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파라다이스 카페 (채영주 중단편 선집)

새벽 2시 파라다이스 카페 (채영주 중단편 선집)

$16.00
Description
소설가 故채영주 20주기 기념 선집 2종 출간
현실 사회 문제를 다루는 동시에 거대담론으로 간단히 결론 내리는 방식을 경계하며, “문학의 진지성을 지키면서도 다른 장르와의 융합을 적극적으로 모색”(문학평론가 이광호)했던 작가, 채영주의 20주기 기념 선집 2종이 2022년 6월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채영주는 1962년생으로 서울대 사회과학대 정치학과에서 공부한 뒤 1988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노점 사내」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2002년 6월 15일 마흔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두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유고집을 포함하여 총 열세 권의 작품을 세상에 남겼다. 이번 선집은 그의 20주기를 맞아 문학평론가 한수영(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과 김형중(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이 책임편집을 맡아 중단편 선집과 장편소설 복간본을 기획하였다. 중단편 선집은 그의 소설집에서 가려 뽑은 작품 열 편을 묶었고, 장편소설은 미학사에서 1993년에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작품을 복간하였다. 1980~90년대 경직되고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방황하는 청년의 고민을 깊게 파고들면서도 독자 대중과의 접점을 찾는 감각 또한 탁월했던 그의 소설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다.

채영주(1962~2002)가 마흔 살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지 어언 20년이 되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던 그해 6월 한일 월드컵이 열렸고, 우리 선수들의 예상 밖 선전으로 연일 승전보가 울려 온 나라가 환희의 열기에 휩싸여 있을 때, 갑자기 날아든 그의 부음 앞에 망연자실하던 날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를 기억하는 몇몇 지인의 발의와 협력으로, 그의 20주기를 맞아 조촐하게나마 이 기념 선집을 꾸립니다. [……] 이 선집을 그를 기억하는 많은 분, 무엇보다도 아직도 그를 작가로 소중히 기억하고 있는 독자들께 바칩니다.
_「채영주 20주기 기념 선집 간행사」에서
저자

채영주

채영주는1962년부산에서태어났다.서울대사회과학대정치학과를졸업하였고,1988년『문학과사회』겨울호에「노점사내」를발표하면서문단에나왔다.장편소설『담장과포도넝쿨』『시간속의도적』『웃음』『목마들의언덕』『크레파스』『무슨상관이에요』와소설집『가면지우기』『연인에게생긴일』,무협지『무위록』,동화『비밀의동굴』,유고집『바이올린맨』등이있다.2002년6월지병의악화로타계하였다.

목차

노점사내
새벽2시파라다이스카페
가면지우기
지난겨울의불
가출
상처
상자속으로사라진사나이
겨울소묘
담배와포도주
족자카르타의베착

해설채영주중단편전집에관한짧은보고ㆍ한수영
채영주20주기기념선집간행사

출판사 서평

소시민의위선과무기력한초상
절망에지독하게침잠해
끝내마주한성찰의실마리

『새벽2시파라다이스카페』는그의데뷔작「노점사내」를포함하여채영주의첫소설집『가면지우기』(문학과지성사,1990)의여섯편과,두번째소설집『연인에게생긴일』(문학동네,1997)의네편이모였다.이작품들은약10년에걸친채영주문학세계의변화와함께그의작가의식의저류를흐르는일관된상상력의구조도함께보여주고있다.첫소설집의해설에서문학평론가김병익이지적했듯채영주소설의특징은‘가장1980년대스럽지않다’는점에서찾을수있다.물론정치학도로서의날카로운세계인식을기반으로설계된소설들이기는하나당대에익숙하게호출되던민중과변혁,혁명을지향하는거대담론대신집단과개인의갈등,소시민의이중성,지식인의번민등에천착한점이인상적이다.책임편집을맡은한수영이해설에서지적했듯채영주는“사람들이이러한‘피안의설계도’에혹하는까닭은,그만큼현실세계가근본적으로부당하고모순으로가득찬곳이기때문이란점을꿰뚫고있었”고,“현실의이면과어두운곳,혹은사각지대를응시하며현실의공간과피안의세계의간극을오가며탐색”해나가는전개방식은바로그가견지한창작자적입장을반영해낸다.

내게있어너는또다른나의모습이었다.너를지켜보자면나는언제나어수룩하고무기력한자신을대하는느낌이었고네가하는말들은마치내입에서흘러나온말처럼나를당혹스레만드는것들이었다.벌써오랜시간이흘렀지만그러한기억들은똑같이생생한빛깔로남아있다.(「노점사내」,pp.50~51)

데뷔작에서부터꾸준히나타나는‘자기살해’의욕망은이후채영주의여러소설에서다양하게변주된다.채영주는무기력하고비관적인자기일부를직시하고이를제3의인물로형상화해살해하는방식을자주차용하지만,실은그마저도허구인듯마무리하며실제적행동자체가실패함을암시한다.팔리지도않을물건을하루종일내려놓고거두기를반복하는사내(「노점사내」),한겨울추위속에오징어를팔면서털코트를입은귀부인에게분노할줄모르는행상아낙(「가면지우기」)으로등장하는이들은중심화자의서술속에서죽였다고믿어지지만이후에진위를알수없도록처리하는식이다.고아원아이들의이야기를다룬「가출」의“우리등에는단단한쇠파이프가하나씩박혀있대.[……]언제나제자리를맴돌뿐이야.[……]어디로도달아날수없는목마라는거야”(pp.240~41)라는대사에서알수있듯이절망은주어진운명처럼,벗어날수없는숙명처럼그를지배한다.

우리가채영주문학을다시소환하고그현재성의의미를물어야하는이유도그절망과환멸에있다.그것은,마치자기살해의욕망이자기애의전도된발현이듯,그의절망과환멸은구원과희망에의의지의다른얼굴이기때문이다.그리고,그절망을통해우리는당장의구원의가능성을얻는대신,깊은성찰의기회를얻는다.이성찰은‘나’의내부를들여다보는것이기도하면서,동시에이‘나’의확장으로서의우리사회,집단,조직나아가인간의가장근본적인존재론적반성으로까지연장된다.한수영(연세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

명쾌한논리와적극적실천이미덕이던1980년대를지나,이념을잃고허무와방황의1990년대로진입했던한국현대문학.그흐름속에서채영주는한발앞서자신을통렬히들여다보며답없는절망을지독하게밀어붙여보는작업을진행한창작자로서,문제적개인으로서여전히유의미한문학사적자리에위치해있다.그의중단편선집을통해시대적ㆍ사회적고뇌를자기만의방식으로소화해냈던그의작업을따라가며우리도오늘의초상을다시상상해볼기회를얻게되리라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