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 소설 (김태용 소설집)

확장 소설 (김태용 소설집)

$14.00
Description
“우리는 그렇게 사라졌다
이야기는 계속 이렇게 끝난다”

명확한 음률 없이, 그러나 분명한 리듬 있게,
무한으로 펼쳐졌다 한 점으로 사라지는 (불)가능성의 소설

“문학의 고유한 전복성과 비판 정신을 실천”(문지문학상 심사 경위)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 문학계 안에서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해온 김태용의 신작 소설집 『확장 소설』(문학과지성사, 2022)이 출간되었다. 2005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데뷔한 이래 계속된 그의 여정은 언어 실험의 관성화마저 엄격하게 경계하며 전위의 가능성을 모색해왔다는 데 특별함이 있다.

저자는 이번 소설집의 제목 “확장 소설”이 ‘확장 영화expanded cinema’ 개념에서 빌려 왔음을 「작가의 말」을 통해 밝히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상영 과정을 다양하게 변주하여 관객이 저마다의 의미를 선택하여 수용할 수 있게끔 유도할 수 있다는 것과 달리 소설은 언어를 버릴 수 없기에 소설 바깥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소설을 통한 김태용의 ‘확장’ 작업은 무엇일까. 작가는 문장과 행간을 벌려 그 안에 새로운 의미를 틈입하도록 하고, 더 나아가 그 고정된 의미 자리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무한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소설 없이, 언어 없이, 그러나 소설의 언어를 재료 삼아 만들어내는 그의 독특한 리듬감. “사유-서사-언어의 해체와 날것의 물컹함이 동시에 투명하게 폭발하는, 김태용식 비미래”(시인 이원)가 이 책을 펼친 당신의 세계를 뒤집어내며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것이다.
저자

김태용

김태용은2005년『세계의문학』에단편소설「오른쪽에서세번째집」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풀밭위의돼지』『포주이야기』『음악이전의책』,장편소설『숨김없이남김없이』『벌거숭이들』『러브노이즈』가있다.2008년한국일보문학상,2012년문지문학상,2016년김현문학패를수상했다.숭실대학교예술창작학부문예창작전공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옥미의여름
우리들은마음대로
방역왕혹은사랑영역의확장
낮을위한착각
밤을위한착각
알게될거야
피드백
루프
삐에르밤바다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보이지않고들리지않던영역대로의진입

“이상하게0으로수렴되는이야기같았습니다.제가하는말이맞는지모르겠지만꼭그런것만같았습니다.0으로수렴되는이야기.원점으로돌아가는것이아닌0으로수렴되는이야기입니다.”(「옥미의여름」,p.32)

우리가보고있는현실은과연현실이맞는가.내가알고있는현실은결코플랫하지않다.시공간이중첩되고비선형적으로연결되어있다.현실은물리적,광학적힘이닿지않는상태에서뒤집히고,뒤섞이고,혼돈상태가되었다가뜻밖의질서를찾고순환한다.역사의구멍을들여다보는시간,그시간의바깥을향한지각,규칙을재배열하는과학,그과학의바깥을향한감각이보여주는현실속에서우리는미지의순간들과조우하게된다.(「방역왕혹은사랑영역의확장」,p.75)

이책의수록작들은전반부와후반부로나뉘어느슨하게주제및분위기를공유한다.전반부에실린네편의소설은‘역사적·사회적재현으로의확장’이라는주제를관통한다고말해볼수있을텐데,이전까지의김태용소설을따라읽어온사람들은특히‘북한’이나‘코로나19’등의소재가확연히드러나는소설들로인해다소서사가강하다는인상을느낄수도있겠다.하지만단순히내러티브에갇히지않는장면장면과디테일한요소들,계산된어긋난문장들을통해이소설은세계밖으로훌쩍나아간다.우리가익숙했던사회와인물,역사너머로,주목하지않았던시선들을되짚어내고,확실하고명쾌한언어로인해들리지않았던작은읊조림들을재생한다.

닿지않는데계속해서넓혀가는우아한볼레로

우리의친구,댄스없는댄스필름을만들던,삐,잠시,아니계속해서,이제막시작했지만,시작전부터계속되고있었지,우리의친구,이름을부를순간이오면,그보다먼저,이제더이상부를수없는,대답없는부름이가능할까,우리가들었던대답들은모두부름에대한대답이맞을까,대답이없다는걸알고도부를수없을까,불러야하지않을까,어떻게부를까,어떻게대답을듣지않고부를까,(「삐에르밤바다」,p.239)

우리는지금산허리어디쯤을헤매고있을까.어쩐지산림감시원의반쪽짜리삶을대신살고있는것만같다.쓰고있는것만같다.읽고있는것만같다.나는내가쓴것을증명한뒤부정하기위해이글을지속해야한다.나는내가무엇을쓰지말아야하는지알게된것일까.너는네가무엇을읽지말아야하는지알게된것일까.(알게될거야」,pp.213~14)

소설집후반부는네편의소설과함께한편의시「루프」로구성되어있다.작품들간에‘원숭이윤’‘삐에르밤바다’‘잎’등같은인물명이중첩되어비선형적연작처럼느껴지기도한다.작품전반이‘언어의심연’을향해깊어지며,소설을불가능성의영역까지밀고나가는과감한여정을담고있다.“허구의무대에서언어의볼레로를추면서”(「작가의말」)억지없이우아하게,충분한궤적을그리며소설의영역을확장해나가는김태용의작업을따라가다보면어느새숨통이트이는것만같은남다른해소감이느껴진다.

가능/불가능을넘어선신념의영역

김태용에게소설은,전위는,어떤믿음을기반으로한작업의결과물처럼생각되기도한다.읽히고읽히지않고,이해되고오해되고,가능하고불가능하고의문제를넘어선어떤희망,혹은사랑으로.뚜렷한세계에균열을내고믿음의틈새를비춰내는일.파편이무한으로펼쳐지고끝내한점으로소멸하는영원의궤적이『확장소설』로다가오고있다.

어떤길은길어졌다짧아졌다멀어졌다가까워지면서무한의차원을만든다.길위의사람들.우리들은이제어떻게될까.살짝웃음을머금은얼굴로.활짝웃음이퍼진얼굴로.자연하라.축축한냄새.고조되는소리.일렁이는물결.그리고사랑.(「방역왕혹은사랑영역의확장」,p.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