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보다 2022
Description
“시인은 동시대가 소유한 이름이 아니라
동시대의 감각을 발명하는 존재다”

2022년 한국 시의 빛나는 현재와 미래를 보다
한국 현대 시의 흐름을 전하는 특별 기획, 『시 보다 2022』가 출간되었다. 문학과지성사는 새로운 감각으로 시적 언어의 현재성을 가늠하고 젊은 시인들의 창작 활동을 적극적으로 응원하기 위해, 2021년 문지문학상 시 부문을 신설했다. 〈시 보다〉는 문지문학상[시] 후보작을 묶어 해마다 한 권씩 출간하는 시리즈이다.
시인(김언, 김행숙, 이원)과 문학평론가(강동호, 이광호, 조연정)로 이루어진 심사위원은 2021년 5월부터 2022년 4월까지 발표된 시들을 면밀히 검토해 데뷔 10년 이하 일곱 시인의 작품을 가려 뽑았다. 올해 후보작은 신이인, 안태운, 윤은성, 윤혜지, 임유영, 임지은, 조용우(가나다순)의 작품들이다. 『시 보다 2022』에는 기발표작 4편과 더불어, 신작 시 2편과 산문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일상’ ‘일탈’ ‘취향’ ‘부캐’를 소재로 한 산문은, 시 세계 이면에 존재하는 시인들의 솔직하고 낯선 얼굴을 조심스레 드러낸다.
독자와 시인 사이를 잇기 위한 여러 노력을 모은 이 책은 “한낮의 언어와 한밤의 언어가 충돌하는 격전장”(김언)인 동시에 한국 시를 둘러싼 환대와 우정의 자리이기도 하다. “그들의 시가 더 자세히, 더 세심하게, 더 깊게 읽히기를. 그래서 이 세계가 더 가깝게, 더 멀리, 더 깊게, 더 새롭게 읽히기를”(김행숙) 바라는 마음으로, 시인마다 다르게 빛나는 시적 에너지를 기쁘게 만나보길 바란다.
* 문지문학상의 상세한 심사 경위와 심사평은 『문학과사회』 겨울호와 문학과지성사 웹사이트에 게재될 예정이다.
저자

신이인,안태운,윤은성,윤혜지,임유영,임지은,조용우

2021년『한국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1부시
신이인
배교자의시
BeautifulStranger
나의전부였던나무
훗날그들이웃으며내게손을내밀었다
외로운조지-SummerLover
거절

안태운
인간의어떤감정과장면
눈석임물
생물종다양성낭독용시
경주
오송
염화칼슘보관함

윤은성
우산을쓰고묻는다
시네마토그래프
남은웨하스저녁
겨울과털공과길고긴배웅과
모르는일들로부터
대비

윤혜지
사로잡힌세계
모든것을내려놓은고양이
빈티지한물의기운
희고흰빛
큰동물의작은뺨
작은종

임유영
호수관리자들
만사형통
부드러운마음
굴은바다의우유
얼굴들
유형성숙

임지은
언어순화
러시아형
눕기의왕
경계문지르기
반납
뺑뺑이맑음

조용우
영원한미소
간밤에꾼꿈
사천
지나가는마음
유원지
어려운시

2부산문
신이인블룸이야기
안태운생활
윤은성환대를기억해두려는마음
윤혜지플랫
임유영만일방랑자가정말로방랑하고있다면
임지은원피스와운동화
조용우겨울방향으로

출판사 서평

〈시보다〉기획의말
시의시대가사라져버린것같던시간속에서젊은시인들과그들의낯선감각을다시읽어준독자들이출현했다는것은기적이아니다.모든헛된풍문을뚫고한국문학의심층에서는본적없는시쓰기와시읽기가끊임없이시도되고있었다.〈시보다〉는시쓰기의극점에있는젊은시언어의운동에너지만을주목하고자한다.지난1년동안문예지에발표된등단10년이하시인들의시에서일곱명의시를가려뽑았고,그시인들에게추가로신작시와산문을부탁했다.1년에한번이루어지는이작은축제는선별의작업이아니라,한국시를둘러싼예감을함께나누는문학적우정의자리이다.우리가체험하는것은젊은시인들의이름너머에서꿈틀거리는‘시’라는사건자체이다.시인은동시대가소유한이름이아니라,동시대의감각을발명하는존재이다.시는도래할언어의순간에먼저도착해무심한표정으로우리를기다리고있다.지금‘시보다’라는행위는시‘보다’더고요하고격렬한세계를열어준다.
선정위원강동호김언김행숙이광호이원조연정

*신이인,「배교자의시」외
아름다운사탕을만들었습니다화려했어요이상했어요내가몰래먹던것들이과자가게에서나왔다는게예쁘다는게인기가있다는게문전성시를이루는제과점에슬쩍줄을서서나도과자를즐기는사람인척해보았습니다.
-「BeautifulStranger」부분

“완벽한관리자”이자“특별한난동꾼”이라는평을받으며2021년『한국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한신이인.이세계어디에도속할수없다는예감은어떤존재든기어이껴안겠다는결심으로기울어진듯하다.그의“아름답고불온하고이상한‘성장-시’”(김행숙)를읽다보면언젠가놓쳐버린또다른‘나’를마주치게된다.

