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아닌 사람

가족이 아닌 사람

$15.00
Description
라오서 『이혼』, 샤오훙 『가족이 아닌 사람』
세상을 보는 창, 문학
때로는 처절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압축 근대를 살아간 20세기 중국
다른 성性, 다른 위치에 선 두 작가의 같고도 다른 시선
루쉰(魯迅, 1881~1936), 바진(巴金, 1904~2005)과 함께 중국 3대 문호로 불리는 라오서(老舍, 1899~1966)와 루쉰이 인정한 천재 작가 샤오훙(蕭紅, 1911~1942)의 작품이 대산세계문학총서로 나란히 출간되었다.
두 작가는 유사한 시기에 각각 다른 입장에서 서민들의 삶을 담아냈다. 『이혼』은 1933년 발표한 라오서의 장편소설이고. 『가족이 아닌 사람』은 1933년에서 1940년 사이 샤오훙이 발표한 단편 19편을 모은 작품집이다. 두 작가는 이유는 다르지만 모두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고, 문학으로서 세상을 이야기하고 자신을 드러냈다.
라오서는 청말에 몰락한 만주족 집안에서 태어나 의화단 운동 때 황궁 수비병이던 아버지를 여의고 궁핍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어려서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그는 우연히 영국 체류의 기회를 얻고, 영국에서 체험한 근대 문화와 문학세계는 그를 작가의 길로 이끈다. 샤오훙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딸이라는 이유로 냉대를 받고 결혼을 강요받다가 가부장적인 억압이 심한 집을 뛰쳐나와 작가가 되었다.
라오서는 뒤늦게 문학을 통해 안정적인 생활을 했으나, 격동의 중국 근대사의 비극인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들에게 모진 모욕과 구타를 당한 뒤 세상을 떴으며, 샤오훙은 여성으로서 그리고 전쟁 중인 나라의 국민으로서 힘들게 작가 생활을 이어가다 서른한 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비참하게 유명을 달리했다.
개인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억압 속에서 스러져간 두 작가는 행보가 다르기에 다른 시각으로 다른 방식으로, 누구는 유머러스하게 누구는 처절하게 세상을 담았으나, 그 둘 모두 당시 상황을 뛰어나게 담아냈다. 우연히 한 시대를 살아간 다른 시선을 비교해서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20세기 전반 중국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무엇보다 두 작가의 뛰어난 문재(文才)로 문학 본연의 즐거움을 주는 모처럼 반가운 중국 현대 소설이다.
저자

샤오홍

蕭紅(1911~1942)
본명은장나이잉張廼瑩.신해혁명이일어난1911년중국동북부헤이룽장성지역유지가문에서태어났다.딸이라는이유로냉대를받으며자란그녀는유일하게마음을기댔던조부의죽음이후가부장적억압에저항하여집을뛰쳐나왔지만,생존을위해작가샤오쥔과돤무훙량을비롯한남성들에게의탁해야만했다.1933년첫작품,단편『아이를버리다』를발표했다.1934년만주국의무단통치를피해상하이로간뒤루쉰의도움을받으며중앙문단에서활발한창작활동을벌이다가,중편『생사의장』으로작가로서의입지를굳혔다.잠시일본에서머무르던중루쉰의서거소식을듣고귀국,중일전쟁이발발하자여러지역을전전하다1942년홍콩에서병으로짧은생을마감했다.
단10년동안의창작활동으로중국현대문학의전형에서벗어난독특한문학세계를구축한샤오훙은자신의경험을바탕으로여성과계급적약자가겪는가난,고통,차별을섬세하게작품에담아냈다.장편소설「후란강이야기」와다수의단편을남겼다.

