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들의 나라

타인들의 나라

$18.00
Description
"여기서는 다 그렇게 해"
이 말을 그녀는 앞으로 자주 듣게 된다
이국에서, 남성 중심의 세상에서
'타인들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과 욕망

공쿠르상 수상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의 장편 소설 『타인들의 나라』가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179번으로 출간되었다. 2014년 데뷔 이후 단 두 편의 소설만으로 큰 주목을 받아온 레일라 슬리마니는 프랑스어 진흥 대통령 특별 대사로 임명되는 등 완벽하고 매력적인 프랑스어 문장을 인정받은 작가이다. 슬리마니의 세번째 소설 『타인들의 나라』는 주인공 마틸드와 같이 프랑스 출신으로 모로코로 이주한 작가의 조모와 모로코 최초의 여성 전문의인 어머니 등 자신의 가족사를 바탕으로 한 대서사시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프랑스 군인으로 입대한 모로코 남성 아민과 프랑스 알자스 출신 여성 마틸드는 전쟁이라는 혼돈 속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다. 프랑스와 모로코, 식민-피식민이라는 서로 다른 배경 속에서도 사랑을 키운 두 사람은 결혼 후 모로코로 이주하고, 모로코에서 마틸드는 자신이 외국인·여성·아내, 타인의 뜻에 좌지우지되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레일라 슬리마니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를 배경으로 남편의 나라에 살게 된 마틸드와 그의 가족, 각기 다른 이유로 이주한 모로코의 외국인들, 바뀌는 시대에도 여전히 억압적인 삶이 요구되는 모로코 여성들의 절망을 강렬하게 그려낸다. 모로코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작가 본인의 가족사를 모티프로 한 이 소설에서 작가는 주권 없는 식민지, 남성들의 나라인 타인들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세밀한 묘사와 힘 있는 필치로 생생하게 독자에게 전달한다.
저자

레일라슬리마니

LeïlaSlimani(1981~)
모로코라바트에서태어나프랑스어를사용하는중산층가정에서성장하였으며1999년에고등교육을받기위해프랑스파리로이주하였다.그랑제콜준비반을거쳐파리정치대학에진학하여학사학위를취득하였다.2012년까지기자로근무하였으며,2013년에본격적으로소설을쓰기시작하여2014년에갈리마르에서첫소설『아델,그녀』를출간하였다.그리고2016년에두번째소설『달콤한노래』로공쿠르상을수상하며,독자와문단,언론모두의찬사를받았다.이듬해,완벽하고매력적인프랑스어문장을인정받아,프랑스어진흥대통령특별대사로임명되었다.2017년모로코여성들을직접인터뷰한내용을토대로쓴『섹스와거짓말』을출간하는등,여성이사회적으로직면하고있는문제들에관심을표명하며이를날카롭고섬세한필력이돋보이는작품들로그려내었다.
『타인들의나라』는제2차세계대전이끝나갈무렵,프랑스출신여성마틸드가모로코출신남성아민을알자스의작은마을에서만나결혼을한뒤,남편을따라모로코로이주하면서겪게되는이야기로,총3부작으로기획되었다.2020년에1부『타인들의나라-전쟁,전쟁,전쟁』이,2022년에2부『춤추고있는우리를좀보세요』가출간되었으며,2024년에3부가출간될예정이다.

