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나 뽀송해 (이지아 시집)

이렇게나 뽀송해 (이지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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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너가 좋아하는 거, 그게 될 거야”
경쾌하고 능청맞게 살아 움직이는 사물들

2022년 제4회 박상륭상 수상작 수록
‘비극을 가지고 노는 시인’ 이지아 두번째 시집 출간
억압, 고정관념, 폭력, 이런 고집쟁이 아이들의 너저분한 머리를 밀어주기 위해 저는 오랫동안 외로웠고 무서웠고 어려웠습니다.
세상이 만들어놓은 개념과 시의 범주에서, 하지 말라고 하는 것들을 마음껏 쓰고 싶었습니다.
-이지아, 박상륭상 수상 소감에서

시 바깥의 시를 쓰는 이지아의 두번째 시집 『이렇게나 뽀송해』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첫 시집 『오트 쿠튀르』(문학과지성사, 2020)를 통해 “층층이 포개어지고 요동치면서 무한을 향해 끊임없이 질주”(조재룡)하는 세계를 선보인 후 2년 만이다. 전위의 상징 ‘오트 쿠튀르’를 내세웠던 전작과 달리 이번 시집은 제목 “이렇게나 뽀송해”에서 드러나듯 한층 경쾌하고 능청맞은 얼굴로 시의 중심과 경계를 해체한다. 5부로 나뉜 77편의 시를 엮었으며, 수록 작품 중 「반생물을 향한 빵과 칩과 계」 외 13편은 “자신의 문학적 열정을 자신만의 야멸찬 언어로 사정없이 내지르는 자유로운 광기”라는 찬사와 함께 2022년 제4회 박상륭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지아는 2000년 월간문학 신인상 희곡 부문과 2015년 쿨투라 신인상 시 부문으로 데뷔한 이래, 희곡과 시의 발판 위에서 극시(劇詩) 장르를 개척하며 한국 시의 지평을 넓혀왔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 시집을 읽는다면 공연을 전제로 한 시극(詩劇)이 아닌 극시의 형식에서 태어난 낯선 목소리를 주목함 직하다. 모종의 질서를 부여하려는 순간 섣불리 규정되기를 거부하며 도망가는 시편들 속에서 예측하지 못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

이지아

시인이지아는2000년월간문학신인상(희곡부문)을수상하고,2015년쿨투라신인상(시부문)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오트쿠튀르』가있다.2022년박상륭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Ⅰ단연코배우들의총생성극
반생물을향한빵과칩과계
기쁨의돌잔치
아가·사탕·별ⅰ
비재현회화의정당성을키우기위한인육
아가·사탕·별ⅱ
바니네반바지와연관된극시
스티커의존재론
입체성
앵두와몽롱과비탈
기계처럼책을읽는다
Punk
새로운식량과파트너

Ⅱ고리모양에테르
야구
배드민턴공이떨어진나무
연합인간
ㅐㅐ
커다란집을굴려언덕을넘어가는사람의촉매반응
한때거위였던자전거
모호한재규어
영,의,탄생석
원형A
원형B
원형C
원형D
원형E
달님과고체들
모조품
숲속에서:비가멈추고우탄AA의발언
너의이마는꽃동산
짙은안개:줄기차게기어다니는사촌들
나무위에서:미래의일꾼
오보에

Ⅲ주변머리제조국가
소프트인간의형이상학적사고,혹은수줍은씩
포도에관한희곡을14개썼기에포도들은다리가생기기시작했다
나는솟구침위에자리잡았다
성격유형
상황극
구름과나름과생산성
용접공의언어학회
지금도알수없는소설의장면들
이제완벽하게
저앞의썰매그룹
골수이식「Neuron」
매개자의음악극
귤보다많이태어나는미니인간
서사시와이순신

Ⅳ요정은필요없음
기명절지도
순수직관의단계
가설을빌려오는인물
s#.라쿤의꼬리로접시를닦습니다
그토록:리터러시
야근:객관적판단과우수함
논쟁을좋아하는쥐떼의결과와쉬
순무의고백
Ep.재채기로태어난아이
미래사업보고서
쓰러져가는독자와독점실험실
사람과염소
레몬이아닌것


Ⅴ또렷이별걸
그러려면신파에게자격증이나따라고말해줬다우리는우주를꿈꾸며땡땡이셔츠를나눠입었지
중간연구
새로운기술시대의힘과크기
금융시대,딸기주스
원형F
그털실을치워주오
후추옆에서
키의발표와기자간담회
침대와침
클래스
인간발달사항과mm
s#.약국과외계인의상업활동
우리의승마가준비되고
배의안쪽
1인판소리곁에작은시
겨울장갑:녹차라테가돌아가는방향으로너는쓰러졌다
회전하는편지

