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 문학과지성 시인선 572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 문학과지성 시인선 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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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진은영

이화여자대학교철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했다.2000년『문학과사회』봄호에시를발표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문학상담전공교수로가르치며시를쓰고있다.시집『일곱개의단어로된사전』『우리는매일매일』『훔쳐가는노래』『나는오래된거리처럼너를사랑하고』를냈고,대산문학상,현대문학상,천상병시문학상,백석문학상등을받았다.실비아플라스의소설『메리벤투라와아...

목차

시인의말

Ⅰ.사랑의전문가
청혼
그러니까시는
당신의고향집에와서
어울린다
사랑합니다
봄에죽은아이
모자
카살스
사랑의전문가
조직생활자
파울클레의관찰일기
생일
남아있는것들
종이
봄의노란유리도미노를

Ⅱ.한아이에게
우주의옷장속에서
올랜도
그날이후
뱀이야기
단조로운시
천칭자리위에서스무살이된예은에게
내가할수있는것과할수없는것에대하여
빨간풍선
나는도망중
아빠
언제나
봄여름가을겨울의모놀로그
시인만세
한시인에게보내는편지

Ⅲ.사실
봄여름가을겨울
월요일에만나요
사실
스타바트마테르
아뉴스데이,새뮤얼바버
일대기
죽은마술사
라푼젤,K를기다리다
방을위한엘레지
죽은엄마가아이에게
아르스포에티카
쓰지않은것들
빨간네잎클로버들판

시를쓰며참고한것들

해설
사랑과하나인것들:저항,치유,예술·신형철

출판사 서평

“사랑과저항은하나이고사랑과치유도하나라고이시집전체가작게말하고있을뿐,어떤시도직접적으로크게말하고있진않다.진은영의정련된이미지들뒤에는얼마나많은사유와감정이들끓고있는가.더중요한것은사유와감정이하나의언어로표현된다는것이다.아름다움(예술)은인간을‘해결’하는사랑의작업이되고,그렇게치유되면서우리는‘해결되지않는분쟁’과다시맞설힘을얻게된다.아름다운세상에대한꿈을포기할수없게만드는아름다움,진은영은그런것을가졌다.”―신형철,해설「사랑과하나인것들:저항,치유,예술」에서

낡고익숙한단어와감각의재배치로
새롭게태어나는일상들-인식들

그러니까시는
제법볼륨이있는분노,그게나다!수백겹의종이호랑이가
레몬한조각에젖는다
—「그러니까시는」부분

흔히좋은기사의기본을왜곡없이명징한사실보도에두듯,좋은문학의가능성을상황과관계를단순화하지않고읽는이에따라다양한이해를허락하는데서찾곤한다.그리고그좋은예를우리는진은영의시와더불어경험해왔다.일찍이낯선은유와아포리즘,철학적알레고리가가득한시들로(“혁명/눈감을때만보이는별들의회오리/가로등밑에서는투명하게보이는잎맥의길//시,일부러뜯어본주소불명의아름다운편지”—「일곱개의단어로된사전」,『일곱개의단어로된사전』)편협한고정관념을무너뜨리고,“모르는일들이흘러와서조금씩젖어드는일/내안의딱딱한활자들이젖어가며점점부드러워지게/점점부풀어오르게/잠이잠처럼풀리고/집이집만큼커지고바다가바다처럼깊어지는일/내가모르는일들이흘러와서/내안의붉은물감풀어놓고흘러가는일”(「물속에서」,『우리는매일매일』)의복판에서우리마음의무늬를읽게하는순간이그의시집어디를펼쳐도가능했다.길지않은시에“긴손가락”의이야기를몇겹의의미로감추는데여전히능한그덕분에(「아르스포에티카」)우리는이번시집곳곳에서풍부하고아름다운‘생의시간’을속도감있게마주한다.(“어린시절이숨어있던은유의커다란옷장에서/나를꺼내데려가주세요/얇은잠옷차림으로창문너머별을타고야반도주하는연인들처럼가볍게/들판의귀리싹이몇인치의초록으로땅을들어올리듯/차력사인봄을불러다주세요/붉은담쟁이잎이잔속에서피어나고흰양털장화속이축축해지도록눈내립니다/별과알코올을태운젖은재들휘날립니다//내가고백할수있도록”-「당신의고향집에와서」)

찢기거나부서지고,헝클어지고녹아내리는
마음너머의사실들

낯선폐품더미속에서잠시혼이나간아이처럼,
도무지쓰임을알수없는이상하고망가진물건들사이에서,
또한모든이가어느다락방에쌓인낡은몰락의일종이었음이
문득자연스러워지는오후한때
—「일대기」부분