목차

I
II
III
IV
V
VI
VII
VIII
IX

옮긴이의해설-정체성을찾아가는긴여정
작가연보
기획의말

출판사 서평

오렌지와레몬
서로다른이질적인것이합해진열매,시트랑주
전쟁이후프랑스인부인과함께고향으로돌아온모로코남성아민은아버지가물려준땅을비옥하게가꾸고자바삐움직이며일한다.그런그가어느날학교에다니기시작한딸을정원으로데려와오렌지나무줄기에레몬나무가지를접붙이는것을보여주며말한다.“너는말이야,이새로운종의나무에게이름을하나지어주렴.”(89쪽)모로코와프랑스라는서로다른나라의부모아래서태어난딸에게오렌지와레몬이만나시간이지나면자연스럽게열매를맺게된다는것을알려주려는듯이아민은딸아이샤의눈앞에서두나무의결합을보여준다.이후두나무를접합시켜만든‘시트랑주’라는새로운품종은아민과마틸드의가정을상징하는나무가된다.
하지만이들의결합은오렌지나무에레몬나무가지를끼우는것처럼간단한일이아니다.마틸드는모로코라는이질적인환경에적응하기위해자신을억제하며살아가야하고딸인아이샤는다른아이들과다른환경과외모를의식하지않을수없다.소설의시작을알리는에두아르글리상의제사(혼혈,이단어에내려진저주를책장에큰활자로써넣도록합시다)처럼혼혈이라는존재와그이질성이사회에서어떻게받아들여지는지,개인은사회의반응을다시어떻게감지하며때로는이것이개인에게얼마나강력하게작동하는지를작가는냉정할정도로철저하게서술한다.

남자는그녀가저다혈질의아랍인과성행위를나누는모습을상상했다.이결합으로부터나온역겨운열매를복도에서목격했던만큼그장면을상상하기가훨씬쉬웠고,그래서비위가상하고분노가폭발했다.(167쪽)

아민은[...]시트랑주의열매들은먹을수없다고생각했다.과육이딱딱하고맛이써서눈물이솟구쳐오를지경이었기때문이다.그는인간의세계가식물학과별반다를바가없다고생각했다.결국한종種이다른종보다우위에있다.그래서어느날오렌지가레몬을이기거나또는그반대가될것이며,그런후에야나무는비로소먹을수있는열매들을맺게될것이다.(408쪽)

소설은아민의의견처럼오렌지나레몬어느한쪽이우위를차지하는모습을그리지는않는다.다만시트랑주로상징되는이질적인존재가어떻게자신과자신앞의세계를인식하며부딪쳐나가는지를피하지않고생생하고힘있게보여줄뿐이다.

바로여성들의목소리
레일라슬리마니의첫소설『그녀,아델』은여성들의성적욕망을직시하며거침없이드러낸작품으로,슬리마니는이데뷔작으로많은호평을받으며라마무니아문학상을받기도하였다.공쿠르상을수상한두번째소설『달콤한노래』는아이를살해한보모의내면을그린작품으로“나의영원한주제는여성”이라는작가의인터뷰처럼,슬리마니는소설을통해여성들의욕망과목소리를생생하고섬세하게드러내왔다.
오랜전쟁으로청소년기를공습의위험속에서보냈던마틸드에게군인아민은오랜시간기다려온사랑이자욕망의대상으로모든것에굶주린열아홉소녀와젊은군인은자연스럽게서로의몸을강렬히원하게된다.결혼을하고모로코의가족과함께살며겪는여러부침속에서도이부부가어떻게서로의몸과욕망을직시하는지슬리마니는마틸드의시선을통해보여준다.마틸드가아민을처음만난나이와비슷한나이의아민의여동생셀마에게모로코는너무좁고시시한곳이며,셀마는자신을억압하는오빠들로부터벗어나기를언제나간절히원한다.모든소년이사랑하는매력적인셀마는자신을채워줄남성을원하는동시에지루한이곳이아닌다른곳을원한다.작가는불온한공기와위태로운매력을함께가진셀마를통해프랑스에서모로코로온마틸드와다른의미로,그러나남성중심의세상이라는점에서셀마와마틸드등모든여성이타인들의나라에살고있음을보여준다.
레일라슬리마니는첫소설인『그녀,아델』로프랑스문학계의주목을받았으며이후발표한두번째소설『달콤한노래』는공쿠르상을수상하고영화화되기도하였다.큰찬사를받은이후발표한다음소설인『타인들의나라』는“예술가로서실패할가능성이있는일을하는것이중요하기때문에어려운것을쓰고싶었다”는작가의말처럼야심찬작품이다.제2차세계대전이후격동하는모로코의현대사를배경으로새롭게나라를만들어가는모로코와그모로코라는나라에도착한프랑스여성마틸드를중심으로이민자,여성,혼혈,식민-피식민관계등여러주제가강렬하게펼쳐지는이소설은읽는사람자신과자신이서있는자리를의식하고확인하게만드는힘을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