나측량할수없을만큼높은고도를질주하고있었기에일각수의포물선이내려앉게되는장소가바로일각수를마중하는낙원의입구였다.(「클로이의무지개」,pp.199~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