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

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

$14.00
Description
“그에게는 마치 이 주민들이
이야기하길 즐기는 기질을 명백히 타고났음에도,
기억할 줄 아는 심리적인 힘을,
바로 이 파괴된 도시의 지표면 윤곽선에서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폐허가 된 도시를 경악 속에서 응시하는 다차원의 시선들,
이 산산이 쪼개진 경험들을
영화적 몽타주 방식을 통해 재구성해낸
폭격에 관한 탁월한 문학적 기록

“우리는 집단적 실존의 폐물더미 위에서 이루어진 알렉산더 클루게의 고고학적 발굴 작업에서, 그 어떤 픽션도 그 앞에서 빛이 바래는 진실한 발견물의 교육 가치를 읽을 수 있다”_W. G. 제발트

"단어와 사진들로 이루어진 영화"_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저자

알렉산더클루게

AlexanderKluger(1932~)

독일의영화감독이자소설가,문화비평가,사회학자,법률가,텔레비전프로그램제작자로분야를넘나들며전방위적인활동을펼치고있는알렉산더클루게는1932년독일중부의작은도시할버슈타트에서태어났다.그가열세살이되던1945년4월연합군이할버슈타트를폭격하여이도시는완전히파괴된다.그즈음부모가이혼을하면서클루게는어머니를따라베를린으로이주한다.이때의경험이평생그에게영향을끼쳤다고이야기되는데,특히종전을앞두고벌어졌던폭격이안긴충격은이책『1945년4월8일할버슈타트공습』의토대가되었으며,그후로도클루게의다양한예술작업에서변주된형태로나타난다.
마르부르크대학과프랑크부르트대학에서법학과역사학,종교음악을공부했으며,1956년에는법학박사학위를받고1958년에는자격시험을통과하여변호사가되었다.프랑크푸르트사회연구소에서법률자문으로일하면서아도르노와친분을쌓았고,그의소개로프리츠랑을만나영화를만들기시작했다.1962년동료감독들과함께‘오버하우젠선언’을발표하며1960~70년대뉴저먼시네마를이끌었다.1987년에는텔레비전제작사dctp를설립했고지금까지실험적인프로그램을방영하고있다.
지은책으로『이력서들』『감정의연대기』『공론장과경험』(공저)『역사와고집』(공저)등이,영화로〈어제와의이별〉〈서커스단의예술가들〉〈이데올로기적고대로부터온소식:마르크스-에이젠슈테인-자본〉등이있다.베니스영화제황금사자상,게오르크뷔히너상,아도르노상등을수상했다.

목차

1945년4월8일할버슈타트공습
I|II

나중에돌이켜볼때“현실적”이라는말은무슨뜻일까?
:공습에대한그밖의이야기17편

죽음의잠자리들|“죽음의잠자리들”에대한주해|잠자리|통찰에이르는기나긴길들|나중에돌이켜볼때“현실적”이라는말은무슨뜻일까?|1944년의사랑|협동적인태도|인간마음에난화재들|폭격전중동물원동물들|자발적인행동들을결합시키는것은무엇일까?|소방대지휘관W.쇠네케의보고|재앙의전조|사암의불가사의한반응|“날아다니는요새들”은보덴제호수에서어떻게사라졌는지|적의눈속에치는번개|총체적치통齒痛/양차대전사이,공중전을위한무장초기(1923)에나온이야기|우주전쟁으로부터온소식

토마스콤브링크주해
알렉산더클루게의삶과작품|역사적배경|주해참고문헌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독일뉴저먼시네마를대표했던영화감독이자소설가,문화비평가,사회학자,법률가,텔레비전프로그램제작자로분야를넘나들며전방위적인활동을펼치고있는알렉산더클루게의『1945년4월8일할버슈타트공습』이출간되었다.이책은제2차세계대전이끝나기불과4주전,당시열세살이던저자가살던독일의소도시할버슈타트에서벌어진무차별폭격에대한이야기들을다양한각도에서담아낸것이다.1945년4월8일이미전세가독일의패전으로기울어진상황에서,완전한무방비상태에놓인이도시위로연합군의폭격기215대가날아와대량의폭탄을풀어놓고간다.단몇십분의공격으로도시는완전히초토화된다.종전막바지몇년간160여개가넘는독일도시에폭격이쏟아져60만명의비전투원이사망했는데,할버슈타트폭격은그일부였다.
전쟁을다룬문학작품은늘있어왔지만,현대화된전쟁의표상인폭격의문제에집중한작품은극히드물다고이야기되는데,특히나전쟁을야기한독일에서폭격당한경험을묘사한다는것은문학적으로나윤리적으로위험을내장한작업이될수밖에없었다.그러한가운데1977년에발표된클루게의『1945년4월8일할버슈타트공습』은폭격으로인한집단적파국이라는현실을문학적으로구현해낸예외적이면서도선구적인작업으로평가된다.이책은전쟁의본질을드러냄으로써오늘날까지‘테러와의전쟁’이라는이름으로정당화되고있는폭격에대한강력한비판을넘어,문학과사회적책임의문제,그리고인간의이해력을넘어서는파괴적인경험을문학적으로어떻게그려낼수있는가에대한질문까지다양한고민거리를안겨준다.

