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가을 2022

소설 보다: 가을 2022

$5.13
Description
새로운 세대가 그려내는 가을의 소설적 풍경
독자에게 늘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전하는 특별 기획, 『소설 보다: 가을 2022』가 출간되었다.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로 2018년에 시작되었다. 선정된 작품은 문지문학상 후보로 삼는다.
지난 4년간 꾸준히 출간된 〈소설 보다〉 시리즈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물론 선정위원이 직접 참여한 작가와의 인터뷰를 수록하여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앞으로도 매 계절 간행되는 〈소설 보다〉는 주목받는 젊은 작가와 독자를 가장 신속하고 긴밀하게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소설 보다: 가을 2022』에는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인 김기태의 「전조등」, 위수정의 「오후만 있던 일요일」, 이서수의 「발 없는 새 떨어뜨리기」 총 3편과 작가 인터뷰가 실렸다. 선정위원(강동호, 선우은실, 이소, 이희우, 조연정, 조효원, 홍성희)은 문지문학상 심사와 동일한 구성원이며 매번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작품을 선정한다. 심사평은 문학과지성사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도서는 1년 동안 한정 판매될 예정이다.
저자

김기태,위수정,이서수

2022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전조등」김기태
인터뷰김기태×이희우
「오후만있던일요일」위수정
인터뷰위수정×선우은실
「발없는새떨어뜨리기」이서수
인터뷰이서수×이소

출판사 서평

가을,이계절의소설

우리는저마다의방식으로일상을살아간다.삶이라는무대에서훌륭한배우이길자처하는이가있는가하면,자신에게주어진역할을벗어던지길갈망하는이도있다.한편으론이처럼모순된현실을받아들이는것,그자체가삶이라고여기는이도있다.더위와추위가혼재하는이계절이지나고가만돌아볼때,가을이었음을알려줄소설세편을소개한다.

김기태「전조등」
“검은바다의가장자리에서서,그는한쪽신발을잃어버리고걷는사람의뒷모습을상상했다.”

김기태는올봄『동아일보』신춘문예에이름을올린신예작가다.「전조등」은“근래보기드문강력하고단단한작품”“범상치않은작가의출현”이라는당시의심사평이그저예고에그치지않았음을증명하는소설이다.2022년에중산층이성애자남성의청혼이야기가어떤의미를지닐지의심해본이라면,「전조등」의막이내리고불이꺼진무대에서자신의모습을발견하곤그섬뜩함의정체를돌아보게될것이다.
주인공‘그’는사회로부터주어진배역을누구보다충실하게수행하는인물이다.착한아들,올바른애인,성실한회사원인그에겐,다소판에박힌농담이나자잘한실수마저‘의도된인간미’로보인다.청혼은유일하게예측할수없는사건으로그에게일어난다.프러포즈여행을떠나는길,불현듯하늘에서‘군청색털고무신’이떨어지며자동차의왼쪽전조등이나간다.그가이전조를놓치지않았다면다른삶을살게됐을까.그의출생이계획에없었다는부모의고백은“어떤것들은예고될수없으며호명될뿐이라”는삶의근원적불안을이미암시하고있다.

“때때로우리는참되고고유한‘나’를찾아야한다는압력에지나치게시달리는것같습니다.[……]그런개성-신화의배후에작용하는수상한힘들을해명하는게이소설의목적은아니었지만,소위‘정상성’에결속되어있는인물이동시에‘개성’에대한압력을받을때어떤선택을할지궁금했습니다.저에게주인공의선택은조금의아하더라도조롱할수는없는무엇이었고요.”
「인터뷰김기태×이희우」에서

위수정「오후만있던일요일」
“그런식으로누군가에게끌릴수도있다는것을아주어릴적에도이미알고있었던것같은데.”

위수정은지난봄에이어올해두번째로〈소설보다〉에선정되었다.전작「아무도」를통해“어떤마음은없는듯죽이고사는게어른인걸까”라고물었던작가는「오후만있던일요일」에서육십대에이른유자녀기혼여성원희의내면을들여다본다.특기할만한점은,이단편에세세대의여성이등장한다는것이다.작가는성별이나세대별로전형화된욕망의포장을벗겨내고,한명의인간을오롯이응시한다.
‘원희’는친구를따라방문한연주회에서젊은피아니스트고주완에게매료된다.그가무대에모습을드러내자마자반했다는사실을고려하면본능에가까운끌림이다.“다늙어서이게뭐하는짓인가싶”지만,육십대여성의‘덕질’은질투의빌미는커녕놀림거리조차되지못한다.‘엄마’‘할머니’‘육십대’등자신을명명하는이름에묘한어색함을느끼는원희가고주완의연주회이후불협화음에빠지는장면이의미심장한이유다.“매혹이란어쩌면,오래도록이곳에서견디고있는불협의민낯을다만목도하는일”(문학평론가홍성희)일테니까.

“저에게인간의욕망이란,물론남성과여성의생애주기와생물학적차이를전제로하더라도,태생적으로지니고있는일종의‘짐’같은것이라고여겨져요.모두같은무게는아니겠지만누구나가지고있는본능적인욕구들이사회적환경과부딪히면서억압되거나변형된다는점에서요.여성인물의그러한‘짐’들을그리는것이지금제게는흥미로워요.”
「인터뷰위수정×선우은실」에서

이서수「발없는새떨어뜨리기」
“가끔그런생각이들었다.없는자리를만들어내자리라고우기고있다는생각.”

이서수의「발없는새떨어뜨리기」는코로나시대를배경삼아대도시젊은이들의생존권을조명한다.“가장개인적인것이가장소설적인것이라는생각으로소설을써왔다”(2021년이효석문학상수상소감)는고백처럼,세여성인물의목소리를빌려노동소외와주거불안으로위협받는현실을이야기한다.어디에도정착하지못하고영영하늘위를떠도는‘발없는새’는지쳐떨어지기전에온전히내려앉을수있을까.
배달일과프리랜서작가를겸하는‘나(가진)’,코로나로업무마비에시달리는응급실간호사‘사영’,마흔이넘도록배우의꿈을버리지못한수미언니는각자짊어진불행의크기를비교하며서로의마음에생채기를낸다.수미언니는‘나’에게꼭글을써야겠는지묻고,사영은코로나시대에결혼식청첩장을보내는수미언니를질책한다.“저너머어딘가와이곳어딘가의사이에”서있는인물들은아마영원히서로의고통을이해할수없을것이다.그럼에도“자주만나서서로를잘살펴봐야해”라는사영의당부는,그들을지탱하는것이군산의‘3천만원짜리아파트’가아니라함께그곳에가려는의지임을알려준다.

“만일사랑하는사람이오늘부터이야기를하지않겠다고선언한다면우리는고개를끄덕이며그러시오,라고말하는대신상대에게즉시물을거예요.무슨일이있었는지얘기해달라고요.이야기를하는사람은상대에게자신이감각한세계를전달하려는의지를갖고있는것이고,그건자신의세계에동참해주길바라는요청과도같을거예요.그것이소통이라고생각해요.”
「인터뷰이서수×이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