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짐승들의 투표를 기다리며

들짐승들의 투표를 기다리며

$17.10
Description
왜 정치에서는 악이 선을 이기는가
진실을 말하는 자, 아마두 쿠루마
아프리카, 아니 모든 독재의 완벽한 도표를 그린 문제작 프랑스 문인협회대상, 리브르 앵테르상 수상작

20세기 아프리카의 부조리한 현실을 세계에 널리 알린 코트디부아르 출신 작가 아마두 쿠루마(Ahmadou Kourouma, 1927~2003)의 장편소설 『들짐승들의 투표를 기다리며En attendant le vote des b?tes sauvages』가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174권으로 출간되었다.
아마두 쿠루마는 상상의 아프리카 국가 골프 공화국을 배경으로 주인공 코야가가 정권을 잡고 독재자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참혹한 투쟁 속에 인간과 들짐승이 뒤섞이고 연대기적 역사에 설화를 결합한 이 소설은 반어와 풍자, 유머로 이뤄진 정치적 규탄이다. 독재자는 왜 들짐승들의 투표를 기다리는가? 식민지, 냉전, 독립, 독재로 이어지는 아프리카의 파란만장한 근대를 적나라하게 담은 이 소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

아마두쿠루마

AhmadouKourouma(1927~2003)
프랑스식민통치하의코트디부아르에서태어났다.말리의바마코에서고등기술학교를다니던중학생운동을주도하다퇴학당하고원주민보병으로징집되어인도차이나로파병되었다.제대후프랑스에머물던중1960년에코트디부아르가독립하자귀국했지만반정부인사로몰려옥고를치르고,약30년동안알제리,카메룬,토고에서망명생활을했다.
1968년첫소설『독립무렵』으로주목받기시작했으며,식민지상황과독립이후독재가만연하던아프리카의정세를신랄하게풍자한『들짐승들의투표를기다리며』(1998)로트로피크스상,프랑스문인협회대상,리브르앵테르상을수상했다.아프리카소년병문제를다룬『알라는손을놓고』(2000)로장지오노대상,르노도상,공쿠르리세앵상을수상했으며,말년에는아프리카전통문화를다룬어린이책을출간했다.2003년프랑스리옹에서영면에들었다.사후에유작소설『거절할때는아니라고말하지』가출간됐다.

목차

야회I
1.자고새가날아오르면새끼자고새는땅에남아있지않는다.
2.낡은줄끝에새줄꼰다.
3.송아지는어둠속에서도엄마소를놓치지않는다.
4.눈은늙으면끝장이고귀는늙어도끝장나지않는다.

야회II
5.생쥐들이고양이가까이에서노는것을볼때우리는우리에게다가올지모르는죽음의위협을헤아려보게된다.
6.성장은오랜시간이걸리지만죽음은금방이다.
7.죽음은사람을삼켜버리지만사람의이름과명성은집어삼키지못한다.
8.어떤카누도결코뒤집히지않을정도로크지는않다.
9.죽음은물을끓이지않고절구질한다.
10.어떤사람은자신이죽어야할곳으로아침일찍간다.

야회III
11.새의깃털은공중으로날아올라도결국땅으로떨어진다.
12.생명줄이끊어질위기에처하면암탉이야생고양이를죽인다.
13.상처에앉았다가죽은파리는마땅히죽어야할곳에서죽은것이다.

야회IV
14.권력은좋은것이아니라고생각하는사람이있다면그는권력을행사한적이한번도없는사람이다.
15.아무리개구리들이울어대도코끼리는물을마신다.
16.독재권력에서는손이발을묶고민주주의에서는발이손을묶는다.
17.범죄를처벌하지않는북은깨어진물통이다.
18.낚시로하마를잡을수는없다.

야회V
19.너의몸을덥혀주는불이너를태우게된다.
20.너에게서불능을치료받은자가네게서아내를빼앗는다.
21.어떤사람이너를물었다면그는네게도이가있다는것을상기시킨셈이다.

야회VI
22.하루만있는것은아니다.내일도역시해가뜬다.
23.장수하는사람은비둘기의춤을본다.
24.멀어져간날은실재하지만오지않을날은실재하지않는다.

옮긴이해설·정치의연극성또는독재의희극
작가연보
기획의말

출판사 서평

진실을말하는허구-기만의정화의식,거짓의장막걷어내기
“우리는진실을말할것이오.당신의독재에관한진실을.당신의부모,당신의협력자에관한진실을.당신의비열한짓,당신의어리석은짓에관한모든진실을.우리는당신의거짓말,당신의수많은범죄와암살등을고발할것이오.”_본문에서

