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축구와 종말에 관한 조용한 이야기 | 오수완 장편소설)

켄 (축구와 종말에 관한 조용한 이야기 | 오수완 장편소설)

$14.00
Description
“세계의 끝에는 내가 찾는 그것이 있고 나는 세계의 끝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어.”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축제가 끝난 후에 시작되는 종말의 이야기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제16회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 오수완 장편소설
위트와 통찰이 넘치는 언어로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작가 오수완의 다섯번째 장편소설 『켄』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세계에 ‘허무’가 찾아왔다는 종말론적 설정 아래 축구를 찾아 떠나는 주인공 ‘켄’의 여정을 담고 있다. 8년간의 수정과 개작을 거듭한 원고는 1억 원 고료에 달하는 제1회 목포문학상 최종심에 올라 “다채롭고 역동적인 이야기들을 콜라주처럼 엮어낸 솜씨가 어지간하”(문학평론가 우찬제)며, “알레고리를 다루는 방식이나 끊임없이 생산되는 에피소드의 고리에서 끈기와 에너지가 느껴진다”(소설가 은희경)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세부 묘사와 인물 설정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세공을 거쳐 출간된 『켄』은 뜨거웠던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막을 내린 지금, 꼭 읽어야 할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대한민국의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이 확정된 후, 우승 세리머니를 위해 펼쳐 든 대표팀의 태극기 문구는 전 국민에게 승리의 기쁨보다 더 큰 희망을 안겨주었다. 팬데믹의 여파로 오랫동안 어두운 시간을 보낸 한국 사회, 한 해의 끝에서 마주한 이 짧은 정언은 켄이 세계의 끝에서 찾고자 했던 ‘그것’의 비밀일지도 모른다.
저자

오수완

2010년중앙장편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책사냥꾼을위한안내서』『탐정은어디에』『도서관을떠나는책들을위하여』『족구의풍경』이있다.제16회세계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마지막밤

1부
허무가찾아온날/그날들의처음/허무속에서/처음으로꾼꿈/길을떠나다

2부
마을에들어서면/축구의부재/폐차장/진흙탕도시/이반은숲으로들어갔다/멈추지않는욕/포지션의행복/죽어가는사람은그일을결코잊을수없었다/폭력의카르마는0에수렴한다/악마는켄을시험했다/박사의진실/조지릭스비에게공이돌아왔다/두바보이야기/축구공의장인/공간속으로/각하와경찰관/세계의끝에서불빛이빛났다/아버지와악마/세번의기적/불의사나이/긴바지자매/프란츠는삶의의미를깨달았다/로미에타와훌리오/형제/폭풍속의악령

3부
뿌리는친구들에게돌아왔다/들판에서/축구의천국/축구란무엇인가/세계의끝/그는세계를한바퀴돌아집에돌아왔다

에필로그:완벽한저녁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우리의이야기도당신이세계의끝에데려가주면좋겠어.”
‘허무’를딛고,축구를향해,세계의끝으로.

허무는볼수도만질수도없는,텅빈모습으로이세계를뒤덮는다.허무의세계에는기쁨도아름다움도행복도존재하지않는다.삶의의미를잃은사람들은기계적인일상을반복하거나,아무것도하지않고가만히있거나,그공허함에지쳐삶을마감한다.그들과마찬가지로점점허무에굴복해가던켄은어느날세차례의축구꿈을꾼뒤축구가자신에게남은유일한것이자자신이이세상에남은까닭임을깨닫는다.그리고축구의흔적을찾아세계의끝으로향한다.

“어떤사람은아무이유없이떠나고어떤사람은숭고한이유로떠나지만어떤사람은하찮은이유로떠나게되는것이었다.아무것도없다면하찮은것이유일한것이된다.”(p.34)

이소설은작가인켄이출판사편집자에게긴여행의일화를들려주는구성을취한다.켄은허무가처음찾아온날소설의마지막장을쓰고있었지만,허무가찾아온이후로그이야기를이어쓰지도,새로운이야기를써나가지도못한다.혼자서는이야기를만들수없던켄은세계의끝으로향하는여정에서수없이많은이야기를보고들으며그이야기들을다시세상에전한다.여행중에만난‘긴바지자매’의일원은축구를하고싶었지만여자라는이유로마음껏꿈을펼치지못한어린시절의일화를켄에게들려주고,“우리의이야기도당신이세계의끝에데려가주면좋겠어”라고당부한다.아마그‘이야기’에는축구에대한추억뿐아니라,무언가에열광했던시절의기쁨과환희,그감정을함께할때의우정과연대가스며있을것이다.

“이제그이야기들은거의대부분사라졌습니다.지금은말하지않은걸후회하고있습니다.어떻게든그이야기를누군가에게하거나어딘가에남겨둬야했다고생각합니다.이야기를해준사람도들은사람도사라지고나면그이야기역시영영사라지고말것이기때문입니다.”(p.192)

“휘슬이울리고경기가시작된다”
폐허의그라운드에서시작되는또한번의시합

아마당신에게도당신을좀처럼떠나지않는꿈이있을것이다.당신을살아있게하는꿈이.그꿈이당신을웃고노래하고춤추고뛰어오르도록한다면야.혹은그저지칠때까지공을쫓으며달리도록만들뿐이라면야.
_「작가의말」에서

켄은축구를기억하는이들을찾아다니는과정에서언젠가세상에존재했던아름다움의흔적을이따금발견한다.‘축구공의장인’은켄이길을떠날때가져온낡은공의장례식을치르며작별을뜻하는민요‘올드랭사인’을부른다.비록음조가없는중얼거림에가깝게들리지만,허무의창궐속에무생물을애도하는마음은이세상에노래가필요한이유를보여준다.또한켄은세계의끝에다다라만난거인의이상하고기괴한몸짓에서춤의존재를기억해낸다.그리고거인의춤과함께타오르는불길속에서긴여정에서들은이야기의얼굴과장면을다시한번만난다.
팬데믹시대에대한한편의알레고리로이소설을읽는다면,인류의미래가전염병이나기후변화,핵폭탄이아니라무언가를쫓고자하는마음에달려있음을깨닫게된다.허무이후의세계를살아가는사람들의말에는‘그’‘그것’‘그렇게’등의지시어가자주등장한다.이는허무가세상에존재했던수많은이름을빼앗아갔음을뜻하는장치인동시에,무엇이든새롭게명명할수있는가능성을암시한다.허무의세계는어쩌면누구나동등하게어깨를나란히하는장소이자모든이야기가다시시작하는출발점이다.그것은아마그라운드위의법칙과다르지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