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디테일의 유령론 (안미린 시집)

눈부신 디테일의 유령론 (안미린 시집)

$12.00
Description
이번 시집은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유령’이라 불리는 존재가 시집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안미린의 시들은 종이를 접었을 때 모양을 알 수 있는 도면처럼, 사방으로 펼쳤을 때 전체를 볼 수 있는 지도 접책처럼, 서로 포개졌다가 다시 열리기를 반복하며 더듬더듬 나아간다. ‘유령’이 등장하는 시구들이 수없이 반복되는 와중에도 하나의 형태를 상상하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시인은 쌓아 올리지만 구축되지 않는 것들, 구축되지 않기에 허물어지지도 않는 미지의 존재에 곁을 내주고, 그를 감각하는 데에 온 힘을 다한다. 더불어 이 시집에서는 별도의 해설을 싣는 대신 유령이 출몰하는 시구들을 모아 색인 형태의 글 「찾아보기-유령류」를 덧붙였다. ‘눈부신 디테일의 유령론’을 가늠해볼 수 있기를 바라며 마련해둔 길라잡이이다.
저자

안미린

시인안미린은서울에서태어나2012년『세계의문학』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빛이아닌결론을찢는』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유령기계

유령기계
1/
유령기계
2/
유령기계
3/
유령기계
4/
유령기계
5/
유령기계
6/
유령기계
7/
유령기계
8/
유령기계
9/
유령기계
10/
유령기계
11

2부비미래Non-Future
비미래/
비미래/
비미래/
비미래/
비미래/
비미래/
비미래/
비미래/
비미래/
비미래/

미래

3부유령계
유령계
1/
유령계
2/
유령계
3/
유령계
4/
유령계
5/
유령계
6/
유령계
7/
유령계
8/
유령계
9/
유령계
10/
유령계
11

4부유령의끝
기계의끝

유령의끝
1/
유령의끝
2/
유령의끝
3/
기계의끝/
/

/

부러진모래시계속에먼눈이쌓이는
눈먼방음/
스노볼을흔들어어디로갈것인가하는
희디흰눈속으로……

5부눈내리는소리에는아무장식이없다

유령숲에서아무도아니었던마음
유령숲을태웠던여기가아니었던마음

6부양털유령,양떼지기,아기양,아기양지킴
양털유령,양떼지기,아기양,아기양지킴/
양털유령,양떼지기,아기양,아기양지킴/
양털유령,양떼지기,아기양,아기양지킴/
양털유령,양떼지기,아기양,아기양지킴

찾아보기 유령류

출판사 서평

“하얀연골의크리처가오고있다”
최선의감각으로우리곁의존재를가늠하는안미린의‘유령론’

2012년“과감하게생략하고비약하고가로지르는자유로운어법”을구사한다는평을받으며데뷔한안미린의두번째시집『눈부신디테일의유령론』이문학과지성사에서출간되었다.그의시는시어끼리의미의충돌을일으키고그안에서새로운의미들이발생하면서다시절묘하게연결된다.때문에다수의시편을읽어나갈수록겹겹이쌓이면서확장되는시적공간을창출해내곤한다.
이번시집은책의제목에서알수있듯‘유령’이라불리는존재가시집곳곳에배치되어있다.안미린의시들은종이를접었을때모양을알수있는도면처럼,사방으로펼쳤을때전체를볼수있는지도접책처럼,서로포개졌다가다시열리기를반복하며더듬더듬나아간다.‘유령’이등장하는시구들이수없이반복되는와중에도하나의형태를상상하기어려운것은이때문이다.시인은쌓아올리지만구축되지않는것들,구축되지않기에허물어지지도않는미지의존재에곁을내주고,그를감각하는데에온힘을다한다.더불어이시집에서는별도의해설을싣는대신유령이출몰하는시구들을모아색인형태의글「찾아보기-유령류」를덧붙였다.‘눈부신디테일의유령론’을가늠해볼수있기를바라며마련해둔길라잡이이다.


드러나지않는존재들을열어보이는
‘비미래’의차원속에서시작된유령의시야

드론을띄웠다.유리묘비가간결하게도미노를이루고있다.일어날수있는일들이조금씩일어나고있는거겠지.땅밑에선작고우아한식물성관이생분해되고있겠고.유리질묘비에반사되는빛.그빛을받고자라나는흰꽃들.흰꽃을으깨어추출한향수한방울.도미노처럼향기가퍼져나갔다.드론을밀어내듯눈부시게퍼져나갔다.지도모서리를접은하얀빈자리.드론에잡히지않는곳까지.

