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 em (양장)

앰 em (양장)

$16.00
Description
“다시 또, 전쟁이다. 어느 분쟁 지역에서든
악惡의 균열들 속에 선善이 끼어들어 자리 잡는다.
그가 한 일은 악에 약간의 선을 집어넣고
힘과 순수를 뒤섞는 일이었다.”
2018년 뉴 아카데미 문학상(대안 노벨문학상) 최종 후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루ru』의 작가,
디아스포라 문학의 새 장을 연 킴 투이 신작
목탄화처럼 절제된 필치에 담긴 진실, 희생 그리고 사랑……

자전적 소설 『루ru』로 디아스포라 문학의 새 장을 열며 국제적 작가로 부상한 킴 투이Kim Thúy의 네번째 장편소설 『앰em』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함축적인 문체와 서정적 단장들로 이루어진 이 짧지만 깊은 소설은 역사적 현실로서의 미국-베트남 전쟁과 문학적으로 그려진 그 땅에서의 삶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가며 “진실, 기억, 인류애와 폭력의 본질”에 대해 관조한다.
베트남의 고무농장, 고엽제 살포, 미라이 민간인 학살, 전쟁고아들을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한 베이비리프트 작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울리며 시작된 사이공 철수 프리퀀트 윈드 작전, 그리고 운명의 실타래를 잡고 날아간 이국에서의 생존 수단이자 새로운 세계가 된 네일 숍…… 파편화된 진실은 퍼즐 조각이 되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한다. 이 조각들을 연결하는 실은 앰em이다. ‘앰’은 베트남어 ‘동생’을 뜻하는 단어로, 연하의 사람을 의미한다. 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기보다 약한 존재를 돌보는 연대를 상징한다. 작가는 혈연보다 더 진한 관계를 담은 단어 ‘앰’을 통해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사랑이 인간의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

킴투이

1968년베트남사이공(현재의호찌민)에서태어났다.10세때가족과함께보트피플로베트남을떠나난민신분으로지내다1979년말캐나다에정착했다.몬트리올대학교에서번역학·법학학위를취득한뒤변호사로일하고영사관에서근무하기도했다.그후루드남RudeNam이라는식당을운영하면서베트남음식을소개하는요리연구가로활동하다가작가의길로들어섰다.첫책『루ru』는출간되자마자퀘벡과프랑스에서베스트셀러가되고지금까지25개언어로번역되었다.캐나다의권위있는‘총독문학상’과프랑스의‘에르테엘-리르대상’등국제적인상을받고,이후『만man』『비vi』등을출간하며세계무대에서인정받는작가가되었다.2018년에는심사위원을둘러싼추문으로취소된노벨문학상을대신한뉴아카데미스웨덴문학상최종후보로올랐다.

목차


옮긴이의말기억과망각이엮어짠베트남전쟁이야기

출판사 서평

앰홍,사랑과연대의이름

루이는무명띠로아기를등에업고다녔다.[……]루이와홍의피부색이대조적이라행인들의눈길을끌었지만,상황과감정에따라그때그때가족이형성되는거리에서는모두가있을법하지않은일들에도이미익숙해있었기에놀라지않았다.거리의사람들은누군가넘어지면일으켜주기위해손을내밀었고,넘어진사람은그손을잡으면서상대를가족으로받아들였다.그렇게물이나오는곳을,골목의구석을,담밑자리를함께나누면서서로에게이모가되고조카가되고사촌이되었다._83~84쪽

‘앰’은베트남어로‘동생’을뜻하며,연하의사람을부르는애칭으로도쓰인다.주인공루이는버려진아이를거두어‘홍’이라이름짓고‘앰홍’이라부른다.‘앰’은전쟁으로가족이무너진자들이함께살아가는거리에서자기보다약한사람을돌보는연대를상징하는제목이라할수있다.또한프랑스어‘사랑하다aimer’라는동사의명령형‘aime[엠]’과발음이같다는점에서,전쟁이라는극한의상황에서도사랑이인간의가장큰힘이될수있다는소설의주제를함축하는제목이다.

플랜테이션고무농장주인인프랑스인알렉상드르와그의농장을파괴하기위해잠입했다가적을사랑하게된마이,그리고그들의딸떰부터길에서만난가족인루이와앰홍,베이비리프트작전프리퀀트윈드작전으로사이공을탈출한뒤타국에서만난가족들까지,이소설은여러인물들이연결된운명의선을따라베트남의고무농장부터북미의네일숍까지이동한다.생존이최고의목표이면서도서로돕는전쟁중베트남의일상,그리고베트남이민자들에의해주도되었던네일산업까지,등장인물들의삶은굵직한역사적사건들과엮여있다.이진실의조각들을연결하는것은앰em,사랑하는사람이다.아름다운희생으로형성된‘인간’의삶이다.

