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봄 2023

소설 보다 : 봄 2023

$4.61
Description
독자에게 늘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전하는 특별 기획, 『소설 보다: 봄 2023』이 출간되었다.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로 2018년에 시작되었다. 선정된 작품은 문지문학상 후보로 삼는다.
지난 5년간 꾸준히 출간된 ‘소설 보다’ 시리즈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물론 선정위원이 직접 참여한 작가와의 인터뷰를 수록하여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앞으로도 계절마다 간행되는 ‘소설 보다’는 주목받는 젊은 작가와 독자를 가장 신속하고 긴밀하게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소설 보다: 봄 2023』에는 2023년 봄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인 강보라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김나현의 「오늘 할 일」, 예소연의 「사랑과 결함」 총 3편과 작가 인터뷰가 실렸다. 해당 작품은 제12회 문지문학상 후보가 된다. 선정위원(강동호, 소유정, 이희우, 조연정, 최선교, 홍성희)은 매번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작품을 선정한다. 심사평은 문학과지성사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봄, 이 계절의 소설
─────────────────────────────

강보라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결코 설득할 수 없는
‘나’라는 타인을 마주할 때

타인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건 언제나 자기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다. 그 누구도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자기 자신만큼은 깊이 이해받길 바라는 마음. 그 모순된 지점이 드러날 때 우리는 “구별 짓고 또 구별지어지기 위해 얼마나 빼곡하게 애쓰고 있는가”(문학평론가 홍성희) 소설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의 화자 ‘나’는 스스로 좋아하는, 아니 좋아했던 과거의 자신을 만나기 위해 발리의 우붓으로 떠난다. 여행지에서는 내가 선택한 모습만을 선택적으로 마주하면 되기에 문제 될 게 없어 보였다.
40대 여성, 미혼, 기득권과 비기득권 사이 그 언저리. 소설은 일인칭 화자의 시점으로 전개되고 있음에도 나에 대한 정보보다는 일상과 비일상에서 끊임없이 마주하는 타인에 대해 더 내밀하게 묘사한다. 타인의 삶을 마음대로 재단함으로써 개인의 취향과 기호는 물론 인정 욕구까지 드러내는 것이다.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티니안에서」부터 이국의 정취와 분위기를 생생한 묘사를 통해 보여준 강보라는 이번 작품에서 역시 낯선 공간과 모순된 개인의 심리 이 모든 상황을 오묘하게 비트는 풍자의 해학까지 유감없이 발휘한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들도 소설에서는 하나의 허영이 되고 그 화살은 독자에게로 가닿는다. 그래서 당신은 어떤 모순인가.

“삶의 터전이 단단할수록 더 큰 리스크를 감수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그것이 모순으로 느껴졌고 일탈마저 특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새삼스러운 이야기를 새삼스럽지 않게 풀어내는 것이 어쩌면 저의 이번 ‘과제’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인터뷰 강보라 × 최선교」에서

김나현 「오늘 할 일」
오늘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바닐라라테를 마시는 것뿐

오늘의 다짐이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어쩌면 아예 해답이 없는 일처럼 느껴질 때면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모른 채 방향을 잃고 만다. 소설 「오늘 할 일」의 ‘나’와 ‘선일’은 일상의 균열을 만들지 않기 위해, 결혼할 때 장만한 식탁에 마주 앉아 각자의 다이어리에 적힌 ‘투 두 리스트’를 점검한다. ‘나’의 할 일은 “출근길에 책을 읽는 것, 바닐라라테를 마시는 것, 그리고 일을 맡아줄 업체를 찾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실현 가능해 보이는 거라곤 ‘바닐라라테’를 마시는 계획뿐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웹소설을 쓰는 ‘선일’ 역시 “원고지 30매”는커녕 그럴싸한 문장 하나 쓰지 못한 채 집 앞 공원을 맴돌며 오후를 보낸다.
신혼부부에게는 아득하기만 한 집 대출금부터 당장에는 계획이 없는 임신 그리고 이제 막 이사 온 집의 소음 문제까지. 이렇듯 두 사람은 그날그날의 다짐을 실천하기도 전에 일상의 크고 작은 문제들로 번번이 실패하고 때때로 타인에게 실망하기도 하지만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식탁 위에 마주 앉는다. 뭐 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법이 없는 일상에도 오도로초밥을 사이에 두고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의 재미와 긴장을 팽팽하게 유지하는 신예 작가 김나현의 탁월한 유머 감각 때문이다. 나와 다르지 않은 소박한 일상을 꾸려나가는 인물들을 통해 “지금 우리가 당장 다이어리를 펼치고 써야 할 결심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하는 소설”(조연정 문학평론가)을 통해 올해 봄에는 이루지 못할 결심을 마구 적어보는 건 어떨까.

