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을찾아항해하는근대시의세계
근대시론의새지평을제언하는무한한사유의총체
이책의부제“‘님’은‘머언꽃’을어찌피우시는가”가내포하듯한국근대시가취한최초의원형적자세는‘님찾음’이었다.<0부문턱에서>는그‘님’이누구이며어떻게찾을것인가?라는질문으로시작해한국시를규정하게될기본적시의묘상(苗床)이구성되는과정을그린다.한국시를규정하기위해서는근대적문학텍스트를관찰하는것이선행되어야한다.이때‘근대시’의시작점을어디로볼것인지에대해저자는흔히‘근대’라고불리는시기이전부터이미근대문학의태동과문학적시도가존재했고그시기를‘선-근대’라고다시설정하는것부터시작해야한다고지적한다.그리고김소월과한용운을근대시의출발점으로이들시에서보이는‘기다림’의정서를‘마중’과‘순수기다림’으로세분화한다.
<1부한국근대시의알뿌리[球根]>에서는0부에서언급한김소월과한용운의대표시에대해고찰한다.김소월의「진달래꽃」을“미련의정서를절묘한내기의창출을통해극복함으로써이별의상황을스스로주도할주체적인개인의자세를빚어내었다”고본저자는한용운의「님의침묵」과그의산문집에근거해‘님’이소중한존재이자가련한존재,대상이자동시에주체이며,지금부재하는것이자미래의방향으로결여되어있음을설파한다.
<2부서정적자아의탄생>에서는‘타자’를발견하고인식하는것이‘자아’의인식과동시적으로발생한다고보고,화자가낯설어하는대상과의경계를허문최초의시로이상의「거울」을분석한다.‘나’와같은방향의손을내밀기에악수도할줄모르는‘거울속나’가대치하는상황을통해화자와거울속인물이타자가아닌‘나’로인식되는순간에주목한저자는근대시이전의시에서‘나’가구현하고자하는대상의한부분에불과했다면,이상의출현이후에는‘전체’이자‘나자체’로서인지된다고이야기한다.이인식은정지용의「바다」를건너‘서정성’으로당도하는데,저자의해박한지식과필력의유영이돋보이는대목이기도하다.‘기다림’에도‘마중’과달리‘적극적모색의방편’으로서의정서가있고,이것이한국서정시의기본형태라는것이다.
디지털문자문화의심연에서건져내는
백여년전씌어진한국근대시의역할
저자는독서인구감소및쉽게휘발되는텍스트만소비하는실태에탄식하면서도문학평론가로서가야할길을꿋꿋하게걸어가겠다고선언한다.문학이민족과국가를만드는데기여한,그럴수있다고믿었던시기에씌어진시들은그공표의크나큰질료이자시작점이다.
<3부비극적세계관을넘어서가기>는한국시의시원(始原)에“언젠가는그이가오신다”는명제가깔려있음에주목하고,‘님’의부재로인해비극적세계관이녹아있는시들을면밀히검토한다.저자는비극성이“시간의부재에처한긍정과부정의동시성”임을강조한다.당시조선인의정서는3·1운동으로폭발했으나일제탄압에의해좌절됐고,이런정서와비극적세계관이맞닿아있다는것이다.이비극적정서는정지용의건축시학으로마무리되는데,저자는“김영랑과이육사로부터구축된시들이‘기다림’의광경을개척했다면정지용의시는스스로세상을만드는과정을창안하였다”고정리한다.
3부에서얻은결론의심화연구가<4부모순어법의세계를열다>에드러나있다.대상에의존하는화자를벗어난또하나의방향에이상이놓여있다.난해함의정수로불리던이상의대표시들,<오감도>연작과「이상한가역반응」「LeUrine」「파편의경치」등을놓고구조적관점에서하나씩해체해나간다.저자는‘어긋대칭’과‘모순어법’이라는도구를통해이상의시편들이현실에서고통받는화자의이야기임을분석해낸다.덧붙여이상의세계관속에서“미래의인간을만나”는신비로운선험이가능함을설파한다.
<5부한국이야기시의등장>에서는한국인들이좋아하는‘이야기’가녹아있는시편들을탐구한다.“‘이야기시’는뇌수와심장이가장긴밀히결합된시”로,상처를다스리는처방으로쓰는것이이시론의요체라고역설한다.특히이야기?충동과이야기?하기는‘이야기’와‘시’를구분하는기준이며,이야기시는엄밀히따지면시나소설과다르다는것을백석의작품들을통해증명한다.<6부‘제3세계’라는대안의불가능성과만남의가능성>은“절망에끝에서는무슨일이일어나는가”를확인하기위한실험이다.절망은‘만남’을전제한상황에서대화가단절될때찾아오며,한국시가전통적으로‘대화’의형식을유지해왔다는점을환기시킨다.소통도희망도끊겨비극적일수밖에없었던일제강점기하문단의풍경을생생하게담아낸오장환과이용악의작품들이실렸다.
근대시인들의주요작품은중·고등교과과정을통해그의미와특성을암기하듯이해한탓에‘어려운시’라는틀에갇혀있었다.이번연구서는그고착화된인식을깨기위해탄생했으며끊임없이한국시의심연을분석하고대중에알리는데힘써온저자의식견과통찰력으로점철되어있다.이에근대시를올바르고깊이있게이해하도록돕는것은물론현대시를이해하는초석이될것이다.
책속에서
집필을마치며
이책은필자가‘한국문학사’를쓰겠다는의도하에구상한한국문학사다발중하나에대한사색과심미(尋味)의기록이다.사색의단초는최근의평론집『‘한국적서정’이라는환(幻)을좇아서』머리글에서썼듯이,한국문학에대해축적된정보들을‘전수조사’해야한다는자각이
일었던데서비롯한다.
이자각은한국문학의맥락을모든장르를아울러재구성해야한다는생각으로이어졌고,그런의사의첫걸음으로한국시의생장과정을살펴보는작업을개시하였다.[……]좀더자세히말하면,그나무의세세한가지들모두를톺은것은아니고,가장큰줄기들만을다듬은것이었다.여하튼이로써필자가‘한국근대시’라고이름하는일제강점기하한국시의분포와전개에대해유익한그림을제공할수있겠다고판단하여,이를엮은것이오늘의책이다.[……]
이책의대종은이렇게한국근대시의씨가뿌려지고네개의묘상이형성되면서,이네묘상이자율적운행을하면서도동시에상호길항을통해한국시전체를생장시키는과정을살피는것이다.이어서1940년대에들어일제탄압의여파로한국근대시의꽃을피우기위한뜨거운열망이급격히침전한사정까지살핀후에마감된다.[……]
필자는이책에서시인들의움직임과각시대문학적원소들의움직임을일관된구조로묶어보려하였다.그것을위해필자는문학적운동의전체적인움직임을당대의모든문학적질료들이함께참여하는파동으로보고,그런파동을주도적으로이끄는특정한입자를완미한작품들을생산한시인들의글쓰기로보았다.그리고이파동과입자의상호변환문제는각각사안별로파악하였다.사안별로파악하였다는것은파동-입자의관계의알고리즘이일반화될수없다는것을가리키는데,그만큼알고리즘의합당성은필자의때마다의노력과능력에달려있게된다.
―「책머리에」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