*안태운,「인간의어떤감정과장면」외
뉘에게,나는안부를물으며
여기있어
여기있다는건어떤느낌인지,문득낯설어하며
주위를둘러보았지
-「인간의어떤감정과장면」부분

산책하는시인안태운은“걷다가멈추고멈추다가다시흐르고흐르다가다시머무르는이상한발걸음”(김언)으로세계의심층에더깊숙이다가선다.인간과비인간의경계를지우고세계의안부를묻는다.‘장면생활자-기록자’이길자처하는산문의대화문을통해그의시가응시하고자하는지점을엿볼수있다.

*윤은성,「우산을쓰고묻는다」외
이상해지고말았지?나를누군가에게봐달라고할수가없어서.그래도같이기억해주면안돼?우리가맞을때의어둡거나밝은단두개의명도라든가차가운대리석계단들
누군가살지않는교사校舍와아이들을부르는어른들
-「겨울털공과길고긴배웅과」부분

첫시집『주소를쥐고』에서위태롭지만단단하고,외롭지만따뜻한‘방랑자의시’를선보였던윤은성은홀로유랑하던시기를지나고통을공유하는공동체로향해간다.“가장연약한존재방식으로만가능한단단한환대”(윤은성산문)를기억하려는마음,그구체적인몸짓에서우리를연결해주는‘보이지않는끈’을발견할수있다.

*윤혜지,「사로잡힌세계」외
무수한그것들이헤엄치는모습은
아름답고

진짜아름다우면도리어가짜같다
-「희고흰빛」부분

2021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서“가능하면오래,그리고더가까이서이목소리를듣고싶”다는평을받은윤혜지는“내용을알수없는무심한비애를노래하는목소리”로“놀랍도록세밀한감각의세계”(이광호)를건설한다.“강이쪽에서아주아주긴연필을뻗어건너편땅바닥에”(윤혜지산문)쓴희미한말로가짜같은진짜세계를증언한다.

*임유영,「호수관리자들」외
그들은자신의손가락끝마다심장이하나씩달려힘차게박동하는것같다고느꼈다.서로가손끝의심장을들키지않으려잡은듯만듯간신히깍지를낀모양새였다.그러면서도도무지손을놓지못했다.
-「만사형통」부분

“깊은통찰력”과“감각적인예지력”(김행숙)을겸비한임유영의시는‘오래된미래’를꿈꾸게한다.평이한문장이모여만들어내는독특한리듬과엉뚱하고기묘한장면이묘한웃음을자아낸다.‘검은옷입는사람’‘옷장속에숨는사람’등자신을‘~하는사람’으로명명한산문에서임유영시를이루는형형색색의조각을찾아보길권한다.

*임지은,「언어순화」외
형은거듭말한다,잘못은신비롭다고
세상의많은것은잘못때문에태어났고
잘못은반복하지않는다는증거이며
잘못은블라블라……
-「러시아형」부분

『무구함과소보로』『때때로캥거루』에서능청맞고발랄한상상력을펼쳐놓았던임지은은섣불리정의되길거부하는낯선언어의‘믹스매치’를시도한다.“안어울릴줄알았는데의외로어울리는옷을발견할때”(임지은산문)처럼,갖고있는언어를자르고구멍내고기우며익숙함에도전한다.“블라블라……”하면서“떠들어대는그말을이상하게기다려”(김언)지게한다.

*조용우,「영원한미소」외
다시적지는못하겠어서우리는함께
마음을밀어제자리에놓아준다
마음은천천히움직이기시작한다다시
우리가지나간다지나가고있다
-「지나가는마음」부분

2019년중앙신인문학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한조용우는“모든것을안으로쓸어담은듯한”“깊은얼굴”(김행숙)로눈앞의풍경을들여다본다.보이지않는작은소리를차곡차곡쌓아고요하되단호한결기로치환한다.“다시,다시”의마음으로“함께견디”겠다는산문속문장에서“희망,[…]그것을들고천천히걸어오는이”(「어려운시」)의미래가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