“저는 그런 인물에 관심이 가고 흥미를 느껴요. 당장 내일부터 안 보더라도 섭섭하진 않은데 어느 날 헤어진 애인처럼 불쑥 떠오르는 사람, 불쾌하면서도 애틋한 사람이요. 앞으로도 소설을 통해 그 사람을 잘 관찰해보고 싶어요.”
「인터뷰 김나현 × 소유정」에서


예소연 「사랑과 결함」
그 애달픈 사랑이
설령 나를 불행하게 할지라도

어떤 사랑은 너무 크고 견고한 나머지 불행이 되어버리고 만다. 소설 「사랑과 결함」은 제목에서부터 사랑이 지닌 한계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스스로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음에도 그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주어지는 사랑은 더 쉽게 감염된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이 그러하고 그 피를 이어받은 형제자매 간의 사랑 역시 조건 없는 사랑이라는 환상에 휩싸인 채 사랑 안에 갇혀버린다.
아버지의 누이 고모가 주는 사랑은 어떠한가. 화자인 ‘성혜’는 고모 ‘순정’이 “흠뻑 주는 사랑”을 감당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자신의 엄마를 질투하고 아버지를 원망하는 고모를 표면적으로나마 이해하려 하고, 끊임없이 애정을 갈구하며 집착하는 고모의 눈치를 살핀다. 그리고 이내 ‘순정’의 우울과 외로움을 스스로 체화하기에 이른다. “「사랑과 결함」은 여성적 상속과 계승, 그리고 증여에 대한 탁월한 형이상학적 알레고리”(강동호 문학평론가)로 결코 완벽에 가까워질 수 없는 사랑의 한계를 말하는 동시에 그 본질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의 사랑이 아까울 정도로 불행하고, 또 아름다운 이유는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고모와의 일화를 차분하게 풀어나가는 예소연의 문장에는 그 어떤 단정이나 확신을 찾기 어렵다. 그저 찰나의 사랑을 흠뻑 만끽했던 순간에 대해 자분자분 꺼내놓을 뿐이다.

“불행한 와중에도 소소하게 삶을 지키는 사건들에 매료되는 편이에요. 행복한 순간은 너무도 짧게 지나가고 마는데, 불행한 순간은 마음에 오래도록 남지 않나요? 저는 제 마음과 성격을 구성하는 많은 부분이 불행한 사건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예소연 × 이희우」에서
저자

강보라,김나현,예소연

소설가.2021년한국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뱀과양배추가있는풍경」강보라
인터뷰강보라×최선교
「오늘할일」김나현
인터뷰김나현×소유정
「사랑과결함」예소연
인터뷰예소연×이희우

출판사 서평

강보라「뱀과양배추가있는풍경」
결코설득할수없는
‘나’라는타인을마주할때

타인과의관계를규정하는건언제나자기자신의마음에달려있다.그누구도순순히받아들이지못하면서자기자신만큼은깊이이해받길바라는마음.그모순된지점이드러날때우리는“구별짓고또구별지어지기위해얼마나빼곡하게애쓰고있는가”(문학평론가홍성희)소설「뱀과양배추가있는풍경」의화자‘나’는스스로좋아하는,아니좋아했던과거의자신을만나기위해발리의우붓으로떠난다.여행지에서는내가선택한모습만을선택적으로마주하면되기에문제될게없어보였다.

40대여성,미혼,기득권과비기득권사이그언저리.소설은일인칭화자의시점으로전개되고있음에도나에대한정보보다는일상과비일상에서끊임없이마주하는타인에대해더내밀하게묘사한다.타인의삶을마음대로재단함으로써개인의취향과기호는물론인정욕구까지드러내는것이다.2021년『한국일보』신춘문예당선작「티니안에서」부터이국의정취와분위기를생생한묘사를통해보여준강보라는이번작품에서역시낯선공간과모순된개인의심리이모든상황을오묘하게비트는풍자의해학까지유감없이발휘한다.예술이란무엇인가,인생이란무엇인가,나는누구인가,라는철학적인질문들도소설에서는하나의허영이되고그화살은독자에게로가닿는다.그래서당신은어떤모순인가.