목차

왕아주머니의죽음|연구경|밤바람|다리|방문|떠남|손|우차위에서|가족이아닌사람|붉은과수원|고독한생활|왕쓰이야기|황하|막연한기대|광야의외침|피란|산아래|연화못蓮花池|아이의연설

옮긴이해설
작가연보
기획의말

출판사 서평

“그눈은끈질긴집념으로
그녀의만족되지않을소망을좇고있었다”

시대가품지못한비운의여성작가
루쉰이인정한천재작가샤오훙의단편19편

중국문학의안타까운별,시대를앞서간여성,샤오훙(蕭紅,1911~1942)의단편소설19편을엮은작품집『가족이아닌사람家族以外的人』이대산세계문학총서172권으로출간되었다.
샤오훙은탕웨이주연의영화「황금시대」를통해소개되긴했으나,국내에서그다지널리알려지지않은작가이다.그러나많은해외문학사가나비평가는샤오훙을가장중요한중국작가중하나로꼽으며독특한작품세계에주목해왔다.
20세기초가부장적인집안에서벗어나고자뛰쳐나왔으나,남성위주의세상에서자신을불사르고스러져간작가샤오훙.그러나그녀는소멸하지않고작품으로남았다.약10년이라는짧은기간동안남긴,작가의천재적인감각이드러나는작품들은기존의문학해석틀을무력화시키는특유의진정성을가지고있다.더구나가난과질병속에만주국의통치와중일전쟁을겪으며곳곳을유랑해야했던짧은생애동안이만한수준과분량의작품을창작해내었다는것은기적이라고할수있을정도이다.
샤오훙은가정과사회경제적인권력관계속에서억울함을겪는여성과고용인들,위선적인지식인,고독한이방인,중일전쟁전란속서민과군인등,다양한인물들이겪는역사의여파를세심하게다층적으로재현해낸다.여성,청년,계급적약자들을바라보는그녀의눈길은따뜻하지만다른어떤작가의작품보다도사실적이고입체적이다.
“나는그녀의눈물이나의동정보다훨씬더고귀하다고생각했다.”

「손」(1936)
가난한염색업자의딸왕야밍은기숙여학교에서교사와동료학생에게차별을받으며공부하지만긍정적인자세를잃지않는다.가난한집에서소금살돈까지끌어모아타지로유학온왕야밍은가족의희생과기대를생각하며한시도쉬지않고최선을다한다.그러나기초학습이되지않은상황에서입학한왕야밍은학습도따라가지못하고,그녀의남루한행색때문에기숙사에서도거부당해복도에서자는신세다.
염색일을돕다가검푸른색이된그녀의손은차별의이유가되기도하고,또그차별을상징하기도한다.작품은왕야밍이당하는차별을섬세하게묘사하지만,왕야밍이계급적각성을한다는식의전형적인결말로이어지지않는다.다만화자인‘나’로부터업턴벨싱클레어의「정글」을빌려읽고깊이공감하는장면에서,사회적약자의운명에공감하는모습을볼수있을뿐이다.이작품은이처럼극적인변화나두드러지는감정의고조없이섬세한디테일과배경묘사를통해주인공의불운한처지를선명한이미지로만들어낸다.