이름모를유리묘비에입김을불어넣었지.

투명한유언의차원은잊힌적없는선약이었다.
-「유령계/3」전문

“하얀연골의크리처”가온다.무른뼈를가진생명체가다가올때눈을감고‘얼린티스푼을두눈에올리면차갑고환한’유령의시야를얻는다(「유령기계/1」).이유령의시야로“유리묘비”가도미노를이루고있는곳을살펴보자.빛을반사하는유리묘비의장소에선“그빛을받고자라나는흰꽃들”이있고,다시이“흰꽃을으깨어추출한향수”가있다.퍼져나가던향수는“지도모서리를접은하얀빈자리”로흘러든다.눈에보이는세계,측정할수있는세계를넘어뒷면에도착해“이름모를유리묘비”앞에서입김을불자“투명한유언”이모습을드러낸다.빛과불로사물의형태와색을살피는원래의시야를버리고차갑고환한유령의시야를획득한이에게비로소유령계가모습을드러내는것이다.
그런데위시의마지막행에서시인은“투명한유언의차원은잊힌적없는선약”이라말한다.누군가에게쉽게읽힐리없으니시간이지나면충분히잊힐만하건만,잊힌적없는약속이라는것은무엇일까.이를확인하기위해선그의다른시속시어들을살펴봐야할것이다.이시집에서는‘미래’‘훗날’등아직오지않은날을가리키는단어들이자주등장하는데,이단어들의쓰임은일상에서으레사용하는의미와맞는것같지않다.오히려입김을불었을때드러난투명한유언처럼,“한줌고운뼛가루를불어본순간”시작되는것,“떠난사람으로비워낸세계”(「비미래」,p.35),즉공터를향하는화살처럼방향성없는것에가까워보인다.아니,어쩌면철겨운것같기도하다.“초봄의겨울이,늦가을의여름이”(「비미래」,p.48)들려오는사계절로읽히기도한다.모두가잊었을수도있지만사실은‘잊힌적없는선약’이,미래가‘비’미래가되는시간속에서존재를알린다.


“눈과입과영혼사이에,조금짙은하얀심장이뛸때”
보이지않는것들속에서서로의존재를믿어본다는것

빛과불을밝혔다.부드러운눈빛이었다.오랜기억속을걸어나오는눈빛.이윽고도착하는눈빛.

긴질문의끝은온기였다.길고긴유령사는그보다더길고연약한인간사를되짚었다.미래의유령보다유령의미래를기억했다.유령의끝은유령이옅은몸을갖는것,투명한형태를잃어나가는것,환한빛에불을붙이듯
따뜻해지는것.
-「기계의끝」부분

첫시「유령기계/1」의시구인“하얀연골의크리처가오고있다”는4부에이르러“하얀연골의크리처가그세계에위험이되지않게걸어나오고있다”로변주되어재등장한다.하얀연골의크리처가걸어나올때앞서서두눈을감고‘차갑고환한유령의시야’를얻었던이는4부에서“눈을감기전에”눈부심을보여주길원한다.다가올수록“뼈를빌려주고”“희고단단한뼈를내어주고싶”(「유령의끝/3」)어한다.유령에형태를더하고픈소망은이후에등장하는시에서도다양한장면으로등장한다.이를테면“쌀가게딸”“설탕가게아들”같기도한아이들이흰색의알갱이들로‘눈사람의심장과무릎’을만들고,“눈이쌓이면부재한적없는발들이보인다”며5부에서는눈송이모양의제목들로이뤄진시열편을연속적으로배치해눈내리는풍경을상상케한다.
비슷하면서서로다른장면들을쌓아가다보면형태를가늠할수없어서손에쥘수도눈으로볼수도없던유령의끝에다다른다.“유령의끝은유령이옅은몸을갖는것,투명한형태를잃어나가는것”(「기계의끝」)이다.차갑고환한시야로첫인사를건넸던존재는따뜻한입김에드러나는투명한유언으로,아이들의손끝에서완성되는심장으로,유령곁에더조용한사람으로옆을내어준다.유령의끝에이르러,보이지않아도그것은없는것이아니라는이야기를,보이지않는다해도곁의존재를믿는다는말을발설하기위해최선의용기로눈부시도록디테일한안미린의‘유령론’이펼쳐진다.

■뒤표지글

유령의이마를짚는다

온기라고하면

투명하다는말을
넘어서고

……

백골색머리띠를부러뜨리고
이마에입을맞추는

너의어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