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는 애인 - 문학과지성 시인선 577

아무것도 안 하는 애인 - 문학과지성 시인선 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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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라연

1951년전남보성에서태어나한국방송통신대국문과와수원대국문과석사,원광대국문과박사과정을졸업했다.1990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서울에사는평강공주」가당선되어시단에나왔으며,2008년윤동주상문학부문을수상했다.시집으로『서울에사는평강공주』『생밤까주는사람』『너에게세들어사는동안』『공중속의내정원』『우주돌아가셨다』와산문집으로『춤추는남자,시쓰는여자』등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살아있다는것은마음이헤맬때까지이다
새어나온다
붉은오디션
지푸라기와호들갑
15분17초
우린자주자주를잊곤해
베네치아가방
아직은우리집
피사의사탑
방문객
상상제조업
요나의배
네마음의이름은달빛으로
너와그는
두께

2부세상의이마에꽃,이라는모자를
너의다리는어디까지
드림파트너
줄리엣의편지

누구나추위가살아있어서
햇살단추
아무것도안하는애인
삽입곡처럼
시냇가시냇물에넣어줘야해
너라는카메라
부디바이칼호수
나포에서뉴욕으로
killingtravel
세상의이마에꽃,이라는모자를

3부소녀는환하고나는유리창을닦는다
후회깊은집
뜻밖의배후
첼로의시간
소녀는환하고나는유리창을닦는다
파양을알아?
실물입니까
어쩌다혼디오몽
해녀의세계
맹세가의젓해질무렵
채널최선주
소리의내부

우린실험실의주야
고지식하게

4부돈갈퀴에걸려서터져버린풍선처럼
허풍선이
고라니와채송화
흐르는방향에서좌회전
오징어게임
이런날도오네요
수업시대
역사
자꾸베니스상인의거울이
다이빙
청자언니
삐뚤삐뚤한
함부로부러워하지않는
빨랫줄
꽃의귀가

5부서로를보고만지는순간다른시공으로
서열
이브의아담
엘리베이터가너를
청하옵건대
성프란치스코
믿지못하시겠지만
그날의한계령
파도세례
다음의세계
배웅이시작될때
벼린카드

몬테그로토에밤이오면
스며들다

해설
이웃들의마실·김종훈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이름의끝에E가붙은빨간머리앤의
자주를알아봐준그가좋습니다.자주의세계에
왼발을넣어도된다면

오늘만난자주를아무나푸른기운으로

토막,토막,토막낼수있다면자주자루를굴려
마을로내려오게할래요.당신의
눈동자에넣을호흡도빨라질수있다면

우리는우리의관습으로부터사물은사물의
관습으로부터외출할수있다면

산채로자주를모셔오는일이

아무나,의첫번째의무입니다.자주나무얼굴을
본뜨기하는습관도자주의한부위라면

자주를살려내는다른자주를지켜보는
일이두번째그무엇입니다.자주무늬가두눈을
부릅뜰때까지혀가

성난이웃을다듬는대패가

되는일이세번째그무엇입니다.자주발바닥이
되어생명체로우뚝
일어서게하는일이네번째그무엇입니다.

허공에매달려허공에서연명할생이급습할때

박나영처럼긴밧줄*이한번은되어주는일이
다섯번째그무엇입니다.

어느날내가나를토막내어자주세계로굴러,
들어가자주나무얼굴이되는일이
나의마지막그무엇입니다

*깨어보니마흔에숨이멎은조승연의심장이되는밧줄.
---「우린자주자주를잊곤해」중에서

이세상모든눈동자가옛날을모셔와도
마시고만져지면서닳아지는물질이
이제저는아니랍니다

생각하는일만허용되는색깔로살게되었습니다
천근만근애인의근심만은입에물고물속으로
쿵눈빛마저물에감기어져사라질태세입니다

그림자의손이아무리길게늘어나도
ㅉ이ㅃ으로ㄴ이ㅁ으로쳐질때있습니다
한계령에낙산사백사장에우리함께가요,라고
말할뻔했을뿐입니다

생각만으로벼린색이되는날이제겐있었어요
그림자스스로숨거두어가주던그날
배고픈정신의찌
덥석물어주는거대한물방울의색깔을보았습니다
---「아무것도안하는애인」중에서

볼일이생겨바깥이그리워서외출하듯목숨의문잠시잠그고외출할수있는지문앞에서오들오들떨며기다려줄사람이아직은있는지

기쁨의피와살과근육을삶아조금더바쳐야만외출할수있는무게입니다본인빚은본인이갚아야만피가따뜻한외출증하사받습니다만

당신은여기저기서살며시놓아준카드온몸을벼리면출산은허용하는카드사람몸이한번쯤새가된다는것은벼린카드그후
---「벼린카드」중에서

-시인의말

스물이아닌시절에요나가되었다기쁘다물고기의창자속으로뛰어들수있어서
돌고래는죽은새끼를등에업고다닌다물결에떨려나갈때까지나의시가지키고싶은세계다
2022년11월박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