고난의시대를꿰뚫은비범한시선

사회가정해놓은길을거부하고뛰쳐나와자신의삶을개척하고자했으나,시대의폭력에고난한여정을이어간샤오훙.누군가의아내,어머니,며느리가아닌자신의삶을살고자했던한국의나혜석처럼샤오훙역시여러곳을떠돌다비참하게병사했다.30여년이라는짧은생을사는동안그녀가남긴작품들에는개인적인그리고역사적인고난이담겨있다.여성,청년,계급적약자들을바라보는그녀의눈길은따뜻하지만현실의냉정함에맞닿아얼어붙은창같다.
1934년만주국의박해를피해상하이에간후루쉰의도움으로중앙문단에서활발한창작활동을하고,중일전쟁이발발하자여러곳을떠돈샤오훙은어린시절가정에서겪은인간관계,농촌에서관찰한인간군상들,하얼빈에서경험한문학청년들의생활,중일전쟁중서민들의삶을소재로작품을썼다.
이책은샤오훙의작품집-샤오쥔과함께펴낸소설산문집「고난의여정跋涉」(1933),샤오훙단독의소설산문집「다리橋」(1936),단편소설집「우차위에서牛車上」(1937),단편소설집「광야의외침曠野的呼喊」(1940)-에실린단편소설을모두번역한것이다.지금까지국내에번역,소개된샤오훙의작품은중편「생사의장」(1935)과장편「후란강이야기」(1940)정도뿐이고,단편소설은아직본격적으로소개된바가없다.샤오훙의작품생애초기에서후기에이르기까지창작된단편소설들이그리는세계는작가의다른작품들의세계와이어지면서도더욱다면적으로확장된다.그렇기때문에독자들은단편소설을통해샤오훙의중장편소설을더욱깊이이해할수있을것이며,샤오훙문학세계의전체적그림을그려볼수있을것이다.
샤오훙의작품읽기-그녀의시선이머문곳

이단편집에수록된작품들을살펴보면,창작된시기에따라,또한하얼빈에서상하이,도쿄를거쳐우한,린펀,충칭,홍콩등지를이동하는샤오훙의행적에따라작품의소재와주제가변화하는것을확인할수있다.초기에는계급문제및청년들의울분과행동에조금더초점이있었다면,후기로갈수록전쟁및피란과관련된내용이많아진다.그러나소외된약자들의관점과목소리를대변하는샤오훙작품의가장근본적인태도는일관되게나타난다.샤오훙은대부분의작품에서계급적약자와성별적약자가겪는가난,고통,차별을특유의날카로운시선을통해묘사한다.전쟁,항일등의역사적소재를다룰때에도대의명분이나정치적담론을다루기보다는현장에서고난을겪는약자들의관점과경험을사실적으로포착해내는데초점이맞춰져있다.
샤오훙의작품에등장하는사회적약자들중주된인물군은여성약자들이다.누군가의며느리이거나혹은고용인이으로서가부장제와사회경제적인권력관계속에서억울함을겪는여성의처지가다수의작품에서변주되며나타난다.이들은계급관계,가난,가정의파탄등으로인해비참한운명속에던져진다.
두번째로계급관계에서약자에처한남성고용인들도주된주인공이다.지주에게억울한죽음을당하는전형적인인물도있지만,주인집의이익을위해헌신하며일원이되기를희망하나결국은절대로그렇게될수는없음을깨닫는인물들이다.단순히계급적갈등과차별만을그리지않고,주인집의일원이되고싶어하는고용인들의욕망을동시에그리고있다는점이바로샤오훙작품의특징이다.이어리석은욕망은그들을더욱큰고통에빠뜨리게되는데,이런상황들은당시중국의계급관계에대한더욱현실성있는심화된성찰을요구한다.
또한샤오훙은군인을단순하게용감한영웅으로그리거나탈영병을비겁자로그리지도않는다.군인정신이투철한군인들은영웅으로묘사되기보다는그런순박한군인정신때문에더욱안타깝게그려지고,군인을떠나보내는주변인들은이별에따른슬픔과함께가난,죽음,혹은불투명한미래로인해고통받는것으로그려진다.이처럼샤오훙이주목하는것은전쟁의명분이나역사적의미가아니라,이들이사람으로서,가족의일원으로서겪는일들이다.샤오훙은거대서사에서비켜난방식으로다양한인물들이겪는전쟁의여파를섬세하게그려냄으로써,거대서사가다루지않는전쟁의현실을다층적으로재현해내고있다.
샤오훙의소설이그려내는세계는중국현대문학작품들에서보이는전형적인주제들과는완전히다른독특한세계이다.주류적리얼리즘소설들과는주제도시각도다르지만,당시중국땅에서살던사람들이경험한시대적상황을진지하게고찰하고있고,특히소외된약자에대한조명은다른어떤작가의작품보다도사실적이고그들의입장에다가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