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의 연인들 - 채석장 그라운드

장소의 연인들 - 채석장 그라운드

$14.00
저자

이광호

문학평론가.고려대학교국어교육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국어국문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1988년『중앙일보』신춘문예를통해비평활동을시작했다.지은책으로비평집『이토록사소한정치성』『익명의사랑』『시선의문학사』등과산문집『사랑의미래』『너는우연한고양이』등이있다.

목차

I.연인들의아토포스
사랑이라는장소
헤테로토피아와아토포스
연인들의장소없음

II.욕조와우주선
소음에둘러싸인방
베란다와발코니
책과의자가있는방
식물들이있는방
계단아래의침묵
지하실과다락방
침대와뗏목
욕조와우주선
거울뒤의세계
우기의유리창
우산아래의벤치
밤의골목으로가려면

III.테라스의리듬
밤의운동장
서점에서시작되는일들
테라스의리듬
다리위에서놓치다
자동차의물리학
언젠가의카페
두개의극장
자연사박물관앞에서
익명의광장
몇개의기차역
국경과공항
비행중
이국의거리에서

IV.동굴에관한이론
흐르지않는강변에서
멀고따뜻한바다
얼굴없는돌아래서
산이라는섬
당산나무가있는숲
사막처럼
동굴에관한이론
연인들의공터
검은방
우리가없는방에서의포옹
시간너머의창문

에필로그:도래하는장소로부터
참고문헌
후기:이책은왜쓰여졌을까?

출판사 서평

마주침과틈새가만드는장소들의몽타주
“그것은조그만얼룩이고,작게난흠집이고,
찔린자국이고,부식된쇠붙이이고,우연한구멍이다.”

이책은연인들의시간이장소를어떻게바꾸는지에관한생각에서출발한다.“사랑이라는사건은두사람을사랑의무대에올려놓고질서에균열을일으킨다.”사랑이라는사건이벌어지면특정한이름을갖던장소,그목적과정체성이분명하게규정되어있던장소는임의적이고잠재적인것으로변모한다.우연한장소가연인들의시간을통해무엇과도바꿀수없는개별성을갖게된다.장소는사회와제도가부과하는법칙과물질적중력에서풀려나다른공간으로발명되고변환된다.연인들은장소의유랑자가되고,항해사가되고,일시적인침탈자가된다.

그런데이연인들의장소는사랑의행위가지나간이후에는그모습으로머물러있지않는다.연인들의장소의특징은필연적인사라짐에있다.따라서연인들의장소에대한상상은일종의애도의방식이된다.저자는푸코의‘헤테로토피아’나블랑쇼의‘연인들의공동체,’롤랑바르트의‘아토포스’등의철학적개념들을경유해연인들의공간이갖는이러한특성들을설명해나가는한편,다양한소설텍스트및‘나’와‘그’라는익명의픽션적존재사이를활보하며독특하면서도아름다운글쓰기의실험을수행해나간다.

그렇다면연인들의장소또는사랑이라는사건의급진성은어디에있는가?저자는사랑이라는사건의수행성이장소를변형하는데만그치는것이아니라,장소의시간자체를변화시킨다고말한다.장소들의마주침과틈새가만드는장소의몽타주는장소에다른리듬을부여하고,장소의상상력은기억너머의남겨진시간의목소리를듣게만든다.연인들의장소는일상의시간,고착화된역사의시간이아닌,과거와현재와미래의구분을넘어서는잠재적이고징후적인시간을대면하게한다.사랑의장소에대한상상력이정치적,미학적리듬을갖게된다면,바로이런대면의순간에서일것이다.

도래하는장소로서의연인들의장소

저자의오랜독자라면짐작하겠지만『장소의연인들』은하나의독립된책이면서도,고착화된역사에반해잠재성으로서의사랑과문학의(불)가능성에대한사유쪽에내기를걸어왔던저자의전작들과흥미로운방식으로연결되어있다.연인들의장소와사랑에대한짧은텍스트들과사유가파편처럼새겨져있는이책은,도래할시간속에서일시적으로만열리는어떤가능성에다가가기위한길을안내하는색바랜지도이자,현실에서는도저히축조할방법이없는페이퍼건축물처럼보인다.우리는이부표를영원히길을잃는다는전제하에서만의지할수있다.어쩌면이것은연인들의공간을유랑하는이야기인동시에글쓰기자체의모험에대한이야기일지도모른다.

책의구성

책은4부로구성되어있다.1부는장소와연인들의공동체를둘러싼개념에대한여러탐구를담고있고,2부,3부,4부는각각‘내밀한’연인들의장소와‘개방적인’연인들의장소,그리고보다‘원초적인’연인들의장소에대한상상적탐색을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