집단적인파괴의경험을어떻게그려낼것인가
폐허위에서이루어진클루게의고고학적발굴작업

폭격을당해도시전체가파괴된상황가운데에서도정기상영시간에맞춰영화를틀기위해삽을들고주변(무너진시설과시체들)을정리하는극장관리인슈라더씨의이야기로문을여는『1945년4월8일할버슈타트공습』은,교회종탑에올라폭격기들이다가오는상황을보고하다가경악에사로잡힌두여성보초의이야기,파괴된고향의모습을사진으로남기기위해나섰다가스파이로몰려붙잡힌남자의일화,도시를초토화시키기위해폭탄을떨어뜨리는‘노하우’와‘체계적’과정에대한서술,할버슈타트출신기자와폭격을수행한미제8공군지휘관의대화,폭격피해를당한독일인에대한미국연구소의심리조사등할버슈타트공습을둘러싼다양한에피소드들로구성되어있다.실제자료들과가공한자료들이뒤섞인각각의에피소드들은순간포착에서회고,목격담,인터뷰,토론,보고서까지상이한형식으로서술되는데,텍스트사이사이사진,포스터,삽화,지도,폭탄도해등다양한이미지들이삽입되어있다.
각각의이야기들은대개등장인물들의시선에서일상적인언어로전달되고있다.그래서인지언뜻재난을증언하는개별적인목소리들을모아놓은기록처럼보이기도한다.하지만그러한차원을넘어,형식상이책은‘문학적몽타주’작업이라일컬어지는발터벤야민의『아케이드프로젝트』와더닮아있다.각각의에피소드에등장하는인물들은역사적현실에대한극히파편화된경험을전달할뿐,그것을형성해낸역사적시간과사회적·산업적구조를그려내기위한서술자가되기에턱없이부족하다.이파편화된에피소드들은실제현실에서개인이세계를경험하는방식에상응한다는점에서모종의진실을드러낸다.그런데클루게가배치해놓은에피소드들사이에,텍스트와이미지자료사이에,본문과제목혹은각주사이에,사실적인기록과교묘히변형시켜놓은기록사이에접속과중첩,충돌,변용이일어나면서쓰여진이야기를초과하는이야기가발생한다.클루게는텍스트간의이러한변증법적운동,혹은“상호매체적인협력작용”이라고일컬어지는몽타주방식을이책에서뿐만아니라이후의문학적작업에서도즐겨활용해온것으로알려져있다.
한편,1997년독일작가W.G.제발트는한강연에서,전후독일사회전체가과거를망각해버리고새로운사회를건설하려는강박에휩싸여,제2차세계대전의역사를대면하려는노력이의식ㆍ무의식적으로억압되어왔으며,그영향으로독일폭격의참상을제대로그려낸문학적사례가거의존재하지않는다고주장하여격렬한논란의중심에섰던적이있다.그러면서제발트는객관적인역사기술과는다른문학만의방식으로역사적현실을탐구하고애도하는것이문학의본령이라고말하는데,그가능성을클루게가『1945년4월8일할버슈타트공습』에서파국의역사를회고하는방식속에서발견해낸다.그는또한파괴된고향을바라보는클루게의시선을경악에붙들려파국을바라보는,발터벤야민의‘역사의천사’와겹쳐보기도한다.

반성되지않은과거,끝나지않는공습
“그상품들은아래도시로떨어져야만하는것입니다.”
할버슈타트공습이라는주제는이후클루게의문학및영상작업에서다양하게변주된다.그는할버슈타트이야기에,‘공중전이론’의창시자라불리는이탈리아의지울리오두에에대한이야기부터9/11사건까지폭격에관한17개의에피소드를추가한판본을발표하는데,이번에출간하는한국어판은바로이판본을번역한것이다.클루게는이렇게할버슈타트공습이라는사건을조망할수있는축을독일의소도시에서전세계로,과거와미래로확대해나간다.
우리는연합국이제2차세계대전당시의독일폭격을철저히정당화하는논리를펼쳐왔으며,이에대한반성이제대로이루어진적이없음을알고있다.어쩌면그랬기때문에그후로일본원폭투하,한반도를“석기시대로되돌려놓았다”는한국전쟁에서의폭격,베트남폭격,이라크와아프가니스탄폭격까지끝없이이어져온것일지도모른다.그리고그끝에과거로부터의학습을통해스스로의‘정당성’을기이하게역설하고있는러시아의우크라이나침공이자리한다.
클루게가묘사한폭격전을가동시키는산업구조와모든것위에놓인경제논리,그리고폭격의‘사물화하는힘’은시간이지날수록강화되고있으며,이제이를비판하는것이오히려시대착오적이고비합리적으로보이는지경에이르렀다.어쩌면우리역시책의끝에묘사된독일인들처럼“기억할줄아는힘을잃어버린것”은아닐까.지금우리에게요구되는것은,과거의폐허위에서무언가를끝없이건져올리려고했던클루게의그시선일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