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김중혁 소설집)

스마일 (김중혁 소설집)

$14.00
Description
죽음의 목전에서 삶을 되돌아보며 안간힘을 다해 짓는 최후의 표정
개성 넘치는 인물과 재치 있는 서사로 고유한 문학 세계를 구축해온 김중혁의 다섯번째 소설집 『스마일』(문학과지성사, 2022)이 출간되었다. 국내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며 저력을 다져온 작가가 지난 소설집 『가짜 팔로 하는 포옹』으로 동인문학상까지 수상한 뒤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표제작 「스마일」과 심훈문학상 대상을 받은 「휴가 중인 시체」를 포함하여 그동안 신중하게 쓰고 다듬은 다섯 편의 작품을 한데 묶었다.

“두려워하는 것을 마주한 채 한참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고, 소설을 쓰는 동안 그런 용기를 얻기 위해 노력”(「창작노트」, 『휴가 중인 시체』)했다는 김중혁은 이번 소설집에서 예외적인 존재들의 삶과 더불어 죽음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진중하게 다룬다. 작가 특유의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문체를 잃지 않으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숙명으로서의 죽음과 거기서 비롯되는 새로운 가능성을 포착한다. 그러므로 『스마일』은 김중혁이 2000년 『문학과사회』에 「펭귄뉴스」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보여준 다채로운 재능과 지적 호기심이 한층 원숙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불가해한 비극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향한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과 깊이 있는 통찰이 오롯이 담겼다.
저자

김중혁

2000년『문학과사회』에중편소설「펭귄뉴스」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펭귄뉴스』『악기들의도서관』『1F/B1일층,지하일층』『가짜팔로하는포옹』,장편소설『좀비들』『미스터모노레일』『당신의그림자는월요일』『나는농담이다』,시리즈소설『내일은초인간』,산문집『뭐라도되겠지』『대책없이해피엔딩』(공저)『모든게노래』『메이드인공장』『바디무빙』『무엇이든쓰게된다』『오늘딱하루만잘살아볼까?』등이있다.김유정문학상,젊은작가상대상,이효석문학상,동인문학상,심훈문학상대상을수상했다.

목차

스마일
심심풀이로앨버트로스

차오
휴가중인시체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김유정문학상,젊은작가상대상,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심훈문학상대상수상작가

“마지막대사가떠오르지않는사람은
웃음을터뜨리게되고,그것으로놀이는끝이난다”


우리가여태껏한번도죽지않고계속살아있는존재라고확신할수있을까.잠들었다가죽는게아니라고자신할수있을까.코를골면서자던누군가‘컥,컥,컥’숨을멈추는듯하다가다시숨을쉴때,그는죽었다살아난것인지도모른다.우리도모르는사이에죽음과삶이반복되는것인지도모른다.(「휴가중인시체」,p.201)


운명의그늘속을헤매는사람들

『스마일』속인물들은저마다다른상황속에서유사한위기를겪고있다.그것은타인의죽음으로인해남은이들의생에드리워진긴그림자다.표제작「스마일」에서데이브한은비행기를타고이동하던길에승객중한명이별안간사망했음을알게된다.바로옆좌석에앉은잭으로부터죽은남자가밀수꾼일거라는이야기를듣는다.콘돔에가득채워삼킨헤로인이복중에서터져사망했으리라고말이다.그러면서잭은데이브에게시체의얼굴을꼭보라고권한다.

사람들은마지막얼굴로자신의모든인생을표현합니다.어린시절의아름다운추억,괴로웠던시절의고통,마지막순간의회한이그얼굴에다들어있어요.얼굴하나로최소한30년의시간을표현하는겁니다.볼수있으면봐야죠.(p.33)

권유에못이겨데이브는비행기에서내릴때커튼너머로시체를5초쯤보게된다.그런데시간이지나도“남자의얼굴은사라지지않고데이브의눈앞에”오래도록남는다.그얼굴에예상치못한“이상한미소같은게”어려있었기때문이다.

계속기억날겁니다.시간이지나도오랫동안기억날거예요.그게죽은사람이가지고있는마지막힘이죠.뇌리에서사라지지않으려고안간힘을다해서만들어낸최후의표정.(p.40)

이처럼죽음이살아있는이에게각인되는장면은소설집곳곳에서볼수있다.「왼」에서연구를위해칼리와부족을관찰하던기하는두부족민의결투를목격한다.그런데느닷없이불어닥친태풍에결투가중단되었음에도이튿날죽은채로발견된남자가어제그부족민중하나였음을알게된다.이후로기하는그들의결투장면이“지워지지않는영상”처럼남아“끊임없이눈앞에서재생”되는나날을보낸다.자신이목격한죽음의원인뿐아니라그의미조차가늠할수없어번민에사로잡히는것이다.그렇다면인물들의삶에갑작스레출몰하는죽음과그것이남긴불가해성을통해작가가표현하고자한바는무엇일까.


막막한길위에서가까스로내딛는한걸음

「휴가중인시체」에서주원씨는‘나는곧죽는다’라는문구가적힌버스에서생활하며전국을떠돌아다닌다.우연히텔레비전에서그를본‘나’는“거울속에있는나”를본것같은기분에휩싸여주원씨를찾아간다.“그사람의얼굴이,특히눈빛이뇌리에서사라지지않았”던탓이다.그렇게함께하게된버스여행에서나는주원씨가과거에저지른과오로부터끊임없이도망쳐다니고있음을알게된다.

실수라는건간단한게아니에요.그모든기록을한꺼번에통째로순식간에지워버립니다.그래서나는여기에서죽어야해요.여기가내관이고,무덤이고,천국이고,지옥입니다.”(p.197)

‘또다른나’로여겼던주원씨와헤어지고난뒤나는그와사뭇다른선택을내린다.주원씨와의대화록을불태우는행위를통해“첫번째삶을끝내고,두번째삶으로넘어”간다.도무지정체를알수없는무기력과심연으로부터벗어나새로운삶을향해나아가기로결정하는것이다.그러므로『스마일』은불가피한생사의비의뿐아니라그이후의시간을기꺼이감내하기로결정한이의용기까지보여준다.삶에서필연적으로찾아오는허무를이겨낸사람만이발견할수있는숭고한가치가소설속에서빛을발한다.

모든게무너지고나서끝이라고생각하는지점이새로운출발이될수도있다는거야.(「차오」,p.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