프랑스식민지하의코트디부아르에서태어난아마두쿠루마는식민지와냉전,독립,독재로이어지는아프리카대륙의파란만장한근대를관통하며살아간작가이다.독립이후공산주의자들의발호를두려워한정권이조작한음모에연루되어투옥되었다가추방당한쿠루마는이를계기로“증언하기”를,“쓰기”를선택한다.이후약30년간아프리카의다른나라를떠돌며망명생활을이어간쿠루마는엄중한압제의상황속에서허구를통해진실을말하기에매진한다.
쿠루마의세번째소설로프랑스문인협회대상,리브르앵테르상을수상한『들짐승들의투표를기다리며』는사냥꾼들의전통적인이야기판인돈소마나를작품의얼개로차용하여,냉전의세계질서속에서아프리카에만연한독재의행태를적나라하게담아낸다.본디돈소마나는기념할만한사냥이나사냥꾼의공훈을기리는이야기판으로하나의정화의식이다.번뇌와원한을정화하고,이야기를통해부정한것을떨쳐버리게한다.돈소마나형식을차용하여사냥을정치에적용한다는것은당시아프리카에서정치란곧사냥과같았으며,인간이인간을사냥했다는의미이다.
이소설은돈소마나의전통에따라사냥꾼(독재자)을찬양한다.독재자코야가의일대기를그린이돈소마나는영웅담이자영웅서사시이다.그러나이는표면적인형식일뿐,이야기꾼의조수는농담,말장난,반어를통해독재자를비난한다.냉소를머금고잔혹한범죄를저지르는자에대한한없는혐오를보인다.쿠루마는이희극적인요소(조롱)로서진실을말하는자의역할을충실하게이행한다.이돈소마나소설의목표는기만의정화,거짓의장막을걷어내는것이다.


정치사기극과역사왜곡의알레고리
“코야가는주술사가가르쳐준주문을암송해흰수탉으로변해.상인이힘차게수탉을움켜잡아바구니에집어넣고는사복경찰들이뻔히지켜보는가운데기차역을빠져나가.코야가가사실은닭상인으로변장해기차에서내렸다는주장이나설명은신빙성이없어.”_본문에서

이작품은현실과허구가긴밀하게맞물린서사시적소설로,20세기아프리카지도자들의권모술수에대한비판이다.주인공코야가는프랑스식민지시절원주민보병으로베트남에서복무했으며,독립후에는무력으로정권을잡는다.코야가가정권을찬탈한이후일당독재와장기집권의기술을배우기위해차례로방문하는나라의국가원수들은당시아프리카의실제지도자들을그리고있다.본래작가는실명을사용하려했으나,출판사측의만류로이름은바꾸고토템은사실대로두었다고한다.그러나각실존인물들과연결하는것은지금우리에겐큰의미가없어보인다.이작품에서드러난모습들은이미아프리카지역을떠나,전세계독재자의모습을담고있기때문이다.
영웅적인코야가는정치사기극과역사왜곡의알레고리다.상대를무자비하게제압하는폭력,공포에의한지배의일상화,잔인함이넘쳐나고도덕이부재하는상황.이는흡사인간을대상으로벌어지는사냥이며정치인은인간사냥꾼으로환유된다.코야가로상징되는이러한권력구조에서는관용이나자유,정직이나자기통제같은가치를전혀찾아볼수없다.오직악덕과잔혹한힘이가치있는것으로내세워질뿐이다.독자는이작품을현실에대비하며,정치의폭력성에대한윤리적반응을요구받는다.이소설의독서는왜정치에서는악이선을이기는것같은가에대해진지하게성찰해보는기회가된다.

독재자는왜들짐승들의투표를기다리는가?
“자네는확신에차서새로운임기를간절히바랄것이야.어쩌다가사람들이자네에게투표하지않는다해도들짐승들이관목림에서나와투표용지를들고자네를압도적으로지지할것이라고확신하고있으니말일세.”_본문에서

이소설은독재일반의완벽한도표이다.경찰국가,사병들의테러,폭력적인관행,군사주의,국고의사적전용,타락한풍속,개인숭배,가짜테러,선전선동의일반화등독재의주요한양상들이적나라하게드러난다.또한활극과도같은정치적참사뒤로는독재자들의비틀린심리에대한풍자가펼쳐진다.반어적서술에의해코야가의독재배후에놓여있는우스꽝스러움이폭로된다.
독재자들은왜들짐승들의투표를기다리는가?폭력과음모,심지어조작을통해서도그들의부정의는영원히지속될수없다.이책의마지막문장처럼“밤이오래가도결국에는동이트기마련”이다.그러나이문구는독재자들의신념이되기도한다.그들은착각과믿음을포기하지않는다.사실상화재로불길을피해달아나는짐승들을보고도독재자를위해이동한다고착각하고,사람들이자신을선택하지않는다해도숲에서들짐승들이나와독재자를지지하여국민투표를통해다시권좌를유지하게될거라고믿는다.또한이러한기대와착각들이언제나틀린것도아니었다.심지어민주적인선거를통해서도인류는기만과독단과부정을막을수없었다.슬프게도반복되는역사속에서이소설은오늘날에도여전히유효한질문을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