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클럽 (이원석 소설집)

까마귀 클럽 (이원석 소설집)

$14.00
Description
“너는 기억하고 있을까.
늘 궁금했고 그걸 좀 물어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이해와 오해 사이에서 흔들리고 멀어진 우리
그럼에도 같은 것을 바라고 믿을 수 있었던 마음
2019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원석의 첫 소설집 『까마귀 클럽』(문학과지성사, 2022)이 출간되었다. “정확하고 매끄러운 문장을 구사하며”(문학평론가 김나영) “이율배반 같은 진지한 주제들”(문학평론가 김형중)로 “질문하는 소설”(소설가 윤성희)을 쓴다는 평을 받았던 데뷔작 「없는 사람」을 포함하여 3년간 쓰고 다듬은 여덟 편의 작품을 한데 묶었다.
“아무도 사라지지 않는 날이 단 하루쯤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작가의 말」)으로 소설을 써왔다는 이원석은 『까마귀 클럽』에서 타자의 불가해성과 그로 인한 결별의 순간들을 돌아본다. 관계의 회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상대를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 부지불식간에 상대를 믿을 수 없는 마음으로 변질되어가는 양상을 예민하게 포착해낸다.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들이 인물들의 내밀한 갈등에 모종의 영향을 미치고 있음 또한 암시한다. 그러므로 『까마귀 클럽』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 이유로 멀어졌기에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자문과 자책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이의 성찰 어린 목소리를 들려준다. 도무지 잊을 수 없는 인연들에 대한 감정과 기억을 조심스레 되짚어보도록 이끈다.
저자

이원석

1994년진주에서태어났다.
2019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없는사람
까마귀클럽
건너편의기도
완공(完工)
오늘의시가
두번째절
무덤밖으로
있는사람

해설ㆍ있으면서없는사람ㆍ이소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사람을좋아하지만사람이어려운이원석소설속인물들은단한번이라도‘사람’이되기를,‘거기,그곳에그자체’로있어보기를소망한다.이해가아닌오해를받는다하더라도‘척’하지않고살아보기를원한다.그모습이아주가까운단한사람에게조차나를보여주지못하는‘나’같고‘우리’같아서,나는이책을자꾸만다시돌아보게된다.한정현(소설가)

이원석의소설에서소진된자들은결국실패하고사라진다.그렇지만소진된자는모든가능한것을소진하고더는가능한것이존재하지않는지점에서새로운존재가될수있다.삶과죽음의중첩상태를관측하는일은필연적으로실패할수밖에없지만,그실패를이야기하는일은가까스로성공할수도있다.이소(문학평론가)


빛바랜신뢰속에서끊어지는관계

『까마귀클럽』속인물들은곧잘여행을떠난다.위태로워진관계를회복하기위해혹은제대로이별하기위해마주앉아일정을의논하고집을나선다.그렇지만이여행들은대부분실패로귀결된다.“이미서로의웃음과울음에아무런힘을보탤수없는사이”에서떠난여행은자신이상대방을믿기는커녕“믿음조차믿지못하는사람”이라는사실을확인시켜줄뿐이기때문이다(「오늘의시가」).이는여행을둘러싸고인물들이원하는바가대립되는장면에서도드라진다.「없는사람」에서“안전하게쉬다올수있는곳”을찾는‘너’와그것을여행의“전혀다른기준”으로받아들이는‘나’의대화가그렇다.나에게그것은“아주불가능한일은아니”지만“어렵고귀찮”은일이다.다소“이해할수없”고“정확히말하자면믿을수없”는변덕처럼취급된다.이러한불화는「오늘의시가」에서도반복된다.관광객들이바다에가까이다가가지못하도록설치해놓은울타리를보며“안전하라고.그게가장중요하니까”라고말하는연인을‘나’는이해하지못한다.그곳은“바다가유명한도시고바다때문에오는사람들이아주많”기에멀찌감치쳐놓은울타리와그것을긍정하는연인이“이상하다고”여기는것이다.이러한의구심은연인이오래앓아온병으로“온몸이쥐어짜이는것같은고통”을느끼며“얼마살지못한다”고털어놓은고백역시화자가믿지못하는정황과맞물린다.
이처럼이원석은가까운이들사이에서발생한균열이서서히불신으로변모해가는과정을보여준다.관계의끝은애정과배려가고갈된시점이아니라상대를향한믿음이퇴색된순간에이미벌어졌음을묘사한다.

안방을나서면서안쪽을살폈다.그렇게어둡지도않았는데네가보이지않았다.보이지않는게이상해서다시방안으로들어서니네가그대로있었다.나를바라보고,시선도고개도움직이지않은채.나는분명히사라졌던네가무서웠다.사라졌다가다시나타난네모습이두려웠다.(「없는사람」,p.37)


고스란히남아있는마음의조각들

「건너편의기도」는죽은‘너’의장례식장에다녀오는이야기다.오래전에헤어진너를생각할때마다함께발견했고누구에게도보여준적없는‘운석’의존재를가장먼저떠올리는‘나’의회상으로이루어져있다.발인을앞두고잠시들른너의집은“시간이멈춰버린것”처럼그대로다.네가없는그곳에서나는“너무나당연하다는듯이”“원목책상위에놓인돌멩이”를목도한다.

그제야오랫동안품고있던의문이해소되는느낌을받았다.고집이라곤부려본적도없는네가왜그렇게까지운석을주우려고했는지.왜나를꼭데려가려고했었는지.우리끼리믿자.같이믿자.그말을하기위해네가얼마나많은밤을고민으로보냈을지.나와는다른방식으로네가나를얼마나아꼈는지.(p.104)

이처럼이원석은모든것이끝나버린듯한관계에서도여전히무엇인가잔존해있음을드러낸다.그것이비록“아주작고.단단하고.여기저기모난”형태일지언정분명하게“반짝이고있”으리라여긴다.“언제나처럼그냥,거기에있다고”“그렇게믿으며살아”가기로다짐한다.그러므로『까마귀클럽』은불가해한결렬뿐아니라그이후의삶을통해관계의지속가능성또한짚어낸다.한때‘우리’였던이들에게는“아무리깨지거나망가져도사라지는법이없”(「완공」)는마음이있다고,그것이진정가능하길바라는열망으로빛을발한다.

순간이상한마음이들었다.기도를하고싶다는마음.[……]그날기도의내용이무엇이었는지는전혀기억나지않는다.기도를마친후내적으로든외적으로든무언가가변하지도않았다.알수없는것을모르는채로,모를수없는것을아는채로.그후로도나는그렇게살았다.그것이내가살면서해본첫기도였다.(「건너편의기도」,p.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