진은영의시가‘하나의사건을둘러싼몇겹’의사실/이야기를품으려는데는그만한이유가있다.“얼마나많은것이내단순함의칼날에잘려나갔을까?”(뒤표지시인의글)하는시인자신을향한경계와반성이수시로작동하는탓이다.진은영시에서익숙한시(인)에대한간결하면서도힘있는다수의명명들은대개미적인것과논리적인것사이에발생하는“구조적긴장”과“팽팽한경쟁의감미로움”(신형철해설)을단단히붙들고있다(“별들이움직이지않는물위를고요가흘러간다는사실/물에빠진아이가있었다는사실/오늘밤에도그애가친지들의심장을징검다리처럼밟고/물을무사히건넌다는사실”―「사실」).삶-일상에문학을,철학을,그리고정치(적용어)를들이고콜라주하는일에오래골몰해온그의시들을(“자면서벌어진입술로새어나오는잠꼬대같은진실들/그런걸,믿으라는말인가/나는오랫동안묻곤했습니다//믿음으로/믿음을지우면서/당신은스스로답했습니다:/나는세상의빛이다/[그러나욕심을부리지는않았죠/한낮이아니라/별들이아니라/용접기불꽃이만든/한개의반짝이는구리반지를/벽보속에,슬픔속에,한노동자의얼굴속에넣어뒀을뿐]”―「아뉴스데이,새뮤얼바버-한노동자에게」)변함없이두터운신뢰와감탄으로읽어온우리가이번시집을펼쳐들었을때더욱곡진한마음이되는이유또한여럿인데,그가운데.

다시,2014년봄으로가부르는진실들

땀의완두콩,그거부드럽지만헛된슬픔의총알
참새와애벌레들의후원금
먼저죽은친구얼굴이자색양파처럼굴러나오고
그리고약속의절벽
그에게들려줘야할깎이지않는한마디
-내가계속할게
—「모자」부분

시집의제목을포함해‘사랑’은진은영시특유의탁월하고섬세한은유를거쳐때로는저항/혁명의이름으로(“과거에게그랬듯미래에게도아첨하지않을게”-「청혼」)때로는변신과불멸을꾀하는마법의주문으로(“너는사랑의마법사,그방면의전문가.나는기름의일종이었는데,오나의불타오를준비.너는나를사랑했었다,폐유로가득찬유조선이부서지며침몰할때,나는슬픔과망각을섞지못한다.푸른물과기름처럼.물위를떠돌며영원히”-「사랑의전문가」)이번시집여기저기에자리잡고있다.그리고하나더,아주“조심스럽고어려운”작업으로서,“상처입은이들에대한사랑은실질적인도움이되는것이무엇인지치밀하게헤아리는기민한정신의결과물”(정혜신·진은영,『천사들은우리옆집에산다』)로위대한‘치유’의다른이름이라고시인은말한다.바로,4.16세월호참사로희생된이들과여전히밝혀야할진실을위해함께쓰고부른시들이뜨거운숨과고백,슬픔과바람이“빈틈없이정교하게”결합된형태로시집2부(‘한아이에게’)에한데묶였다.모두진실을쫓는거듭된물음을전제로,그물음속에서사랑은저항의표현이되기도하고,치유의과정으로변화되기도한다는것.
거듭진은영의시(인)론을옮겨적어본다.“시인은아무도듣지않는아주작고보잘것없는소리를마지막까지잘경청함으로써그누군가의존재를드러나게하고그드러나존재가주는울림을통해서시를쓴다.”(2018네이버열린연단중에서)어쩌면“갈비뼈를부수고튀어나온심장처럼//너울거리는은유의옷이아니라/은유의살갗을//벗기면영혼이찢어지는그런”(「아빠」)“진실과영혼의무게”를온전히느낄수있을때까지,우리시대가장필요한목소리들가운데하나가바로진은영의시들이아닐는지.그가믿는“사랑의윤회”는“모든상실”을목도한후에도“모든슬픔보다더오래살아남”(「올랜도」)는삶/죽음의오랜비밀,다름아닌“희망”과함께날아오르는영원한다짐이겠다.

“진은영이추구하는시는무의식적차원의‘감각의재분배’(자크랑시에르)를통해세계를근본적으로재구성하려는미학적이며정치적인운동이다.‘사랑’과‘혁명’의동의어인이운동은세계가그대로여도주체가위치와행위를바꿈으로써진전된다.진은영의말처럼,같은장소도다른문으로들어가면다른세계가열린다.”문학평론가김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