기억과망각이엮어짠미국-베트남전쟁이야기

다시또,전쟁이다.어느분쟁지역에서든악惡의균열들속에선善이끼어들어자리잡는다.[……]적이된이들은오로지이기겠다는한가지목표로서로를향해나아간다.그렇게똑같이싸우는동안인간성의여러얼굴이한꺼번에드러난다.인간은강하면서미쳤으면서게으르면서충성스러우면서위대하면서비열하면서순진하면서무지하면서경건하면서잔인하면서용맹스럽다.그래서전쟁이일어난다.다시또._11쪽

어느전쟁이나다르지않을테지만,특히제국주의적인종차별과성차별에이르기까지정치적폭력과일상적폭력이마구뒤섞인베트남전쟁은앞에나서서전쟁을수행한군인들외에도수많은이름없는희생자를낳았다.전쟁의상처는“네세대가지난지금까지도”땅과인간의몸에버티고있는“무지개”(고엽제이름)가증명하듯여전히현재형으로남아있다.
열살때베트남을떠나퀘벡에정착한남베트남출신으로모국의근현대사를다뤄온킴투이는『앰』에서도전쟁으로고통받고상처입은사람들에대해말하지만,전작들에비해자전적배경에서조금떨어져“왜?”라는질문을던진다.전작들이남베트남출신의한여인을주인공-화자로설정하고역사적사건들을그삶의궤적속에녹아냈다면,앰의경우는역사적사건들이보다전면에등장한다.배경이되는중요한사건들은다음네가지이다.

북베트남군의은신처가되는정글을없애고식량을빼앗기위해고엽제를살포한“랜치핸드작전”(1962~71),구정대공세로남베트남의여러지역을민족해방전선에빼앗긴뒤미군들이민간인수백명을무차별학살한“미라이학살”(1968),홀트아동복지회등구호단체의요청으로미국정부가사이공에서전쟁고아들을미국으로데려오려했으나,첫비행기가이륙직후폭발하면서아이들을포함해150여명이사망한“베이비리프트작전”(1975),베트남전마지막날미국대사관옥상에서미국인과베트남인을헬기로철수시킨“프리퀀트윈드작전”(1975)이그것이다.

『앰』의화자에게조국은더이상공산주의에대한두려움때문에칠흑같은어둠속에서배에올라떠나온‘남베트남’이아니다.이제그의조국은프랑스의식민지배로수탈당한,명분없는전쟁에뛰어든미국의힘에으스러진,남과북으로나뉘지않은‘베트남’이다.물론작가스스로말하듯“이책속의진실은시간과공간이조각나있고불완전하고미완성”이지만,킴투이는독자들이자기자신의이야기에,자기자신의진실에반향할때까지흩어져있는그대로말하고자한다.역사로서의미국-베트남전쟁과문학적으로그려진그땅에서의삶을씨줄과날줄로엮어간다.킴투이는그렇게흩어지고망설이고가려진기억들을자기만의실로꿰어나간다.

이것은‘사람’의이야기,‘사랑’의이야기
조종사는밤새도록떰에게용서를빌었고,떰은밤새도록그를사랑했다.조종사의눈길이떰의눈길속에빠져들던순간그때까지그의마음속에자리잡고있던갈등,인간과군인사이의갈등이사라졌다.마침내조종사는사람들의광기에맞서싸워온자신이옳았다는,남아있는순수를지켜내길잘했다는믿음을얻었다._65~66쪽

프랑스로부터의독립을위한인도차이나전쟁과제네바협약에따른분단,이어미국이개입한전쟁과통일정권수립에이르기까지우리가아는베트남의역사는지극히피상적이고또한정치적이데올로기에의해상당부분왜곡되어있다.그러나결국보통사람들의삶과상관없이정치적이유로전쟁을지속하는것도,총알이날아가는곳을생각하지않고전쟁기계처럼기관총의탄창을비워내는것도,군동료와정부자국민의비난을감수하고서라도,아니목숨의위험을감수하고서라도적국의민간인을구해내는것도사람이다.킴투이가전쟁,난민생활이라는국가적개인적비극,고난속에서도몸에새기고기억하는것은인류애이다.

이소설은베트남전쟁(폭력,화학무기,성적착취)이민간인뿐만아니라전투원들에게까지어떤영향을미쳤는지이해하고자하는사람이라면반드시읽어야할책이다.킴투이가이짧은소설에얼마나많은정보를담았는지,얼마나많은마음과그리움과사랑을담았는지경외감이들정도이다.그러나킴투이의최종목적은고발이아니리라.작가가보여주고싶었던것은전쟁의모든타락에도불구하고그사이에드러난인류애의순간이다.이것이아마도혈연보다더진한관계를담은단어‘앰em’을통해작가가전하는메시지일것이다.“사랑하라a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