“삶의터전이단단할수록더큰리스크를감수할기회가주어진다는것.그것이모순으로느껴졌고일탈마저특권이라는생각을하게되었습니다.이새삼스러운이야기를새삼스럽지않게풀어내는것이어쩌면저의이번‘과제’였던것같기도합니다.”
「인터뷰강보라×최선교」에서

김나현「오늘할일」
오늘의내가할수있는건
바닐라라테를마시는것뿐

오늘의다짐이내마음같지않을때,어쩌면아예해답이없는일처럼느껴질때면우리는어디로나아가야할지모른채방향을잃고만다.소설「오늘할일」의‘나’와‘선일’은일상의균열을만들지않기위해,결혼할때장만한식탁에마주앉아각자의다이어리에적힌‘투두리스트’를점검한다.‘나’의할일은“출근길에책을읽는것,바닐라라테를마시는것,그리고일을맡아줄업체를찾는것”이다.그런데여기서실현가능해보이는거라곤‘바닐라라테’를마시는계획뿐이다.회사를그만두고웹소설을쓰는‘선일’역시“원고지30매”는커녕그럴싸한문장하나쓰지못한채집앞공원을맴돌며오후를보낸다.

신혼부부에게는아득하기만한집대출금부터당장에는계획이없는임신그리고이제막이사온집의소음문제까지.이렇듯두사람은그날그날의다짐을실천하기도전에일상의크고작은문제들로번번이실패하고때때로타인에게실망하기도하지만다시언제그랬냐는듯식탁위에마주앉는다.뭐하나제대로굴러가는법이없는일상에도오도로초밥을사이에두고술잔을기울일수있는건처음부터끝까지소설의재미와긴장을팽팽하게유지하는신예작가김나현의탁월한유머감각때문이다.나와다르지않은소박한일상을꾸려나가는인물들을통해“지금우리가당장다이어리를펼치고써야할결심이무엇이어야하는지를고민하게하는소설”(조연정문학평론가)을통해올해봄에는이루지못할결심을마구적어보는건어떨까.

“저는그런인물에관심이가고흥미를느껴요.당장내일부터안보더라도섭섭하진않은데어느날헤어진애인처럼불쑥떠오르는사람,불쾌하면서도애틋한사람이요.앞으로도소설을통해그사람을잘관찰해보고싶어요.”
「인터뷰김나현×소유정」에서

예소연「사랑과결함」
그애달픈사랑이
설령나를불행하게할지라도

어떤사랑은너무크고견고한나머지불행이되어버리고만다.소설「사랑과결함」은제목에서부터사랑이지닌한계에대해명시하고있다.스스로아무노력도하지않았음에도그저존재한다는이유만으로주어지는사랑은더쉽게감염된다.부모와자식간의사랑이그러하고그피를이어받은형제자매간의사랑역시조건없는사랑이라는환상에휩싸인채사랑안에갇혀버린다.

아버지의누이고모가주는사랑은어떠한가.화자인‘성혜’는고모‘순정’이“흠뻑주는사랑”을감당하기위해끊임없이노력한다.자신의엄마를질투하고아버지를원망하는고모를표면적으로나마이해하려하고,끊임없이애정을갈구하며집착하는고모의눈치를살핀다.그리고이내‘순정’의우울과외로움을스스로체화하기에이른다.“「사랑과결함」은여성적상속과계승,그리고증여에대한탁월한형이상학적알레고리”(강동호문학평론가)로결코완벽에가까워질수없는사랑의한계를말하는동시에그본질에대해서도의문을제기한다.우리의사랑이아까울정도로불행하고,또아름다운이유는일상을지키는이들의노력이있기때문이다.고모와의일화를차분하게풀어나가는예소연의문장에는그어떤단정이나확신을찾기어렵다.그저찰나의사랑을흠뻑만끽했던순간에대해자분자분꺼내놓을뿐이다.

“불행한와중에도소소하게삶을지키는사건들에매료되는편이에요.행복한순간은너무도짧게지나가고마는데,불행한순간은마음에오래도록남지않나요?저는제마음과성격을구성하는많은부분이불행한사건에서비롯되었다고생각합니다.”
「인터뷰예소연×이희우」에서