해설
메타모포시스와존재론적위상변환의열망·조강석

출판사 서평

풀자면풀리지만,풀면사라지는시
오롯이살아움직이는신비로운생명체

우주는이미지같으오,아니이미지벌레같으오
작고꾸물거리며탄생하오
-「반생물을향한빵과칩과계」부분

시집의첫장을열자마자“작고꾸물거리며탄생”하는기척이엿보인다.『이렇게나뽀송해』가마련한세계에는우주와벌레의간극만큼아연한패러독스가들끓는다.여느날의오후를함께보내는과일과동물,인공지능로봇과판소리무당이공존한다(「원형D」「원형A」「회전하는편지」).때로는가까운미래나지구가아닌행성을배경으로이야기가전개되며,‘차렵이불’‘간장종지’‘만리장성’이아무렇지않게기자간담회에참석해질문을던진다(「키의발표와기자간담회」).서로다른세계의대척점에서불쑥튀어나온비인간존재들,배경과시대를가로지르며종횡무진하는인물들은흔히기대할법한공감과위로의역할을수행하는대신오롯한생명체로서살아움직이는것같다.전작『오트쿠튀르』에서부터꾸준히내비쳐온,이세상의비극을슬픔과외로움으로명명하기보다시자체로서형상화하겠다는의지는두번째시집에서여전히경쾌하고발랄하게이어진다.
이시집의해설을맡은문학평론가조강석은전통적의미의알레고리를구성하거나쉽게상징으로도약하지않는“이시를읽는방법은이미지들을풀이하는것이아니라이미지들이구성하는세계를있는그대로의현실로승인하며분위기와정동에반응하는것이”라고말한다.“풀자면풀리지만,풀면사라지는”시속의현실은존재론적불안과함께메타포시스적상상력과SF적상상력을발산한다.

더듬으며전진하는목소리들
개구쟁이만만세의천진한세계로

24시현금지급기:
생각없이살게,아무것도없이,오랜철학자나지식인이밝혀냈던그이론들을들어봤나?음……라쿤이나프로이털을?하하하,그새끼들은칠칠맞지못한인물들이라네,꼭중요한걸하나씩빼먹지,잃어버리고난리법석을떨지,특히나레비나수는달콤한티라미수를하루에백개씩먹느라경제에대해선똥기저귀수준이라네
-「바니네반바지와연관된극시」부분

‘24시현금지급기’가저명한철학자들의이름을유머러스하게풍자하는대목은천진한웃음을자아낸다.극적대화의형식을빌려탄생한목소리들은저마다의개성과욕망을지닌채기존의논리로지어올린세계를비틀고부정한다.유치하고근엄한,위트와허풍이섞인대화속에서의도적으로혹은즉흥적으로발생하는모순과갈등은시가도달할수있는한계를밀어붙이며팽팽한긴장관계를형성한다.
그중말더듬증을앓는이들이눈에띈다.같은말을반복하던말더듬이의발화는어느새비슷한듯전혀다른뜻으로치환된다(“비스킷과크래커,비스킷과크래커,비스킷과크래커,바스켓과크레인”,「ㅐㅐ」).한아이는냄비를두드리며“ㅋ피피피ㅌㅎㅎㅎㅎWqqqqqㅉ……”하고웅얼거린다(「1인판소리곁에작은시」).부딪치고충돌하며터져나오는파열음은새로운언어를위한발성연습인걸까.한편의시를연기하는배우가되어역할극을수행하던이들은던이데아총을들고지구를떠난다.“우리가앞으로헤쳐나갈어마어마한세상을응원한다면,주먹을들어라”(「새로운식량과파트너」).여기서‘던이데아’는시인이만든시적분법으로완성된감탄스러운이데아를뜻한다.
‘시바깥의시’가결국시로귀결된다는점에서결말이정해진비극이라면,시인은그“비극을가지고노는직업”(시인의말)을선택한이다.그것은넘어지고후퇴하며“영원에닿기위해/계속생명이죽음을연습하”(「회전하는편지」)는일일테지만,시인은결코멈추지않고진지하지만서늘하게,비참하지만우아하게앞으로나아간다.그가도착한곳에서우리는“상상·불온·리듬·도약을넘어서,개구쟁이만만세를만나”(시인의말)게될것이다.

나는하何오.
이토록,하河오.
나의시작詩作은별반다르지않았으나,나의끝은다를것이오.생각해보면나의탄생은미지근한비극같았으나뮈토스의작별로인해,나는비극을가지고노는직업을얻게되었소.그러니어여,그런지점에서계속……뜻하何오.

기억하건대objectG-저멀리먼지없는사랑에닿고자했으나……지금은쓸쓸한다차원의공생기시절이다.발사와발아만이남은곳.나의‘추진로켓’은투명한습지에멈춰있다.

그러니까구석의기지基地에서바라보고있다.질문을던지고있는어떤사람에게‘어째서그런의문인가’라고다시묻는것.예술은다른방식의글썽임과호기심을생기게하는것인지도모르겠다.

마음은루이12세의발레처럼얇은발목을유지했을까.

요즘내꿈은-청초한면봉하나들고,뚜뚜루새우가되어서,아득한베링해를건너는일이다.상상·불온·리듬·도약을넘어서,개구쟁이만만세를만나보고싶다.

다행히지구는깨지지않을테니.
2022년봄
이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